<단독> ‘한동훈·안철수 징계 요청’ 김민전 수상한 문자 포착

카메라에 잡힌 사분오열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 본회의장 의원석은 방청석과 기자석을 등지고 있다. 초선, 재선 상관없이 감시망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회의 도중 휴대전화를 수십번씩 들었다 놨다 한다. 이 과정서 애써 숨기고 싶은 이야기까지 카메라 렌즈에 잡힐 때가 있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15년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문자 사건이 있었다. 이명박 대선 캠프 출신 인사가 김 전 대표에게 “공천권을 국민에게 반납할지 일부 세력이 행사할지에 대한 투쟁이 시작됐다”는 문자를 보낸 게 사진으로 찍힌 것. 당시 공천 파동으로 당의 갈등이 최고조이던 때라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생생한 중계

현직 대통령이 위기에 놓인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평이다. 국민의힘은 전쟁통에서도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대통령은 내려올 생각도 없는데 여당은 벌써부터 미래 권력을 위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0일 <일요시사>는 국민의힘 김민전 최고위원이 한 보수 유튜버와 나눈 대화 내용을 단독으로 포착했다.

이 유튜버는 김 최고위원에게 “한동훈·안철수·김예지·김상욱에 대한 징계요청서를 당사에 넣으려고 하는데 1층서부터 보안 팀장과 경찰이 막아 세웠다”며 “혹시 (징계안을) 넣는 방법이 있을까 해서 여쭤봅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유튜버가 언급한 국민의힘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은 지난 7일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한 이들이다. 

이 유튜버는 징계 촉구 서명을 통해 “한 대표는 야당보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견제하고 방해하는 자”라며 “아무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국이 자신에게 기회가 된 것마냥 날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헌 제2장8조 1항에 따르면 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현재 당대표는 이를 어겼다”며 징계 제출 사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세 의원이 당론에 반대하고 투표에 참여한 것 역시 당명에 따를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징계·출당이 마땅하다고도 주장했다. 

메시지를 받은 김 최고위원은 “본회의 중이어서... 끝나고 알아보겠습니다”라고 짧게 답장했다.

대표 친한(친 한동훈)계로 꼽히는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문자 내용이 발각됐으니 문제 있는 행위라는 걸 느끼는 사람은 알 것”이라며 “징계가 실제 접수됐는지는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보수 유튜버 요구에 “알아보겠다”
같은 당인데…한-김 2라운드 돌입

김 최고위원과 한 대표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사람은 12·3 내란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까지도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3주 동안 감정싸움을 이어갔다. 지난달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두 사람이 대놓고 설전을 벌이는 낯부끄러운 모습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그동안 쌓아온 앙금이 남았던 탓인지 친한계와 친윤(친 윤석열)계는 퇴진 로드맵을 놓고 좀처럼 갈피를 못 잡는 모양새다. 갈등의 중심에는 ‘하야’와 ‘임기 단축 개헌’이 있다.

친한계는 “탄핵 속도보다 빠르게 하야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중진을 비롯한 친윤계에서는 임기 단축 개헌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개헌을 통해 2026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함께 치르는 안정적인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임기 문제는 당에 일임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민의힘은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조기 대선 등을 포함한 정국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가 마련한 ‘2월 퇴진, 4월 대선’ ‘3월 퇴진, 5월 대선’ 두 가지 안을 놓고 장기간 토론이 이어졌지만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칼날이 턱 끝까지 다다랐지만 두 계파가 단합하지 못하는 이유는 윤석열정부 퇴진 후 차기 권력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친한계가 퇴진을 서두르는 데에는 한 대표를 중심으로 빠른 정권교체를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윤 대통령이 자리서 내려올 경우 여당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지고, 자연스레 친한계가 전반적으로 당을 장악할 것이란 설명이다.

“용산과 가까운 분 반성해야” 지지 않는 친한
끝내 보이지 않는 출구전략에 두 쪽 난 여당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친윤계는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질서가 잡히지 않는 어지러운 상황서 곧바로 대선을 치를 경우 국민의힘 재집권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판단에서다.

한 친윤계 인사는 지금 상황에 대해 “한 대표가 자기만 살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보수가 똘똘 뭉쳐 싸워도 모자랄 판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분열한다. 지금 민주당의 목표는 윤 대통령이지만 다음은 한 대표 자신이라는 걸 왜 본인만 모르는가”라고 전화 너머로 울분을 토했다.

친윤이 주장하는 방안은 정국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퇴진 시기를 보다 늦추는 ‘질서 있는 퇴진’이다. 국회서 탄핵이 가결돼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경우 국정운영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물론 진영 간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들며 국정 안정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온갖 구설만 도는 모양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친윤계 주도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킬 것이란 이야기가 돌았는데,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탄핵안을 통과시킨 후 쏟아지는 보수층의 화살을 친한계로 돌리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지라시가 나오는 데에는 한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투톱 체제’가 불씨를 댕겼다는 해석이다.


관련해서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국의 안정을 당에게 일임했다고 했지만 한 대표 1인에게 정권을 넘긴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 국민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나라를 이끄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왜 갑자기 한 대표가 국무총리 옆에 나란히 섰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대부분 초선 위주인 친한계도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요시사는>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일부 친한계 의원으로 구성된 텔레그램 그룹 채팅 내용을 확인했다. 

문자 내용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원내대표 후보에 관련해 의견을 모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같은 당 고동진 의원은 당시 후보였던 친윤계 권성동 의원을 거론하며 “용산과 가까웠던 분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은 “적당한 후보가 있냐”고도 물었다.

시한폭탄

그룹 채팅 참여 인원이 대부분 친한계라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한 대표를 주축으로 한 ‘소장파’ 모임일 가능성이 크다. ‘한동훈 축출설’이 무성하지만 이들 역시 물밑서 의견을 모으면서 세력을 다지고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지점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문자 사건 때도 휴대전화 노출이 의도적이냐, 아니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금처럼 당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사소한 민낯도 치명타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 아래 꾹꾹 눌러 담은 갈등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