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계엄령 후 ‘데드덕’

  • 조용래
  • 등록 2024.12.09 15:27:34
  • 호수 1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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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포된 지 6시간 만에 해제 선언된 비상계엄령. 긴박한 새벽녘 6시간 동안 해외로 타전된 뉴스에 세계인이 보낸 반응은 싸늘했다. “아니 한국이 왜 이러지?”라며 의아해한다. 8억명의 중국인이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나라 계엄 상황을 뉴스로 검색했다.

민주적 절차를 경험하지 못한 중국인들조차 당황하고 냉소한 반응이다. 외국 언론은 불안한 한국의 모습을 보도한다. 그동안 역외선물환 시장서 우리 원화 환율은 1450원에 가까웠다.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된 한국물 가격도 급전직하했다.

지금 한국은 외부로부터의 공격이 아닌 우리 내부의 문제로 원화의 가치와 대외 협상력이 상처를 입었다. 나라의 국제 위상은 대외 신뢰도가 결정한다는 면에서 보면 우리가 입은 내상과 외상의 크기는 짐작하기도 어렵다. 치유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정치와 경제를 이야기할 때 그것은 분명 별개의 주제지만 그 관계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학문의 영역서 정치학과 경제학이 분리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정치와 경제가 함께 작동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정치와 제도가 먼저고 더 중요하다.

돈만 열심히 벌어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정치가 먼저 성숙해져야 하는 이유는 국가가 운영되는 기본질서가 정치로부터 나오고 그것이 경제적 시스템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치제도가 후진적인 나라가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의 경제는 후퇴 중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물러서게 될지 걱정스럽다.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가 성장을 멈추고 국민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인구가 줄고 주식이 떨어지고 환율이 올라서가 아니다. 정치가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낙후하면 경제는 확실히 후퇴한다.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정치의 최종 병기인 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전쟁 상황을 전제로 성립하는 국가 비상계엄이 국민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다. 

역사를 일별해 본다면 정치는 늘 전쟁의 유혹에 빠지곤 했고 지금도 어디선가 전쟁은 벌어지고 있다. 강대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전쟁도 불사한다는 분위기가 세계를 덮고 있다. 그래서 두렵고 ‘전쟁 불사’를 스스럼없이 입에 올리는 우리 대통령은 더 무섭다.

남북 대치의 긴장감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기는 듯 보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상적이지 않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곤 하지만 정말 즐길 수 없는 건 전쟁이다. 하지만 이겨야만 하고 즐기기도 해야 하는 전쟁이 있다면 그건 ‘경제 전쟁’이다. 전쟁보다 더 치열하지만, 이 경쟁서 질 수 없는 이유는 국민의 생존권이 달렸기 때문이다.

국가는 제한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이 싸움서 이길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했다. 

중무장한 군인이 국회를 장악하고 정치를 무력화하려 나섰다.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계엄령으로 되찾으려 했지만, 국민은 계엄을 거부하고 새로운 정치를 원했다.

쿠데타는 막아냈지만, 국격의 추락과 국민 자존감이 입은 상처는 치유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정작 무서운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보다 암울한 경제 전망이다. 이겨야 할 전쟁엔 관심도 없고, 하지 말아야 할 전쟁은 입에 담는 대통령이 가뜩이나 힘겨운 국민을 더 우울하게 만든다.


며칠 뒤면 찾아올 내년, 한국 경제 시계는 지독하게 흐리다. 그런데도 정치가 민생의 고달픔을 공감하지 못한다.

지금이라도 정치가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면 무엇이 돼야 할까? 전쟁이 아닌 평화를, 힘들고 약한 이들에게 의지가 되어 주는 상생을, 혐오와 증오가 지배하는 정치판엔 공존을, 성장과 번영을 지속할 지혜를 찾아주기를 국민은 바랄 뿐이다.

[조용래는?]
​​​​▲ 전 홍콩 CFSG 파생상품 운용역
▲ <또 하나의 가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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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