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맨인데 술 못한다고?” 권고사직 통보 논란

‘부당해고 VS 선택권 제시’ 의견 양립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회사 영업직은 영업 성과를 위해 술자리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많은 영업직 사원들이 음주를 강요당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자리일 수 있지만, 체질상 알코올 한 방울도 입에 대지 못하는 영업맨들에게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이 같은 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으로 인해, 최근 술을 못 마신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는 한 영업직 사원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2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술 못 마신다는 이유로 권고사직 통보받아 본 적 있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9월2일, 모 회사의 해외영업부서로 이직했다. 주 거래처인 중국 업체들과의 거래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중국 유학 및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해왔다.

영업직 특성상 거래처와의 미팅에서 술자리가 불가피했지만, A씨는 술을 제안받을 때마다 정중히 사양하고 음료수로 대체했다. 업무 성과도 준수하게 냈다.

그러나 최근 떠난 중국 출장에서 A씨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미팅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A씨의 모습을 목격한 상사가 불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출장 복귀 후 가진 피드백 면담에서 상사는 “다른 일은 정말 잘하지만, 술을 못 마시는 게 정말 걱정이다. 중국에서 일하려면 술이 필수다. 마시는 시도도 못 하겠냐?”고 물었다. 이에 A씨는 “건강 문제로 마실 수 없다”고 거듭 설명했다.

A씨는 이미 입사 면접 당시 술을 못 마신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밝혔고, 회사 측은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사팀 부서장과 가진 수습 기간 면담서 A씨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듣게 됐다. ‘술을 못 마시는 것 때문에 현재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부서 이동 또는 권고사직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통보받은 것.

A씨는 “부서 이동 시 국내 영업부로 이동하게 되는데, 본사와 신혼집이 차로 1시간30분 거리여서 부담이 큰 데다 국내 영업부도 잦은 술 회식으로 유명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권고사직 후 실업급여를 받으며 다른 일자리를 찾을까 생각 중”이라며 “내년에는 아이 아빠가 될 예정이라 오랫동안 쉬고 있을 수는 없다. 여태까지 직장생활하면서 술 못 마셔도 잘했는데…참 황당하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회원들은 대부분 “부당해고다.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라”는 반응을 보였다.

효O 회원은 “사고 쳐서 회사에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어이없다”며 “인사팀이랑 다시 면담 잡아서 ‘부당하다고 생각해 (권고사직을)받아들이기 힘들다. 이직 준비할 거니까 기다려달라’고 해라”고 충고했다.


르O 회원은 “X레기 같은 회사다. 내 친구는 중국서 물류 관련 영업하는데 술 한 모금도 못 마시는데도 잘 나간다”며 A씨 편을 들었다.

반면, 회사 입장을 옹호하는 회원도 있었다. 현O 회원은 “부서 이동 제안까지 했으면 회사에서도 나름의 노력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근로자 해고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실체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이다. 이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법적으로 부당해고로 간주된다.

실체적 정당성은 해고의 사유가 합리적이고 타당한지를 의미한다. 만약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명확하고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해고는 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특히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의 책임 사유’가 있는지를 중요하게 판단한다. 즉, 해당 근로자의 행위나 상황이 더 이상 직장 내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의 경우는 명백한 부당해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무리 영업직이라 외부 업체와 술자리가 잦더라도, 술을 마시는 능력은 직무 수행 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특히 회사가 면접 당시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해고의 사유로 판단할 수 있다.

다만, 다소 모호한 부분도 있다. 사측이 A씨에게 ‘부서 이동’이라는 대안을 제시한 점은,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해고라는 강제성을 완화시키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노동 법률 전문가는 “회사가 출구를 열어둔 측면도 있어 법적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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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