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재개발·재건축 해결사’ 법무법인 청목 이주헌 변호사

“집과 땅 확실하게 지켜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터를 다지고 나무를 심었다. 옛말로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나무는 높고 굵게 자랐다.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킨 나무는 그늘이 필요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자리를 내줬다. 20년 동안 단단히 뿌리 내린 나무, 청목을 만났다.

갈등과 분쟁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바야흐로 ‘대소송의 시대’가 도래했다. 변호사 수가 많아지고 법률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커진 점도 법원의 문턱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 법률시장의 팽창은 자연스럽게 경쟁력 싸움으로 이어졌다. 발 빠른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이른바 ‘전문성’을 키우는 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시장 변화
빠른 대응

그런 의미서 법무법인 청목은 전문 분야의 중요성에 발 빠르게 대응한 편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자리한 청목은 부동산과 건설 분야에 특화된 법무법인으로, 처음에는 법률사무소로 운영되다가 2006년 1월 확대·개편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년 동안 이전 없이 한 자리를 지켰다.

지난 20일 오전 청목의 사무실서 만난 이주헌 변호사는 2006년 청목을 설립해 2019년부터 대표변호사를 맡아 법무법인을 이끌고 있다. 2005년 사법연수원 34기(사법시험 44회)를 수료하고 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법무법인 아람에 있던 1년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20년 동안 청목에만 몸담았다. 이직이 잦은 변호사 업계서 이례적인 일이다.

이 변호사는 청목의 공동 대표변호사인 오동열 변호사를 언급하면서 “우리 둘은 하나를 찍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 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직원 가운데서도 15년, 20년간 자리를 지킨 이른바 ‘개국공신’들이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 ‘마음이 맞으면 함께 오래 간다’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은 결과다. 


청목은 ‘전문 법무법인’이라는 개념이 희미하던 시절 주력 분야를 정해 법률시장에 뛰어들었다. 변호사라면 모든 분야를 두루 잘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던 시기였다. 이 변호사는 “개업 초기에 부동산이나 건설 관련 분쟁을 다루면서 다양한 사례가 쌓이게 됐고 그 과정서 자연스럽게 전문성을 띠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과 건설 분야는 기업은 물론 개인이 가장 일반적으로 휘말릴 수 있는 분쟁 유형이다. 예를 들어 이혼이나 상속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면 대부분 돈이 쟁점으로 떠오르는데, 부동산은 재산 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실생활서 일어나는 분쟁서 부동산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변호사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요소를 의식주라고 하지 않나. 그중에서도 집, 즉 부동산은 거주하는 공간과 재테크 수단으로 기능한다. 건설 역시 부동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많은 사람이 부동산이나 건설 소송이라고 하면 재개발·재건축 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같은 복잡하고 심오한 분쟁을 떠올리는데 일상생활서 벌어지는 분쟁도 부동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법률 지식이나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부동산·건설 분쟁 전문
20년 한자리서 한 우물

실제 ‘내 집 마련’은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꿈꾸는 바람이다. 국가 정책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널뛰는 이유도, 수도권 아파트로 사람이 몰리는 이유도 다 같은 맥락이다. 내 집을 사서 거주하거나 집을 통해 경제적 여유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부동산시장 과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그런 욕망의 집합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변호사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분쟁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해당사자가 많거나 사업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면 분쟁이 많다. 다시 말해 상황의 변수가 많을수록 분쟁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마무리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업 규모가 수천억원 혹은 그 이상인 현장도 많다. 계약금·중도금·잔금 등 돈을 치르는 시기가 한없이 늘어질 수 있다. 또 대출 등을 통해 돈을 융통하는 문제도 변수 중 하나다.

토지소유자를 비롯해 건물소유자, 조합 임원, 조합원, 지자체, 시공사, 시행사, 분양대행사 등 등장인물도 많다.

이 변호사는 “사업지정 이전까지는 행정적인 절차기 때문에 법률적인 이슈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분쟁의 불씨가 시작되는 지점은 사업승인인가가 나고 조합이 설립될 무렵이다. 그때부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 과정마다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서 누가 헤게모니를 잡을 것인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서 상대방을 향한 흑색선전이나 비방,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인한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 밖에도 ▲토지나 건물의 평가와 보상금 ▲사업구역 내 토지나 건물 또는 입주권의 양도 ▲조합원 분담금, 입주정산금 ▲시공사와의 공사대금, 지체상금 ▲입주 후 하자담보책임 ▲조합 임원의 배임·횡령 ▲조합원 간의 명예훼손이나 민·형사상 소송 등 다양한 분쟁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변호사도 재개발·재건축 과정서 발생한 소송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이해 관계↑
분쟁 갈등↑

그는 “시행사와 재개발 조합 간의 소송인데 10여년째 진행 중이다. 시행사가 조합원에게 확정분양가를 약정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해 (조합원의)분담금이 200억원 정도 올랐다. 그런데 시행사가 되레 조합을 상대로 사업시행이익 200억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조합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했는데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1심서 패소해 ‘큰일났다’ 했는데 항소심서 잘 준비해 뒤집을 수 있었고 대법원서 최종적으로 이겼다. 이후 시행사가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소송을 제기해 3년,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해 2년 정도 진행했다. 전부 조합 측이 승소했다. 이제 곧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국가 정책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요동치는 시기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20~30대 청년, 신혼부부 등 서민은 접근하기 힘들어진 구조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남이든 강북이든 아파트 가격이 평당 1억원을 넘는 시세가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좀 더 싼 가격에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요구가 생겼다. 재개발·재건축 예정지에 있는 구축 아파트나 빌라, 미분양 아파트 등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사실 위험이 있는 곳에 수익이 있는 것은 맞다. 또 불편한 곳에 수익이 있다. 하지만 감수하고자 하는 위험이 정말 큰 손해로 돌아올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부동산은 정말 큰돈이 오가는 거의 유일한 물건이다. 우리가 마트에 가서 1억원짜리 물건을 살 일은 없지 않나. 부동산 관련 일을 진행하기 전에 법률서비스를 받거나 부동산 전문가 등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는 게 좋다. 또 너무 무리한 투자는 탈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놓고 사기를 치는’ 경우다. 그는 “부동산 소유자가 아닌데 돈을 받고 매매하는 경우가 있다. 소유자가 아닌데 임대인 행세를 해 매수인에게 돈을 받아내는 식이다. 이런 사례는 임대차계약서, 중개인의 인적사항,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놓쳐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법의 허점
이용 늘어

실제 최근 미분양 물건 관련 소송이 유행을 타는 중이라고 한다. 이 변호사는 “요즘은 수도권서조차 오피스텔,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에 미분양 물건이 많이 축적됐다. 시행사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분양하기 위해 과장광고를 진행하는 등 매수인을 속여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만든다. 매수인은 나중에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약을 해지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생활형 숙박시설이나 라이프 오피스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주택으로 허가를 받으면 용적률도 낮고 주차장 설비도 만들어야 하는 등 수익성이 낮다. 예를 들어 주택으로 허가를 받아 건물을 올리면 150세대밖에 공급을 못 하는데 생활용 숙박시설 혹은 상가로 허가를 내면 200세대를 (공급)할 수 있고 건축비도 적게 든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내부는 주택하고 똑같다. 그냥 원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 보니 ‘원룸이랑 구조는 같다. 그런데 가격은 싸다’고 하니까 혹해서 분양계약을 맺는다. 문제는 그런 곳은 주거가 안 된다. 업무 공간으로 쓰거나, 생활용 숙박시설은 대실을 해야 한다. 전세를 줄 수도 없다. 정식 주거용 오피스텔과 비교해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에 법의 허점을 이용해 사업자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자체는 허가 사항에는 문제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한다. 실제 사리 판단이 잘 안 되는 사람을 속여 여러 건을 분양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 변호사는 “시행사는 분양대행사에 떠넘기고, 분양대행사는 온갖 감언이설과 과대광고로 분양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한 분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변호사는 ‘법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법을 발의하고 급하게 시행하는 부분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기존에 있는 법을 사안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그게 막혔을 때 법안을 발의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집에 대한 욕망 분쟁의 씨앗
“법 고치기보다 적용 중요해”

이 변호사는 “법이라는 것 자체가 좀 보수적이다. 사회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바꾸기보다는 기존의 법체계로 해결이 안 되는 공극이 생겼을 때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개정하는 일이 너무 쉽게 진행되다 보니 오히려 법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법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법을 어겨도 그건 법이 잘못된 거지,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과 서방의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법률을 개정하거나 제정하는 데 훨씬 보수적이다. 그렇다고 이들 나라가 변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 능력이 우리나라보다 떨어질까? 국가나 사회가 어떤 법률을 만들어 내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시행하고 준수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최근 특별법으로 제정되는 많은 법률안도 실제로는 기존 법령을 조금만 개정하면 해결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역으로 말하면 기존의 법을 얼마나 잘 적용하느냐에 따라 피해자를 줄이는 등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변호사는 이 대목서 법무법인의 역량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변호사 초기에 변론을 진행하면서 ‘이길 사건은 이기고, 질 사건은 지는 거네. 변호사는 수임만 잘하면 되는 거네’라며 오만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법리 적용만 잘하면 처음 예상대로 결과가 나온다고 판단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 80~90%가 처음에 의뢰인을 만났을 때 받은 인상대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 비율이 50~60% 정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머지 40~50%를 채우는 것은 변호사와 법무법인의 ‘역량’이라고 역설했다.

이 변호사는 “소송을 어떻게 준비하느냐, 어떻게 대응하느냐,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특히 민사는 상담할 때의 생각하고 최종 결론이 변호사 혹은 법무법인의 능력, 판사 배정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올 수 있다. 넋 놓고 있으면서 판사의 의중을 읽지 못하거나 하면 결과가 매우 나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법무법인은 의뢰인에게 동일한 품질 또는 그 이상 퀄리티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부 신생 법무법인 중에는 덩치는 커지는데 퀄리티는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보인다. 청목은 20년 동안 주력 분야에 집중하면서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청목을 오랜 시간 한자리서 장사하고 있는 ‘노포 맛집’에 비유했다. 의뢰인이 법률서비스가 필요할 때 늘 그 자리에 있는 법무법인이 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동일한 품질
법률서비스

“청목은 구성원 간의 친목, 행복, 화합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동료 변호사를 모실 때도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팀과 조직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분들로 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가 의뢰인에게 전문화된 법률서비스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년을 넘어 100년 이상 유지될 수 있는 법무법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이주헌 변호사는?]

▲중앙고등학교 졸업(1992)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2001)
▲사법시험 44회 합격(2002)
▲사법연수원 34기 수료(2005)
▲법무법인 아람 변호사(2005~2006)
▲광운대학교 국제법무대학 외래교수(2006~2007)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상담위원(2010~2012)
▲법무법인 청목 구성원 변호사(2006~현재)
▲법무법인 청목 대표변호사(2019~현재)
▲서울시 시설공단 자문변호사(2020~현재)
▲외교부 외무공무원 징계위원회 위원(2021~현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위원(2022~현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