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재개발·재건축 해결사’ 법무법인 청목 이주헌 변호사

“집과 땅 확실하게 지켜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터를 다지고 나무를 심었다. 옛말로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나무는 높고 굵게 자랐다.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킨 나무는 그늘이 필요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자리를 내줬다. 20년 동안 단단히 뿌리 내린 나무, 청목을 만났다.

갈등과 분쟁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바야흐로 ‘대소송의 시대’가 도래했다. 변호사 수가 많아지고 법률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커진 점도 법원의 문턱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 법률시장의 팽창은 자연스럽게 경쟁력 싸움으로 이어졌다. 발 빠른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이른바 ‘전문성’을 키우는 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시장 변화
빠른 대응

그런 의미서 법무법인 청목은 전문 분야의 중요성에 발 빠르게 대응한 편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자리한 청목은 부동산과 건설 분야에 특화된 법무법인으로, 처음에는 법률사무소로 운영되다가 2006년 1월 확대·개편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년 동안 이전 없이 한 자리를 지켰다.

지난 20일 오전 청목의 사무실서 만난 이주헌 변호사는 2006년 청목을 설립해 2019년부터 대표변호사를 맡아 법무법인을 이끌고 있다. 2005년 사법연수원 34기(사법시험 44회)를 수료하고 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법무법인 아람에 있던 1년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20년 동안 청목에만 몸담았다. 이직이 잦은 변호사 업계서 이례적인 일이다.

이 변호사는 청목의 공동 대표변호사인 오동열 변호사를 언급하면서 “우리 둘은 하나를 찍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 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직원 가운데서도 15년, 20년간 자리를 지킨 이른바 ‘개국공신’들이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 ‘마음이 맞으면 함께 오래 간다’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은 결과다. 


청목은 ‘전문 법무법인’이라는 개념이 희미하던 시절 주력 분야를 정해 법률시장에 뛰어들었다. 변호사라면 모든 분야를 두루 잘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던 시기였다. 이 변호사는 “개업 초기에 부동산이나 건설 관련 분쟁을 다루면서 다양한 사례가 쌓이게 됐고 그 과정서 자연스럽게 전문성을 띠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과 건설 분야는 기업은 물론 개인이 가장 일반적으로 휘말릴 수 있는 분쟁 유형이다. 예를 들어 이혼이나 상속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면 대부분 돈이 쟁점으로 떠오르는데, 부동산은 재산 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실생활서 일어나는 분쟁서 부동산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변호사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요소를 의식주라고 하지 않나. 그중에서도 집, 즉 부동산은 거주하는 공간과 재테크 수단으로 기능한다. 건설 역시 부동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많은 사람이 부동산이나 건설 소송이라고 하면 재개발·재건축 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같은 복잡하고 심오한 분쟁을 떠올리는데 일상생활서 벌어지는 분쟁도 부동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법률 지식이나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부동산·건설 분쟁 전문
20년 한자리서 한 우물

실제 ‘내 집 마련’은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꿈꾸는 바람이다. 국가 정책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널뛰는 이유도, 수도권 아파트로 사람이 몰리는 이유도 다 같은 맥락이다. 내 집을 사서 거주하거나 집을 통해 경제적 여유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부동산시장 과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그런 욕망의 집합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변호사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분쟁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해당사자가 많거나 사업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면 분쟁이 많다. 다시 말해 상황의 변수가 많을수록 분쟁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마무리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업 규모가 수천억원 혹은 그 이상인 현장도 많다. 계약금·중도금·잔금 등 돈을 치르는 시기가 한없이 늘어질 수 있다. 또 대출 등을 통해 돈을 융통하는 문제도 변수 중 하나다.

토지소유자를 비롯해 건물소유자, 조합 임원, 조합원, 지자체, 시공사, 시행사, 분양대행사 등 등장인물도 많다.

이 변호사는 “사업지정 이전까지는 행정적인 절차기 때문에 법률적인 이슈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분쟁의 불씨가 시작되는 지점은 사업승인인가가 나고 조합이 설립될 무렵이다. 그때부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 과정마다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서 누가 헤게모니를 잡을 것인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서 상대방을 향한 흑색선전이나 비방,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인한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 밖에도 ▲토지나 건물의 평가와 보상금 ▲사업구역 내 토지나 건물 또는 입주권의 양도 ▲조합원 분담금, 입주정산금 ▲시공사와의 공사대금, 지체상금 ▲입주 후 하자담보책임 ▲조합 임원의 배임·횡령 ▲조합원 간의 명예훼손이나 민·형사상 소송 등 다양한 분쟁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변호사도 재개발·재건축 과정서 발생한 소송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이해 관계↑
분쟁 갈등↑

그는 “시행사와 재개발 조합 간의 소송인데 10여년째 진행 중이다. 시행사가 조합원에게 확정분양가를 약정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해 (조합원의)분담금이 200억원 정도 올랐다. 그런데 시행사가 되레 조합을 상대로 사업시행이익 200억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조합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했는데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1심서 패소해 ‘큰일났다’ 했는데 항소심서 잘 준비해 뒤집을 수 있었고 대법원서 최종적으로 이겼다. 이후 시행사가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소송을 제기해 3년,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해 2년 정도 진행했다. 전부 조합 측이 승소했다. 이제 곧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국가 정책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요동치는 시기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20~30대 청년, 신혼부부 등 서민은 접근하기 힘들어진 구조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남이든 강북이든 아파트 가격이 평당 1억원을 넘는 시세가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좀 더 싼 가격에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요구가 생겼다. 재개발·재건축 예정지에 있는 구축 아파트나 빌라, 미분양 아파트 등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사실 위험이 있는 곳에 수익이 있는 것은 맞다. 또 불편한 곳에 수익이 있다. 하지만 감수하고자 하는 위험이 정말 큰 손해로 돌아올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부동산은 정말 큰돈이 오가는 거의 유일한 물건이다. 우리가 마트에 가서 1억원짜리 물건을 살 일은 없지 않나. 부동산 관련 일을 진행하기 전에 법률서비스를 받거나 부동산 전문가 등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는 게 좋다. 또 너무 무리한 투자는 탈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놓고 사기를 치는’ 경우다. 그는 “부동산 소유자가 아닌데 돈을 받고 매매하는 경우가 있다. 소유자가 아닌데 임대인 행세를 해 매수인에게 돈을 받아내는 식이다. 이런 사례는 임대차계약서, 중개인의 인적사항,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놓쳐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법의 허점
이용 늘어

실제 최근 미분양 물건 관련 소송이 유행을 타는 중이라고 한다. 이 변호사는 “요즘은 수도권서조차 오피스텔,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에 미분양 물건이 많이 축적됐다. 시행사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분양하기 위해 과장광고를 진행하는 등 매수인을 속여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만든다. 매수인은 나중에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약을 해지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생활형 숙박시설이나 라이프 오피스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주택으로 허가를 받으면 용적률도 낮고 주차장 설비도 만들어야 하는 등 수익성이 낮다. 예를 들어 주택으로 허가를 받아 건물을 올리면 150세대밖에 공급을 못 하는데 생활용 숙박시설 혹은 상가로 허가를 내면 200세대를 (공급)할 수 있고 건축비도 적게 든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내부는 주택하고 똑같다. 그냥 원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 보니 ‘원룸이랑 구조는 같다. 그런데 가격은 싸다’고 하니까 혹해서 분양계약을 맺는다. 문제는 그런 곳은 주거가 안 된다. 업무 공간으로 쓰거나, 생활용 숙박시설은 대실을 해야 한다. 전세를 줄 수도 없다. 정식 주거용 오피스텔과 비교해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에 법의 허점을 이용해 사업자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자체는 허가 사항에는 문제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한다. 실제 사리 판단이 잘 안 되는 사람을 속여 여러 건을 분양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 변호사는 “시행사는 분양대행사에 떠넘기고, 분양대행사는 온갖 감언이설과 과대광고로 분양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한 분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변호사는 ‘법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법을 발의하고 급하게 시행하는 부분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기존에 있는 법을 사안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그게 막혔을 때 법안을 발의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집에 대한 욕망 분쟁의 씨앗
“법 고치기보다 적용 중요해”

이 변호사는 “법이라는 것 자체가 좀 보수적이다. 사회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바꾸기보다는 기존의 법체계로 해결이 안 되는 공극이 생겼을 때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개정하는 일이 너무 쉽게 진행되다 보니 오히려 법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법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법을 어겨도 그건 법이 잘못된 거지,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과 서방의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법률을 개정하거나 제정하는 데 훨씬 보수적이다. 그렇다고 이들 나라가 변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 능력이 우리나라보다 떨어질까? 국가나 사회가 어떤 법률을 만들어 내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시행하고 준수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최근 특별법으로 제정되는 많은 법률안도 실제로는 기존 법령을 조금만 개정하면 해결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역으로 말하면 기존의 법을 얼마나 잘 적용하느냐에 따라 피해자를 줄이는 등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변호사는 이 대목서 법무법인의 역량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변호사 초기에 변론을 진행하면서 ‘이길 사건은 이기고, 질 사건은 지는 거네. 변호사는 수임만 잘하면 되는 거네’라며 오만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법리 적용만 잘하면 처음 예상대로 결과가 나온다고 판단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 80~90%가 처음에 의뢰인을 만났을 때 받은 인상대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 비율이 50~60% 정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머지 40~50%를 채우는 것은 변호사와 법무법인의 ‘역량’이라고 역설했다.

이 변호사는 “소송을 어떻게 준비하느냐, 어떻게 대응하느냐,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특히 민사는 상담할 때의 생각하고 최종 결론이 변호사 혹은 법무법인의 능력, 판사 배정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올 수 있다. 넋 놓고 있으면서 판사의 의중을 읽지 못하거나 하면 결과가 매우 나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법무법인은 의뢰인에게 동일한 품질 또는 그 이상 퀄리티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부 신생 법무법인 중에는 덩치는 커지는데 퀄리티는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보인다. 청목은 20년 동안 주력 분야에 집중하면서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청목을 오랜 시간 한자리서 장사하고 있는 ‘노포 맛집’에 비유했다. 의뢰인이 법률서비스가 필요할 때 늘 그 자리에 있는 법무법인이 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동일한 품질
법률서비스

“청목은 구성원 간의 친목, 행복, 화합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동료 변호사를 모실 때도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팀과 조직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분들로 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가 의뢰인에게 전문화된 법률서비스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년을 넘어 100년 이상 유지될 수 있는 법무법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이주헌 변호사는?]

▲중앙고등학교 졸업(1992)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2001)
▲사법시험 44회 합격(2002)
▲사법연수원 34기 수료(2005)
▲법무법인 아람 변호사(2005~2006)
▲광운대학교 국제법무대학 외래교수(2006~2007)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상담위원(2010~2012)
▲법무법인 청목 구성원 변호사(2006~현재)
▲법무법인 청목 대표변호사(2019~현재)
▲서울시 시설공단 자문변호사(2020~현재)
▲외교부 외무공무원 징계위원회 위원(2021~현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위원(2022~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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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