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재개발·재건축 해결사’ 법무법인 청목 이주헌 변호사

“집과 땅 확실하게 지켜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터를 다지고 나무를 심었다. 옛말로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나무는 높고 굵게 자랐다.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킨 나무는 그늘이 필요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자리를 내줬다. 20년 동안 단단히 뿌리 내린 나무, 청목을 만났다.

갈등과 분쟁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바야흐로 ‘대소송의 시대’가 도래했다. 변호사 수가 많아지고 법률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커진 점도 법원의 문턱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 법률시장의 팽창은 자연스럽게 경쟁력 싸움으로 이어졌다. 발 빠른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이른바 ‘전문성’을 키우는 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시장 변화
빠른 대응

그런 의미서 법무법인 청목은 전문 분야의 중요성에 발 빠르게 대응한 편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자리한 청목은 부동산과 건설 분야에 특화된 법무법인으로, 처음에는 법률사무소로 운영되다가 2006년 1월 확대·개편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년 동안 이전 없이 한 자리를 지켰다.

지난 20일 오전 청목의 사무실서 만난 이주헌 변호사는 2006년 청목을 설립해 2019년부터 대표변호사를 맡아 법무법인을 이끌고 있다. 2005년 사법연수원 34기(사법시험 44회)를 수료하고 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법무법인 아람에 있던 1년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20년 동안 청목에만 몸담았다. 이직이 잦은 변호사 업계서 이례적인 일이다.

이 변호사는 청목의 공동 대표변호사인 오동열 변호사를 언급하면서 “우리 둘은 하나를 찍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 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직원 가운데서도 15년, 20년간 자리를 지킨 이른바 ‘개국공신’들이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 ‘마음이 맞으면 함께 오래 간다’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은 결과다. 


청목은 ‘전문 법무법인’이라는 개념이 희미하던 시절 주력 분야를 정해 법률시장에 뛰어들었다. 변호사라면 모든 분야를 두루 잘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던 시기였다. 이 변호사는 “개업 초기에 부동산이나 건설 관련 분쟁을 다루면서 다양한 사례가 쌓이게 됐고 그 과정서 자연스럽게 전문성을 띠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과 건설 분야는 기업은 물론 개인이 가장 일반적으로 휘말릴 수 있는 분쟁 유형이다. 예를 들어 이혼이나 상속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면 대부분 돈이 쟁점으로 떠오르는데, 부동산은 재산 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실생활서 일어나는 분쟁서 부동산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변호사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요소를 의식주라고 하지 않나. 그중에서도 집, 즉 부동산은 거주하는 공간과 재테크 수단으로 기능한다. 건설 역시 부동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많은 사람이 부동산이나 건설 소송이라고 하면 재개발·재건축 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같은 복잡하고 심오한 분쟁을 떠올리는데 일상생활서 벌어지는 분쟁도 부동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법률 지식이나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부동산·건설 분쟁 전문
20년 한자리서 한 우물

실제 ‘내 집 마련’은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꿈꾸는 바람이다. 국가 정책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널뛰는 이유도, 수도권 아파트로 사람이 몰리는 이유도 다 같은 맥락이다. 내 집을 사서 거주하거나 집을 통해 경제적 여유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부동산시장 과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그런 욕망의 집합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변호사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분쟁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해당사자가 많거나 사업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면 분쟁이 많다. 다시 말해 상황의 변수가 많을수록 분쟁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마무리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업 규모가 수천억원 혹은 그 이상인 현장도 많다. 계약금·중도금·잔금 등 돈을 치르는 시기가 한없이 늘어질 수 있다. 또 대출 등을 통해 돈을 융통하는 문제도 변수 중 하나다.

토지소유자를 비롯해 건물소유자, 조합 임원, 조합원, 지자체, 시공사, 시행사, 분양대행사 등 등장인물도 많다.

이 변호사는 “사업지정 이전까지는 행정적인 절차기 때문에 법률적인 이슈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분쟁의 불씨가 시작되는 지점은 사업승인인가가 나고 조합이 설립될 무렵이다. 그때부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 과정마다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서 누가 헤게모니를 잡을 것인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서 상대방을 향한 흑색선전이나 비방,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인한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 밖에도 ▲토지나 건물의 평가와 보상금 ▲사업구역 내 토지나 건물 또는 입주권의 양도 ▲조합원 분담금, 입주정산금 ▲시공사와의 공사대금, 지체상금 ▲입주 후 하자담보책임 ▲조합 임원의 배임·횡령 ▲조합원 간의 명예훼손이나 민·형사상 소송 등 다양한 분쟁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변호사도 재개발·재건축 과정서 발생한 소송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이해 관계↑
분쟁 갈등↑

그는 “시행사와 재개발 조합 간의 소송인데 10여년째 진행 중이다. 시행사가 조합원에게 확정분양가를 약정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해 (조합원의)분담금이 200억원 정도 올랐다. 그런데 시행사가 되레 조합을 상대로 사업시행이익 200억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조합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했는데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1심서 패소해 ‘큰일났다’ 했는데 항소심서 잘 준비해 뒤집을 수 있었고 대법원서 최종적으로 이겼다. 이후 시행사가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소송을 제기해 3년,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해 2년 정도 진행했다. 전부 조합 측이 승소했다. 이제 곧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국가 정책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요동치는 시기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20~30대 청년, 신혼부부 등 서민은 접근하기 힘들어진 구조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남이든 강북이든 아파트 가격이 평당 1억원을 넘는 시세가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좀 더 싼 가격에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요구가 생겼다. 재개발·재건축 예정지에 있는 구축 아파트나 빌라, 미분양 아파트 등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사실 위험이 있는 곳에 수익이 있는 것은 맞다. 또 불편한 곳에 수익이 있다. 하지만 감수하고자 하는 위험이 정말 큰 손해로 돌아올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부동산은 정말 큰돈이 오가는 거의 유일한 물건이다. 우리가 마트에 가서 1억원짜리 물건을 살 일은 없지 않나. 부동산 관련 일을 진행하기 전에 법률서비스를 받거나 부동산 전문가 등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는 게 좋다. 또 너무 무리한 투자는 탈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놓고 사기를 치는’ 경우다. 그는 “부동산 소유자가 아닌데 돈을 받고 매매하는 경우가 있다. 소유자가 아닌데 임대인 행세를 해 매수인에게 돈을 받아내는 식이다. 이런 사례는 임대차계약서, 중개인의 인적사항,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놓쳐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법의 허점
이용 늘어

실제 최근 미분양 물건 관련 소송이 유행을 타는 중이라고 한다. 이 변호사는 “요즘은 수도권서조차 오피스텔,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에 미분양 물건이 많이 축적됐다. 시행사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분양하기 위해 과장광고를 진행하는 등 매수인을 속여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만든다. 매수인은 나중에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약을 해지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생활형 숙박시설이나 라이프 오피스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주택으로 허가를 받으면 용적률도 낮고 주차장 설비도 만들어야 하는 등 수익성이 낮다. 예를 들어 주택으로 허가를 받아 건물을 올리면 150세대밖에 공급을 못 하는데 생활용 숙박시설 혹은 상가로 허가를 내면 200세대를 (공급)할 수 있고 건축비도 적게 든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내부는 주택하고 똑같다. 그냥 원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 보니 ‘원룸이랑 구조는 같다. 그런데 가격은 싸다’고 하니까 혹해서 분양계약을 맺는다. 문제는 그런 곳은 주거가 안 된다. 업무 공간으로 쓰거나, 생활용 숙박시설은 대실을 해야 한다. 전세를 줄 수도 없다. 정식 주거용 오피스텔과 비교해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에 법의 허점을 이용해 사업자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자체는 허가 사항에는 문제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한다. 실제 사리 판단이 잘 안 되는 사람을 속여 여러 건을 분양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 변호사는 “시행사는 분양대행사에 떠넘기고, 분양대행사는 온갖 감언이설과 과대광고로 분양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한 분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변호사는 ‘법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법을 발의하고 급하게 시행하는 부분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기존에 있는 법을 사안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그게 막혔을 때 법안을 발의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집에 대한 욕망 분쟁의 씨앗
“법 고치기보다 적용 중요해”

이 변호사는 “법이라는 것 자체가 좀 보수적이다. 사회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바꾸기보다는 기존의 법체계로 해결이 안 되는 공극이 생겼을 때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개정하는 일이 너무 쉽게 진행되다 보니 오히려 법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법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법을 어겨도 그건 법이 잘못된 거지,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과 서방의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법률을 개정하거나 제정하는 데 훨씬 보수적이다. 그렇다고 이들 나라가 변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 능력이 우리나라보다 떨어질까? 국가나 사회가 어떤 법률을 만들어 내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시행하고 준수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최근 특별법으로 제정되는 많은 법률안도 실제로는 기존 법령을 조금만 개정하면 해결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역으로 말하면 기존의 법을 얼마나 잘 적용하느냐에 따라 피해자를 줄이는 등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변호사는 이 대목서 법무법인의 역량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변호사 초기에 변론을 진행하면서 ‘이길 사건은 이기고, 질 사건은 지는 거네. 변호사는 수임만 잘하면 되는 거네’라며 오만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법리 적용만 잘하면 처음 예상대로 결과가 나온다고 판단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 80~90%가 처음에 의뢰인을 만났을 때 받은 인상대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 비율이 50~60% 정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머지 40~50%를 채우는 것은 변호사와 법무법인의 ‘역량’이라고 역설했다.

이 변호사는 “소송을 어떻게 준비하느냐, 어떻게 대응하느냐,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특히 민사는 상담할 때의 생각하고 최종 결론이 변호사 혹은 법무법인의 능력, 판사 배정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올 수 있다. 넋 놓고 있으면서 판사의 의중을 읽지 못하거나 하면 결과가 매우 나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법무법인은 의뢰인에게 동일한 품질 또는 그 이상 퀄리티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부 신생 법무법인 중에는 덩치는 커지는데 퀄리티는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보인다. 청목은 20년 동안 주력 분야에 집중하면서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청목을 오랜 시간 한자리서 장사하고 있는 ‘노포 맛집’에 비유했다. 의뢰인이 법률서비스가 필요할 때 늘 그 자리에 있는 법무법인이 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동일한 품질
법률서비스

“청목은 구성원 간의 친목, 행복, 화합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동료 변호사를 모실 때도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팀과 조직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분들로 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가 의뢰인에게 전문화된 법률서비스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년을 넘어 100년 이상 유지될 수 있는 법무법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이주헌 변호사는?]

▲중앙고등학교 졸업(1992)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2001)
▲사법시험 44회 합격(2002)
▲사법연수원 34기 수료(2005)
▲법무법인 아람 변호사(2005~2006)
▲광운대학교 국제법무대학 외래교수(2006~2007)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상담위원(2010~2012)
▲법무법인 청목 구성원 변호사(2006~현재)
▲법무법인 청목 대표변호사(2019~현재)
▲서울시 시설공단 자문변호사(2020~현재)
▲외교부 외무공무원 징계위원회 위원(2021~현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위원(2022~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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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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