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은평구 지주택 230억원 먹튀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1.13 16:35:50
  • 호수 1505호
  • 댓글 2개

4년째 제자리 “수백억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지역주택조합은 원수에게나 추천한다’는 우스갯소리가 흔한 말처럼 번졌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구산역에듀시티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230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이 투입됐지만, 수년째 추진위원회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산역 지주택’ 사업에 고용된 용역업자는 “광고비, 용역비로 다 쓰고 실제 토지 매입에 들어간 비용은 1%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곳은 앞서 ‘역촌2주택재건축정비구역’이 토지 등 소유자의 요청으로 정비구역서 해제되자 개발을 찬성하는 토지주들 중심으로 지난 2018년 말 사업 방향을 지주택으로 틀었다. 현장 위치는 서울특별시 은평구 역촌동 2-45번지 일원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하 3층~지상 35층 총 8개동으로 계획돼, 732세대 전용면적 44㎡~74㎡ 중소형 평형대로 구성됐다고 소개했다.

분담금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구산역 지주택 추진위는 지난 2019년 5월12일 모집 신고로 조합원을 확보했다. 이어 같은해 11월12일 건축계획(안)변경을 통해 세대수를 기존 450세대서 478세대로 늘렸다. 이후 지난 2020년 9월28일 약 396명의 조합원들로부터 각각 6000여만원의 분담금을 받아 사업비 총 237억6000만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토지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건설 예정 규모는 430세대로 줄었고,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토지소유권 15%를 확보하지 못해 추진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급기야 지난달 현장에는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리며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정리하고자 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를 본 일부 조합원은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결국 일부 조합원과 업무대행사 간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조합원이 업무대행사와 추진위원장 등을 사기 및 업무상 배임죄로 검찰에 고소하자, 업무대행사인 Y 건설사는 사측과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해당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민·형사 고소를 예고했다.

일부 조합원은 계약을 취소하겠다며 추진위를 고소했다. 고소에 나선 조합원 측 오인철 변호사는 “조합원 분담금 환불 보장 약정 내용이 포함된 ‘안심 보장 확인서’까지 교부한 해당 추진위는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거라고 안심시켰다”며 “고소인은 조합원 분담금 등의 명목으로 각각 6000만원씩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총 사업비 230억원 이상을 확보한 추진위는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토지 확보 동의서만 43.8%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 매입 동의를 받으러 다니는 용역 근로자에게 지급된 비용만 13억원 이상 사용됐고, 나머지 200억원 이상은 Y 건설과 이들이 세운 홍보관 설립 비용 등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추진위의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일부 직원은 월급 1000여만원을 받지 못해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구산역 지주택 추진위원회 측은 “전 추진위원회에서 발생한 일들이며, 현 추진위원회는 조합원들로 구성돼 가입한 조합원들과 현재 매입 및 토지승낙 확보를 진행하고 있다”며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해 규모를 줄인 것이 아니라 현 추진위원회와 현 조합원과 빠르게 아파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규모를 줄인 것이고, 지난해까지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토지 소유권이 문제가 아니라 토지확보 80%를 못한 추진위원회 단계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살 소동이 발생한 사실은 없었고, 현재 업무대행사 및 추진위원장을 검찰에 고소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며 “추진위원장은 무보수로 일하면서 직원은 1명이다. 급여를 받지 못해 소송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용역·광고비에 쏟은 200억원
“애초 개발 어려운 지역에 왜?”


특히, 추진위 측이 조합원에게 공개한 안심 보장 확인서에는 조합원 분담금 전액에 대한 환불 보장 약정이 포함돼있지만, 이는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해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했다. 사실상 추진위서 조합설립인가 단계로 넘어가 총회를 거쳐야 하며, 이마저도 총회서 돌려줄 의사가 없으면 받지 못하는 돈이다.

추진위는 이를 거치지 않아 효력이 없음에도 안심 보장 확인서를 의뢰인에게 교부해 사업이 무산되더라도 분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처럼 기망한 것이다. 그로 인해 가입계약의 중요 부분인 안심 보장 확인서의 효력에 관해 착오에 빠질 수 있게 했다고 변호사는 판단했다.

따라서 조합원은 추진위가 착오를 불러일으켰다는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이에 부당이득 반환으로 추진위는 각 분담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국 지난 2022년 5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고소인 조합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추진위 측이 분담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승소 판결에 따라 조합원은 앞서 1심 패소 판결을 뒤집고, 납입한 조합원 분담금 전액뿐 아니라, 그에 대한 법정이자 및 변호사 비용을 추가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추진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전혀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토지 매입은 개발을 원하는 지역주민들이 도와야 할 문제”라며 “사업비를 정직하게 사용했다”고 일축했다.

반면, 과거 추진위서 근무하다가 인건비를 받지 못해 퇴사한 전 직원은 “애초에 토지 매입을 위해 사용될 돈은 모두 업무 대행비 등으로 지출된 지 오래고, 배임 횡령 소지가 있다”며 “지주택이 성공할 수 없는 사업지다. 그 주변이 다 그렇다”고 토로했다.

용역비
흥청망청

실제로 지난 1월 해당 지역 인근에 위치한 연신내 지주택 조합원 95명(탈퇴자 20여명 포함)은 업무대행사 대표 A씨를 비롯해 총괄이사 B씨, 업무대행사와 ‘조합원 모집 대행’ 용역을 맺은 H사 대표 C씨, 추진위원장 D씨 등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사기 및 업무상 배임죄로 고소했다.

허위로 지주택 조합원을 모집해 15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이들은 현재 서울은평경찰서로 이첩돼 수사받고 있다.

최근 은평서는 은평구서 불광2동주택조합(가칭) 업무를 담당하던 C씨와 관계자 1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행사 사무실과 C씨의 자택, 주택조합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은평서 관계자는 “피의자 일부를 송치했으며 사안을 계속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대행사 측은 지난 2019년 9월 연신내역 인근에 세워질 25층 아파트단지 입주를 원하면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라고 홍보했다. 이 무렵 ‘GTX연신내역 북한산 파크뷰’라는 이름의 모델하우스와 현수막이 등장했다. 연신내역 인근에 세워질 25층 아파트단지 입주를 원한다면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대행사는 이미 조합 설립에 필요한 토지 사용권원을 대부분 확보했으며 2~3년 안에 입주가 가능하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이를 믿은 조합원 673명은 지난 2019년부터 1인당 5500만원서 많게는 1억원 가까운 금액을 계약금 명목으로 납부했다. 그러나 대행사가 얻어낸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27.7%에 불과했고, 아파트단지 건설을 위해 매입한 땅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에 문제가 생길 시, 납부 금액을 전부 돌려주겠다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행사는 사업추진비 명목으로 금액의 대부분을 이미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위 언급한 구산역 지주택과 흡사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진흙탕
은평구

문제는 조합 업무를 담당하던 대행사가 사업 추진 없이 몇 년을 끈 데다 최근 대행사 대표도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 원금조차 회수하기 어렵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현재 조합원들은 정신적 피해까지 호소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대행사의 거짓말을 알게 된 후 현재 신경정신과를 다니면서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악성 지주택 현장을 살피기 위해 정부가 나서기도 했다. 지난 6월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했던 ‘지역주택조합 실태조사’에서 지적사항을 시정하지 않았거나 내부 갈등 등으로 민원이 발생한 조합, 사업 기간 대비 토지 확보율이 떨어지는 조합 중 7개 조합을 선정해 집중 점검했다.

지주택 사업은 무주택자 또는 1주택(전용 85㎡ 이하) 소유주들이 모여 조합을 설립한 뒤 사업시행 주체가 돼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때 시세 대비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주택을 지을 토지를 확보해야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사업 지연, 허위·과장 광고, 과도한 추가분담금, 조합 운영상 횡령·배임, 사기 등의 리스크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계획 승인 조건(토지 95% 이상 소유)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토지 사용 동의율 80% 확보(조합 설립 조건)’로 속여 조합원들의 돈을 편취한 사기범죄 사례도 허다하다. 시장에선 지역주택조합은 ‘원수에게나 추천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여전히 추진 단계···고소 나선 조합원
‘연신내 지주택’ 조합장 구속 재조명

무주택자들이 조합을 꾸려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지주택 사업의 취지와 달리 사업 지연과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서울시가 집중점검에 나섰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조사 대비 조사 기간(5→7일)과 전문 인력을 보강, 사업성 분석과 조합원 분담금 적정성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특히 사업계획승인을 받고 착공하지 않은 조합 3곳(전체 43%)은 토지 매입 가격 상승, 고금리, 공사비 증가, 사업 지연 등에 따른 사업비와 조합원 분담금 상승으로 내부 갈등이 있어 사업성 등도 함께 들여다봤다.

아울러 ▲조합 모집 광고 ▲홍보 ▲용역계약 체결 ▲조합원 자격 ▲조합 규약 ▲업무대행 자격 ▲업무 범위 ▲자금 관리 방법 ▲실적보고서 작성 ▲정보 공개 ▲자금운용 계획·집행 실적 등을 놓고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점검, 조사했다.

지주택 점검 결과 배임이나 횡령 의심 사례가 적발되면 수사 의뢰 등 강력한 조치로 대응하고, 같은 내용으로 2회 이상 적발된 경우, 주택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과태료 즉시 부과 또는 수사 의뢰, 고발 등 엄중한 행정조치에 나선다.

시는 조합원을 비롯해 시민 누구나 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게시하는 한편, 조합별 세부 지적사항은 조합 가입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각 조합이 운영 중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한병용 주택정책실장은 “그동안 지역주택조합은 깜깜이 사업 추진으로 비판받아 왔지만, 앞으로는 건실한 정비사업으로 신뢰받을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며 “투명한 조합 운영과 조합원 피해 예방을 위해 철저한 실태점검과 감독에 계속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4월 지주택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전에 주택법에 따른 정보공개 여부에 대한 점검을 선행한 뒤 구역 지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밝힌 바 있다. 지주택 조합원이 사업 추진 사항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조합이 피해를 입히는 사례를 막기 위한 장치다.

실제 지역주택조합이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및 계획 수립 단계서 마치 사업이 빨리 진행될 것처럼 조합원을 모집해 놓고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거나, 사업 추진 상황과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사업구역 면적 5000㎡ 이상 또는 1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아파트)을 건설하는 경우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돼야 하는데, 현재 서울 시내 지역주택조합을 추진 중인 118곳 중 114곳(97%)이 지정 대상이다. 

단속 나선 시
“깜깜이 주의”

지주택은 일반적으로 조합원 모집 신고→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조합설립인가→사업계획승인→착공→준공→조합 청산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을 위해선 주민 입안 제안→주민 열람·공고→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정보공개 등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구역 지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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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