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조국 재판 비교해보니…

대법원에 달린 정치생명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피고인은 중형을 받았다. 누리고 있던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는 형량이었다. 하지만 판결이 너무 늦었다. 전 대법원장 시절부터 시작된 ‘재판 지연’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연된 정의’도 정의일까?

무소속 윤미향 전 의원은 한때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투쟁의 전면에 섰고 이제는 몇 분 남지 않은 피해 할머니들의 보호자를 자처했다. 지난 21대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전 의원을 비례대표로 영입했다. 비례대표 순번 7번을 받은 윤 전 의원은 무난하게 배지를 달았다. 

누릴 거

윤 전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전부터 후원금 횡령 의혹 등 논란에 휘말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020년 5월 기자회견을 열어 “수요집회서 받은 성금이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며 “윤미향 전 정의연(정의기억연대) 대표가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고 폭로한 게 시작이었다. 

윤 전 의원은 당선인 신분으로 모든 의혹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그해 6월1일 국회의원으로 첫 출근했다. 이후 3개월 뒤인 9월 기소됐다. 그는 2011~2020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돕기 위해 모금한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서울시 보조금을 허위로 수령하거나 관할관청 등록 없이 단체와 개인 계좌로 기부금품을 모집한 혐의를 받았다.

문제는 선고까지 걸린 시간이다. 윤 전 의원의 1심 선고는 지난해 2월에 나왔다. 기소된 지 2년5개월 만이다. 항소심은 1심 판결 후 7개월 만인 지난해 9월, 대법원 확정 판결은 1년2개월이 걸린 끝에 지난 14일에 나왔다. 기소는 4개월 만에 이뤄졌지만 재판에는 무려 50개월이 걸렸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의원에게 적용된 대부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17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만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윤 전 의원은 계좌로 모집한 자금을 별도로 영수증을 제출해 이력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횡령했다”며 “공과 사를 명확히 구별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누구보다 후원금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도 범행을 저질러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2심은 유죄 인정 범위를 넓혀 윤 전 의원에게 더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윤 전 의원의 후원금 횡령 액수를 8000여만원으로 봤고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명목으로 1억3000여만원을 개인 계좌로 모금해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인정됐다. 여성가족부가 지원한 국고보조금을 편취한 혐의도 유죄로 봤다.

2심 재판부는 “윤 전 의원은 누구보다 기부금을 철저히 관리하고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기대를 저버리고 횡령 범죄를 저질렀다”며 “시민과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큰 피해를 줬고 금액에 대한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 14일 대법원은 2심 판결에 오류가 없다고 판단해 윤 전 의원에게 확정 판결을 내렸다. 원심 판단서 사기죄, 보조금법 위반죄, 업무상 횡령죄, 기부금품법 위반죄 등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로써 2020년 시작된 윤 전 의원의 재판은 4년 만에 ‘유죄 확정’이라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문제는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4년 넘게 걸리면서 윤 전 의원이 국회의원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쳤다는 점이다. 현역 국회의원은 임기 중 금고 이상의 형의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대법원이 윤 전 의원의 징역형을 확정하면서 ‘당선무효형’을 선고했지만 이미 윤 전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4년을 무사히 보냈다.

임기 끝난 뒤 당선무효형
1심·항소심서 징역 2년 

이번 판결이 ‘지연된 정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판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부터라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재판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법원마다 소속 판사들이 투표를 통해 법원장 후보를 복수로 선출하면 대법원장이 한 명을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이다. 

법원장이 되기 위해서는 법관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인기투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선배 판사가 후배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업무지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도입 취지와는 별개로 부작용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초부터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내년부터 전국 법원의 판사와 일반직 공무원 등 사법부 구성원으로부터 법원장 후보를 추천받아 법관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각급 법원에 적임자를 임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추천 형식은 남았지만 투표가 사라져 대법원장이 각급 법원의 법원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정치인 재판서 지연 상황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만큼 법원장 후보 추천제 폐지가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대법원 선고를 앞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대법원 판결이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업무방해, 허위·위조 공문서 작성·행사, 사문서 위조·행사 등)와 딸 조민씨 장학금 부정수수(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 취임 때 공직자윤리법상 백지신탁 의무를 어기고 재산을 허위 신고한 혐의, 프라이빗뱅커(PB)에게 자택 PC의 하드디스크 등을 숨길 것을 지시한 혐의(증거은닉교사) 등도 있다.

여기에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관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도 받는다. 

1심 선고는 지난해 2월에 나왔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일부와 특감반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과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법정 구속은 되지 않았다. 올해 2월 열린 항소심서도 형량은 유지됐다.

당시 재판부는 “조국은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범죄사실을 인정한다는 전제 없이 하는 유감 표명이 양형기준상의 ‘진지한 반성’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고수했다. 항소심서도 법정 구속은 면했다.

문제는 대법원 선고다. 조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9개월 만에 다음달 12일로 선고기일이 정해졌다. 그 사이 조 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창당했고 지난 4월 총선서 비례대표로 출마해 배지를 달았다. 최근에는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초안을 공개하는 등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 누리고

항소심까지 같은 형량이 유지된 상황서 대법원서 원심이 확정되면 조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거취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조 대표의 정치생명은 대법원 선고에 달린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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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