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빨린’ 셀피글로벌 대해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1.21 15:21:44
  • 호수 1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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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 일당도 등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코스닥 상장사 셀피글로벌과 대규모 펀드 사기 ‘라임 사태’의 연결고리가 포착됐다. 거래정지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장영준 셀피글로벌 총괄감사위원장은 앞서 라임펀드 자금 19억60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셀피글로벌의 거래정지 사태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른바 ‘기업사냥꾼’들이 최근 별건의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조윤철 부장검사)는 지난달 23일, 안모 씨 등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안씨는 2년 연속 감사 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셀피글로벌의 소액 주주들로부터 횡령·배임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사기 의혹
상폐 위기

지난 2022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단체인 ‘기본경제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장영준은 작전세력 개입 의혹에 휩싸인 코스닥 기업 사태에 등장한 바 있다. 장씨는 안씨와 손잡고 코스닥 상장사 디딤이앤에프와 셀피글로벌, 메탈바인 등 3개 회사의 총괄 감사위원장 직위가 각인된 위조 명함을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두 사람이 개입했던 디딤이앤에프와 셀피글로벌은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특히 스마트카드 제조업체로 주식시장서 주목받았던 셀피글로벌의 경우, 지난해 3월 주식거래가 정지된 이후 2년 연속 감사 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조합을 결성해 경영 정상화에 나선 상태다. 소액주주들이 연대한 ‘셀피글로벌주주1호조합’은 지난 5월 9일 셀피글로벌 최대주주(11.29%) 자리에 올랐지만, 현 경영진으로부터 경영권을 가져오지는 못한 상황이다. 


윤정엽 셀피글로벌주주조합 대표는 “무자본 M&A를 통해 회사를 장악한 안씨 일당의 배임·횡령 등의 행위로 셀피글로벌이 거래정지됐다”며 “안씨 일당은 이미 멜파스, 유테크 등 많은 기업을 상장폐지 위기로 몰았던 전력이 있고, 이제는 셀피글로벌을 고의로 상폐시키려고 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셀피글로벌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을 안씨가 앉힌 안씨의 측근들이라고 봤다. 지난 201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셀피글로벌은 2022년 창업주가 떠난 이후 급격한 이슈가 불거졌다. 같은 해 7월 29일 창업주로부터 셀피글로벌 경영권을 인수한 프랜차이즈 업체 오름에프앤비는 2022년 8월12일 인수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A 대부업체로부터 셀피글로벌 주식을 담보로 120억원을 차입한다.

특약으로 셀피글로벌 주가가 하락하면 반대매매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같은 해 8월16일에는 임시주총을 열어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교체하고, 사업목적에 전자화폐 제조·발급업, 가상세계 및 가상현실 서비스업, 이차전지 소재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추가한다.

라임 사태 연결고리 재조명
이슬라카지노 소유주 장영준

이 시기 셀피글로벌은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신사업에 진출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주가가 급등한다. 언론보도에는 ‘셀피글로벌이 기존 사업(카드제조 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적자 기조를 탈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소개됐다.

3000원대에 머무르던 주가는 2022년 8월 22일 종가 기준 5080원까지 급등했다. 주가가 오르자 오름에프앤비는 인수 한 달 만인 2022년 9월 7일 다시 셀피글로벌을 화장품 무역업체 로켓인터내셔널에 넘겼다. 이때에도 언론보도에는 ‘사업적 시너지 확대를 위해 최대주주를 변경한다’고 소개됐다.

그러나 셀피글로벌 주가가 하락하면서 2000원대가 된 2022년 9월19일 반대매매가 이뤄졌다. 로켓인터내셔널이 오름에프앤비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서 담보계약도 그대로 승계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로켓인터내셔널 지분은 15.72%서 3.48%로 줄었고, 2023년 3월 또다시 한 차례 더 반대매매가 이뤄지면서 0%가 됐다. 로켓인터내셔널이 2022년 12월 셀피글로벌 주식을 담보로 B 대부업체로부터 13억원을 빌리면서 반대매매 특약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후 로켓인터내셔널은 종적을 감췄다. 결국 최대주주가 없는 무주공산 신세가 된 셀피글로벌은 지난해 3월21일 778원을 끝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M&A 업계 등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 2022년 초 셀피글로벌(당시 아이씨케이)을 무자본 인수하기로 마음먹고 평소 알고 지내던 박씨와 자금조달 계획을 세웠다. 안씨 측은 모 증권사의 자금을 끌어올 계획이었으나 실패했고, 박씨가 새로운 자금조달원으로 부동산 시행업 등을 하던 임모씨를 안씨에게 소개했다.

이에 임씨는 자신이 실소유하던 회사인 로켓인터내셔널을 통해 새날씨앤피와 씨지주택으로부터 각각 53억원과 70억원 등 총 123억원의 자금을 빌려왔다. 

새날씨앤피는 ‘철거왕’으로 유명한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다. 씨지주택(구 이와소종합건설)은 이 회장의 부인 김모씨가 실소유하고 있는 두양종합건설의 자회사다. 철거왕의 자금이 무자본 M&A에 투입된 것이다.

익숙한 
얼굴들

안씨는 2022년 셀피글로벌 창업자로부터 경영권을 무자본 인수한 뒤 한 달 만에 로켓인터내셔널에 넘긴 오름에프앤비 등기부에 자신의 지인 박씨의 이름을 올렸다. 앞서 임씨가 빌려온 자금은 케이엔제이인베스트라는 대부업체에 투자됐고 케이엔제이인베스트는 이 자금을 다시 주식담보대출로 오름에프앤비에 대여했다.

오름에프앤비는 2022년 8월 이 회장으로부터 빌려온 돈과 모회사 오름에스엠씨로부터 투자받은 자금을 합쳐 총 191억원으로 셀피글로벌을 인수했다.

무자본 M&A 세력에 인수된 셀피글로벌은 ‘탭투페이(Tap to pay)’와 리튬 등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등 현실성 없는 허위공시를 남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주가 부양에는 실패했다. 이에 2022년 9월 케이엔제이인베스트가 담보로 잡고 있던 셀피글로벌의 주식은 반대매매가 이뤄졌고 주가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셀피글로벌의 자회사인 플러스메터리얼즈서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셀피글로벌은 지난해 3월 결국 거래정지됐다. 이 회장 측은 셀피글로벌 인수 세력들에게 거액의 인수자금을 대줬지만 기대한 수익은커녕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와 다원그룹의 관계성은 인수 이후에도 포착된다. 임씨가 셀피글로벌의 자회사 플러스메터리얼즈를 통해 또 다른 다원그룹 관계사와 자금거래를 하려다 이사진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임씨는 셀피글로벌 인수 직후인 지난 2022년 8월 말 마론과 디와이디평택 등 다원그룹 계열사와 수십억원대 자금거래 계약을 맺었다가 이사진들의 반대로 계약을 철회하고 자금을 회수했다. 이들은 셀피글로벌을 인수한 뒤 안씨가 1명, 박씨와 임씨가 각각 2명씩을 이사진으로 선임했는데 안씨와 박씨 측 이사가 임씨의 이 같은 거래를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론과 디와이디평택은 두양종합건설의 자회사다. 두양종합건설은 마론·디와이디평택과 함께 로켓인터내셔널에 셀피글로벌 인수자금을 대여한 씨지주택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셀피글로벌 내부 관계자는 “임씨가 플러스메터리얼즈를 통해 총 68억원의 돈을 마론과 디와이디평택 등에 넘겼다”며 “이를 알게 된 이사진들이 제동을 건 것”이라고 전했다.


배후 지목
인물 보니···

또 “이후 내용증명을 보내고 돈을 회수하라고 해서 돌려받았다”며 “임씨가 이 회장에게 빌린 123억원 중 일부를 갚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 2019년 8월 창업투자사를 운영하는 박씨와 공모해 피해자 A씨에게 ‘박씨가 운영하는 면세점 송객수수료 사업체 M사의 전환우선주 2만주를 5억원에 매수하면 4개월 안에 코스닥 상장사의 전환사채 15억원으로 매각해 주겠다.

만약 그렇게 해주지 못하면 박씨가 실소유한 창투사에서 5억원에 주식을 매수해 준다고 한다”고 속여 투자를 권유, A씨와 그의 형 B씨로부터 총 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또 박씨의 창투사 역시 경영건전성 요건 미달로 인해 시정명령을 받을 정도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M사 주식을 5억원에 매수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의 사기 혐의 첫 재판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서 열렸다. 안씨와 함께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씨는 지난 14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박씨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박씨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가 지인 안씨가 경영권을 확보한 유테크와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피해자를 속여 투자하도록 했다. 판결문에는 ‘2020년 6월 최종적으로 유테크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안씨의 진술도 명시됐다.


셀피글로벌 사태로 인해 안씨 일당에 등장하는 장씨의 정체가 급부상했다. 그는 라임펀드 사태에 연루돼 해외 도피 중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으로부터 라임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인물이다. 특히, 김영홍이 도주 중인 지난 2019년 11월과 2020년 1~2월에 라임 자금으로 인수한 필리핀 이슬라리조트를 장씨가 매각하러 발품을 팔았다는 증언도 쏟아졌다.

무자본 M&A 걸작 완성의 이면
속속 나타나는 ‘그놈이 그놈’

김영홍이 295억원을 주고 이슬라리조트를 매입했음에도 실소유주는 장영준, 전호철, 김판형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슬라리조트 총괄대표 김판형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선수 김민별의 부친이기도 하다. 지난해 춘천지방검찰청은 도박 공간 개설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김씨는 아바타카지노송출 등 불법적 카지노 운영 행위로 지난해 강원경찰청서 춘천지검에 기소 송치됐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김씨는 항소했으나, 지난 10월17일 춘천지방법원은 김씨에게 원심대로 징역 2년을, 간부 손 모 씨와 이 모 씨 역시 각각 원심대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검찰은 장씨가 민주당과 가깝다는 점에서 라임 자금이 정치권에 흘러갔을 가능성도 확인하는 중이다. 민노총 출신 사업가로 알려진 장씨는 지난 3월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칭해 피해자를 속이고 자금을 편취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21년 사모펀드(PEF) JC파트너스의 회장 직함으로도 활동했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기업사냥꾼 일당으로 의심받고 있다.

장씨는 최근 안씨와의 관계로 인해 주목받았다. 안씨는 메탈바인의 실사주로 언급되는데, 장씨는 메탈바인의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셀피글로벌에는 장씨의 측근이자 A 장학재단 이사인 이모씨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셀피글로벌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장씨와 안씨의 연관성은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와 전 경영진 간의 경영권 다툼 과정서도 제기됐다. 디딤이앤에프는 지난해 3월부터 주요주주가 된 슈퍼개미(거액의 돈을 굴리는 개인투자자) 김상훈의 독특한 공시로 개인투자자들 사이서 화제가 된 코스닥 상장사다.

공시에 자신의 직업을 ‘모험가’라고 소개한 김씨는 물타기(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평균 매수단가가 현재의 주가보다 높을 때 손실을 줄일 목적으로 일정 기간을 두고 계속 매수하는 것)하다 우여곡절 끝에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올해 초까지 이전 경영진과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가 지난 5월 경영권 분쟁 종결에 합의했다.

한편, 디딤이앤에프 전 경영진 측은 김씨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지난 1월 ‘주주님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김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기업사냥꾼 안씨 일당이 회사를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장 사칭? 
정치권 연루설

최대주주로 오른 김씨보다는 안씨 등에 대한 폭로가 강조됐다. 사측은 회사를 괴롭히는 이들로 ‘멜파스, 유테크, 셀피글로벌 등 3개 회사를 상장폐지시킨 기업사냥꾼 안씨 일당’을 언급했다. 사측은 “‘안씨 일당’이 메탈바인 감사로 재직 중인 장씨에게 디딤이앤에프와 메탈바인, 셀피글로벌 등 3개 회사의 총괄 감사위원장 직위가 각인된 위조 명함을 제작해줘 메탈바인과 디딤이앤에프가 한 회사인 것처럼 보이게 한 후 이를 활용해 투자자들을 기망하는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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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