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유죄 지금은 무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1.11 10:35:47
  • 호수 1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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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갈릴’ 윤석열 운명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공천 관련 녹취가 공개된 이후 여야는 법리 논쟁을 뜨겁게 이어가고 있다. 까다로운 법리가 날카롭게 오가는 가운데 사법부의 판단을 마음대로 단장취의 하는 정치권의 나쁜 버릇이 또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 개입 의혹 물증”이라면서 윤 대통령이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9일 명태균씨와 통화한 음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고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취임 하루 전…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재보선서 경남 창원 의창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공천이 확정된 날은 윤 대통령의 취임일인 5월10일이었다.

민주당은 녹취를 근거로 “윤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이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윤(친 윤석열)계 유상범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은 “녹취록 속 윤 대통령의 발언은 공직선거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핵심 근거는 “통화한 날은 취임 전날이므로, 윤 대통령은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과 제85조 제1항은 공무원이 선거 결과 혹은 선거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제86조에는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있다.


법문은 ‘공무원’이라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대통령 당선인도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서 말하는 공무원이냐”는 논점을 놓고 각자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당선인은 공무원이 아니다”라고 강조하지만, 민주당은 “당선인은 사실상의 공무원이므로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

뚜렷하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이유는 김 전 의원의 공천이 확정된 날이 윤 대통령의 취임일이라는 사실관계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일에도 공천에 개입했다고 볼 수 있는 사실관계가 밝혀진다거나, 공천 과정에 대한 해석 여하에 따라 결론이 바뀔 수 있다.

민주당, 윤-명 통화 녹취 공개
이어지는 선거법·통비법 논쟁

형법 제25조는 “범죄 실행에 착수해서 행위를 종료하지 못했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으면 미수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임기제 공무원 신분을 확정지은 날 실행 행위의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녹취서 “당에 이야기했는데 말이 많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에 이야기한 행위’를 법률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취임 전날과 취임일이라는 그 하루 차이를 법률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여야는 치열한 논쟁을 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민주당의 음성 녹취 공개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5일 “해당 녹취는 김 전 의원의 운전기사가 통화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 저촉된다”며 “형사소송법 등에서 규정한 경우 외에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는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조국혁신당 김형연 법률특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녹음은 명씨 스스로 녹음한 윤 대통령과의 통화를 제3자에게 재생하자 다시 녹음한 것”이라며 “그 녹음을 또 다른 사람이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논쟁은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각종 재판서의 증거능력과 관련돼있다. 이미 녹음된 것을 재생할 때 이를 다시 녹음하는 것도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서 녹음을 금지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민주당은 지난 4일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제1차 회의서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구속 기소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판결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중 일부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회장 임명 및 연임을 해줬다는 혐의 ▲한나라당 김소남 전 의원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총선 비례대표 7번을 공천해 준 혐의였고, 상당 부분 유죄로 인정됐다.

이 사안들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취임 전 진행된 뇌물 혐의였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재판부는 경선 통과 이후 뇌물에 사전수뢰죄를 인정하는 결과를 내놨다”며 “대통령 취임 전후가 아닌 경선 통과 전후에는 공무원으로서의 성격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MB 판례 내세워 공세
“둘은 당선 과정 달라”

하지만 민주당은 중대한 판단 한 가지를 말하지 않았다. 제1심이 판단한 ‘공무원이 될 자’를 적용할 수 있는 시점은 2007년 7월이었다. 그 이후의 뇌물수수 혐의는 이 전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는 등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시점서 진행된 거래였기 때문에 유죄로 인정됐다.

항소심과 대법원은 ‘공무원이 될 자’라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시점만 8월20일 한나라당 경선 승리 이후로 늦췄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가장 큰 경쟁자는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아니라 당내 경선 맞상대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었다. 이어 사전 수뢰액 중 4억원을 추가해 무죄로 판단했을 뿐, 큰 틀의 결론을 유지했다. 

윤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서 치열한 대결을 했기 때문에 누가 당선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상대로 24만7000여표(약 0.73%) 차이로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뒀다. 이 전 대통령 관련 판결을 윤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는 양측에 “여기는 형사법정이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양측은 탄핵 사유를 놓고 마치 형사재판 변론을 하듯이 유·무죄 논쟁을 펼쳤다. 탄핵심판은 탄핵 사유가 헌법·법률 위반 행위인지 판단한 후 파면해야 할 만큼 중대한지 다시 판단하는 이중재판 구조로 진행된다.

설령 헌법·법률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파면해야 할 만큼 중대하지 않으면 기각한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서 벗어났던 근거였다.

헌재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국정 개입 허용은 위임받은 권한의 사적 남용이고,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은 기업의 사적 자치 영역에 간섭한 재산권 및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는 1차 판단에 이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는 2차 판단까지 마친 후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파면 기준

헌재는 대통령을 파면하는 기준으로 ▲국민의 신임 배반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라는 까다로운 기준을 세웠다. 정치권은 헌재의 탄핵 인용 기준과 당시 탄핵심판의 흐름을 성찰하지 못했는지, 8년 전처럼 유·무죄 논박 위주의 탄핵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마음대로 법률과 판례를 단장취의 하는 버릇도 여전하다. 탄핵하고 싶거나, 혹은 막고 싶다면, 헌재의 메시지를 다시 성찰해 진지하게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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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남은 윤 레이스, 보이지 않는 돌파구

절반 남은 윤 레이스, 보이지 않는 돌파구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임기 반환점서 야심 차게 던진 승부수가 혹평으로 막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전례 없는 솔직함을 보여줬지만 국민이 원했던 방향과는 달랐던 모양새다. 남은 임기는 2년 반. 출구도 퇴로도 꽉 막힌 길목서 바라본 결승선은 아득하기만 하다. 지난 몇 주 동안 용산은 그야말로 지뢰밭을 걸었다. 날마다 새로운 의혹이 추가되는 ‘명태균 게이트’에 지지율은 20%대 안팎을 맴돌았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맞아 탄핵소추안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계속되는 당정 갈등과 영부인 리스크는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조차 흔들었다. 윤 대통령이 대대적인 쇄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정 동력 상실은 물론 보수 궤멸, 더 나아가 2016년 탄핵 정국이 되풀이될 것이란 위기감마저 맴돌았다. 이번엔 다를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용산의 아픈 부분을 직격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속 보이는 음모와 선동을 막기 위해선 변화와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치 브로커와 소통한 녹음이 공개된 건 국민들께 죄송스러운 일이고 국민 실망은 정부·여당의 큰 위기”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은 정치 브로커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당 차원서 당당하고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국민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힌 뒤 사과를 비롯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을 공개한 지 나흘이 지난 시점이다. 그동안 한 대표는 녹취록에 대한 질문에는 에둘러 대답을 피했다. 대신 국민의힘 중진 의원과 만나 여러 차례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중진을 설득해 용산에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녹취록에 대한 입장 발표를 무한정 미룰 수 없으니 용산과 물밑으로 소통하며 발언의 수위를 조절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날 한 대표는 전면 개각도 요구했다. 그는 “적어도 이번 사안의 경우 국민들께 법리를 먼저 앞세울 때가 아니다. 국민들께서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쇄신과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개각을 단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과 함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즉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 상황서 머뭇거리면 공멸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보도가 난 건 이날 늦은 저녁이었다. 현재 상황이 임기 반환점을 돌아 연말까지 이어지면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예정보다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의견을 일부 수렴했다고 봤지만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서 “대대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당 차원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윤 대통령을 움직인 배경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허리 숙였지만…‘김건희 대변인’ 비판만 국회 특검은 삼권분립 위반? 자기모순 논란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임기 절반을 사흘 앞둔 7일, 회견을 통해 김 여사 문제와 명태균씨 관련 논란 등 민감한 사안을 정면 돌파할 것이란 이야기가 들려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8월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이는 약 20분 이상 국정 성과 위주의 담화를 발표한 뒤 정치·외교·사회·경제 등 분야를 나눠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견에는 시간이나 질문 분야, 개수 등에 제한 없이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답하는 그야말로 ‘끝장 회견’을 통해 고꾸라지는 지지율을 반등할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여사에 대한 솔직한 입장이 나올지, 그에 따른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회견을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한 오해를 풀고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면 집 나간 TK 민심은 물론 국정운영까지 정상궤도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견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이 강조된 메시지를 기대했다. 이번 회견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과 당정 관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5월, 8월 대국민 담화처럼 ‘안 하느니만 못한 기자회견’이 된다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6년 대국민 담화가 또다시 소환됐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지던 때 당시 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기자회견서 민심을 되돌리는 데 실패한 날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분 남짓한 시간에 준비한 사과문만 낭독한 뒤 퇴장했으며, 취재진 질문도 받지 않았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았다”면서도 추가 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까지 추락했다. 민심을 확인한 청와대에서는 부랴부랴 특검 수사를 비롯한 개헌을 제시했지만 이미 탄핵의 강을 건넌 뒤였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 마련된 단상에 섰다. 윤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에 앞서 “지난 2년 반 정말 쉬지 않고 달려왔다. 국민 여러분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많겠지만 제 진심은 늘 국민 곁에 있었다”며 “그런데 제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파격적? 뭐 하러… 이어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했고,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며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자리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 변화’를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남은 2년 반은 민생의 변화를 최우선에 둘 것”이라며 “그동안은 잘못된 경제기조, 국정기조를 정상화시키는 데 주력했다면 남은 2년 반은 국민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에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 밝혔다. 해결이 시급한 의료개혁 역시 “국민께서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차분하고 꼼꼼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대국민 담화를 마친 윤 대통령은 곧바로 취재진들의 질의를 받았다. 먼저 ‘대선 이후에도 명씨와 소통을 이어갔는지’를 묻는 말에 윤 대통령은 “명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감출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선 이후)축하 전화를 받고, 어쨌든 명씨도 선거 초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움직였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얘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비서실에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대변인 입장에서는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고 얘기하기는, 그러니까 ‘사실상 연락을 안 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자기(명씨)가 나한테 문자를 보냈을 수가 있다. 그런데 답을 안 하면 소통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거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자신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부탁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 다음으로 김 여사에 대한 질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 여사가 명씨와 주고받은 연락’에 대한 질문에는 “일상적인 것(연락)들이 많았고 (연락은)몇 차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가 아내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는 없는 거라 제가 물어봤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취임하면 그 전하고는 소통 방식이 좀 달라야 한다’고 이야기하니까 본인(김 여사)도 ’한 몇 차례 정도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는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실 생각이 있나’라는 물음에는 “(김 여사)본인도 어찌 됐든 자신을 의도적으로 악마화하거나 가짜 뉴스로 침소봉대해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그런 억울함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어쨌든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국민들이) 속상해하시는 것에 대한 그런 미안한 마음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어, 저에게도 ‘괜히 임기 반환점에 그동안의 국정 성과 이런 얘기만 하지 말고 사과를 좀 하라’(말했다)”고 설명했다. 임기 반환점 찜찜한 뒷끝 이날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는 선을 그었으며 특검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기본적으로 특검을 국회가 결정해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내각 및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서 제가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이어 “늘 기조를 갖고 일관되게 가야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일하는 방식이나 국민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적재적소의 적임자를 찾아서 일을 맡기는 문제는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매듭 지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상황서 이번 담화가 어떻게 작용할지 이목이 쏠렸다. 여권에서는 “솔직한 답변이었다” “겸허히 사과했다” 등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야당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끝내 국민을 저버리고 김 여사를 선택했다”고 직격했다. 조 대변인은 “140분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은 알맹이 없는 사과, 구질구질한 변명, 구제불능의 오만과 독선으로 넘쳐났다”며 “김 여사 문제 해결은 전면 거부했으며 김 여사를 지키려 특검 제도마저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브리핑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선 “이번 회견은 마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때 박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서 ‘최순실은 어려웠을 때 나를 도왔던 사람’이라고 말한 것과 데자뷰가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내용을 자세히 못 봐서 입장을 말씀드리기 이르다”면서도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국민께서 그렇게 흔쾌히 동의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힘만 빠지는 여 기회 노리는 야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도 “이번 기자회견으로 사실상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은 끝이 났다. 국민께서 준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황 원내대표는 “마지막 기회는 지나갔다. 이제 민심의 태풍을 그대로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 탄핵만이 해답”이라고 소리 높였다. 개혁신당은 “변화 없는 돌림노래”, 새로운미래는 “부부의 절절한 사랑을 과시하기에 바빴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은 방어에 나섰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모든 것이 본인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겸허히 사과하셨다”며 “앞으로 국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 쇄신 의지와 당정 소통 강화에 대한 의지도 뚜렷이 밝히셨고 인적 쇄신도 적절한 시점에 하시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셨다”고 설명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 이상 지지율이 하락하는 걸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기자회견 중간중간마다 탄식이 나오는 부분이 있었다”며 “그나마 남아 있는 집토끼는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마음이 뜰락 말락 하는 지지자는 또 다른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여당은)오는 15일, 25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결과로 승부를 보려 하는데 반사이익으로 얻은 지지율은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이번 기자회견이 앞으로의 분수령이라고들 해석하셨다. 변화와 쇄신이 키워드였는데 결국 국민께서, 특히 이탈한 보수층이 이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평가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남은 2년 반 동안 국정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등을 돌린 TK 지지층을 다시 끌어들이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악재가 켜켜이 쌓이고 있지만 용산이 즉각 대응하지 않거나 거짓 해명으로 스텝을 꼬아 보수 지지층의 적잖은 실망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반응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여론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져야 지지율이 올라가고, 지지율이 올라야 개혁을 할 수 있다”며 “지금은 거꾸로 가는 상황이다. 개혁의 가장 중요한 동력은 여론의 지지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직도 멀었다 신평 변호사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번 회견서 윤 대통령은 평소 인품대로 아주 솔직 담백한 말을 했다”며 “고강도의 대책이 나오기를 바라는 분도 분명히 계셨을 테지만 윤 대통령이 김 여사에 대한 여러 가지 일화를 꺼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정 쇄신과 앞으로의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과 의견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며 “국정운영이 답답한 때도 있다. 조금 더 긴밀히, 그리고 국민의 심기를 살피면서 해나가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과 되도록 많은 소통을 하고 또 나아가서는 협치까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