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독 개십니까?> 서대문구 댕댕이 순찰단 출범 현장

동네 지킴이로 나선 20마리 견공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독독 개십니까?’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개나 고양이 등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이 종이 다른 개체에 ‘반려’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공존’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현재, 인간과 동물은 서로의 반려가 될 수 있을까?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님과 반려견 라온. 귀하를 반려동물과 함께 안전하고 건강한 지역사회 조성에 기여할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단원으로 위촉합니다.” 주황색 조끼를 입은 반려인과 골든리트리버 종의 반려견은 사회자가 대독한 위촉장을 받았다. 인간과 동물이 ‘한 팀’으로 인정받은 순간이다. 

열띤 경쟁
뜨거운 호응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카페폭포 야외 테라스서 ‘제1기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발대식이 열렸다. 카페폭포는 서대문구 관광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발대식 시작 전부터 관광객과 참석자들이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발대식의 주인공은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20명의 반려인과 20두의 반려견이었다. 

위촉장을 받은 댕댕이 순찰단은 기념사진을 찍는 현장서도 늠름한 자태를 뽐냈다. 높은 점수로 심사를 통과한 사실을 증명하듯 누구 하나 대열을 이탈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취했다. 반려인의 ‘이리 와’ ‘기다려’ 등의 말에 맞춰 반려견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발대식에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을 비롯해 김영호 서대문을 국회의원, 김명식 서대문소방서장, 오호관 서대문 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 등이 참석해 순찰단 출범을 축하했다. 또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사업을 주관한 사단법인 퍼피쉴드 관계자와 서대문구 주민 등도 순찰단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순찰단은 발대식 이후 모의 활동을 통해 순찰을 체험했다. 또 순찰단의 역할을 숙지하고 단원 간 팀워크도 다졌다. 퍼피쉴드 관계자에 따르면, 순찰단은 발대식 다음 날인 3일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대문구는 반려견 산책과 방범 활동을 접목한 댕댕이 순찰단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주민 친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순찰단은 ▲주민 안심 귀가 지원 ▲경로당 방문 산책 봉사 ▲환경 및 안전 위해 요소 발견 신고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반려견 체험 교육 등 다양한 활동에 투입된다. 

심사 거쳐 선발된 20마리 반려견
지난 2일 야외에서 발대식 진행

이성헌 구청장은 발대식 기념사를 통해 “서대문구 주민 가운데 3만세대가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인구수로 따지면 6만여명에 이른다.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분들, 반려동물과 거리가 있는 분들 모두 같은 서대문구 주민으로서 화합해야 하는 시대에 와있다”며 “댕댕이 순찰단 활동이 주민 체감 안전도 향상과 성숙한 반려동물 양육 문화 확산,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상호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댕댕이 순찰단으로 선발된 반려인과 반려견은 지난달 19일과 26일 서대문구 반려동물 문화센터인 ‘내품애(愛)센터’서 심사를 받았다. 윤덕은 고양시 힐링독 반려견센터 대표훈련사와 강나래 고양시 멍핏스튜디오 대표훈련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반려견의 대인 반응, 타견 반응, 호출 반응, 외부 산책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겼다. 

<일요시사> 취재진은 지난달 19일 내품애센터서 진행된 댕댕이 순찰단 선발식을 찾았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이날 선발식에는 총 12팀이 참가했다. 대기실서 만난 반려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눴고 반려견은 코인사를 했다. ‘펫티켓(애완동물이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장착한 반려견은 반려인 곁에 앉아있거나 조심스럽게 다른 개를 살피는 등 대부분 점잖은 태도를 유지했다. 

선발식에 참가한 반려인들은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댕댕이 순찰단 포스터를 보고 “한번 해보고 싶어서” 참가했다는 한 반려인은 인터뷰 내내 반려견 해피를 연신 쓰다듬었다. 반려견 자랑을 요청하는 취재진에 “맹충맹충한 게 매력”이라면서 ‘코 쏙(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면 반려견이 그 안에 코를 쏙 밀어 넣는 행위)’이라는 개인기를 선보였다. 


서대문구서 발송한 문자메시지로 댕댕이 순찰단에 대해 알았다는 한 반려인은 반려견 라온을 소개하면서 “애교가 많다”고 말했다. 골든리트리버 종의 라온은 반려인의 손짓에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가 ‘앉아’ 한마디에 몸을 낮췄다.

치열한
선발식

이 반려인은 “(라온이와 함께)하루에 네 번 산책하러 간다. 동네의 모든 사건, 사고를 포착해 다른 주민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발식은 내품애센터 옥상서 진행됐다. 심사는 대기 중 심사(40점)와 실기심사(60점) 등 총 100점 만점으로 구성됐다. 6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순찰단원으로 뽑힐 수 있다. ‘대기 중 심사’ 항목은 ‘멀리서 다른 개를 봤을 때 반려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가’를 살피는 ‘대기 중 반응-대견(20점)’, ‘낯선 사람이 다가올 때 반려인 옆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대기 중 반응-대인(20점)’ 항목으로 구성됐다.

반려견이 반려인에게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 반려견에 대한 반려인의 통제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내용이다.

‘기다려’ ‘이리 와’ 등 반려인의 명령어에 반려견이 반응하는 정도도 평가했다.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려인의 ‘콜’에 반려견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피는 항목이다. 줄을 느슨하게 당기지 않고 걷는 ‘리드 워킹’이 가능한지도 확인했다. 

반려인과 반려견이 순찰대 활동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항목도 있었다. 앞서 심사한 항목이 반려견을 평가하는 내용이었다면 이 항목은 반려인의 수행 능력을 확인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할 때 주변을 잘 살피는지, 엘리베이터 등 공용공간에서 반려견에 대한 안전조치 방법(안고 타거나 목줄, 가슴줄 잡기)을 숙지하고 있는지, 반려견과 외출할 때 지켜야 할 동물보호법을 최소 2가지 이상 알고 있는지, 지속해서 순찰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했다.

퍼피쉴드 관계자는 “댕댕이 순찰단 선발식은 반려인의 반려견 통제 능력부터 행인에 대한 반응, 실제 순찰 시 행동 등을 살피는 데 주안점을 뒀다. 총 21팀이 심사를 통과했고 합격률은 60% 정도로 나타났다. 서대문구 반려인과 반려견의 높은 수준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강용 퍼피쉴드 사무국장은 “퍼피쉴드는 반려인과 반려견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교육이 제일 먼저다. 특히 동물은 배변, 짖음 등 기초 예절, 다른 반려견과 어울리는 사회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려견 교육은 반려인이 어떻게 교육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반려인에 대한 교육을 선행하고 반려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 예방
주민 건강

서대문구서 댕댕이 순찰단이 출범할 수 있던 배경에는 이성헌 구청장이 있다. 서대문구 주민 가운데 댕댕이 순찰단 출범을 가장 기뻐한 사람이 이 구청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일 오후 서대문구청 구청장실에서 진행된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발대식에 참석한 반려견들이 너무 귀여웠다”고 연신 이야기했다. 


이 구청장은 진돗개 5마리와 치와와 1마리 등 총 6마리의 개를 기르는 ‘찐’ 반려인이다. 진돗개 4마리는 엄마와 아들, 손자와 증손자 등 한 가계의 형태로 구성됐다. 다른 진돗개 1마리는 제주도서 입양한 ‘몽실이’다. 이 구청장이 서귀포서 진돗개를 분양한다는 광고를 본 게 만남의 계기가 됐다. 

“예전에 진도서 대전으로 팔려 간 개가 다시 돌아온 일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진돗개의 일화인데, 제주도서 본 분양 광고의 강아지가 그 개의 3세라고 하더라고요. 그 집을 찾아갔는데 이미 100명 이상의 분양 면접을 봤다고 했습니다. 주인 내외께서 저를 따뜻하게 환대해 주시면서 몽실이를 보내주셨어요.”

이 구청장은 몽실이와 침식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집 마루서 같이 자고 새벽 4시면 일어나 함께 안산(서대문구)을 산책한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개를 키웠다는 이 구청장은 2001년부터 한국애견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애견협회는 진돗개의 혈통서를 발급하고 애견박람회 등을 진행하는 단체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 구청장의 남다른 애정은 서대문구를 반려견 친화 자치구로 만들어가고 있다. 서대문구서 3만세대가량이 반려견, 반려묘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구수로 따지면 6만명으로 전체 서대문구 인구 30만명(10월 기준) 가운데 20% 정도가 반려인인 셈이다. 

“반려인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또 애로사항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업도 수반돼야 합니다. 반려동물 문화센터가 그 일환 중 하나였고 이번에 출범한 댕댕이 순찰단도 같은 맥락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면서 동네도 지킨다면 정말 큰 역할을 하는 거죠.”

이 구청장은 댕댕이 순찰단의 목표를 두 가지로 정의했다. 주민 친화적인 반려동물의 생활 습성을 같이 만들어가는 것과 반려인의 건강을 관리하고 이웃 주민을 사귈 수 있는 교제 기회를 확대하는 것 등이다. 범죄 예방을 기본 배경으로 두고 서대문구 주민이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 구청장은 “일거양득”이라고 표현했다.


반려동물 문화센터 ‘내품애센터’
유기견 구조해 재입양 추진 중

이 구청장은 댕댕이 순찰단에 대한 서대문구 주민의 호응도가 높았던 부분에 대해 “반려동물은 반려인의 가족이다. 그 가족이 콘테스트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특히 댕댕이 순찰단 심사는 혈통이나 체형 등을 평가하는 애견전람회와 달리 반려동물이 반려인과 얼마나 교감하는지를 보지 않나. 그래서 호응이 높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치매 노인이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삽살개 두 마리와 함께 진행하는 매개 치료를 하는 중이다. 반려동물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하는 일이다. 또 반려동물의 훈련과 교육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먹을 간식을 제작하는 일도 한다. 

무엇보다 길거리에 버려진 동물을 구조하고 관리해 재입양하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대문구는 인왕산, 백년산, 안산 등 주변에 산이 많아 야생들개 등이 많다고 한다. 현재 내품애센터서 관리하는 개는 13마리로, 며칠 전에도 4개월 된 강아지 3마리를 구조해 1차 진단을 마쳤다. 입양을 원하는 주민에게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내품애센터에 있는 개들을 이야기할 때 가장 환히 웃었다. 거의 매일 내품애센터를 찾아 개들을 보면서 힐링한다고 했다. 특히 구조 당시 슬개골 탈구 4기로 뒷발을 사용하지 못하다가 수술 후 회복된 치치에 대해 말할 때는 목소리까지 높아졌다.

처음에는 세 발로밖에 걷지 못했는데 이제는 네 발로 걷게 됐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아주 예뻐졌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수의사도 수술에 회의적이었는데 이 구청장이 ‘한번 (수술)해 보자’고 추진해 일어난 기적이다. 

지난 1월 영하 12도의 날씨에 배수로에서 발견된 강아지 2마리는 구청장실서 3개월을 살았다.

이 구청장은 “행복이와 행순이는 젖도 못 뗀 상태로 발견됐다. 구청장실에 지내는 동안 사무집기를 온통 물어뜯었다”며 너덜너덜해진 발 받침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행복이와 행순이는 서대문구 마스코트 견으로 늠름하게 성장했다. 댕댕이 순찰단 포스터에 등장하는 개가 바로 행복이다.

“존재의 다름
인정하길”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분도 계시고 동물을 싫어하는 분도 계시죠. 어릴 때 개 물림 사고를 당했거나 동물에 대해 유쾌하지 못한 기억을 가지신 분도 계실 거고요. 그런데 지금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변화하면서 외로운 분들이 많아졌어요. 외로운 분들에게 위안을 주는 데 있어서 반려동물의 역할은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서로가 각각의 삶에 크게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존재를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공존할 수 있는 자치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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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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