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독 개십니까?> 서대문구 댕댕이 순찰단 출범 현장

동네 지킴이로 나선 20마리 견공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독독 개십니까?’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개나 고양이 등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이 종이 다른 개체에 ‘반려’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공존’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현재, 인간과 동물은 서로의 반려가 될 수 있을까?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님과 반려견 라온. 귀하를 반려동물과 함께 안전하고 건강한 지역사회 조성에 기여할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단원으로 위촉합니다.” 주황색 조끼를 입은 반려인과 골든리트리버 종의 반려견은 사회자가 대독한 위촉장을 받았다. 인간과 동물이 ‘한 팀’으로 인정받은 순간이다. 

열띤 경쟁
뜨거운 호응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카페폭포 야외 테라스서 ‘제1기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발대식이 열렸다. 카페폭포는 서대문구 관광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발대식 시작 전부터 관광객과 참석자들이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발대식의 주인공은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20명의 반려인과 20두의 반려견이었다. 

위촉장을 받은 댕댕이 순찰단은 기념사진을 찍는 현장서도 늠름한 자태를 뽐냈다. 높은 점수로 심사를 통과한 사실을 증명하듯 누구 하나 대열을 이탈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취했다. 반려인의 ‘이리 와’ ‘기다려’ 등의 말에 맞춰 반려견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발대식에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을 비롯해 김영호 서대문을 국회의원, 김명식 서대문소방서장, 오호관 서대문 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 등이 참석해 순찰단 출범을 축하했다. 또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사업을 주관한 사단법인 퍼피쉴드 관계자와 서대문구 주민 등도 순찰단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순찰단은 발대식 이후 모의 활동을 통해 순찰을 체험했다. 또 순찰단의 역할을 숙지하고 단원 간 팀워크도 다졌다. 퍼피쉴드 관계자에 따르면, 순찰단은 발대식 다음 날인 3일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대문구는 반려견 산책과 방범 활동을 접목한 댕댕이 순찰단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주민 친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순찰단은 ▲주민 안심 귀가 지원 ▲경로당 방문 산책 봉사 ▲환경 및 안전 위해 요소 발견 신고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반려견 체험 교육 등 다양한 활동에 투입된다. 

심사 거쳐 선발된 20마리 반려견
지난 2일 야외에서 발대식 진행

이성헌 구청장은 발대식 기념사를 통해 “서대문구 주민 가운데 3만세대가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인구수로 따지면 6만여명에 이른다.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분들, 반려동물과 거리가 있는 분들 모두 같은 서대문구 주민으로서 화합해야 하는 시대에 와있다”며 “댕댕이 순찰단 활동이 주민 체감 안전도 향상과 성숙한 반려동물 양육 문화 확산,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상호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댕댕이 순찰단으로 선발된 반려인과 반려견은 지난달 19일과 26일 서대문구 반려동물 문화센터인 ‘내품애(愛)센터’서 심사를 받았다. 윤덕은 고양시 힐링독 반려견센터 대표훈련사와 강나래 고양시 멍핏스튜디오 대표훈련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반려견의 대인 반응, 타견 반응, 호출 반응, 외부 산책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겼다. 

<일요시사> 취재진은 지난달 19일 내품애센터서 진행된 댕댕이 순찰단 선발식을 찾았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이날 선발식에는 총 12팀이 참가했다. 대기실서 만난 반려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눴고 반려견은 코인사를 했다. ‘펫티켓(애완동물이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장착한 반려견은 반려인 곁에 앉아있거나 조심스럽게 다른 개를 살피는 등 대부분 점잖은 태도를 유지했다. 

선발식에 참가한 반려인들은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댕댕이 순찰단 포스터를 보고 “한번 해보고 싶어서” 참가했다는 한 반려인은 인터뷰 내내 반려견 해피를 연신 쓰다듬었다. 반려견 자랑을 요청하는 취재진에 “맹충맹충한 게 매력”이라면서 ‘코 쏙(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면 반려견이 그 안에 코를 쏙 밀어 넣는 행위)’이라는 개인기를 선보였다. 


서대문구서 발송한 문자메시지로 댕댕이 순찰단에 대해 알았다는 한 반려인은 반려견 라온을 소개하면서 “애교가 많다”고 말했다. 골든리트리버 종의 라온은 반려인의 손짓에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가 ‘앉아’ 한마디에 몸을 낮췄다.

치열한
선발식

이 반려인은 “(라온이와 함께)하루에 네 번 산책하러 간다. 동네의 모든 사건, 사고를 포착해 다른 주민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발식은 내품애센터 옥상서 진행됐다. 심사는 대기 중 심사(40점)와 실기심사(60점) 등 총 100점 만점으로 구성됐다. 6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순찰단원으로 뽑힐 수 있다. ‘대기 중 심사’ 항목은 ‘멀리서 다른 개를 봤을 때 반려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가’를 살피는 ‘대기 중 반응-대견(20점)’, ‘낯선 사람이 다가올 때 반려인 옆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대기 중 반응-대인(20점)’ 항목으로 구성됐다.

반려견이 반려인에게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 반려견에 대한 반려인의 통제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내용이다.

‘기다려’ ‘이리 와’ 등 반려인의 명령어에 반려견이 반응하는 정도도 평가했다.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려인의 ‘콜’에 반려견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피는 항목이다. 줄을 느슨하게 당기지 않고 걷는 ‘리드 워킹’이 가능한지도 확인했다. 

반려인과 반려견이 순찰대 활동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항목도 있었다. 앞서 심사한 항목이 반려견을 평가하는 내용이었다면 이 항목은 반려인의 수행 능력을 확인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할 때 주변을 잘 살피는지, 엘리베이터 등 공용공간에서 반려견에 대한 안전조치 방법(안고 타거나 목줄, 가슴줄 잡기)을 숙지하고 있는지, 반려견과 외출할 때 지켜야 할 동물보호법을 최소 2가지 이상 알고 있는지, 지속해서 순찰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했다.

퍼피쉴드 관계자는 “댕댕이 순찰단 선발식은 반려인의 반려견 통제 능력부터 행인에 대한 반응, 실제 순찰 시 행동 등을 살피는 데 주안점을 뒀다. 총 21팀이 심사를 통과했고 합격률은 60% 정도로 나타났다. 서대문구 반려인과 반려견의 높은 수준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강용 퍼피쉴드 사무국장은 “퍼피쉴드는 반려인과 반려견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교육이 제일 먼저다. 특히 동물은 배변, 짖음 등 기초 예절, 다른 반려견과 어울리는 사회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려견 교육은 반려인이 어떻게 교육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반려인에 대한 교육을 선행하고 반려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 예방
주민 건강

서대문구서 댕댕이 순찰단이 출범할 수 있던 배경에는 이성헌 구청장이 있다. 서대문구 주민 가운데 댕댕이 순찰단 출범을 가장 기뻐한 사람이 이 구청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일 오후 서대문구청 구청장실에서 진행된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발대식에 참석한 반려견들이 너무 귀여웠다”고 연신 이야기했다. 


이 구청장은 진돗개 5마리와 치와와 1마리 등 총 6마리의 개를 기르는 ‘찐’ 반려인이다. 진돗개 4마리는 엄마와 아들, 손자와 증손자 등 한 가계의 형태로 구성됐다. 다른 진돗개 1마리는 제주도서 입양한 ‘몽실이’다. 이 구청장이 서귀포서 진돗개를 분양한다는 광고를 본 게 만남의 계기가 됐다. 

“예전에 진도서 대전으로 팔려 간 개가 다시 돌아온 일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진돗개의 일화인데, 제주도서 본 분양 광고의 강아지가 그 개의 3세라고 하더라고요. 그 집을 찾아갔는데 이미 100명 이상의 분양 면접을 봤다고 했습니다. 주인 내외께서 저를 따뜻하게 환대해 주시면서 몽실이를 보내주셨어요.”

이 구청장은 몽실이와 침식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집 마루서 같이 자고 새벽 4시면 일어나 함께 안산(서대문구)을 산책한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개를 키웠다는 이 구청장은 2001년부터 한국애견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애견협회는 진돗개의 혈통서를 발급하고 애견박람회 등을 진행하는 단체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 구청장의 남다른 애정은 서대문구를 반려견 친화 자치구로 만들어가고 있다. 서대문구서 3만세대가량이 반려견, 반려묘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구수로 따지면 6만명으로 전체 서대문구 인구 30만명(10월 기준) 가운데 20% 정도가 반려인인 셈이다. 

“반려인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또 애로사항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업도 수반돼야 합니다. 반려동물 문화센터가 그 일환 중 하나였고 이번에 출범한 댕댕이 순찰단도 같은 맥락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면서 동네도 지킨다면 정말 큰 역할을 하는 거죠.”

이 구청장은 댕댕이 순찰단의 목표를 두 가지로 정의했다. 주민 친화적인 반려동물의 생활 습성을 같이 만들어가는 것과 반려인의 건강을 관리하고 이웃 주민을 사귈 수 있는 교제 기회를 확대하는 것 등이다. 범죄 예방을 기본 배경으로 두고 서대문구 주민이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 구청장은 “일거양득”이라고 표현했다.


반려동물 문화센터 ‘내품애센터’
유기견 구조해 재입양 추진 중

이 구청장은 댕댕이 순찰단에 대한 서대문구 주민의 호응도가 높았던 부분에 대해 “반려동물은 반려인의 가족이다. 그 가족이 콘테스트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특히 댕댕이 순찰단 심사는 혈통이나 체형 등을 평가하는 애견전람회와 달리 반려동물이 반려인과 얼마나 교감하는지를 보지 않나. 그래서 호응이 높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치매 노인이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삽살개 두 마리와 함께 진행하는 매개 치료를 하는 중이다. 반려동물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하는 일이다. 또 반려동물의 훈련과 교육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먹을 간식을 제작하는 일도 한다. 

무엇보다 길거리에 버려진 동물을 구조하고 관리해 재입양하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대문구는 인왕산, 백년산, 안산 등 주변에 산이 많아 야생들개 등이 많다고 한다. 현재 내품애센터서 관리하는 개는 13마리로, 며칠 전에도 4개월 된 강아지 3마리를 구조해 1차 진단을 마쳤다. 입양을 원하는 주민에게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내품애센터에 있는 개들을 이야기할 때 가장 환히 웃었다. 거의 매일 내품애센터를 찾아 개들을 보면서 힐링한다고 했다. 특히 구조 당시 슬개골 탈구 4기로 뒷발을 사용하지 못하다가 수술 후 회복된 치치에 대해 말할 때는 목소리까지 높아졌다.

처음에는 세 발로밖에 걷지 못했는데 이제는 네 발로 걷게 됐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아주 예뻐졌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수의사도 수술에 회의적이었는데 이 구청장이 ‘한번 (수술)해 보자’고 추진해 일어난 기적이다. 

지난 1월 영하 12도의 날씨에 배수로에서 발견된 강아지 2마리는 구청장실서 3개월을 살았다.

이 구청장은 “행복이와 행순이는 젖도 못 뗀 상태로 발견됐다. 구청장실에 지내는 동안 사무집기를 온통 물어뜯었다”며 너덜너덜해진 발 받침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행복이와 행순이는 서대문구 마스코트 견으로 늠름하게 성장했다. 댕댕이 순찰단 포스터에 등장하는 개가 바로 행복이다.

“존재의 다름
인정하길”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분도 계시고 동물을 싫어하는 분도 계시죠. 어릴 때 개 물림 사고를 당했거나 동물에 대해 유쾌하지 못한 기억을 가지신 분도 계실 거고요. 그런데 지금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변화하면서 외로운 분들이 많아졌어요. 외로운 분들에게 위안을 주는 데 있어서 반려동물의 역할은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서로가 각각의 삶에 크게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존재를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공존할 수 있는 자치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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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