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총선백서로 본 계파 갈등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1.04 13:22:07
  • 호수 1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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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책임” 여당판 징비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국민의힘 총선백서가 발간됐다. 백서는 두 사람을 비판하면서 한 대표에게 더 큰 책임을 물었다. 그러자 친한(친 한동훈)계가 반발하면서 백서 내용을 두고 계파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양분 흡수일까, 단장취의일까?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위원장 조정훈, 이하 ‘백서특위’)는 지난달 28일 오전 270여쪽 분량의 총선백서 전문을 공개했다. 백서에는 지난 4월 제22대 총선서 거론됐던 국민의힘의 갖가지 문제점이 제시돼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백서의 내용을 놓고 또다시 계파 간 갈등이 발생했다. 백서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문제점이 모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2년의 기록

백서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총선 패배 사유는 ▲불안한 당정 관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이조심판론 ▲이종섭·황상무 임명 논란 ▲메가시티 서울 추진 ▲윤 대통령의 지난 4월 대국민담화였다. 

윤 대통령에게 제기된 첫 비판은 각종 이슈에 대한 미숙한 대응과 정책 방향이었다. 백서특위가 진행한 설문 결과, 정부의 상황 대응 및 정책 방향에 대한 만족도 관련 질문의 답변 점수는 10점 만점에 2.11점이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 논란에 대해 “당 지도부는 모든 의제를 열고 대화할 것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끝났다’는 절망이 팽배했고, 민심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고 지적했다.


또 “친윤(친 윤석열) 그룹이 득세하고,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 등으로 공정과 상식 이미지가 사라졌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처벌해서 엄정히 법질서를 세워줄 것으로 기대한 보수 유권자들의 바람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과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당은 견제보다 두둔·홍보에 급급했다”고 짚었다.

특히 심각하게 거론했던 것은 의대 증원 논란이었다. 백서특위는 “장작불에 기름을 붓는 것처럼 집권당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극대화시켰다”며 “대통령실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친 각종 사안에 대해 즉각적으로 조처하지 않고 미적거렸다. 타이밍을 놓치고 최악의 결과를 산출하게 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백서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보다 한 대표 쪽에 더 큰 비중을 할애했다. 백서는 “총선 패배 두 달 뒤 드러난 ‘영부인 문자 논란’은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실 모두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으며 총선 과정서 원활하지 못했던 당정 관계가 주요 패배 원인이었음’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확인해줬다”고 판단했다.

정부 정책 만족도
10점 만점에 2.11

문맥상 당시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이었고, ‘원활하지 못했던 당정 관계’에 대한 책임의 비중을 한 대표에게 더 많이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총괄선대위원장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기남북 분도 제안을 수용해 야당과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지 못했다”고 직격했고, “야당이 정권심판론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데 반해, 우리는 운동권 심판·이조 심판·읍소 전략으로 변하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운동권 심판론과 이조심판론은 모두 한 대표가 제시했던 구호였다. 백서는 특히 이조심판론에 대해 “선거를 정권심판론에 가뒀고, 설득력이 없었으며, 유권자는 ‘야당을 심판하겠다는 것이 무능해 보인다’고 반응했다”며 “이조심판론은 보수층을 확실하게 결집했지만, 여당의 무능을 상징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조심판론을 선택한 게 아니라 이조심판론으로 떠밀려 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운동권 심판론과 이조심판론에 대한 지적과 비판은 반복적으로 제시됐다.

아울러 한 대표에게는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의 비교도 백서에 포함돼있다. 이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시절 지휘했던 대선 선거전략과의 비교가 반복적으로 게재된 것이다.

백서는 “대선 당시 많이 회자된 윤석열 후보의 ‘좋아, 빠르게 가’ 같은 ▲감성 터치 ▲유머와 센스 코드 ▲2030 취향 SNS 콘텐츠가 절대 부족했다”며 “‘국민의힘은 합니다’ ‘지금 합니다’ ‘일하고 싶습니다’ 등 슬로건은 막연·모호하고, 무엇을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또 “‘이재명은 합니다’를 베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설득력을 잃고 공허한 구호가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를 겨냥한 당정 갈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백서는 “집권 2년 후 치러진 선거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이 있다”며 “당정 갈등은 문제 해결 능력이란 측면서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권자들에게 ‘대파 논쟁’은 여당의 경제 문제 해결 능력과 연관되고, ‘의정 갈등’은 여당의 사회 문제 해결 능력과 연관돼 인식된다”고 비판했다.

한의 이조심판론 반복 비판
‘이는 합니다’ 베꼈냐 지적도

반면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이 작성을 주도한 전략평가 부분에 대한 평가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지적을 이어갔다.

백서는 “당은 대통령과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데도 견제 대신 두둔·홍보에 급급했다”며 “총선 패배는 윤석열정부 집권 2년에 대한 불만들이 누적된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선백서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당정 관계가 얼마나 왜곡되고 당내 민주주의가 어떻게, 왜 무너져 내렸는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선거 도중 벌어진 당정 갈등은 선거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쳤다”며 “대통령실이 임명된 지 한 달 된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선거 중간에 비대위원장이 사퇴하겠다고 항의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건강한 당정 관계를 수립해야 하고, 대통령실과 당은 서로 운명공동체임을 자각하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상호협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서는 우여곡절 끝에 작성됐다. 총선백서 TF는 지난 5월 총선 출마자와 당직자 등을 상대로 한 대표의 선거 활동과 전략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그러자 친한계는 “TF 위원장인 조 의원도 인재영입위원으로 총선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는데, 인재영입위에 대한 문항이 왜 없느냐”고 반발했다.

김재섭 의원과 김준호 노원을 당협위원장은 “총선 참패의 원인을 찾는 작업을 책임지는 백서특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가 말이 되느냐”는 취지로 ‘의도적인 한 대표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다. 반발이 이어지자, 조 의원은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준석과 비교


하지만 내용을 통해 확인했듯이 총선백서에도 계파 갈등의 흔적은 여전하다. 원래 7월이었던 발간 일정도 전당대회로 인해 10월로 바뀐 것이었다. 이 같은 백서 내용에 대해 한 대표는 “평가는 백서가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라면서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패배를 기록하는 백서도 완벽하게 객관적으로 작성될 수 없다. 임진왜란은 이긴 전쟁이었음에도, 서애 유성룡이 <징비록>을 저술한 계기 중 일부는 자신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반박하면서 반대파 서인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백서 작성자들과 당의 구성원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진지하게 흡수할 자양분을 찾는 것이지, 단장취의는 아닐 것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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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