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총선백서로 본 계파 갈등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1.04 13:22:07
  • 호수 1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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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책임” 여당판 징비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국민의힘 총선백서가 발간됐다. 백서는 두 사람을 비판하면서 한 대표에게 더 큰 책임을 물었다. 그러자 친한(친 한동훈)계가 반발하면서 백서 내용을 두고 계파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양분 흡수일까, 단장취의일까?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위원장 조정훈, 이하 ‘백서특위’)는 지난달 28일 오전 270여쪽 분량의 총선백서 전문을 공개했다. 백서에는 지난 4월 제22대 총선서 거론됐던 국민의힘의 갖가지 문제점이 제시돼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백서의 내용을 놓고 또다시 계파 간 갈등이 발생했다. 백서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문제점이 모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2년의 기록

백서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총선 패배 사유는 ▲불안한 당정 관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이조심판론 ▲이종섭·황상무 임명 논란 ▲메가시티 서울 추진 ▲윤 대통령의 지난 4월 대국민담화였다. 

윤 대통령에게 제기된 첫 비판은 각종 이슈에 대한 미숙한 대응과 정책 방향이었다. 백서특위가 진행한 설문 결과, 정부의 상황 대응 및 정책 방향에 대한 만족도 관련 질문의 답변 점수는 10점 만점에 2.11점이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 논란에 대해 “당 지도부는 모든 의제를 열고 대화할 것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끝났다’는 절망이 팽배했고, 민심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고 지적했다.


또 “친윤(친 윤석열) 그룹이 득세하고,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 등으로 공정과 상식 이미지가 사라졌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처벌해서 엄정히 법질서를 세워줄 것으로 기대한 보수 유권자들의 바람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과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당은 견제보다 두둔·홍보에 급급했다”고 짚었다.

특히 심각하게 거론했던 것은 의대 증원 논란이었다. 백서특위는 “장작불에 기름을 붓는 것처럼 집권당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극대화시켰다”며 “대통령실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친 각종 사안에 대해 즉각적으로 조처하지 않고 미적거렸다. 타이밍을 놓치고 최악의 결과를 산출하게 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백서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보다 한 대표 쪽에 더 큰 비중을 할애했다. 백서는 “총선 패배 두 달 뒤 드러난 ‘영부인 문자 논란’은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실 모두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으며 총선 과정서 원활하지 못했던 당정 관계가 주요 패배 원인이었음’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확인해줬다”고 판단했다.

정부 정책 만족도
10점 만점에 2.11

문맥상 당시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이었고, ‘원활하지 못했던 당정 관계’에 대한 책임의 비중을 한 대표에게 더 많이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총괄선대위원장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기남북 분도 제안을 수용해 야당과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지 못했다”고 직격했고, “야당이 정권심판론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데 반해, 우리는 운동권 심판·이조 심판·읍소 전략으로 변하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운동권 심판론과 이조심판론은 모두 한 대표가 제시했던 구호였다. 백서는 특히 이조심판론에 대해 “선거를 정권심판론에 가뒀고, 설득력이 없었으며, 유권자는 ‘야당을 심판하겠다는 것이 무능해 보인다’고 반응했다”며 “이조심판론은 보수층을 확실하게 결집했지만, 여당의 무능을 상징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조심판론을 선택한 게 아니라 이조심판론으로 떠밀려 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운동권 심판론과 이조심판론에 대한 지적과 비판은 반복적으로 제시됐다.

아울러 한 대표에게는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의 비교도 백서에 포함돼있다. 이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시절 지휘했던 대선 선거전략과의 비교가 반복적으로 게재된 것이다.

백서는 “대선 당시 많이 회자된 윤석열 후보의 ‘좋아, 빠르게 가’ 같은 ▲감성 터치 ▲유머와 센스 코드 ▲2030 취향 SNS 콘텐츠가 절대 부족했다”며 “‘국민의힘은 합니다’ ‘지금 합니다’ ‘일하고 싶습니다’ 등 슬로건은 막연·모호하고, 무엇을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또 “‘이재명은 합니다’를 베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설득력을 잃고 공허한 구호가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를 겨냥한 당정 갈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백서는 “집권 2년 후 치러진 선거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이 있다”며 “당정 갈등은 문제 해결 능력이란 측면서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권자들에게 ‘대파 논쟁’은 여당의 경제 문제 해결 능력과 연관되고, ‘의정 갈등’은 여당의 사회 문제 해결 능력과 연관돼 인식된다”고 비판했다.

한의 이조심판론 반복 비판
‘이는 합니다’ 베꼈냐 지적도

반면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이 작성을 주도한 전략평가 부분에 대한 평가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지적을 이어갔다.

백서는 “당은 대통령과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데도 견제 대신 두둔·홍보에 급급했다”며 “총선 패배는 윤석열정부 집권 2년에 대한 불만들이 누적된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선백서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당정 관계가 얼마나 왜곡되고 당내 민주주의가 어떻게, 왜 무너져 내렸는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선거 도중 벌어진 당정 갈등은 선거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쳤다”며 “대통령실이 임명된 지 한 달 된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선거 중간에 비대위원장이 사퇴하겠다고 항의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건강한 당정 관계를 수립해야 하고, 대통령실과 당은 서로 운명공동체임을 자각하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상호협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서는 우여곡절 끝에 작성됐다. 총선백서 TF는 지난 5월 총선 출마자와 당직자 등을 상대로 한 대표의 선거 활동과 전략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그러자 친한계는 “TF 위원장인 조 의원도 인재영입위원으로 총선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는데, 인재영입위에 대한 문항이 왜 없느냐”고 반발했다.

김재섭 의원과 김준호 노원을 당협위원장은 “총선 참패의 원인을 찾는 작업을 책임지는 백서특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가 말이 되느냐”는 취지로 ‘의도적인 한 대표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다. 반발이 이어지자, 조 의원은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준석과 비교


하지만 내용을 통해 확인했듯이 총선백서에도 계파 갈등의 흔적은 여전하다. 원래 7월이었던 발간 일정도 전당대회로 인해 10월로 바뀐 것이었다. 이 같은 백서 내용에 대해 한 대표는 “평가는 백서가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라면서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패배를 기록하는 백서도 완벽하게 객관적으로 작성될 수 없다. 임진왜란은 이긴 전쟁이었음에도, 서애 유성룡이 <징비록>을 저술한 계기 중 일부는 자신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반박하면서 반대파 서인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백서 작성자들과 당의 구성원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진지하게 흡수할 자양분을 찾는 것이지, 단장취의는 아닐 것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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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