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우크라 파병…장관 승인 가능” 과거 사례 보니…

1964년 월남전 최초 사례
100명 이하도 비준 동의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군이 참전하는 상황이라 그들의 동향을 파악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참관단을 파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우리 정부가 참관단을 파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같은 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제 56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후 진행한 공동 지가회견서도 “참관단이나 전황 분석단을 보내는 건 당연한 우리 군의 임무”라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장관의 발언은 러-우 전쟁에 어떤 형태로든 한국군의 파병을 시사하는 것으로 정치권에서 우려 목소리가 제기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국회 비준(동의)없이 우회 파병한다면 국방부 장관 탄핵 등 다양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반발했다.

지난 30일,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서 “해외에 한 명이라고 보내면 그것이 곧 파병”이라고 지적하면서 탄핵을 언급했다.

김 최고위원은 “헌법 60조엔 국회가 국군 해외 파견에 대한 동의권을 갖는다고 돼있다”면서도 “정부가 모니터링단, 참관단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동의를 피해 파병하려는 꼼수를 쓰려고 하지만, 대북 심리전을 전개하거나 북한 포로를 심문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남북 대리전을 자청하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며 “우리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무기와 인도적 지원을 해줬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고 강조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원하지 않는데도 남의 나라 전쟁에 함부로 개입해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경우)주권자인 국민이 자위권 행사 차원서 권력 위임을 철회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계 우려에 대해 김 장관은 “전례에 비춰볼 때 참관단은 파병이 아니며 파병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잘라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파병 여부에 대한 판단은 규모나 기간, 임무를 고려하는데 정확한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고 그간 관례에 따라 왔다.

김 장관도 “미래를 대비하는 정보 수집, 첩보 수집 차원의 파견은 그 동안 장관 승인 하에 이뤄져왔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정부 대표단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서 정보 수집 및 우크라이나 현지서 전황을 파악 중이다. 이들이 귀국하면 나토 정보 및 우크라이나 현장 수집 정보를 종합한 뒤 기본 방침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러-우 전쟁이 북한군이 참전한 만큼 이들의 동향도 파악해야 하고, 드론전 등 새로운 방식의 전쟁 양상을 파악 및 분석해 전비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법에 보면 소규모 파병에 대해선 장관이 알아서 판단하게 돼있다. 이는 소규모 파병을 한다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 장관의 해외파병 규정 관련 발언은 사실일까?

<일요시사>가 입수한 ‘해외파병부대 국회동의안 시기’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 판단의 해외파병 주장은 대체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김 장관이 소규모라고 언급한 병력 인원조차도 구체적이지가 않은 만큼 관련 규정 존재에 의문을 더한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9일, <MBC 시선집중> 인터뷰서 “동명부대 병력이 약 250명서 300명이 파병돼있는데 이런 식으로 대규모 단위 조직을 갖추고 특정 목적을 갖고 파병 갈 때 국회 동의를 얻도록 돼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그런 대규모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러-우 전쟁에 참관단 파견은 필요없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런 수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한국군은 현재 13개국 15개 지역에 1800여명이 파병돼 지구촌 곳곳서 벌어지고 있는 대테러전쟁 지원을 비롯해 유엔평화유지활동(UPKO, Un Peace Keeping Operation) 등을 펼치고 있다.

김영삼정부는 외교 역사상 최초로 육군 공병대대인 상록수 부대 516명을 1993년 7월부터 UPKO를 위해 소말리아에 파견했다. 이후 소말리아서의 활동을 경험으로 1995년 10월부터 앙골라 PKO(Peace Keeping Operation)에도 참여해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증진시켰다.

김대중정부엔 한국이 민주주의 실현과 경제발전을 함께 이룩한 경험을 토대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 평화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신장을 위한 국제적 협의에 적극 참여했다. UN 회원국으로서 유엔의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인 UNPKO에 동참해 세계 분쟁지역서 평화 회복과 국가 재건에 공헌했다.

이후 서부 사하라에 의료부대(누적 542명), 앙골라에 공병부대(600명), 동티모르에 보병부대(3283명), 인도·파키스탄 접경 지역(옵저버 88명) 및 그루지아(옵저버 88명)에 옵저버 장교단을 파병했다. 이후 2008년 1월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유명한 소말리아 해역에 청해부대원 270명이 투입됐으며, 이듬해 11월엔 아이티 지진 현장에 안정화지원단으로 242명이 파병되기도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조사처)도 헌법이 ‘국군의 해외파병 업무 훈령’보다 상위 규범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일 <노컷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러-우 전쟁 ‘개인 파병’에 대한 국회 동의권 여부를 묻는 질문에 “조사처는 법령 해석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유권해석 기관이 아니므로, 이 보고서는 학리 해석을 내용을 제한하고자 한다”는 단서와 함께 개인 파병 형식도 전쟁 참관단이나 분석단 파견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조사처는 “국군의 해외파병 업무 훈령은 국방부 장관이 국군의 해외파병 업무에 관한 부서 및 기관별 업무를 분장하고, 업무수행절차를 규정하기 위해 사전에 발한 명령”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최고법인 헌법이 동 훈령보다 상위규범임은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조사처의 이 같은 입장은 해당 훈령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돼 추후 국방부의 해외파병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군의 해외파병의 역사는 지난 1964년 ‘월남전’ 참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회는 그해 7월23일 ‘월남공화국 지원을 위한 국군부대의 해외파견에 관한 동의안’ 및 이듬해 1월2일 ‘월남공화국 지원을 위한 국군부대의 해외추가파견에 관한 동의안’이 국회 동의를 받아 월남전에 참전했다. 

1990년도에 들어선 ‘사우디아라비아왕국에 대한 한국군의료지원단 파견동의안’(1991년 1월18일), ‘한국 공병부대의 소말리아 유엔평화유지단 참여동의안’(1993년 4월30일), ‘한국 의료부대의 서부사하라 유엔평화유지단 파견동의안’(1994년 6월28일) 등이 국회 비준 절차를 밟았다.

이밖에도 ‘국군부대의 이라크전쟁 추가파견 동의안’(2003년 12월24일), ‘국군부대의 아프가니스탄 파견동의안’(2009년 12월11일), ‘국군부대의 필리핀 재해 복구 지원을 위한 파견 동의안’(2013년 11월17일) 등이 국회 동의를 얻었던 바 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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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