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익는 마을을 찾아 ⑤문경 오미나라

세계가 감동한 오미자 와인 탄생지

가을에 찾아가면 좋은 유서 깊은 마을 양조장으로 대한민국 오미자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문경 오미나라를 추천한다. 오미나라는 백두대간의 허리인 문경새재 초입에 위치한다. 예로부터 문경새재는 한양과 영남지방을 이어주는 영남대로 가운데 가장 높고 험한 고갯길로 통했으며, 해발 1000m 고지에 달하는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에 자리해 사시사철 쾌적하고 서늘한 기온을 자랑한다. 

문경의 이런 지리적 환경은 오미자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오미자는 일교차가 큰 해발 300~500m 정도의 준고랭지 가운데 바람의 피해를 받지 않으면서 일조량이 풍부한 산간분지서 잘 자란다. 문경은 우리나라 오미자의 생산량 중 무려 절반에 해당하는 45%를 차지한다.

최적의 조건

강원도, 제주도 등지에서도 오미자를 재배하지만, 오미자 주산지인 문경의 오미자 재배 면적에는 미치지 못한다. 

오미나라는 2008년 9월 세계 최초의 오미자 와이너리로 설립됐다. 2010년 12월 오미자 와인을 특허 등록했으며, 2011년 11월 정통 발효 공법과 오크통 숙성으로 제조한 오미자 스틸 와인 ‘오미로제’와 정통 샴페인 공법으로 제조한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결’을 선보였다.

이후 2016년 5월 사과 증류주 ‘문경바람’, 6월 오미자 증류주 ‘고운달’을 내놨고, 2020년 6월 샤마트 공법(보급형 스파클링 와인 대량 생산 방법으로, 압력탱크서 2차 발효시킨 뒤 압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여과해 병입한다)으로 제조한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연’을 출시했다.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은 국내외 통틀어 유일하게 오미나라서만 생산한다. 오미나라를 만든 이종기 대표는 지난 44년 동안 세계 명주를 공부하고 우리 술을 연구한 양조 및 증류 명인이다. 1980년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OB맥주에 입사, 씨그램코리아 공장장과 디아지오코리아 부사장으로 25년을 근무했다.

이후 스코틀랜드서 브루잉 앤 디스틸링(Brewing & Distilling, 양조 및 증류)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대한민국 최초로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 자격을 취득했다. 

이 대표가 오미자 와인을 개발한 이유는 분명했다. 바로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대한민국 최고급 명주를 만들겠다는 일념이었다. 우리나라의 주류 시장에는 우리나라와 무관한 온갖 술이 전 세계로부터 들어와 있었다. 이 대표는 우리 농산물을 원료로 국산 세계 명주를 만들기로 다짐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오미자였다. 황홀하고 신비로운 색과 맛을 자랑하는 오미자를 최신 양조기술로 재해석했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오미자 와인은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리에 만찬주와 건배주로 쓰였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4년 ITU 전권회의,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 2015년 세계물포럼,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2022년 5월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 정상회의, 2023년 1월 다보스포럼 한국인의 밤 등 오미자 와인의 행보는 화려했다. 

지름 약 1㎝의 작은 열매 오미자(五味子)는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 등 다섯 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이름 붙은 천혜의 과일이다. 소화 촉진과 피로 해소, 성 기능 개선에 좋을 뿐만 아니라 뇌졸중, 고혈압, 당뇨, 노화를 예방하는 데 뛰어나 선조 때부터 최상의 약재로 쓰였다.

오미자 재배 최적의 지역, 문경
세계 최초 오미자 와인 생산해 큰 인기


오미나라는 오랜 노력으로 까다로운 오미자 발효에 성공해 대중이 오미자를 와인으로 즐길 수 있도록 주류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오미나라에 방문하면 와이너리 투어 및 테이스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와인 발효실, 증류실, 숙성실 등을 순차적으로 관람한 뒤 와인 시음으로 이어진다. 체험비는 인당 1만원이며 40~50분 정도 소요된다. 나만의 기념주 만들기는 인당 3만원이다.

오미나라는 와이너리 체험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진행하고 있는 점을 인정받아 2016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23년 11월 6차 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서 대상을 차지했다. 최근 오미나라는 침출 방식으로 담그는 매실주와 달리 매실을 발효시킨 뒤 증류한 ‘섬진강 바람’을 공개했다.

오미나라가 야심 차게 준비 중인 차기작의 원료는 바로 ‘쌀’이라고 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2007년 10월 개장한 문경자연생태박물관은 문경 지역의 생태학적 가치를 공유하는 자연 학습 및 체험 공간이다.

지상 2층 규모로 1층에는 문경의 자연환경을 시청각 자료로 접할 수 있는 영상관, 문경 지역의 돌리네(빗물에 녹은 석회암 표면이 원 모양을 만들며 가운데가 웅덩이처럼 움푹 들어가는 현상)습지를 주제로 한 특별전시실, 실내 모험 어린이 놀이시설 벅스어드벤처, 가상 4D 체험실 등이 있으며, 2층에는 생물박제표본과 함께 8개 주제로 문경의 자연사를 학습하고 관람할 수 있는 상설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문경새재도립공원옛길박물관은 문경의 이 같은 역사 문화적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자 2010년 4월 개관한 박물관으로, 향토사 중심으로 운영하던 문경새재박물관이 그 전신이다. 옛사람들이 여행 중 괴나리봇짐 속에 넣고 다녔을 유물을 비롯해 각종 고지도,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길로 유명한 문경새재 위에서 남긴 각종 여행기와 풍속화 등을 전시한다. 입장료는 역시 무료다.

문경새재는 198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문경 대표 명승지로, 예로부터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의 고개 중 가장 높고 험한 고개로 유명했다.

문경새재

‘새도 쉬었다 가는 고개’라는 뜻을 담고 있는 ‘새재(鳥嶺)’라는 이름이 이를 설명해준다. 현재 문경새재의 얼굴인 3개 관문(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은 임진왜란 직후 설치한 국방의 요새였다. 입구부터 제3관문 조령관까지의 편도 거리는 약 7㎞다. 이렇듯 고유의 맛과 멋을 뽐내며 깊은 쉼을 선사하는 문경서 청명한 가을 하늘과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오미나라→문경자연생태박물관→문경새재도립공원옛길박물관→문경새재도립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오미나라→문경오미자테마공원→문경자연생태박물관
-둘째 날 문경새재도립공원옛길박물관→문경새재도립공원→문경새재오픈세트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오미나라 www.omynara.com
-문경시 문화관광 www.gbmg.go.kr/tour

운영 정보
-오미나라 운영시간: 09:30~12:00, 13:00~17:30 휴무일: 1월1일, 설·추석 당일 입장료: 무료 체험비: 와이너리 투어 및 테이스팅 체험비 1만원, 나만의 기념주 만들기 3만원(40~50분 소요)
-문경자연생태박물관 운영시간: 3~10월 09:00~18:00, 11~2월 09:00~17:00(1시간 전 입장 마감) 휴무일: 1월1일, 설·추석 당일 입장료: 무료(4D가상체험 1000원)
-문경새재도립공원 운영시간: 00:00~24:00 탐방로 상시 개방 휴무일: 없음 입장료: 무료 전동차 이용요금: A코스 편도(옛길박물관→오픈세트장) 성인 2000원, 청소년 및 군인 800원, 어린이 500원, C코스 편도(옛길박물관→제2관문) 5000원
-문경새재도립공원옛길박물관 운영시간: 3~10월 09:00~18:00, 11~2월 09:00~17:00(30분 전 입장 마감) 휴무일: 1월1일, 설·추석 당일 입장료: 무료

문의 전화
-오미나라 054)572-0601
-문경자연생태박물관 054)550-8383
-문경새재도립공원 054)571-0709(전동차 이용 문의 054)572-6768)
-문경새재도립공원옛길박물관 054)550-8365

대중교통
-버스 서울-문경, 동서울종합버스터미널서 문경행 하루 8회 운행(06:30, 07:00, 07:50, 12:20, 13:10, 16:20, 17:50, 20:00), 약 2시간 소요. 문경버스터미널 앞 정류장까지 도보 약 1분 이동, 10-2번, 10-3번, 11번, 21번, 26번 버스 이용, 진안리 정류장 하차, 오미나라까지 도보 약 5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점촌행 시간대별로 하루 14회 운행(06:50~20:20), 약 2시간10분 소요. 점촌버스터미널서 홈플러스 정류장까지 도보 약 5분 이동, 21번, 26번 버스 이용, 진안리 정류장서 하차, 오미나라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동서울종합버스터미널 1688-5979,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고속버스통합예매시스템 www.kobus.co.kr/main.do, 문경버스터미널 1666-0343, 점촌시외고속터미널 16  88-7710 

-기차 서울-점촌, 서울역서 김천역 경유 점촌역까지 하루 5회 운행(06:13, 08:49, 12:02, 15:39, 16:54), 약 4시간 소요. 점촌역서 농협시지부 정류장까지 도보 약 7분 이동, 11번, 21번, 26번 버스 이용, 진안리 정류장서 하차, 오미나라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신갈JC→영동고속도로→여주JC→중부내륙고속도로→연풍IC→문경대로→새재로→오미나라

숙박 정보
-페트로호텔(구 라마다 문경새재): 문경읍 새재2길, 054)504-7077, www.hotelpetro.com
-문경새재리조트: 문경읍 웰빙타운길, 054)572-5100, www.mgle.co.kr
-문경 STX 리조트: 농암면 청화로, 054)460-5000, www.stxresort.com

식당 정보
-문경식당(오미자 고추장 삼겹살 석쇠구이 정식·오미자 고추장 더덕구이 정식): 문경읍 새재로, 054)571-3044
-백두산가든(쌈밥정식·능이버섯전골·한우쌈정식): 문경읍 새재로, 054)571-4545
-문경산채비빔밥(산채비빔밥·표고우엉잡채): 문경읍 새재로, 054)571-3736

주변 볼거리
문경새재오픈세트장, 문경생태미로공원, 문경도자기박물관, 문경에코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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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