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방송대 사태

1년6개월만 버티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총장 임용 과정서 시작된 한 국립대의 학내 갈등이 여전히 봉합되지 않고 있다. 학내 구성원의 문제 제기로부터 비롯된 시민단체의 고발, 정치권의 지적 등이 이어졌지만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황은 그대로다. 올해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는 2022년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국립대학이면서 국내 최초 원격 대학인 방송대는 반세기 동안 80만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배움에 뜻은 있지만 형편이 안 돼 학업의 때를 놓친 이들에게 방송대는 ‘한풀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정하지만…

1972년 3월9일 ‘한국방송통신대학설치령’에 근거해 개교한 방송대는 1993년 3월1일 ‘한국방송통신대학’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로 명칭을 변경했다. 앞서 6명의 학장이 있었고 뒤이어 7명의 총장이 학교를 이끌었다.

2022년 3월 고성환 당시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방송대 8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2003년부터 방송대 교수로 재직한 고 총장은 교무부처장, 교양교육원장, 인문과학대학장, 통합인문학연구소장 등 방송대 주요 보직을 맡았다.

문제는 고 총장 취임 이후 시작된 학내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방송대 총장의 임기는 4년. 고 총장의 임기는 2026년 3월3일까지로 이미 반환점을 넘었다. 학내에서는 고 총장의 남은 임기 동안에도 통합은 불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 방송대 관계자는 “총장 후보자 선거 때부터 불거진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아 학내 구성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못 받는 중이다. 일부 직원 사이에서는 ‘인사권을 마음대로 휘두른다’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 등의 말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고 총장은 2021년 11월 열린 선거서 결선투표 끝에 1순위 후보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겸직 위반 ▲세금 체납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총장 임명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세금 체납은 당시 문재인정부의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7대 기준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국립대학은 학내 선거를 통해 선출된 1~2순위 후보자를 교육부서 검증한 후 교육부 인사위원회서 가부를 거쳐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총장을 임명한다. 사립대학과는 다른 국립대학의 시스템서 고 총장이 교육부의 검증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일부 교수 사이에 제기됐다.

예상을 뒤엎고 고 총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를 한 달여 앞두고 임명됐다. 전임 류수노 총장이 취임까지 40개월 동안 법정 공방을 벌인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한 시민단체는 고 총장의 임명을 ‘문재인정부 마지막 알박기 인사’라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종합감사,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질의 등에서 고 총장을 둘러싼 논란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교육부는 2021년 10월25일부터 같은 해 11월5일까지 열흘 동안 방송대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이 시기에 교육부는 제보 등을 통해 고 총장 관련 논란을 알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교육부가 2022년 11월 공개한 감사결과 처분서에 따르면 방송대는 ▲불성실 재산 등록 ▲미허가 겸직 등을 지적받았다. 방송대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지적사항은 고 총장과 관계된 것이다. 

교육공무원 가운데 대학교의 학장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을 등록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매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의 재산 변동 사항을 이듬해 2월 말까지 등록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채무도 마찬가지다. 고 총장은 2020년 2월 재산 등록을 하면서 10억원이 넘는 채무 중 9억5000만원가량을 등록하지 않았고 변동 사항 신고 때에도 약 9억2000만원의 채무를 누락했다.


교육부 감사·국감 지적에도…
문제 제기 교수와 법정 공방

눈여겨볼 대목은 이 채무가 생긴 과정이다. 고 총장은 방송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회사를 설립해 사내이사,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공무원 신분인 국립대학 교수는 국가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겸직할 수 없다.

감사 처분서에 따르면 고 총장은 2003년 12월1일부터 2007년 5월8일까지 이사로, 2009년 4월10일부터 2017년 12월11일까지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대표이사로 일했다.

10억원에 이르는 채무는 이 시기에 발생했고 변제하지 못해 고 총장의 급여가 압류되기 시작했다.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서도 세금 체납이 발생해 2016년 10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법인)에 고 총장의 이름이 올라갔다. 서울시가 부과한 지방소득세 등 38건에 이르는 42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이다. 

이 문제는 2022년 10월19일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국민의힘 정경희 전 의원은 고 총장을 상대로 겸직 위반, 세금 체납 등의 문제를 질의했다. 고 총장은 당시 국감에 출석해 겸직 허가는 받았냐는 정 전 의원의 질의에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또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영리활동을 한 부분에 대해 징계나 처벌을 받은 적도 없다고 답변했다. 

정 전 의원은 방송대가 고 총장의 겸직 사실과 영리활동을 알고 있었다는 지적도 했다. 그러면서 “(방송대가)2019년 고 총장이 국어국문과 교수였을 때 국가공무원법 제64조 위반에 대한 법률 자문을 받은 기록이 있다”며 “두 곳의 법무법인에 의뢰했는데 각각 자문 내용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법무법인은 징계 대상이지만 시효가 만료됐다. 또 다른 법무법인은 징계시효가 완성되지 않았고 징계 절차 진행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했다. 방송대는 이 중 전자의 자문만 반영해 고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 요구가 불가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우호적인 자문만 취사 선택하면서 방송대가 조직적으로 비리 감싸기를 했다는 주장이다. 

정 전 의원은 “고 총장은 본인이 총장 자리에 앉음으로써 국립대 교수들이 허가 없이 겸직해 영리사업을 해도 되고 세금을 탈루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매우 잘못된 전례를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퇴할 의사는 없느냐”고 몰아붙였다. 

고 총장은 자신과 관련된 논란은 선거 과정서 이미 구성원들이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구성원들이 논란을 알면서도 자신을 뽑아줬기 때문에 사퇴 문제는 이들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후 방송대 총장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고 총장 관련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교수가 시민단체의 집회 당일 보직 해임되고 해당 사안으로 현재까지 법정 공방이 벌어지는 등 학내 갈등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부산지역대 학장이었던 해당 교수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고 총장을 상대로 ‘신분보장 등 조치’를 신청했다. 권익위는 “보직을 다시 부여하고 삭감된 임금을 지급하라”며 교수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고 총장은 권익위의 결정에 불복해 권익위를 상대로 가처분 소송에 이어 본안 소송까지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현재 2심까지 진행됐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사퇴 안 해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방송대 문제는 이번 국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학내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에 대한 방송대 측의 입장을 물을 수 있다는 것.

한 방송대 관계자는 “학교 안팎서 다양한 루트로 문제 제기가 이뤄졌지만 후속 조치는 전무했다. 고 총장은 정년과 맞물려 연임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 총장의 남은 임기 내내 구성원은 문제를 제기하고 학교는 이를 뭉개는 상황이 반복될 것 같다”고 자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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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