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압박 ‘가족 리스크’ 막전막후

야 분위기 좋은데 ‘찬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권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인 국정감사가 전·현직 대통령의 가족 문제로 얼룩지는 모양새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과 딸, 전 사위 등의 문제로 서로를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서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끝나면 그냥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2022년 3월30일 조계종 ‘중봉 성파대종사’ 추대법회에서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말과 다른
퇴임 행보

문 전 대통령의 바람은 자의로든 타의로든 이뤄지지 못했다. 퇴임 한 달여 만인 2022년 6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고 책을 추천하는 등 ‘SNS 정치’를 시작했다. 또 지난해 초에는 퇴임 후 머무르고 있는 평산마을 인근에 ‘평산책방’을 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작은 시골 마을의 동네책방’으로 소개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문파(문 전 대통령의 지지자)의 사랑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 전 대통령이 올리는 SNS 글은 대체적으로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부터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후 문정부의 정책은 제동이 걸리거나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대표적인 예가 대북정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윤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책을 추천하면서 적은 코멘트에 현 정부에 대한 쓴소리를 담는 식이다. 지난해 7월 문 전 대통령은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이 펴낸 책 <평화의 힘>을 소개하면서 “아직도 냉전적 사고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며 윤석열정부와 보수세력의 대북정책 기조를 겨냥하는 듯한 내용의 SNS를 업로드했다.

직접 목소리를 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맞아 전남 목포서 열린 ‘전남평화회의’ 기조연설서 “(윤석열정부가)역대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정부의 대북정책이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후보들을 만나 유세를 돕는 등 적극적으로 정국에 개입했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일대를 돌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진행한 것이다. 사전투표를 하면서도 “현 정부를 정신 차리게 해야 하는 선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지자 결집용 메시지를 냈다.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여권은 물론 야권 일부서도 비판이 나왔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유세를 지원한 부울경 후보 가운데 대다수가 낙선하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 이른바 ‘개딸’ 사이서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문 전 대통령의 ‘자의’에 의한 등판이었다. 

딸, 부인, 전 사위까지 ‘첩첩산중’
국힘, 김건희 맞불 문 일가 정조준

최근 문 전 대통령이 ‘타의’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일가가 거대한 논란의 중심에 서는 모양새다. 검찰은 전 사위 사건을 배경으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수사를 진행 중이고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 딸 문다혜씨와 부인 김정숙 여사 관련 논란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한때 ‘유쾌한 정숙씨’로 불리며 문정부서 높은 인기를 자랑했던 김정숙 여사는 현재 각종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특활비 유용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야권의 김건희 여사 공격에 맞불을 놓고 있다.


한때 특혜 채용 의혹으로 정치권을 달궜던 아들 문준용씨만 상대적으로 잠잠한 상황이다.

지난 5일 문다혜씨가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면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과거 문 전 대통령은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의 당사자로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윤창호씨 사건을 언급하는 과정서 나온 발언이었다. 

다혜씨의 음주 운전으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빛이 바랬다. 국민의힘은 당시 발언을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음주 운전 전후 다혜씨의 행적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여권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음주 운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엄격한 상황서 전직 대통령의 딸이 면허취소 수준으로 술을 마시고 차를 몰았다는 사실이 공분을 사고있는 것이다. 

여기에 다혜씨의 디자인비 과도 수령 의혹도 불거졌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해당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쓴 <문재인의 운명>을 출간한 출판사가 문다혜씨에게 디자인 값으로 2억5000만원을 지불했다고 한다”며 “상식적으로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등판
끌려 나오나?

그러면서 세금 문제를 거론했다.

신 의원은 “자식에게 증여나 상속할 때 세금 문제가 굉장히 엄격하다”며 “제가 예를 들어 책을 적당히 써서 아들에게 디자인을 맡기고 2억5000만원을 출판사에서 지불하도록 한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까지 디자인 값을 책정하는 것이 불법 증여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없는지 문체부서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해당 의혹을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비쳤다. 유 장관은 “전문 디자이너를 썼다면 여러 가지를 따져 가격을 책정했겠지만 딸이니까 충분히 디자인료를 책정한 것 아닌가 한다”며 “실제로 전문 디자이너도 그 정도로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출판의 자유 등이 관련된 문제고 그쪽(출판계)도 나름의 규율이 있어 이제까지(정부가) 관여하기는 좀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여론화된 만큼 살펴보고 추후에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논란도 언급됐다. 김정숙 여사가 2018년 인도에 방문한 경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해당 논란은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가 당초 무관중으로 예정됐던 KTV 국악 공연을 관람한 것을 두고 ‘황제 관람’이라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격에 김정숙 여사의 당시 출장을 끄집어내면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논란, 논란
거듭된 의혹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순방을 지난 국감에 이어 재차 제기했다. 배 의원은 “당시 영부인이 단독 프레스센터를 운영했다는 얘기를 들어봤나”라며 “문체부가 이를 위해 34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규정을 위반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문체부 규정에 정상외교 및 국빈 방한 홍보 지원을 통해서만 프레스센터를 설치할 수 있게 돼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만든 프레스센터를 사용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문체부의 추가 감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당시 김 여사의 인도 방문으로 상당한 외교 성과가 있었다는 점이 이미 알려졌다. 그 후 뉴델리 시내에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건립되기도 했다”며 “마치 김(정숙) 여사가 ‘버킷리스트 관광’을 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정숙 여사와 다혜씨 논란은 일단 공방전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을 압박하는 진짜 ‘발등의 불’은 따로 있다.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전 사위 특혜 채용 논란이다.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불거졌던 의혹이 최근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검찰 수사는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현재 전주지검 형사3부는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문정부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대가로 서씨와 다혜씨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의심 중이다. 

검 수사 강하게 반발 와중에…
정국 주도권 잡았는데 하필…

이 전 의원은 2018년 3월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됐다. 같은 해 7월 서씨는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태국의 저가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의 전무이사로 채용됐다. 의혹이 불거진 대목은 서씨가 항공업 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검찰은 서씨가 임원으로 근무하며 받은 급여 등 2억원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8월30일 다혜씨의 서울 주거지와 제주 별장을 압수수색하며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가 취업한 후 문 전 대통령이 다혜씨 가족에게 지원하던 생활비를 끊었다면 문 전 대통령이 경제적 이득을 본 것과 다름없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민주당은 집단 행동을 예고하며 검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문 전 대통령 역시 검찰의 행보에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일가가 언급되는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정숙 여사가 지인을 통해 다혜씨에게 송금한 5000만원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밝힌 2020년 김정숙 여사와 다혜씨 사이에 이뤄진 금전거래 정황을 두고 의문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경율 전 비상대책위원은 김정숙 여사가 현금 5000만원을 만든 경위부터 특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비대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송금은)문 전 대통령이 재산 신고한 직후지만, 당시 현금을 신고한 적이 없다”며 “현금으로 옷 수천만원어치 산 사건도 있지 않느냐”며 형평성 차원서 김건희 여사 사례와 마찬가지로 특검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은 ‘은행 심부름’ ‘(김정숙 여사가)전화기 송금이 익숙하지 않아 잘 못한다더라’ 등의 발언으로 비호에 나섰다. 항간에 제기되는 돈세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비호
검찰 뚫을까

검찰은 다혜씨의 휴대폰을 포렌식 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대통령 친인척 감찰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신모씨가 모든 진술을 거부하는 등 가야 할 길이 먼 상태다. 신씨는 지난달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과정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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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