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압박 ‘가족 리스크’ 막전막후

야 분위기 좋은데 ‘찬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권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인 국정감사가 전·현직 대통령의 가족 문제로 얼룩지는 모양새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과 딸, 전 사위 등의 문제로 서로를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서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끝나면 그냥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2022년 3월30일 조계종 ‘중봉 성파대종사’ 추대법회에서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말과 다른
퇴임 행보

문 전 대통령의 바람은 자의로든 타의로든 이뤄지지 못했다. 퇴임 한 달여 만인 2022년 6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고 책을 추천하는 등 ‘SNS 정치’를 시작했다. 또 지난해 초에는 퇴임 후 머무르고 있는 평산마을 인근에 ‘평산책방’을 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작은 시골 마을의 동네책방’으로 소개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문파(문 전 대통령의 지지자)의 사랑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 전 대통령이 올리는 SNS 글은 대체적으로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부터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후 문정부의 정책은 제동이 걸리거나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대표적인 예가 대북정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윤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책을 추천하면서 적은 코멘트에 현 정부에 대한 쓴소리를 담는 식이다. 지난해 7월 문 전 대통령은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이 펴낸 책 <평화의 힘>을 소개하면서 “아직도 냉전적 사고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며 윤석열정부와 보수세력의 대북정책 기조를 겨냥하는 듯한 내용의 SNS를 업로드했다.

직접 목소리를 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맞아 전남 목포서 열린 ‘전남평화회의’ 기조연설서 “(윤석열정부가)역대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정부의 대북정책이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후보들을 만나 유세를 돕는 등 적극적으로 정국에 개입했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일대를 돌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진행한 것이다. 사전투표를 하면서도 “현 정부를 정신 차리게 해야 하는 선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지자 결집용 메시지를 냈다.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여권은 물론 야권 일부서도 비판이 나왔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유세를 지원한 부울경 후보 가운데 대다수가 낙선하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 이른바 ‘개딸’ 사이서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문 전 대통령의 ‘자의’에 의한 등판이었다. 

딸, 부인, 전 사위까지 ‘첩첩산중’
국힘, 김건희 맞불 문 일가 정조준

최근 문 전 대통령이 ‘타의’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일가가 거대한 논란의 중심에 서는 모양새다. 검찰은 전 사위 사건을 배경으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수사를 진행 중이고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 딸 문다혜씨와 부인 김정숙 여사 관련 논란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한때 ‘유쾌한 정숙씨’로 불리며 문정부서 높은 인기를 자랑했던 김정숙 여사는 현재 각종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특활비 유용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야권의 김건희 여사 공격에 맞불을 놓고 있다.


한때 특혜 채용 의혹으로 정치권을 달궜던 아들 문준용씨만 상대적으로 잠잠한 상황이다.

지난 5일 문다혜씨가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면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과거 문 전 대통령은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의 당사자로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윤창호씨 사건을 언급하는 과정서 나온 발언이었다. 

다혜씨의 음주 운전으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빛이 바랬다. 국민의힘은 당시 발언을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음주 운전 전후 다혜씨의 행적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여권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음주 운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엄격한 상황서 전직 대통령의 딸이 면허취소 수준으로 술을 마시고 차를 몰았다는 사실이 공분을 사고있는 것이다. 

여기에 다혜씨의 디자인비 과도 수령 의혹도 불거졌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해당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쓴 <문재인의 운명>을 출간한 출판사가 문다혜씨에게 디자인 값으로 2억5000만원을 지불했다고 한다”며 “상식적으로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등판
끌려 나오나?

그러면서 세금 문제를 거론했다.

신 의원은 “자식에게 증여나 상속할 때 세금 문제가 굉장히 엄격하다”며 “제가 예를 들어 책을 적당히 써서 아들에게 디자인을 맡기고 2억5000만원을 출판사에서 지불하도록 한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까지 디자인 값을 책정하는 것이 불법 증여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없는지 문체부서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해당 의혹을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비쳤다. 유 장관은 “전문 디자이너를 썼다면 여러 가지를 따져 가격을 책정했겠지만 딸이니까 충분히 디자인료를 책정한 것 아닌가 한다”며 “실제로 전문 디자이너도 그 정도로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출판의 자유 등이 관련된 문제고 그쪽(출판계)도 나름의 규율이 있어 이제까지(정부가) 관여하기는 좀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여론화된 만큼 살펴보고 추후에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논란도 언급됐다. 김정숙 여사가 2018년 인도에 방문한 경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해당 논란은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가 당초 무관중으로 예정됐던 KTV 국악 공연을 관람한 것을 두고 ‘황제 관람’이라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격에 김정숙 여사의 당시 출장을 끄집어내면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논란, 논란
거듭된 의혹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순방을 지난 국감에 이어 재차 제기했다. 배 의원은 “당시 영부인이 단독 프레스센터를 운영했다는 얘기를 들어봤나”라며 “문체부가 이를 위해 34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규정을 위반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문체부 규정에 정상외교 및 국빈 방한 홍보 지원을 통해서만 프레스센터를 설치할 수 있게 돼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만든 프레스센터를 사용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문체부의 추가 감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당시 김 여사의 인도 방문으로 상당한 외교 성과가 있었다는 점이 이미 알려졌다. 그 후 뉴델리 시내에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건립되기도 했다”며 “마치 김(정숙) 여사가 ‘버킷리스트 관광’을 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정숙 여사와 다혜씨 논란은 일단 공방전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을 압박하는 진짜 ‘발등의 불’은 따로 있다.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전 사위 특혜 채용 논란이다.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불거졌던 의혹이 최근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검찰 수사는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현재 전주지검 형사3부는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문정부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대가로 서씨와 다혜씨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의심 중이다. 

검 수사 강하게 반발 와중에…
정국 주도권 잡았는데 하필…

이 전 의원은 2018년 3월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됐다. 같은 해 7월 서씨는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태국의 저가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의 전무이사로 채용됐다. 의혹이 불거진 대목은 서씨가 항공업 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검찰은 서씨가 임원으로 근무하며 받은 급여 등 2억원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8월30일 다혜씨의 서울 주거지와 제주 별장을 압수수색하며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가 취업한 후 문 전 대통령이 다혜씨 가족에게 지원하던 생활비를 끊었다면 문 전 대통령이 경제적 이득을 본 것과 다름없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민주당은 집단 행동을 예고하며 검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문 전 대통령 역시 검찰의 행보에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일가가 언급되는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정숙 여사가 지인을 통해 다혜씨에게 송금한 5000만원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밝힌 2020년 김정숙 여사와 다혜씨 사이에 이뤄진 금전거래 정황을 두고 의문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경율 전 비상대책위원은 김정숙 여사가 현금 5000만원을 만든 경위부터 특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비대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송금은)문 전 대통령이 재산 신고한 직후지만, 당시 현금을 신고한 적이 없다”며 “현금으로 옷 수천만원어치 산 사건도 있지 않느냐”며 형평성 차원서 김건희 여사 사례와 마찬가지로 특검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은 ‘은행 심부름’ ‘(김정숙 여사가)전화기 송금이 익숙하지 않아 잘 못한다더라’ 등의 발언으로 비호에 나섰다. 항간에 제기되는 돈세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비호
검찰 뚫을까

검찰은 다혜씨의 휴대폰을 포렌식 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대통령 친인척 감찰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신모씨가 모든 진술을 거부하는 등 가야 할 길이 먼 상태다. 신씨는 지난달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과정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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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발’ 검찰총장 축출 시나리오

‘특수본발’ 검찰총장 축출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 내부가 심상치 않다. ‘즉시항고 포기’ 사태 이후 심우정 검찰총장을 향한 반발이 커지는 분위기다. 심 총장의 판단에 불만을 표출하고 나선 이들은 대부분 ‘특수부’다. 검찰 특수부는 지난해 9월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위축됐다. 좌천 부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윤석열정부의 끝이 보이면서 상황은 반전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의 검찰은 공안·기획통이 주름잡고 있다. 반대로 특수부의 위상은 이원석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이후 땅에 떨어졌다. 정권의 심장을 겨눠온 이들이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된 이유로 전해진다.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를 계기로 반전을 모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정부서 특수본발 검란이 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사들 부글부글 심우정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즉시항고’를 두고 특수본과 이견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심 총장은 윤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다. 통상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도 드물지만, 결정 후 석방까지 30시간도 걸리지 않은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심 총장 등 대검 수뇌부는 법원이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난 7일 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을 석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심 총장 외에 이진동 대검 차장과 대검 부장을 맡은 검사장급 이상 간부 6명이 참석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구속기간 만료 후 검찰의 공소 제기’를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대검 회의에서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로 인해 수사 서류가 법원에 제출된 기간을 ‘일’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즉시항고를 할 경우 위헌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사례 때문이다. 당시 헌재는 검찰의 즉시항고를 인정하면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 자체가 무의미해져 헌법의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검은 특수본에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 지휘를 지시했다. 그러나 특수본은 대검의 방침에 반발했다. 법원의 구속기간 계산법은 시간이 아닌 날을 기준으로 산정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어긋나고 그간의 실무례 등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즉시항고를 통해 다퉈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박세현 중심 단체 반기? “심, 리더십 상실” 즉시항고 포기 후 추가 이견 시 갈등 불가피 대검은 특수본을 설득했지만, 8일 새벽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이날 오전 다시 협의를 이어간 끝에 수사지휘권을 가진 심 총장이 직접 특수본에 석방을 지휘하면서 결론이 났다. 특수본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 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이후 윤 대통령은 오후 5시48분쯤 서울구치소를 나섰다. 대검은 ‘구속기간 산정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부당한 판단’이라는 특수본의 의견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본안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법원의 판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는 즉시항고와 보통항고가 있다. 즉시항고를 할 때엔 법원의 결정 집행이 정지되지만 보통항고는 정지되지 않는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해 윤 대통령이 석방됐더라도 보통항고를 통해 법원의 판단이 옳은지를 상급심서 다퉈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던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불복 방법은 즉시항고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심 총장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검사들이 늘었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지 않는 사건이었다면 즉시항고했을 것이고 그게 일반적”이라며 “부담이 상당히 했으니까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겠나. 선례에 비춰봤을 때 상식적인 판단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박철완 광주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7기)는 지난 9일 검찰 내부망 게시판 ‘이프로스’에 ‘구속 취소 사유 등이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해 불가” 비판 쇄도 박 검사는 “재판부가 제시하는 구속 취소의 사유가 전례에 어긋나는 등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는 즉시항고를 통해 그 당부에 대한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수본은 이런 입장서 즉시항고를 주장한 것이 아닐까”라고 썼다. 박 검사는 “그런데 대검은 즉시항고 포기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원칙적인 입장과 다른 입장을 취하는 쪽에서 ‘당해 사안에서는 이례적으로 원칙적 입장을 따르지 않아야 함’을 정당화해야 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강력한 논증을 제공해야 한다”며 “대검은 어떤 논증을 제시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종호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1단 부장검사(연수원 31기)도 박 검사 글에 댓글을 달아 “지금의 구속기간 산입 등 법 해석 논란이 이해되지 않지만, 향후 일선의 업무 혼선을 정리하는 차원에서라도 일반 ‘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채수양 창원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연수원 32기)도 최근 이프로스에 ‘구속 취소 즉시항고의 필요성’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이번 즉시항고 포기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구속집행정지 및 보석에 대한 즉시항고를 위헌으로 결정한 취지를 고려했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면서도 “기존 헌재 결정이 구속취소 즉시항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채 부장검사는 “구속집행정지와 보석은 법원이 조건을 부과하거나 취소 사유를 고려해 결정하지만, 구속 취소는 조건 부과 없이 구속의 효력을 소멸시키므로 법적 성격이 다르다”며 “잘못된 구속 취소 이후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해도 돌이킬 수가 없다.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영장주의 위배가 아니라 보완”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 특수본은 공안통, 특수통, 기획통이 한데 모여 있지만 특수통 검사들이 수사를 쥐고 있다. 특수본과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내란 사건에 대해 “검찰의 명운이 걸린 수사”라는 말 말고도 “다시 특수부가 떠오를 기회”라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이는 검찰 특수부가 이 전 총장 체제 이후부터 몰락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건들면 터진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심 총장을 포함한 공안·기획통이 검찰 요직을 차지하면서 특수부는 한직이자 기피 부서로 분류됐다. 지난해부터 특수부로의 이동을 원하지 않는 검사들이 많아지다 보니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 일가에 대한 이른바 ‘정권을 향한 수사’는 자연스럽게 힘을 잃었다. 특수본부장을 맡은 박 고검장은 원리원칙주의자로 특수통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인물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현대고, 서울대 법대 등 직속 후배로 ‘윤석열·한동훈 라인’이라고 불렸으나 이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인연에 약한 인사가 아니다. 한동훈 전 장관이 박 고검장과 실제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시절이 있다. 4~5년 전 한 대형 사건으로 인해 크게 실망했고 이후에 화해했는지는 모른다”고 귀띔했다. 윤정부 첫 검찰 고위급 인사 명단에 박 고검장의 이름은 없었다. 큰 충격을 받은 박 고검장은 주변에 사표 제출 의사까지 밝혔었다고 한다. 박 고검장은 이때의 승진 실패 이전부터 ‘인사 트라우마’가 있었다. 지난 2017년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시절 이른바 ‘돈봉투 만찬’으로 논란이 된 자리에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배석했다가 받았던 100만원이 원인이 됐다. 검찰과장 1순위였던 박 고검장은 수원지검 형사3부장으로 좌천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박 고검장의 사표를 만류한 이들은 한 전 대표와 박 고검장 모두와 친한 검찰 간부들이다. 한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전·현직 모두가 합세해 화해시키려 했다. 어느 정도 서로 서운한 걸 풀었다고는 들었는데 아직 껄끄러움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 고검장이 세 번째 트라우마를 피하려면 내란 수사를 완벽하게 끝낼 수밖에 없다. 기획 VS 특수 다툼 양상…과거 내분과 흡사 명줄 걸린 박 “인생 최대 위기이자 기회” 인생 최대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실제 박 고검장은 심 총장의 즉시항고 포기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소한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중앙지검 한 간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두고 일각에선 ‘검찰 봐주기가 우려된다’는 시선이 있는데 이미 그러기엔 늦었다. 특히 박 고검장의 스타일이 전형적인 특수부다. 최소한 검찰이라는 기관의 생존을 위해서는 사력을 다해 수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 안팎에서는 심 총장이 간부급 검사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통항고조차 하지 않으면서 야권발 특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또 한 번 즉시항고 포기 사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그때는 심 총장에게 이견에 의한 갈등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간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본발 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가장 대표적인 내분 및 항명 사태는 지난 2012년 11월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대립하던 최재경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이하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자 중수부장이 즉각 반발했던 사건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사들은 한 전 총장에게 퇴진을 요구하며 큰 파문이 일었다. 결국 한 전 총장이 검찰 내부 혼란을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수용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취임 1년3개월여 만이다. 당시의 대립은 한 전 총장이 발표하려던 검찰 개혁안 때문이었고 그 핵심은 중수부 폐지였다. 심 총장과 박 고검장 간 갈등이 아직은 한 전 총장과 최 전 중수부장의 대립처럼 노골적으로 노출되진 않았다. 그러나 ‘특수부의 생존’ 및 기획통의 특수통 컨트롤 양상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우선 일단락 불씨는 남아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특수통 DNA’는 컨트롤되지 않는다. 윤석열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 좋게 말하면 원리원칙주의고 나쁘게 말하면 꺾이지 않아서 다루기 힘들다. 검찰 역사에서 기획통이 특수통 달래기에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정치·정무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임과 동시에 조직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특수본은 항상 다음 정권서 요직을 차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체포 때 김건희, 경호처 비난 “마음 같아선 이재명 대표 쏘고, 나도 죽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체포된 이후 김건희 여사가 총기 사용을 언급하며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을 비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MBC 보도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윤 대통령 체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서에 김 여사가 “총 갖고 다니면 뭐 하냐, 그런 거 막으라고 가지고 다니는 건데”라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김 여사는 지난 1월15일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이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관저에 머물면서 경호처 직원에게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특수단이 1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을 때와 달리 2차 집행 때는 경호처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는데, 이를 질책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부터 윤 대통령이 체포되는 일련의 과정서 김 여사의 구체적인 반응이 전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여사는 이런 발언을 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로부터 총기 사용 발언을 들은 경호처 직원이 김 여사가 “내 마음 같아서는 지금 이재명 대표를 쏘고, 나도 죽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진술도 특수단에 했다는 것이다. 김 여사의 발언은 윤 대통령 체포 전후 경호처가 총기 사용을 검토했다는 간접적인 정황 중 하나로 보인다. 경호처가 총기 사용을 검토했다는 의혹은 이전에도 나왔다. 앞서 특수단은 윤 대통령이 체포되기 전 김 차장 등 경호처 간부들과의 식사 자리서 “총을 쏠 수는 없냐”고 묻자 김 차장이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과 함께 윤 대통령 체포 방해를 주도한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1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직원들에게 MP7 기관단총과 실탄을 관저로 옮겨두고 “(관저)제2정문이 뚫린다면 기관총을 들고 뛰어나가라”고 지시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이 지시가 윤 대통령 체포 저지가 아니라 “진보·노동단체 시위대가 관저로 쳐들어온다는 보고를 받고 대비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장 역시 “기관총은 평시에도 관저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졌으며 비상계엄 선포 전 계엄령이 발표될 것을 알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보안 전화기인 비화폰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본부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무위원보다 이른 시간에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계엄령, 계엄 선포, 국회 해산 등을 검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포렌식 과정서 시간 오차가 발생한 경우”라며 “비상계엄 발표를 TV를 보고 알고 이후 검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장 구속영장 신청서에 기재된 김 여사의 발언에 관한 질문에 특수단 관계자는 “구속영장 서류에 기재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