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도 나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흔들기

역대급 성적 내고 욕받이 신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수들의 활약으로 생긴 빛이 체육계의 어두운 이면을 끄집어냈다. 훤히 드러난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하지만 ‘고인물’ 인사들은 버티기에 돌입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비판과 질타에도 자리를 지키겠다며 발버둥 치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현주소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서 열린 현안질의 현장은 ‘축구협회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 회장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여야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정 회장과 홍 감독은 쏟아지는 질타에도 자진사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청문회급
집중 질타

이날 현안질의에서는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 축협 사유화, 주먹구구식 행정 등 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동네 계모임을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더라도 정관에 따라 움직이는데 축구협회는 이보다 못한 조직”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정 회장의 답변 중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은 ‘4선 도전’ 여부였다. 2013년부터 축협 회장을 맡아온 정 회장은 올해로 세 번째 임기를 마친다. 공개적으로 4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은 없지만 지난 5월, 정 회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선출, 축구 외교무대에 복귀하면서 연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커졌다. 

이날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문성 해설위원이 “정몽규 체제는 끝나는 게 맞다”고 작심발언을 쏟아내는 등 정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심사숙고 하겠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4선 도전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물음에도 “앞으로 잘 생각해서 현명하게 결정하겠다”며 “다 열어놓고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축협 인사들의 발언에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축협 운영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도 자리만은 보전하려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해설위원의 “국민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지적이 현안질의 현장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6년 통합 회장 선출
재선 거쳐 3선 노린다?

문제는 이 같은 모습이 축협뿐만 아니라 체육계 전반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체육 종목단체를 아우르는 대한체육회 역시 축협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이날 현안질의서도 축협의 파급력에 가려졌을 뿐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에 대한 날 선 비판과 의혹 제기가 쏟아졌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파리올림픽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배경에 대한체육회가 있다는 한탄이 들린다. 우리나라는 최소 규모로 출전한 이번 파리올림픽서 역대 최다 타이인 13개 금메달을 따내며 종합순위 8위를 차지하는 등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초기 목표였던 금메달 5개, 종합 15위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하지만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셔틀콕 여제’ 안세영이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내면서 체육계의 어두운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배드민턴, 사격 등 파리올림픽서 좋은 성적을 거둔 종목서 나타난 협회의 민낯은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축협, 배드민턴협회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문체부는 지난 10일, 중간발표서 배드민턴협회의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후원사로부터 장부 기입 없이 후원물품을 추가로 받은 부분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반면 배드민턴협회는 “문체부가 협회 정책과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보기보다는 단편적인 내용으로 협회와 조직을 일방적으로 비방하고 있다”면서 “명확한 근거 없이 개인을 횡령, 배임으로 모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뜻도 비쳤다. 

문체부는 ‘윗선’인 대한체육회에도 칼을 들이댔다. 이 과정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의 3선 도전이 얽히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뒷전된 영광
드러난 민낯

지난 12일 문체부는 감사원에 대한체육회 운영 전반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대한체육회의 ▲부적절한 파리올림픽 참관단 운영 ▲후원사 독점공급권 계약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 ▲과도한 수의계약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일방 취소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 운영 ▲특별보좌역·위촉자문위원 및 대한체육회 자체 예산의 방만한 사용 ▲보조사업 관리 부실 및 불공정한 스포츠공정위원회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역시 “대한체육회 중심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언급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문체부가 8년 동안 이어진 이기흥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며 “체육계를 퇴행시킨 8년”이라고 이 회장 재임 시기를 비판했다. 

이 회장은 2016년 통합 대한체육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유효표 892표 중 294표를 얻어 213표를 획득한 장호성 당시 단국대 총장을 81표 차로 따돌렸다. 통합 직전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을 지낸 이 회장은 1997년 대한근대5종연맹 고문을 시작으로 체육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대한카누연맹회장, 세계카누연맹 아시아대륙 대표, 대한수영연맹회장 등을 역임했다. 

당시 대한체육회 예산은 4150억원에 달했고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모두 담당하는 통합 체제의 초대 수장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또 임기 내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가 예정돼있어 막중한 책임감이 요구됐다.

압도적 지지
재선 성공


이 회장은 4년 뒤 열린 선거서 초선 때보다 많은 표를 획득하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2021년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41대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서 이 회장은 절반에 육박하는 46.4%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총 1974표 중 915표를 얻었다. 첫 선거와 비교해 득표율이 13%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구타 사건 및 지도자와 동료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철인 3종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오른 상태였다. 능력과 도덕성에 있어 자격미달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체육계는 이 회장에게 ‘4년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에 표를 던졌다.

그로부터 4년 뒤 이 회장의 두 번째 임기는 올해 말로 끝난다. 이 회장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3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체육회의 체육단체 임원 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이 회장의 3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대한체육회는 지난 7월 임시 대의원총회서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 규정 삭제 등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현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4년 임기 후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3선 이상 연임을 원하면 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현재 연임 조항으로 임원 구성이 어렵다는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하지만 체육회 안팎서 이 회장의 3선을 위해 정관까지 개정하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날 총회에서는 현 체육회장은 정관 적용서 제외하기로 수정 의결했다. 정관 개정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문체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유 장관은 대한체육회의 정관 개정안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임원의 임기 연장을 허용하는 현재 시스템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 권한을 체육회장이 갖고 있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현재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 15명은 모두 이 회장이 임명했다.

자기 사람 심어둔 스포츠공정위
‘셀프 연임’ 논란 장관은 ‘반대’

다시 말해 이 회장이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임기 연장을 신청할 경우 본인이 임명한 위원에게 심의를 받는 일이 발생한다.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지난 24일 문체부 현안질의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임기 연장 심의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김병철 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 동안 이 회장의 특별보좌관직을 수행하면서 급여를 받았다. 이후 스포츠공정위원장으로 임명해 (이 회장의)연임을 결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위원장은 내가 임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후보 추천위원회가 있다. 정부하고 협의한 뒤 승인을 받아 임명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유 장관 역시 그 부분을 문제 삼았다. 유 장관은 “(체육회장 연임 승인)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공정위원회처럼 연임을 최종 결정하는 기관의 승인이 필요하면 체육회, 문체부와 관계없는 기관에 위탁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특별보좌관을 꽤 하다가 위원장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회장과의)관계를 보면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 특별보좌관이라는 것은 어드바이저 역할과 체육회의 공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나의 사적인 업무를 돕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가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 운영 등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운영에 대한 문체부의 공익감사 청구에 대한체육회 역시 ‘맞불’로 대응하는 등 두 기관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의 감사 청구 직후 ‘문체부의 위법 부당한 체육 업무 행태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필요한 절차에 따라 감사원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체부랑
맞장 뜬다

대한체육회는 올해 1월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서 문체부 공익감사 청구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당시에는 요구사항을 보고하는 취지였다면 이번에는 실제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하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생활체육 예산의 지방자치단체 이관 ▲사업예산 집행 과정에 과도한 개입과 고의적인 사업 승인 지연 ▲체육단체 간 업무중복과 갈등에 따른 비효율성 발생 원인 제공 등을 문제 삼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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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