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 열풍’ 수억 들인 황톳길 가보니…

쩍쩍 갈라졌는데 맨발로?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최근 일부 지자체서 황톳길을 만들어 달라는 민원이 쇄도하면서, 맨발 길 조성작업이 최우선 정책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도봉구청은 이달 황톳길을 조성하고 서울시 최초로 쿨링포그를 설치했으나 작동하는 건 볼 수 없었다. 황톳길 조성에 일부 주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지만, 좋지만은 않은 시선도 있다.

전국적으로 맨발 걷기 열풍이 부는 가운데 ‘어싱(Earthing)’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구청이나 시청에 황톳길을 만들어 달라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황톳길은 2년 새 17개서 48개로 늘었고, 서울 25개 구 중 18곳이 맨발 걷기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서울 도봉구도 지난 19일, 창동 지역 초안산근린공원에 왕복 134m의 황톳길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어싱족 유행

도봉구는 이 황톳길에 서울시 최초로 황토의 질감을 유지하기 위한 바닥 분사형 쿨링포그를 설치했다. 폭 2m, 왕복 134m로 조성된 황톳길에는 황토족욕장과 황토볼장 등이 마련됐고, 토사·낙엽·빗물 등 이물질 유입 차단을 위한 캐노피도 설치됐다. 이 외에도 이용 편의를 위한 세족장, 앉음벽 블록, 신발장 등이 설치됐다. 

앞서 도봉구는 완성도 높은 황톳길 조성을 위해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지난 24일,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이용객들은 얼마나 있는지 등의 확인을 위해 초안산근린공원에 조성된 황톳길을 찾았다. 

이날 만난 주민들은 “공원 안에 새로 조성한 황톳길 이용 편의 시설물엔 만족한다”고 입을 모았는데, 쿨링포그 작동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듯했다.

오후 3시께 창원초교 오거리에 있는 초안산근린공원 입구는 부쩍 선선해진 날씨로 잠시 산책 나온 주민들과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주민이 눈에 눈에 띄었다. 입구 안쪽으로 들어서자 안내표지판과 함께 오르막길로 형성된 산길이 나왔다.

안내표지판에는 새로 조성된 황톳길에 대한 표시가 없어 도봉구청 누리집에 나와 있는 ‘창동 677번지’라는 정보만으로 찾아야만 했다.

오르막길 중간에 도달했을 때쯤 입구로 내려가고 있는 한 주민에게 황톳길 위치를 묻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처음 들어본다” “그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도봉구 첫 쿨링포그 설치
“작동하는 건 본 적 없어”

해당 공원서 산책 중이던 몇몇 주민들에게 추가로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이들이 있었다. 결국, 인터넷 포털 검색을 통해 창골 운동장 옆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창골 운동장에 다다르자 황톳길 입구에는 ‘초안산근린공원 맨발 황톳길’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도착한 시각에는 주민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이미 황톳길을 걷는 주민이 보이는가 하면, 세족장서 발을 씻고 들어갈 준비를 마친 주민도 하나둘씩 보였다. 

기자도 세족장서 발을 씻은 뒤 직접 황톳길에 진입했다. 하지만, 황토 특유의 질퍽한 느낌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딱딱한 아스팔트 도로 위를 걷는 듯했다. 

특히 햇볕이 드는 구간은 열기로 인해 물기가 증발한 탓에 돌처럼 굳어 있었다. 앞서 도봉구가 황토의 질감을 유지하기 위한 바닥 분사형 쿨링포그를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이날은 작동하고 있지 않았다. 쿨링포그가 작동되는 시간 정보는 안내돼있지 않아 알 수 없었다. 

이후 그늘진 곳의 황토는 달랐는데, 질퍽한 물기로 인해 미끄러워 한 발 한 발 조심히 내디뎌야 했다. 앞에 걸어가던 한 부부는 손을 꽉 부여잡고 서로 지탱해주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황톳길 앉음벽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주민 A씨는 “(황톳길이)조성되고 나서부터는 매일같이 나오고 있다”며 “맨발로 걸으니까 건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쿨링포그가 설치된 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설치된 건 알고 있는데, 작동하는 건 본 적 없다”고 답했다.

공원 인근에 거주한다는 B씨도 “황톳길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자주 찾고는 있는데, 쿨링포그가 언제 나오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공원서 만났던 주민들은 황톳길 조성에 대체적으로 만족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쿨링포그가 작동되는 모습은 본 적 없다고 이구동성했다.

도봉구청 한 관계자는 “쿨링포그는 기본적으로 시간이나 온도를 고려한 타임로그에 맞춰 작동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거나 변수가 생기면 그때마다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상시 관리 어려워
“폭우 때 이용 못해”

황톳길 조성에 주민 대다수가 긍정적이지만, 조성 비용 및 시설 유지 관리에 만만찮은 돈이 들어가 좋지만은 않은 시선이다. 황톳길을 만드는 데 비용이 수십억원가량 들어가는 데다 침수나 폭우 때마다 유실된 황토를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탓이다. 

동대문구는 황톳길을 550m 까는 데 10억원이 들었고, 마포구는 추가경정예산 5억원을 확보해 부엉이근린공원에 황톳길을 조성할 예정이다. 서대문구는 8억5000만원짜리 인공 황톳길을 만들려다 “멀쩡한 흙을 왜 뒤엎느냐”는 인근 주민의 반대로 사업을 취소하기도 했다.

황톳길은 평상시 관리도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덮개를 덮어도 비만 오면 빗물에 쓸려나가며, 반대로 너무 건조하면 황토는 바람에 날아간다. 담당 공무원이 비나 눈이 내릴 때마다 비닐이나 방수포로 덮어두지만, 양이 많을 경우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반대로 수분이 증발해 황토가 딱딱하게 굳어지면 맨발 접촉 시 부상의 위험이 높아지는 문제도 있다. 또 습진이나 무좀 등 피부병 질환을 막기 위해 주기적인 소독 및 황토를 갈아줘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존재한다. 이를 위한 황톳길 전담 인력 및 예산 확보는 덤이다.

일각에선 건강에 좋다는 뚜렷한 의학적 근거도 없는데 민원 요청에 등 떠밀려 추진된 사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막대한 비용

도봉구청 관계자는 “현재 황톳길 관리는 비가 오면 직원들이 비닐을 치는 작업을 하고 있고, 폭우로 너무 심하면 이용을 잠깐 멈추고 있다”며 “주민들 수요가 점차 많아지고 있고, 건강이나 정신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해서 건강 관리 측면서 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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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