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10월 호남 혈전

커지는 판 그래도 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재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소규모 선거지만 호남을 쟁취하기 위한 진보 진영의 기싸움이 벌어지면서 이례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비판 수위가 아슬아슬하다. ‘건강한 경쟁’을 하겠다며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어째서인지 날 선 말들이 상처를 콕콕 찌른다.

2024년 하반기 재보궐선거가 다음달 16일 치러질 예정이다. 이번 선거는 인천 강화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전남 곡성군수와 영광군수 등 기초단체장 등 4명을 뽑는다. 호남인 곡성과 영광은 진보의 텃밭이다. 이곳에 깃발을 꽂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대격돌

먼저 곡성군수 선거에는 4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주당에서는 조상래 전 전남도의원을 후보로 내보냈다. 이로써 조 후보는 곡성군수에 세 번째 도전하는 후보가 됐다. 혁신당에서는 박웅두 후보가 나선다. 농민운동가 출신인 박 후보는 혁신당 농어민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중견기업 임원 출신인 최봉의 당원이 도전한다. 곡성미래연구소장 이성로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영광은 5명의 후보가 나서 보다 치열한 선거가 예상된다. 민주당에서는 영광군 의원을 지낸 장세일 후보가 ‘쌀값 20만원 회복’을 공약으로 내걸고 출사표를 던졌다.


혁신당에서는 민주당 유력 후보였지만 경선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탈당한 뒤 당적을 바꾼 장현 전 호남대 교수를 대항마로 세웠다. 진보당에서는 이석하 후보가, 김기열·오기원 후보는 무소속으로 선거 대열에 합류했다. 국민의힘은 영광군수 후보를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영광이 치열한 이유는 그동안 치러진 여덟 번의 선거서 무소속 후보가 세 차례나 깃발을 꽂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한 당보다는 개인 역량과 조직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어 민주당 텃밭 덕을 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과 혁신당은 사활을 걸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혁신당 조국 대표 모두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선거인 만큼 자신들의 리더십을 시험해볼 수 있는 무대기도 하다.

혁신당은 지난 8월 정기국회 1박2일 워크숍 장소를 영광·곡성으로 정했다. 민주당 역시 인천서 열린 워크숍을 마친 직후 호남으로 집결했다. 이후에도 양당 대표와 지도부는 틈틈이 호남을 찾아 선거유세에 힘을 실었다.

영광·곡성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마전
금정구청장 후보 단일화 여전히 ‘삐걱’

혁신당은 지난 총선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강조했다. 민주당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쇄빙선 역할을 자처하며 윤석열정부에 맞서 싸우겠다는 기조를 확실히 했다.

조 대표는 당선 이후에도 민주당과의 합당에는 선을 그으며 협력하는 관계로 남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검찰개혁, 교섭단체 조건 완화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지만 크게 언성을 높이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재보궐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서로를 겨냥한 메시지가 거칠어지고 있다. 대결 구도가 확정되고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인 탓이다.

<뉴스1> <남도일보> <아시아경제> 등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0~11일 ARS 방식(무선 90%·유선 10%)으로 조사한 결과 영광군수 재선거 가상대결서 혁신당 장현 후보가 30.3%,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29.8%를 기록했다. 0.5%p 차이로 혁신당이 우위를 선점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곡성군수 재선거 가상대결에서는 민주당 조 후보가 59.6%, 혁신당 박 후보가 18.5%를 득표해 박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주민 기본소득과 정권교체를 투트랙으로 내세워 표심에 호소했다. 반면 혁신당은 호남 주민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호남 발전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 대표는 지난 26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호남은 사실상 민주당 일당 독점 상태로 고인 물은 썩는다. (썩은 물은)흐르게 해야 한다”며 “혁신당은 누가 더 좋은 사람과 정책을 내놓느냐로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민주당을 향해 선전포고하면서 불을 댕긴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호남은 고인 물이 썩는 곳이 아니라 개혁과 변화를 선도한 곳”이라고 받아쳤다. 박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독주를 목전에 두고 10월 지방 재보선부터 경쟁 구도로 가면 진보세력의 분화가 시작된다”며 “지금은 경쟁이 아니라 단결해서 정권교체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안 볼 것처럼 싸워도…
“그래도 우리의 적은 용산”

민주당 곳곳서도 “공격 상대가 잘못됐다”며 조 대표를 만류했지만 과열된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이 민주당을 향해 ‘호남의 국민의힘’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그의 해임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번지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혁신당이 민주당과 우군이 될 수 있던 이유는 민주당의 발목을 잡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졌기 때문”이라며 “국민의당이나 정의당 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혁신당은 민주당이 윤정부를 겨냥해 ‘심판 치료’를 벼르고 있는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서도 충돌했다. 금정구청장 후보 단일화 논의가 공회전하면서 파열음만 새어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민주당 김경지 후보와 혁신당 류제성 후보는 이날 오후 3시 후보 단일화를 위한 회동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돌연 취소됐다. 혁신당은 민주당 측에서 회동 결렬을 통지했으며 “후보 간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조 대표가 김 예비후보를 향해 “승리를 가져오기 힘든 후보” “전에도 두 번 도전했다가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고 발언한 것을 꼬집으며 혁신당의 사과가 우선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러다가 야권이 두 쪽 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판과 비난이 뒤섞인 만큼 양 당이 다시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점에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호남을 놓고 (양 당의)물밑 접촉은 없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이번 선거로 인해 야권이 갈라질 가능성은 적다. 지금까지 민주당에 대항하는 소수 정당은 많았지만 혁신당처럼 저돌적인 자세를 취한 이들이 없어 (민주당도)흠칫했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여권은?

다른 야권 관계자 역시 분열 가능성을 적게 봤다. 이 관계자는 “윤정부라는 커다란 공통의 적이 있어 민주당과 혁신당은 선거가 끝나는 대로 다시 화합 모드로 돌입할 것”이라며 “싸울 땐 확실하게 싸우고 또 힘을 합칠 땐 제대로 협력해가는 모습을 국민도 원하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