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자존감 거울, 자신감 안경

거울은 나 자신을 정확히 볼 수 있어 좋고,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긍정적일 때 우린 엄청난 자존감을 갖게 된다.

반면 안경은 나 자신을 볼 수 없지만 안경 너머 타인이나 물체를 정확히 볼 수 있어 좋고, 특히 상대방과 대화할 때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지난 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이 배석하는 여야 대표회담에 앞서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로잡으며 자존감을 가졌고, 회담장에선 안경을 통해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정확히 바라보며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필자는 회담장에 나와 모두발언하는 두 대표를 보면서 이들이 회담 전 거울 앞에서 어떤 자존감을 충전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한 대표는 빨강색과 파랑색의 중간인 보라색에서 빨강색에 가까운 자주색 넥타이를, 이 대표는 보라색에서 파랑색에 가까운 군청색 넥타이를 매면서 회담서 공통점을 찾아내되 소속 당의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또 거울 앞에서 한 대표는 지적이고 솔직한 이미지의 검정색테 사각형 안경을 쓰면서 여당 대표로서 국정운영 책임자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을 것이고, 이 대표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갈색테 둥근 안경을 쓰면서 야당 대표로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그런데 두 대표는 100여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서 필자의 짐작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말았다.

채 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 쟁점 현안에 대해 의견 접근도 없이 제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빈손 회담이었기 때문이다.

민생과 관련 없는 지구당을 부활하자는 합의나 현안 문제를 국회 차원서 대책을 마련하자는 공감대 형성 등이 성과였다면 왜 호들갑을 떨며 대표 회담까지 가졌는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두 대표가 회담 당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자존감을 충전시켰고, 회담 중에도 당 대표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담은 안경을 통해 상대의 모습과 그 의중을 정확히 파악했을 텐데, 왜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했을까?      

11년 만에 어렵게 성사된 여야 대표 회담 결과를 접하면서 필자는 두 대표의 안경 도수가 돋보기 수준으로 높아 상대의 단점까지 다 보여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혹시 도수가 없는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존감을 상실했던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결국 회담 내내 두 대표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필자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얼굴에 주름이나 잡티가 없고 피부도 탱탱해 윤기가 흐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8월 마지막 주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찾았던 감자탕집 화장실 거울에 비치는 얼굴을 보고 크게 자존감을 상실하고 말았다.


평상시 우리집 화장실이나 회사 건물 화장실의 거울은 컬러가 적당히 들어 있고, 세수할 때 거울과 얼굴의 거리가 80cm쯤 돼 거울에 비치는 필자의 얼굴이 나름대로 멋있게 보였다.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찾았던 감자탕집 화장실 거울은 컬러가 들어 있지 않은 환한 거울이었고 얼굴과 거울의 거리도 40cm 정도로 가까운 편이었던 데다, 조명까지 환해 필자의 얼굴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비춰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젊고 피부가 좋은 사람도 현미경 같이 잘 보이는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자존감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안경은 바깥 세상을 환하게 보기 위해 시력의 정도에 따라 도수가 있지만, 자신의 얼굴이나 모습을 보기 위한 거울은 연령대에 맞는 별도의 도수가 있지 않고 모든 거울이 다 똑같다. 감자탕집을 다녀온 후 필자는 거울에도 사람의 자존감을 살려주는 도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울은 안경과 달리 아름답게 보이는 것을 목표로, 시력이 좋은 20~30대 거울은 환한 거울을, 40~50대 중년의 거울은 옅은 컬러가 들어 있는 거울을, 60~70대의 거울은 짙은 컬러가 들어 있는 거울을, 80~90대의 거울은 어두운 거울을, 즉 우리가 연령대에 맞는 자존감 거울을 사용하면 어떨까?

그래야 나이 많은 노인들도 최근 필자처럼 자신의 얼굴에 대해 자존감을 상실하지 않고, 계속 거울을 통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행복해 할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땐 여러 요소에 의해 자존감 거울보다 훨씬 아름답게 볼 텐데, 굳이 자신의 결점까지 보이는 거울을 비치해 놓고 보면서 실망할 필요까진 없지 않겠나?  

며칠 전 거울 가게에 들러 옅은 컬러가 들어 있는 거울을 사려고 물었더니, 노인들이 주로 찾는 거울이라면서 어떤 노인은 자신이 멋있게 나오는 ‘마술 거울’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호텔이나 백화점도 강한 컬러가 들어 있는 거울을 비치해 고객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 가정도 모공이나 잡티까지 보이는 환한 거울은 떼어내고 적당히 컬러가 들어 있는 자존감 거울을 사용해야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국민의힘 한 대표와 민주당 이 대표가 집이나 집무실에 자존감을 살려주는 자존감 거울을 걸어놓고 우리나라 양대 정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당당하게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바라고 있다. 너무 환한 거울에 의해 자신의 단점에 매몰된 정치인이 돼선 안 된다.

두 대표의 안경 역시 돋보기 수준으로 잘 보여 상대 당의 단점만 부각시키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적당한 도수의 자신감 안경을 통해 상대의 장점도 보면서 서로 협치를 해야 한다.

지난 1일 회담에 앞서 두 대표가 자존감 거울을 보지 못했고, 회담 내내 자신감 안경을 쓰지 못했던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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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