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나기 ⑤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한류의 샘이 깊은 물

미리 말하자면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하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나무를 주제로 한 박물관은 아니다. 배우 한석규, 송중기 등이 출연했던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세트장도 아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한창기가 발행한 잡지 이름이다. 정기구독자만 무려 6만5000명에 달했던 잡지계의 전설이다. 물론 드라마와 공통점은 있다. 한류와 한글이다.

잡지 <뿌리깊은 나무>는 1976년부터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폐간되기까지 5년 남짓 발간됐다. 우리나라 최초 순수 한글 전용, 가로쓰기를 선언한 잡지였다. 당시는 경제발전이 지상 과제였고, 우리의 것보다 서양의 것이 환대받던 시절이었다. 무엇보다 발행인 한창기는 창간사에서 “우리 문화의 바탕이 토박이 문화”라며, “토박이 문화가 역사에서 얕잡힌 숨은 가치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토박이 문화

한류를 예언하듯 우리 한글과 문화의 가치를 눈여겨본 셈이다.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낙안읍성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다. 한창기의 유물 6500여점을 중심으로 꾸렸다. 일상에 가까운 옛 물건이 많다. 그가 한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한국 지사장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한편으로 놀랍고 어찌 보면 또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곧장 한창기실로 이동해 먼저 그의 생을 들여다보는 것도 괜찮은 관람법이다. 

한창기실은 자그마한 전시실이다. 옛 집무실을 재현하고, 옷가지와 생활용품, 친필 원고 등의 유품들을 전시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뿌리깊은 나무> 전권. 호별로 전시 중인데 각 호는 표지만으로 단숨에 시선을 끈다. 지금이야 제목에 한글을 쓰고 잡지에 아트디렉터를 두는 게 마땅하지만, 그때는 표지에 사진을 싣는 것조차 무모해 보이는 파격이었다. 


창간호는 흰 쌀과 65세 농부의 거친 손이 대비를 이룬다. 1979년 5월호는 친정에 온 딸과 어머니가 우산 하나에 의지해 나란히 걷는 모습이다. 1980년 5월호의 표지는 한 젊은 기능공의 환한 모습이다. 동양인 최초 <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장 고(故) 에드워드 김이 찍었다.

마지막 호는 이맘때인 8월호다.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보물)이 표지다. 

<뿌리깊은 나무>의 기사는 한창기실 내 키오스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호에는 종간에 대한 언급이 없어 예정된 폐간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한창기의 집념은 <뿌리깊은 나무>의 폐간서 멈추지 않았다. 새로운 관점으로 여성을 이야기한 <샘이깊은물>, 여행서가 전혀 없던 시절의 인문지리지 <한국의 발견>, 목수, 길쌈아낙, 장돌뱅이 등 보통사람의 삶을 구술해 정리한 <민중자서전>, 우리 소리를 담은 23장의 음반 <뿌리깊은 나무 판소리> 등을 연이어 제작했다.

‘한류’라 불리는 우리 문화의 뿌리가 이곳에 있다. 

<뿌리깊은 나무> 전권이 전시 중인 한창기실
희소 유물 등이 있는 다채로운 지하 전시실도

한창기실서 지하로 내려서면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이 나타난다. 상설전시실은 그가 수집한 유물 6500여점 가운데 600여점을 전시한다. 정순왕후국장반차도, 백자청화매죽문필통 등 희소 유물서 일반 서민이 쓰던 소반이나 책장, 고무신, 한글 소설까지 다채롭다.


첫 방문이라면 조선시대 한글 편지를 눈여겨볼 일이다. 헌종의 어머니 신정왕후가 정경부인 김씨에게 보낸 편지, 사촌 동생이 형님에게 보낸 편지 등이다. 시누이가 아우의 변비를 걱정하며 도토리를 쑤어 꿀에 타 먹으라 권하는 편지는 잔잔한 미소를 자아낸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정갈한 한글 필체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아이와 함께한 가족은 <박물관 탐구하기 책자>를 챙겨 돌아보자. 전시 관련 질문이 있어 게임을 하듯 재밌게 돌아볼 수 있고, 답을 적어 매표소에 제출하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박물관 건물 맞은편에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인간문화재) 백경 김무규의 고택 수오당이 자리한다. 수오당은 영화 <서편제>에 등장했는데 영화서 백경 김무규가 실제로 거문고를 연주했다. <서편제>의 주인공 유봉역을 맡았던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뿌리깊은 나무>의 기자기도 했다.

수오당 옆은 야외 석물 전시장이다. 목이 없는 석불과 옥개석만 올려놓은 석탑 등은 온전하지 않은 채라 오히려 ‘역사’적이다. 

순천의 다른 여행지를 같이 돌아보고 싶을 때는 순천시 관광지 통합입장권을 구매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낙안읍성, 드라마촬영장, 뿌리깊은나무박물관, 자연휴양림 등 6개소를 1박2일 동안 돌아볼 수 있는 관람권이 1만2000원이다. 

낙안읍성(사적)은 뿌리깊은나무박물관과 이웃한다. 1410m의 성곽으로 둘러싸인 마을에는 국가민속문화유산 가옥 9동이 있다. 무엇보다 지금도 290여동의 초가집에 100여세대 230여명의 주민이 산다. 마을의 집과 집 사이로 난 돌담길을 천천히 산책하거나, 마을 민박집서 하루를 묵어가며 낙안읍성을 길게 누릴 수 있다.

특히 성곽 위에서 감상하는 마을 전경이 압권이다. 주말에는 객사에서 하루 두 차례(오전 11시, 오후 3시) 상설공연이 열린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생태도시 순천의 자랑이자 상징이다. 올해는 지난 2023정원박람회 이후, ‘우주인도 놀러오는 순천’으로 새로 단장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미로정원은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캐릭터가 자리 잡으며 ‘유미의 정원이 됐고, 동문과 서문을 잇던 강익중 작가의 ‘꿈의다리’는 색색의 조명과 미디어 콘텐츠를 결합해 우주선이 착륙하는 형상의 ‘스페이스 브릿지’로 정비했다.

4D입체영상관, 몰입형 맵핑 연출 등이 매혹하는 시크릿어드벤처도 들러볼 만하다. 여름에는 개울길광장도 제격이다. 개울 옆의 어싱길을 걷거나 마치 해변이나 계곡에 온 듯 개울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순천 나이트가든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이색 피서법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시크릿어드벤처와 정원드림호 수상퍼레이드를 포함한 프로그램으로 짱뚱어, 칠게 등 순천만국가정원을 상징하는 8척의 캐릭터 배가 밤의 물길을 누빈다.

순천 나이트가든투어

스페이스 브릿지의 환상적인 야경 또한 배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평일에는 철도관사마을, 주말에는 철도관사마을과 원도심자유투어를 포함한다. 1일 20명 선착순이며 평일(18:20~21:10)은 1인당 1만4000~1만9000원, 주말(17: 00~21:10)은 2만4000원~2만9000원이다. 우천으로 수상퍼레이드가 취소될 경우 도보형으로 전환하고 승선료 부분은 환불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낙안읍성→순천만국가정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낙안읍성→나이트가든투어
-둘째 날 순천만국가정원→순천만습지→와온해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두근두근 순천여행 www.suncheon.go.kr/tour
-낙안읍성 www.suncheon.go.kr/nagan
-순천만국가정원 https://scbay.suncheon.go.kr/garden
-나이트가든투어 www.nightgardentour.co.kr

운영 정보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운영 시간: 9:00~18:00 휴무: 매주 월요일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500원

문의 전화
-순천시청 관광과 061)749-5798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061)749-8855
-낙안읍성 061)749-8831
-순천만국가정원 061)749-3114
-나이트가든투어 010-5707-2354(순천관광매니지먼트)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순천역, KTX 하루 16~18회(05:08~21:48)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순천역 정류장서 68번, 순천역 서측 정류장서 61, 63번 일반버스 이용. 낙안읍성 3·1운동 기념공원 정류장 하차. 도보 441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순천시교통관제센터 061)749-5959, https://its.sc.go.kr


-버스 서울-순천,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16회(06:10~23:30)운행, 3시간40분 소요. 순천버스터미널 정류장서 61, 63, 68번 일반버스 이용. 낙안읍성 3·1운동 기념공원 정류장 하차. 도보 441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순천시교통관제센터 061)749-5959, https://its.sc.go.kr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 동순천IC→지봉로→녹색로→민속마을길→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숙박 정보
-류황가원림: 순천시 조정래길, 010-9268-6524
-순천만에코촌 유스호스텔: 순천시 해룡면 생태배움길 061)749-4818, www.suncheon.go.kr/ecochon
-순천만숲펜션: 순천시 순천만길, 010-7570-1775, 순천만 숲펜션(xn--sk4b1n9b95sn3jj1kt5c.com)

식당 정보
-순천만전라도밥상(꼬막비빔밥): 순천시 순천만길, 061)745-2112
-겨비겨비(칼삼겹살): 순천시 오천3길, 061)743-1278
-브루웍스(카카오 쌍화차): 순천시 역전길, 061)745-2545, www.brew works.kr

주변 볼거리
순천만습지, 순천드라마촬영장, 송광사, 선암사,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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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순항 중인 ‘이재명 2기’ 앞에 소용돌이가 닥쳤다. 지난 총선서 공천 파동이 일면서 원외로 밀려난 비주류 인사가 ‘초일회’라는 이름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결과가 변수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초일회는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새롭게 정진한다’ ‘매달 첫 번째 일요일 모임을 갖자’는 뜻에서 만든 모임이다. 현재 구성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로 알려진 박광온·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윤영찬·김철민·신동근 전 의원 등 15명의 전직 의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바람 총선판 초일회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4·10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공천 학살’ ‘공천 살생부’ 같이 살벌한 단어가 여의도 정가에 오르내리던 때다. 당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원외 후보가 친명(친 이재명)계라는 이유만으로 지역구 현역을 꺾고 경선에 붙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공천 살생부라고 불렸던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 다수가 이름을 올리며 공천 학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명계 의원이 자리 잡은 지역구에 새로운 친명계 후보의 출마 적합도를 묻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가 행해졌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비명계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당시 총선을 이끌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누군가는 하위 평가를 받아야 하고 하위 평가를 받은 분들은 불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친명·비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다.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라고 첫 가지가 다음 가지에 양보해야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설명했다. 당을 두 쪽 낼 듯한 공천 파동이 민주당을 강타했지만 총선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이 대표 1인 체제를 만들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서 총선 압승을 가져다준 전략으로 여론이 바뀐 순간이었다. 지난 8·18 전당대회서 이 대표는 85%라는 역대 득표율을 받으며 다시 한번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최고위원직 역시 친명으로 채워지면서 ‘이재명 2기 체제’가 돛을 달았다. 이 대표에게는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데다가 압도적인 지지율까지 등에 업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이 대표 앞에 꽃길이 깔렸다. 하지만 총선 이후 여의도 밖으로 밀려난 줄 알았던 비명계가 손을 잡고 초일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은 지난달 22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서 “초일회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 ‘가결파’ 또는 총선 당시에 낙천, 낙선자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이 대표가 다음 대선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심 선고 앞두고 ‘10월 위기설’ 손잡은 비명, 앞다퉈 나오는 3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초일회의 앞날이 ‘이 대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의견과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도 또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는 두 가지 해석으로 갈렸다. 정치권에서는 후자 쪽으로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연기가 오르는 만큼 민주당 내 이 대표가 아닌 또 다른 구심점을 잡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일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 역시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1심 판결이 다음 달 중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관련 재판이 연기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늦춰진 다음 달 말에서 11월 초에 결과가 나올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한 가운데 초일회뿐만이 아닌 야권의 잠룡까지 하나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직은 각개전투이지만 뜻이 맞는 이들끼리 손을 잡아 세력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댓글 여론 조작 혐의인 ‘드루킹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8·15 광복절을 맞아 복권됐다. 현재 독일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뢰받는 참모로 알려졌으며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과도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말 즈음 귀국 예정인 김 전 지사는 향후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던 바 있다. 잠시 여의도 뒤편에 머물렀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서 활약했던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라디오 출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이 대표 1극 체제를 견제하는 동시에 윤석열정부와 각을 세우고 민심을 보듬는 메시지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을 요구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게 크게 국민적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 대표는 강단 있는 투사로서의 모습, 정부·여당에 앞장선 공격을 자주 보여줬다. 정부·여당이 제대로 못 하면 국회 차원서라도 ‘따질 건 따지고 또 세울 건 세우고 도와줄 건 도와주겠다’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이는 게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때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덩치들 행보 우연일까? 이날 김 전 총리가 “언제까지나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개딸(개혁의딸)들로부터 항의하는 글이 빗발치기도 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친노·친문 계파를 끌어안으면서 부지런히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 지사는 친문계 핵심 중 한 명인 전해철 전 의원을 제2기 도정 자문위원장에 위촉했다. 전해철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며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해 친노·친문을 아우르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청서 김 지사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서)김 지사를 정치적으로 함께하거나 후원하는 역할이 아니냐고 한다”며 “일단 거기에 대해서 저는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초에는 문정부 국정상황실 경험이 있는 김현곤 행정관을 경제부지사로 임명했고 지난 6월에는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 지사가 윤정부를 겨냥해 확장 재정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이 나온다. 올 상반기에만 국가채무가 53조며 윤 대통령 임기 시작 이래로는 약 139조까지 늘어난 점을 꼬집으며 “윤정부는 부자 감세 말고 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총선 패배 이후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새로운미래 이낙연 전 대표도 여의도에 소환됐다. 초일회가 이 전 대표를 만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초일회가 이 같은 요구를 한 데에는 해당 모임이 이 전 대표의 별동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정치에 일일이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진로와 운명에 대해서는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해, 때때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있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구심점 어디로? ‘정계 은퇴설’에 선을 긋는 한편 정치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거취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친문계 싱크탱크로 알려진 ‘민주주의 4.0’이 새 단장을 마쳤다. 송기헌·김영배 의원이 각각 새 이사장과 연구원장을 맡으면서 활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이처럼 여의도 곳곳 숨어 있던 잠룡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저마다 포석을 깔고 있다. 초일회가 등장한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각자의 자리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인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의 경우 낙선한 민주당 전 의원들끼리 허심탄회하게 만나다가 뜻이 모여 제대로 뭉친 것 같다”며 “이제까지 ‘비명계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친노·친문 세력이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이 대표가 지지율 80%대를 확인한 시점서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낸 것을 보면 (초일회도)믿는 구석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아직 초일회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끝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비주류 세력이 뭉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항마’를 내세워야 하는데, 현재로서 이 대표와 견줄 만한 인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놓고 본다면 누구든지 이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약속대련’이라는 산을 넘어야겠지만 충분한 명분이 주어진다면 당원을 설득할 수 있다. 다만 이 대표의 대항마로 누구를 내세울지 윤곽조차 잡히지 않았다. 만일 초일회 소속 인사가 저마다 ‘비명계 구심점’을 자처할 경우 각자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 세력 확장은커녕 모임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활동 범위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황서 단합이 안 된다면 비주류끼리의 세력 다툼으로 비춰질 수 있어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살 것이란 해석이다. “비판만 있고 대안 없다”이대로 해산? 지금은 각개전투…뭉치면 다를까 갸웃 아직 초일회의 비전이 다듬어지지 않은 만큼 대항마를 내세우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체적이지만 법원과 여의도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만일 초일회가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새로운 대권주자를 세우고 싶다면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이어야 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도 이 대표가 가장 약해져 있을 때 귀국하지 않았나. 이건 명분이 될 수 없다. 강대강으로 붙어야지, 상대방이 빈틈을 보였을 때 옆구리를 치는 모양으로 이겨서는 당원에게 호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도 이른 시기는 아니다. 초일회가 원외 세력으로서 이 대표를 견제하는 모임으로 남을지 아니면 다시 한번 정치판에 뛰어들지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계에서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당권을 잡은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1심 선고가 대권가도에 치명타를 입히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표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초일회에 대해 “그냥 낙선하신 분들의 친목 모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저도 두 차례 낙선했는데 낙선하고 나면 현역 의원들과의 연락이 잘 안 된다. 소위 낙선 거사들끼리 자주 만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법률가로서 봤을 때 충분히 무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필요한 활동을 한다면 뭉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의원은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서 “전직 의원들이 전에부터 있던 것을 재활성할 수 있지만 파벌로 형성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당의 혁신과 정책 개발, 그리고 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초일회가 느슨한 연대에 그칠지 민주당의 또 다른 구심점이 될지 아직은 단정짓기 어렵다는 게 주된 평이다. 모임을 더 넓은 세력으로 확장해야 한다면서도 ‘강성 비명계’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엇갈린 목소리도 나온다. 팬덤 아닌 현실 정치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에 대해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이나 조국혁신당처럼 인간관계에 의지해 세를 모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의제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복지국가, 기본 사회를 능가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단순히 반대 명제만 주장해서는 모임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호위대 ‘먹사니즘’으로 단결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와 비슷한 시기에 원외 친명 세력이 뭉쳤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강조한 ‘먹사니즘’ 정책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원외 조직 ‘먹사니즘 전국 네트워크’다. 지난 4월 총선서 고배를 마신 12명의 원외 친명계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먹사니즘이 국가적 이데올로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지난달 16일 출범했다. 진석범 화성을 지역위원장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네트워크를 조직하고자 한다”며 “오늘의 출범식을 시작으로 먹사니즘의 가치가 사회 곳곳서 꽃피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