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나기 ⑤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한류의 샘이 깊은 물

미리 말하자면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하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나무를 주제로 한 박물관은 아니다. 배우 한석규, 송중기 등이 출연했던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세트장도 아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한창기가 발행한 잡지 이름이다. 정기구독자만 무려 6만5000명에 달했던 잡지계의 전설이다. 물론 드라마와 공통점은 있다. 한류와 한글이다.

잡지 <뿌리깊은 나무>는 1976년부터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폐간되기까지 5년 남짓 발간됐다. 우리나라 최초 순수 한글 전용, 가로쓰기를 선언한 잡지였다. 당시는 경제발전이 지상 과제였고, 우리의 것보다 서양의 것이 환대받던 시절이었다. 무엇보다 발행인 한창기는 창간사에서 “우리 문화의 바탕이 토박이 문화”라며, “토박이 문화가 역사에서 얕잡힌 숨은 가치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토박이 문화

한류를 예언하듯 우리 한글과 문화의 가치를 눈여겨본 셈이다.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낙안읍성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다. 한창기의 유물 6500여점을 중심으로 꾸렸다. 일상에 가까운 옛 물건이 많다. 그가 한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한국 지사장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한편으로 놀랍고 어찌 보면 또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곧장 한창기실로 이동해 먼저 그의 생을 들여다보는 것도 괜찮은 관람법이다. 

한창기실은 자그마한 전시실이다. 옛 집무실을 재현하고, 옷가지와 생활용품, 친필 원고 등의 유품들을 전시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뿌리깊은 나무> 전권. 호별로 전시 중인데 각 호는 표지만으로 단숨에 시선을 끈다. 지금이야 제목에 한글을 쓰고 잡지에 아트디렉터를 두는 게 마땅하지만, 그때는 표지에 사진을 싣는 것조차 무모해 보이는 파격이었다. 


창간호는 흰 쌀과 65세 농부의 거친 손이 대비를 이룬다. 1979년 5월호는 친정에 온 딸과 어머니가 우산 하나에 의지해 나란히 걷는 모습이다. 1980년 5월호의 표지는 한 젊은 기능공의 환한 모습이다. 동양인 최초 <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장 고(故) 에드워드 김이 찍었다.

마지막 호는 이맘때인 8월호다.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보물)이 표지다. 

<뿌리깊은 나무>의 기사는 한창기실 내 키오스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호에는 종간에 대한 언급이 없어 예정된 폐간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한창기의 집념은 <뿌리깊은 나무>의 폐간서 멈추지 않았다. 새로운 관점으로 여성을 이야기한 <샘이깊은물>, 여행서가 전혀 없던 시절의 인문지리지 <한국의 발견>, 목수, 길쌈아낙, 장돌뱅이 등 보통사람의 삶을 구술해 정리한 <민중자서전>, 우리 소리를 담은 23장의 음반 <뿌리깊은 나무 판소리> 등을 연이어 제작했다.

‘한류’라 불리는 우리 문화의 뿌리가 이곳에 있다. 

<뿌리깊은 나무> 전권이 전시 중인 한창기실
희소 유물 등이 있는 다채로운 지하 전시실도

한창기실서 지하로 내려서면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이 나타난다. 상설전시실은 그가 수집한 유물 6500여점 가운데 600여점을 전시한다. 정순왕후국장반차도, 백자청화매죽문필통 등 희소 유물서 일반 서민이 쓰던 소반이나 책장, 고무신, 한글 소설까지 다채롭다.


첫 방문이라면 조선시대 한글 편지를 눈여겨볼 일이다. 헌종의 어머니 신정왕후가 정경부인 김씨에게 보낸 편지, 사촌 동생이 형님에게 보낸 편지 등이다. 시누이가 아우의 변비를 걱정하며 도토리를 쑤어 꿀에 타 먹으라 권하는 편지는 잔잔한 미소를 자아낸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정갈한 한글 필체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아이와 함께한 가족은 <박물관 탐구하기 책자>를 챙겨 돌아보자. 전시 관련 질문이 있어 게임을 하듯 재밌게 돌아볼 수 있고, 답을 적어 매표소에 제출하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박물관 건물 맞은편에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인간문화재) 백경 김무규의 고택 수오당이 자리한다. 수오당은 영화 <서편제>에 등장했는데 영화서 백경 김무규가 실제로 거문고를 연주했다. <서편제>의 주인공 유봉역을 맡았던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뿌리깊은 나무>의 기자기도 했다.

수오당 옆은 야외 석물 전시장이다. 목이 없는 석불과 옥개석만 올려놓은 석탑 등은 온전하지 않은 채라 오히려 ‘역사’적이다. 

순천의 다른 여행지를 같이 돌아보고 싶을 때는 순천시 관광지 통합입장권을 구매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낙안읍성, 드라마촬영장, 뿌리깊은나무박물관, 자연휴양림 등 6개소를 1박2일 동안 돌아볼 수 있는 관람권이 1만2000원이다. 

낙안읍성(사적)은 뿌리깊은나무박물관과 이웃한다. 1410m의 성곽으로 둘러싸인 마을에는 국가민속문화유산 가옥 9동이 있다. 무엇보다 지금도 290여동의 초가집에 100여세대 230여명의 주민이 산다. 마을의 집과 집 사이로 난 돌담길을 천천히 산책하거나, 마을 민박집서 하루를 묵어가며 낙안읍성을 길게 누릴 수 있다.

특히 성곽 위에서 감상하는 마을 전경이 압권이다. 주말에는 객사에서 하루 두 차례(오전 11시, 오후 3시) 상설공연이 열린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생태도시 순천의 자랑이자 상징이다. 올해는 지난 2023정원박람회 이후, ‘우주인도 놀러오는 순천’으로 새로 단장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미로정원은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캐릭터가 자리 잡으며 ‘유미의 정원이 됐고, 동문과 서문을 잇던 강익중 작가의 ‘꿈의다리’는 색색의 조명과 미디어 콘텐츠를 결합해 우주선이 착륙하는 형상의 ‘스페이스 브릿지’로 정비했다.

4D입체영상관, 몰입형 맵핑 연출 등이 매혹하는 시크릿어드벤처도 들러볼 만하다. 여름에는 개울길광장도 제격이다. 개울 옆의 어싱길을 걷거나 마치 해변이나 계곡에 온 듯 개울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순천 나이트가든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이색 피서법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시크릿어드벤처와 정원드림호 수상퍼레이드를 포함한 프로그램으로 짱뚱어, 칠게 등 순천만국가정원을 상징하는 8척의 캐릭터 배가 밤의 물길을 누빈다.

순천 나이트가든투어

스페이스 브릿지의 환상적인 야경 또한 배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평일에는 철도관사마을, 주말에는 철도관사마을과 원도심자유투어를 포함한다. 1일 20명 선착순이며 평일(18:20~21:10)은 1인당 1만4000~1만9000원, 주말(17: 00~21:10)은 2만4000원~2만9000원이다. 우천으로 수상퍼레이드가 취소될 경우 도보형으로 전환하고 승선료 부분은 환불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낙안읍성→순천만국가정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낙안읍성→나이트가든투어
-둘째 날 순천만국가정원→순천만습지→와온해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두근두근 순천여행 www.suncheon.go.kr/tour
-낙안읍성 www.suncheon.go.kr/nagan
-순천만국가정원 https://scbay.suncheon.go.kr/garden
-나이트가든투어 www.nightgardentour.co.kr

운영 정보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운영 시간: 9:00~18:00 휴무: 매주 월요일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500원

문의 전화
-순천시청 관광과 061)749-5798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061)749-8855
-낙안읍성 061)749-8831
-순천만국가정원 061)749-3114
-나이트가든투어 010-5707-2354(순천관광매니지먼트)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순천역, KTX 하루 16~18회(05:08~21:48)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순천역 정류장서 68번, 순천역 서측 정류장서 61, 63번 일반버스 이용. 낙안읍성 3·1운동 기념공원 정류장 하차. 도보 441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순천시교통관제센터 061)749-5959, https://its.sc.go.kr


-버스 서울-순천,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16회(06:10~23:30)운행, 3시간40분 소요. 순천버스터미널 정류장서 61, 63, 68번 일반버스 이용. 낙안읍성 3·1운동 기념공원 정류장 하차. 도보 441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순천시교통관제센터 061)749-5959, https://its.sc.go.kr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 동순천IC→지봉로→녹색로→민속마을길→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숙박 정보
-류황가원림: 순천시 조정래길, 010-9268-6524
-순천만에코촌 유스호스텔: 순천시 해룡면 생태배움길 061)749-4818, www.suncheon.go.kr/ecochon
-순천만숲펜션: 순천시 순천만길, 010-7570-1775, 순천만 숲펜션(xn--sk4b1n9b95sn3jj1kt5c.com)

식당 정보
-순천만전라도밥상(꼬막비빔밥): 순천시 순천만길, 061)745-2112
-겨비겨비(칼삼겹살): 순천시 오천3길, 061)743-1278
-브루웍스(카카오 쌍화차): 순천시 역전길, 061)745-2545, www.brew works.kr

주변 볼거리
순천만습지, 순천드라마촬영장, 송광사, 선암사,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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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