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나기 ⑤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한류의 샘이 깊은 물

미리 말하자면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하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나무를 주제로 한 박물관은 아니다. 배우 한석규, 송중기 등이 출연했던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세트장도 아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한창기가 발행한 잡지 이름이다. 정기구독자만 무려 6만5000명에 달했던 잡지계의 전설이다. 물론 드라마와 공통점은 있다. 한류와 한글이다.

잡지 <뿌리깊은 나무>는 1976년부터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폐간되기까지 5년 남짓 발간됐다. 우리나라 최초 순수 한글 전용, 가로쓰기를 선언한 잡지였다. 당시는 경제발전이 지상 과제였고, 우리의 것보다 서양의 것이 환대받던 시절이었다. 무엇보다 발행인 한창기는 창간사에서 “우리 문화의 바탕이 토박이 문화”라며, “토박이 문화가 역사에서 얕잡힌 숨은 가치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토박이 문화

한류를 예언하듯 우리 한글과 문화의 가치를 눈여겨본 셈이다.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낙안읍성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다. 한창기의 유물 6500여점을 중심으로 꾸렸다. 일상에 가까운 옛 물건이 많다. 그가 한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한국 지사장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한편으로 놀랍고 어찌 보면 또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곧장 한창기실로 이동해 먼저 그의 생을 들여다보는 것도 괜찮은 관람법이다. 

한창기실은 자그마한 전시실이다. 옛 집무실을 재현하고, 옷가지와 생활용품, 친필 원고 등의 유품들을 전시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뿌리깊은 나무> 전권. 호별로 전시 중인데 각 호는 표지만으로 단숨에 시선을 끈다. 지금이야 제목에 한글을 쓰고 잡지에 아트디렉터를 두는 게 마땅하지만, 그때는 표지에 사진을 싣는 것조차 무모해 보이는 파격이었다. 


창간호는 흰 쌀과 65세 농부의 거친 손이 대비를 이룬다. 1979년 5월호는 친정에 온 딸과 어머니가 우산 하나에 의지해 나란히 걷는 모습이다. 1980년 5월호의 표지는 한 젊은 기능공의 환한 모습이다. 동양인 최초 <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장 고(故) 에드워드 김이 찍었다.

마지막 호는 이맘때인 8월호다.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보물)이 표지다. 

<뿌리깊은 나무>의 기사는 한창기실 내 키오스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호에는 종간에 대한 언급이 없어 예정된 폐간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한창기의 집념은 <뿌리깊은 나무>의 폐간서 멈추지 않았다. 새로운 관점으로 여성을 이야기한 <샘이깊은물>, 여행서가 전혀 없던 시절의 인문지리지 <한국의 발견>, 목수, 길쌈아낙, 장돌뱅이 등 보통사람의 삶을 구술해 정리한 <민중자서전>, 우리 소리를 담은 23장의 음반 <뿌리깊은 나무 판소리> 등을 연이어 제작했다.

‘한류’라 불리는 우리 문화의 뿌리가 이곳에 있다. 

<뿌리깊은 나무> 전권이 전시 중인 한창기실
희소 유물 등이 있는 다채로운 지하 전시실도

한창기실서 지하로 내려서면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이 나타난다. 상설전시실은 그가 수집한 유물 6500여점 가운데 600여점을 전시한다. 정순왕후국장반차도, 백자청화매죽문필통 등 희소 유물서 일반 서민이 쓰던 소반이나 책장, 고무신, 한글 소설까지 다채롭다.


첫 방문이라면 조선시대 한글 편지를 눈여겨볼 일이다. 헌종의 어머니 신정왕후가 정경부인 김씨에게 보낸 편지, 사촌 동생이 형님에게 보낸 편지 등이다. 시누이가 아우의 변비를 걱정하며 도토리를 쑤어 꿀에 타 먹으라 권하는 편지는 잔잔한 미소를 자아낸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정갈한 한글 필체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아이와 함께한 가족은 <박물관 탐구하기 책자>를 챙겨 돌아보자. 전시 관련 질문이 있어 게임을 하듯 재밌게 돌아볼 수 있고, 답을 적어 매표소에 제출하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박물관 건물 맞은편에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인간문화재) 백경 김무규의 고택 수오당이 자리한다. 수오당은 영화 <서편제>에 등장했는데 영화서 백경 김무규가 실제로 거문고를 연주했다. <서편제>의 주인공 유봉역을 맡았던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뿌리깊은 나무>의 기자기도 했다.

수오당 옆은 야외 석물 전시장이다. 목이 없는 석불과 옥개석만 올려놓은 석탑 등은 온전하지 않은 채라 오히려 ‘역사’적이다. 

순천의 다른 여행지를 같이 돌아보고 싶을 때는 순천시 관광지 통합입장권을 구매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낙안읍성, 드라마촬영장, 뿌리깊은나무박물관, 자연휴양림 등 6개소를 1박2일 동안 돌아볼 수 있는 관람권이 1만2000원이다. 

낙안읍성(사적)은 뿌리깊은나무박물관과 이웃한다. 1410m의 성곽으로 둘러싸인 마을에는 국가민속문화유산 가옥 9동이 있다. 무엇보다 지금도 290여동의 초가집에 100여세대 230여명의 주민이 산다. 마을의 집과 집 사이로 난 돌담길을 천천히 산책하거나, 마을 민박집서 하루를 묵어가며 낙안읍성을 길게 누릴 수 있다.

특히 성곽 위에서 감상하는 마을 전경이 압권이다. 주말에는 객사에서 하루 두 차례(오전 11시, 오후 3시) 상설공연이 열린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생태도시 순천의 자랑이자 상징이다. 올해는 지난 2023정원박람회 이후, ‘우주인도 놀러오는 순천’으로 새로 단장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미로정원은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캐릭터가 자리 잡으며 ‘유미의 정원이 됐고, 동문과 서문을 잇던 강익중 작가의 ‘꿈의다리’는 색색의 조명과 미디어 콘텐츠를 결합해 우주선이 착륙하는 형상의 ‘스페이스 브릿지’로 정비했다.

4D입체영상관, 몰입형 맵핑 연출 등이 매혹하는 시크릿어드벤처도 들러볼 만하다. 여름에는 개울길광장도 제격이다. 개울 옆의 어싱길을 걷거나 마치 해변이나 계곡에 온 듯 개울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순천 나이트가든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이색 피서법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시크릿어드벤처와 정원드림호 수상퍼레이드를 포함한 프로그램으로 짱뚱어, 칠게 등 순천만국가정원을 상징하는 8척의 캐릭터 배가 밤의 물길을 누빈다.

순천 나이트가든투어

스페이스 브릿지의 환상적인 야경 또한 배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평일에는 철도관사마을, 주말에는 철도관사마을과 원도심자유투어를 포함한다. 1일 20명 선착순이며 평일(18:20~21:10)은 1인당 1만4000~1만9000원, 주말(17: 00~21:10)은 2만4000원~2만9000원이다. 우천으로 수상퍼레이드가 취소될 경우 도보형으로 전환하고 승선료 부분은 환불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낙안읍성→순천만국가정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낙안읍성→나이트가든투어
-둘째 날 순천만국가정원→순천만습지→와온해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두근두근 순천여행 www.suncheon.go.kr/tour
-낙안읍성 www.suncheon.go.kr/nagan
-순천만국가정원 https://scbay.suncheon.go.kr/garden
-나이트가든투어 www.nightgardentour.co.kr

운영 정보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운영 시간: 9:00~18:00 휴무: 매주 월요일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500원

문의 전화
-순천시청 관광과 061)749-5798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061)749-8855
-낙안읍성 061)749-8831
-순천만국가정원 061)749-3114
-나이트가든투어 010-5707-2354(순천관광매니지먼트)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순천역, KTX 하루 16~18회(05:08~21:48)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순천역 정류장서 68번, 순천역 서측 정류장서 61, 63번 일반버스 이용. 낙안읍성 3·1운동 기념공원 정류장 하차. 도보 441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순천시교통관제센터 061)749-5959, https://its.sc.go.kr


-버스 서울-순천,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16회(06:10~23:30)운행, 3시간40분 소요. 순천버스터미널 정류장서 61, 63, 68번 일반버스 이용. 낙안읍성 3·1운동 기념공원 정류장 하차. 도보 441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순천시교통관제센터 061)749-5959, https://its.sc.go.kr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 동순천IC→지봉로→녹색로→민속마을길→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숙박 정보
-류황가원림: 순천시 조정래길, 010-9268-6524
-순천만에코촌 유스호스텔: 순천시 해룡면 생태배움길 061)749-4818, www.suncheon.go.kr/ecochon
-순천만숲펜션: 순천시 순천만길, 010-7570-1775, 순천만 숲펜션(xn--sk4b1n9b95sn3jj1kt5c.com)

식당 정보
-순천만전라도밥상(꼬막비빔밥): 순천시 순천만길, 061)745-2112
-겨비겨비(칼삼겹살): 순천시 오천3길, 061)743-1278
-브루웍스(카카오 쌍화차): 순천시 역전길, 061)745-2545, www.brew works.kr

주변 볼거리
순천만습지, 순천드라마촬영장, 송광사, 선암사,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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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