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0배 뻥튀기’ 다시 날뛰는 기획부동산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26 10:00:58
  • 호수 1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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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미끼 던지는 ‘법꾸라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기획부동산 사기 피해자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세종시와 안성시 일대에 개발 호재가 있다’며 투자자를 속여 평당 수십배에 달하는 차익을 남긴 일당이 버젓이 활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전에 사는 김모씨는 지인 최모씨에게 “좋은 투자처가 있다.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세종시와 안성시 일대에 부동산을 소개받았다. 당시 최씨는 대전광역시 서구 소재에 ‘G’ 부동산 사무실에 김씨를 데려갔다. 김씨가 방문하자 G 부동산 직원은 동영상 등을 통해 세종시 소정면 인근 부동산 개발 가능성에 관해 설명했다. 

수법이…

부동산업자가 김씨에게 틀어준 동영상 내용에 따르면, 세종시 소정면 소정리 산 22-5번지 800m 옆에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린생활시설이란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도울 수 있는 시설을 말하며, 규모와 시설의 종류에 따라 ‘제1종 근린생활시설’과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나뉜다.

그러나 소정리 산 22-5번지는 농림지역, 보전관리지역 등으로 지정돼 세종특별자치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라 개발행위가 어려울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상태다.

동영상을 본 김씨가 “돈이 별로 없다”고 하자 직원은 “약 50여평만 사보라”고 끈질기게 권유했다. 최씨가 적극적으로 설득한 끝에 김씨는 해당 부동산 현장을 방문했고, 커다란 플래카드에 ‘상업지구 개발 예정’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결국 김씨는 투자를 결정한 뒤 지난 1월 해당 부동산의 공부면적 1739평 가운데 50여평을 640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에도 최씨는 “해당 부동산을 추가로 더 사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며 김씨를 재촉했다. 수십 년간 모은 돈은 수차례 투자로 빠져나갔다. 최씨의 말에 현혹된 김씨는 지난 2월 15평을 1920만원, 10평을 1280만원에 추가 매입하면서 총 9600만원을 투자했다.

실제로 소정리 산 22-5번지의 평균단가는 128만원 수준이었고, 공시지가는 평당 3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 당시에도 김씨는 최씨와 G 부동산 회사가 소개한 가격만 믿었다. 

최씨는 “걱정하지 마라. 3~5년 안에 어마어마하게 변할 땅이고, 삼성그룹서 해당 부동산 뒤편에 도로를 안성시에 기부하면서 개발을 이끌어내고 있다”며 “삼성이 이곳에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 그 주변에 공장 직원들의 주거지를 만들기 위해 지구단위 계획 구역으로 다 바꿔놓았다”고 김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20% 이자 대출까지 받아서 그 땅을 산 나는 바보겠냐”고 고 꼬드겼다.

이후에도 김씨는 토지 매입 대금의 처리 및 등기이전을 위해 기획부동산 실장인 최씨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이어갔다. 연락 과정서 최씨는 “안성에 또 좋은 부동산이 있다”며 김씨에게 투자를 권했다.

동영상·플래카드로 대대적인 홍보
개발 금지 임야에 ‘삼성그룹’ 운운

이번엔 ‘K’ 부동산 사무실에 김씨를 데려가 안성시 삼죽면 진촌리 산 136-1번지를 소개했다. 최씨는 “해당 부동산에 위치했던 경찰 전문 학원이 없어지고 신도시가 개발될 것”이라며 “확실히 개발되는 땅이라고 서류를 통해 확인했고, 도시계획이 들어가면 용도 상향을 시켜 모두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씨는 공부면적 3023평 가운데 99.8평을 7800만원에 매입했다. 마찬가지로 진촌리 산 136-1번지도 평당 단가는 78만원이고, 공시지가는 1만5000원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최씨에게 속아 공시지가 대비 세종시는 41배, 안성시는 52배 비싸게 사들였다. 

김씨가 부동산에 투자한 사실을 뒤늦게 아들 이모씨가 알게 되면서 개발 호재는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최씨가 권유한 세종시와 안성시 일대 부동산은 모두 시 조례상 개발이 불가한 곳이었다.

현재 김씨가 투자한 부동산에 등기된 지분 소유자는 50여명으로 투자 피해를 입은 상태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 철회를 할 수도 없고, 경찰에 신고해도 왜 투자했냐는 대답만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아들 이씨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최씨 측에 투자 철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최씨가 어머니와 소통한 내용을 들어보면 투자를 반대한 나를 미친 사람 취급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씨는 김씨에게 “아들이 이상하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강조했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경찰 신고해도…”  
처벌 사실상 불가

김씨와 같은 기획부동산 사기 피해를 입는 사례는 전국 곳곳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기도 평택시 소재에 200평대 부동산을 쪼개 팔아 약 7억원의 수익을 올린 기획부동산 조직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9년 기획부동산 판매업자 박모씨는 “3년 안에 개발이 진행돼 2~3배까지 오를 땅”이라며 친인척까지 동원해 투자금을 모았다. 뒤늦게 알고 보니 10년 뒤에나 오를 땅이었다.

현재 박씨 일당은 비상장 코인을 발행해 전국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폰지 사기단’으로 변모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기 파주경찰서는 부동산 투자수익을 보장한 박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의 피해자들은 평택시 현덕면 덕목리 일대에 토지 매입을 지난 2018년 추천받았다. 박씨는 투자자들에게 평택도시기본계획서 등을 참고 자료로 보여주며 투자를 권유했다.

당시 박씨는 “동평택에 위치한 해당 부동산은 평택 미군기지인 캠프험프리서 안중역으로 들어가는 도로 인근 ‘계획관리지역’이면서 ‘주거개발진흥지구’에 위치해 있다”며 “이곳은 안중역으로부터 약 2.7km, 캠프험프리로부터 약 5km, 평택호로부터 6km, 국제무역항인 평택항으로 10km, 평택역으로부터 약 10km 반경 안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부동산 전문가들도 안중역 개발, 평택호 개발 등 산업단지 개발과 이에 따른 택지개발이 완료되면 이 부동산의 현저한 시가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한 끝에 박씨 일당은 투자자들에게 3~5년 안에 고수익을 약속했다고 한다. 결국 한 투자 피해자는 박씨의 추천으로 덕목리 일대 200평대 부동산을 여러 조각으로 쪼갠 지분 중 5평을 약 1700만원대(1평당 약 340만원)에 구매했다.

지난 2018년 기준 평당 340만원대에 판매한 박씨 일당은 최근에서야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해당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340만원이 아닌 평당 65만원 선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세종시와 안성시 일대 기획부동산 지분을 고가에 구매한 김씨의 피해 사례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수법으로 박씨 일당은 200평 규모의 부동산 지분을 쪼개 20명에게 총 7억원에 판매했다. 애초에 감정평가액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고, 단기 수익성 부동산 투자라고 속인 것이 드러나면서 박씨와 투자자 간의 분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최근 박씨는 투자 손실 책임을 묻는 투자자들에게 “코로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땅값이 폭락한 것”이라며 “누가 사라고 종용했냐?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며 반박했다. 

이처럼 기획부동산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하면서 시작된다. 광고의 내용은 대부분 허위며, 과장된 광고에 현혹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투자를 받는 것이다.

그래도 속아


부동산투자사기는 형법상의 사기죄 성립뿐 아니라 부동산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대응이 더욱 까다로운 사안으로 꼽힌다.

박지현 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부동산에 투자 계약서 작성은 신중해야 한다. 기획부동산 투자 피해는 보호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직접 확인하지 않은 토지에 대해 개발 호재만을 믿는다면 사기 피해를 꼭 주의하고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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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