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타트업 대표 1000억대 역외탈세 의혹

CFO도 모르는데 경제범죄 수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몇 년 전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벌였다. 수십년간 검찰이 독점적으로 행사한 권한을 경찰에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 결과 경찰은 과거에 비해 강한 힘을 갖게 됐다. 문제는 그 힘을 행사할 능력의 여부다.  

“이제는 ○○○(피고소인)보다 경찰이 더 저를 화나게 합니다.” 이모씨는 지난해 8월 한때 회사의 공동대표를 지낸 하모씨를 고소한 이후 ‘지옥’에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하씨가 회사를 이용해 몰래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고 이 과정서 1000억원대의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뒤늦게
알았다

이씨와 하씨가 공동대표를 지낸 R스타트업은 2019년 56회 무역의날에 ‘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할 정도로 비전을 보인 회사였다. 중국 플랫폼을 대상으로 국내 뷰티 및 패션 상품을 소싱·마케팅하는 종합 커머스를 운영했다. 창업 멤버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씨는 공동대표를 거쳐 현재는 R스타트업의 단독대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회사가 휘청이기 시작한 시점은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면서부터다. 사업서 중국의 비중이 컸던 만큼 그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 전반을 흔들었던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R스타트업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하씨의 주도로 마스크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공급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이씨에 따르면, R스타트업은 미국의 상장 의료법인 A사로부터 1000만불에 달하는 마스크 공급 요청을 받았고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마스크 관련 유통 업무를 주도했던 하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필리핀 법인을 이용해 수급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하씨가 마스크를 수급할 수 없게 됐다고 통보하면서 사업은 흐지부지됐다. 이는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일어난 일이다.

이씨는 “그 이후로 회사 차원서 마스크 관련 업무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하씨가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천만불 수출탑’ 수상
코로나19로 상황 악화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였던 하씨가 경영서 손을 떼면서 이씨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회사를 떠안게 됐다. 이후 하씨가 2022년 3월 ‘차단’ 형태로 이씨와 연락을 끊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씨가 하씨의 회사 메일 계정을 일시정지 조치했다.

이씨는 “그 시기(2022년 3월경)는 연령 초과로 하씨의 병역의무가 사라진 때였다. 주변 사람을 통해 하씨가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000억원을 벌어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는 소문도 있었다. 고급 외제차를 사고 지인 사업에 투자도 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완전히 일단락되나 했던 이씨와 하씨의 관계는 지난해 6월 우연한 계기로 다시 변곡점을 맞았다. 이씨가 하씨의 회사 이메일 계정을 확인하는 도중 석연찮은 구석을 발견한 것이다. 하씨가 완전히 무산됐다고 밝힌 미국 A사 외에 다수의 마스크 거래를 진행한 흔적이 포착됐다. 


이씨는 이 과정서 하씨가 회사에 정보를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회사 경영상의 사소한 내용까지 메일로 공유했지만 마스크 관련 부분만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가 하씨의 이메일 계정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몰랐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이씨에 따르면 하씨는 마스크 거래를 추진하는 과정서 R스타트업의 이메일을 사용해 해외 수요자와 소통했다. 또 하씨의 아버지가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필리핀 법인을 R스타트업의 지사로 소개하는 등 이씨와 상의없이 회사를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족회사
이용했다?

마스크 거래가 성사됐는지는 불분명한 상태지만 이메일 내용으로 추정한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극단적 선택을 고민할 정도로 극심한 배신감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회사가 경제적으로 허덕일 당시 이씨는 하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도 말했다. 회사 빚을 자신이 다 떠안은 상황서 하씨는 ‘뒷주머니’를 차고 있었던 거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해 8월 하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하씨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확인한 ▲하씨가 거래 상대방과 주고받은 이메일 ▲날인, 서명본이 존재하는 계약서 ▲필리핀 법인 은행 송금증 ▲해당 필리핀 법인이 운영하는 SNS 내용 ▲현지 언론 기사 등의 증거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이씨는 “경찰에 많은 증거를 공유했고 추가로 나오는 내용도 전부 이메일을 통해 제공했다. 이메일 양이 워낙 방대했지만 범죄를 입증할 만한 명확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결론이 금방 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소 이후 1년이 지났지만 경찰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씨의 고소건은 인천 연수경찰서에서 진행되다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로 이첩됐다. 하씨가 진행한 마스크 거래 규모가 지역경찰서에서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 연수경찰서에서 작성한 범죄일람표상 금액은 1400억원에 달했다.

대형 경제범죄 의혹에도 경찰의 움직임은 미진했다. 이씨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경찰은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하씨의 출국금지 조치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찰청은 연수경찰서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뒤 하씨에 출국금지 조치를 진행했다. 

출금부터
꼬였다

문제는 해당 시기 하씨가 국내에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씨는 “여러 경로를 통해 하씨가 해외에 있는 것을 확인해 경찰에 이야기했더니 그제야 ‘알아보겠다’는 말이 돌아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하씨가 국내로 들어온 뒤에야 다시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국금지 조치는 지난 2월 인천경찰청이 하씨의 혐의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해제됐다. 이씨는 이 과정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강조했다. 먼저 고소인 조사가 20분밖에 진행되지 않은 점을 들었다. 또 이씨에 따르면 인천경찰청은 이첩 전 연수경찰서에서 4시간에 걸쳐 진행한 고소인 조사의 조서조차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씨가 분노한 지점은 경제범죄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였다. 이씨는 “고소인 진술 과정서 ‘CEO(최고경영자)와 CFO(최고재무책임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팀장이 ‘CFO가 뭐냐’고 묻더라. 그때부터 경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CCTV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범죄는 수사하기가 힘들다” “필리핀 계좌는 사실상 우리가 수사하지 못한다” 등의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수많은 자료를 제공했고 수사기관으로서 조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피고소인(하씨)의 진술에만 의존해 불송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이 기재한 불송치 이유를 보면 하씨가 ▲R스타트업과 최초로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던 미국 A사 외에도 다른 업체와 계약을 진행한 점 ▲이 과정서 이씨에게 계약 내용을 일일이 고지하지 않은 점 ▲회사 이메일을 통해서 계약을 진행한 점 등의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은 하씨가 ▲거래대금을 이씨 몰래 착복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제 거래가 성사된 사실이 없다면서 배임 혐의를 부인한 점을 불송치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미국 A사와의 거래 과정서 필리핀 법인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점 ▲미국 A사 측의 거래 취소 요청 이메일 ▲계약 관련자의 사실 확인서 등을 근거로 ‘혐의 없음’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메일 확인 과정서 배임 의심
경찰 불송치 → 검찰 보완 요구


반면 이씨는 “하씨가 마스크 거래와 관련해 나와 공유한 것은 미국의 A사 건뿐이다. 내가 원한 것은 미국의 A사 외에 하씨가 회사 몰래 진행한 마스크 거래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라며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리기 전 하씨의 필리핀 계좌는 물론 국내 계좌에 대한 조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영장이)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에 수차례 걸쳐 하씨의 가족이 사건에 연루돼있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돈의 흐름이 하씨서 하씨의 아버지로, 하씨의 여동생으로 흘러간 정황이 있는데도 경찰은 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 사이 하씨의 몇몇 친인척은 이미 외국으로 출국했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 3월 하씨에 대한 인천경찰청의 불송치 결정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상태다. 인천경찰청 수사 담당자는 “검사님이 필리핀 계좌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보완수사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청(경찰청)을 통해 필리핀에 공조를 요청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수사준칙 개정안을 통해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3개월 이내에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씨는 “14일에 경찰이 오라고 해서 한 번 더 조사를 받았다. 그때는 필리핀 법인에 대해 ‘같은 이름의 다른 업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하더라. 첫 조사부터 지금까지 1년이 지났는데 해당 업체의 실체에 대해 묻는 것이다. 그것도 조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휴대폰으로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기가 찼다”고 고개를 저었다. 

민원 제기
결론은?

이씨는 경찰이든 검찰이든 제대로 된 수사를 해달라면서 민원을 제기했다. 해당 민원은 인천경찰청 사건 수사관에 대한 진정으로 분류돼 현재 연수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이씨는 “경찰은 수상할 정도로 하씨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 내가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해야만 제대로 수사해줄 거냐. 제발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천경찰청 담당 수사관 “할 만큼 했다”

이씨가 제기한 하씨에 대한 고소 사건을 맡고있는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수사를)할 만큼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화 통화는 고소인 추가 조사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이뤄졌다. 다음은 수사 담당자와의 일문일답.

-불송치 결정 이후 인천지검서 보완수사 요구가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피고소인이 본인 개인회사로 추정되는 필리핀 회사와 거래를 했다고 고소인이 주장해 검찰서 해당 회사의 거래내역을 한 번 확인해 보자고 했다. 국제공조 요청에 대한 보완수사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불송치 결정 전에는 국제 공조 요청을 하지 않았나?
▲그때는 마스크 거래한 업체에 출장 조사까지 가서 확인했는데 마스크 공급이 전혀 안 됐다. 거래가 최종 결렬됐다. 고소인이 주장하는 1400억원을 배임했다는 증거나 소명자료가 부족해 국제공조까지 필요하다는 생각을 안 했다. 

-현재 국제공조 요청이 이뤄진 상태인가?
▲경찰청서 필리핀 인터폴에 공조 요청을 했다. 우리(인천경찰청)가 직접 공조를 하는 것은 아니고 경찰청이 진행하고 우리는 자료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고소인은 경찰 조사가 부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고소인은 연수경찰서에서 1차로 조사받았다. 중복되는 내용을 물어볼 수 없어 부족한 부분만 물었다. 처음부터 다시 다 조사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사는 다 했다고 생각한다. 

“묻지 않는 게 더 나쁘다”

-고소인은 경제범죄에 대한 경찰의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경찰이 지능범죄나 경제범죄에 대해 100% 알고 있는 상태서 입문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서 특히 경제범죄의 경우 시사, 경제 용어를 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모른다고 그냥 넘어가지 않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 물어본 것이다. 모르는데 그냥 넘어가는 게 더 나쁜 것 아니냐.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3개월 안에 이행되도록 규정돼있지 않나?
▲맞다. 90일 안에 무조건 끝내려 한다. 사건이 적진 않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결론은 어떤 절차를 거쳐 언제쯤 나게 되나? 
▲보완수사가 마무리되면 결과 통보서를 검찰에 보낸다. 이후에 검찰이 다시 보완수사 요구를 할 때도 있고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사건마다 다르다. 결정 변경도 가능하다. 결론이 언제 날지는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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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