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정보 유출’ 카카오페이의 배신

542억건 중국에 바쳤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올해 카카오그룹은 계속 여기저기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엔 카카오페이서 개인정보 불법 제공이 밝혀졌다. 카카오페이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적법적인 정보 위수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고삐를 늦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난 5월에 개인정보 유출로 국내 최대 과징금 철퇴를 맞은 가운데 카카오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행정소송을 예고한 가운데 이번에는 카카오페이와 금감원의 소송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그룹에 악재가 또 겹쳤다. 이번엔 카카오페이다. 카카오페이서 고객의 동의 없이 고객정보를 알리페이와 애플에 넘긴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불법으로 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우지만 금감원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의 제재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과징금 
실제로 맞나

지난 4~7월 금감원서 실시한 현장감사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해외 결제 부문서 고객 동의 없이 제3자인 알리페이에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8년 4월부터 현재까지 매일 1차례 누적 4045만명의 카카오 계정 ID와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카카오페이 가입 명세, 카카오페이 거래 명세(잔고, 충전, 출금, 결제, 송금 등) 등 542억 건의 개인신용정보를 알리페이에 제공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 측에 고객 개인신용정보를 넘긴 것은 애플 앱스토어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 입점을 원하는 결제 업체에게 고객과 관련된 데이터를 요구한다.


이때 해당 데이터는 고객 개인정보 등을 바탕으로 재가공해서 만들어지는데, 카카오페이가 이 재가공 업무를 알리페이 계열사에 맡기면서 개인신용정보가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재가공된 정보는 애플 측에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위반한 법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2가지다. 

신용정보법 제32조에는 신용정보제공·이용자가 개인신용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려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신용정보 주체로부터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할 때마다 미리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정보 주체로부터 국외 이전에 관한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법률, 대한민국을 당사자로 하는 조약 또는 그 밖의 국제협정에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정보주체와의 계약 체결 및 이행을 위해 개인정보의 처리위탁·보관이 필요한 경우(이전되는 개인정보 항목, 개인정보가 이전되는 국가, 시기 및 방법 등을 알려야 함) ▲개인정보가 이전되는 국가 또는 국제기구의 개인정보 보호체계, 정보주체 권리보장 범위, 피해구제 절차 등이 개인정보보호법이 따른 개인정보 보호 수준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을 갖추었다고 보호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국외로 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알리페이·애플에 고객정보 넘겨
6년간 매일 제공…금감원 감사 적발

신용정보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모두 ‘정보 주체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카카오페이가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전혀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전혀 불법적인 개인정보 제공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는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애플 앱스토어 결제 수단 제공을 위해 정상적으로 고객 정보 위수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와 애플과의 3자 협력을 통해 애플 앱스토어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부정결제 방지 절차를 마련했다”며 “높은 수준의 부정결제 방지 프로세스를 요구하는 애플은 글로벌 최대 핀테크 기업 알리페이와 오래전부터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고 카카오페이를 앱스토어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는 것에 있어 알리페이의 시스템을 활용할 것을 권고해 이에 따라 3자 간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서 해당 결제를 위해 꼭 필요한 정보 이전은 사용자의 동의가 필요없는 카카오페이-알리페이-애플 간의 업무 위수탁 관계에 따른 처리 위탁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고 부연했다.

신용정보법 제17조 제1항서 개인신용정보의 처리 위탁으로 정보가 이전되는 경우에는 정보 주체의 동의가 요구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는 점을 들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처리 위탁은 위탁자(카카오페이)가 원활한 업무처리를 위해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사용자 동의가 불필요하다.

게다가 철저한 암호화를 통해 전달해 마케팅 등 다른 어떤 목적으로도 제공한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어떤 목적
사용됐나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에 정보를 제공함에 있어 무작위 코드로 변경하는 암호화 방식을 적용해 철저히 비식별 조치를 하고 있다”며 “사용자를 특정할 수 없으며, 원문 데이터를 유추해낼 수 없고, 절대로 복호화할 수 없는 일방향 암호화 방식이 적용돼있어 부정 결제 탐지 이외의 목적으로는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페이는 지난 5월 금감원의 현장 검사 이후 지금까지 어떠한 공식적인 검사 의견서도 받지 못했으며, 이 같은 내용이 언론에 먼저 알려지게 되어 매우 당황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조사 과정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입장을 밝히고 성실하게 소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페이의 이 같은 해명에도 금감원과 개인정보위는 카카오페이에 관한 제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임종건 금융감독원 외환감독국장은 “익명 정보가 돼야 동의가 불필요한 것”이라며 “암호화를 했다고 하더라도 추가 정보로 개인 식별이 가능하면 가명 정보로 볼 수 있어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국외 이전 의무 준수와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카카오페이 등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후 카카오페이가 제출한 자료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친 후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그룹은 지난 5월에도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국내 최대 과징금 철퇴를 맞기도 한 만큼 이번 개인정보 보호를 전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이 크게 나오고 있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3월 카카오톡 ‘오픈채팅’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불법 거래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따라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익명 채팅인 오픈채팅방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과징금 
맞고 또…

오픈채팅에선 일반 채팅에 보이는 실명이나 전화번호가 뜨지 않고, 개인이 설정한 닉네임만 보인다. 다만 시스템서 이용자를 식별하기 위한 고유 ID가 주어진다. 문제는 오픈채팅방의 ID 뒷자리가 일반 채팅방서 주어지는 회원일련번호 일부와 같았다는 점이다.

해커는 우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보안 취약점을 파고들어 오픈채팅 이용자들의 고유 ID를 확보했다. 다음으로 카카오톡 ‘친구 추가’서 휴대전화번호를 무작위로 대량 등록해 일반 채팅 이용자 정보도 확보했다. 이들 정보를 회원 일련번호를 기준으로 대조해 서로 겹치는 이용자들을 찾아냈다.

불법 프로그램으로 이 과정을 반복해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생성·판매할 수 있었다.

개인정보위는 카카오가 서비스 설계·운영 과정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하며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카카오에 대해 과징금 151억4196만원과 과태료 78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과 처분 결과를 공표하기로 의결했다.

개인정보위 한 관계자는 “2020년 8월 이전 만들어진 오픈채팅방은 참여자의 임시 ID를 암호화하지 않아 회원일련번호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오픈채팅방 공지 기능에서도 편법으로 암호화된 ID의 일련번호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며 “또 카카오가 오픈채팅방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신고와 이용자 통지를 하지 않아 ‘유출 신고·통지 의무’도 위반했다고 판단해 해당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카카오는 현재 모든 온라인 서비스에 이용되고 있는 회원 일련번호 자체는 숫자로 된 문자열이어서 개인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 자체로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카카오는 개인정보위의 제재 직후 행정소송을 포함한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측 “위수탁이라 적법”
당국 “동의 없어 불법”

개인정보위도 카카오와 진행할 행정소송 준비에 돌입했다. 다만 카카오에 처분서를 아직 전달하진 않은 상황이다.

서정아 개인정보위 대변인은 “법적 표현이나 법리적인 부분에 완성도를 높이고 있어 처분서 전달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시간에 쫓겨 서둘러 만들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소송 전담팀도 조만간 꾸려질 전망이다. 최 부위원장은 “소송 전담 변호사를 한 명 채용해서 소송 전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카카오와 개인정보위의 행정소송은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회사는 통지, 공고 등으로 행정처분을 인지한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내야 하는데 8월18일 기준 이미 88일이 지났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재판이 개인정보보호 관련해 정부의 제재가 과학적 발전을 따라갈 수 있는지 판단할 중요한 갈림길로 보고 있다.

한 보안 전문 형사 변호사는 “해당 사건서 쟁점이 될 일련번호의 개인정보 유무 등은 법률이 미처 따라오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선례가 생기면 향후 재판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정보보호 관련 전문가들은 오픈채팅방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결과가 이번 카카오페이 개인정보 불법 제공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정보보호학회 한 관계자는 “오픈채팅방 개인정보 유출과 이번 사건은 일련의 암호화가 쟁점인 것이 같다”며 “오픈채팅방 사건서 카카오의 안전관리 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이번 사건서도 똑같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개인정보 유출로 개인정보위로부터 과징금이 부여된 적이 있어 제공된 개인정보가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를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로 과징금 19억7800만원과 과태료 780만원 부과 및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한국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대로 된 공지 없이 중국과 인근 국가에 위치한 18만여개 판매 업체에 넘긴 것이 가장 큰 지적 사항이다.

2·3차
유출도?

한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알리페이로 전달된 만큼 해당 정보가 다시 제3의 국가로 넘어갔을지 여부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며 “4000만명이 넘는 542억건의 정보가 제3~4국가로 넘어가게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하게 우려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 알리페이가 속해 있는 앤트그룹은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바바 그룹과는 별개의 독립된 기업이며, 카카오페이의 고객정보가 동의 없이 중국 최대 커머스 계열사에 넘어갔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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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