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업 벤처 등록 제외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20 10:45:36
  • 호수 1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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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 취급받는 ‘K 코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가상자산사업자가 벤처기업 인증 대상서 제외돼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벤처기업 인증은 기술기업이 세제·금융·특허 및 정책자금·신용보증 등 혜택과 더불어 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다. 가상자산업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편견으로부터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벤처기업협회 및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 중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된 5곳 업체에 대한 벤처인증취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거래소뿐 아니라 디지털 월렛, 커스터디 사업(수탁사업) 등 사행성과 거리가 먼 신사업 추진 기업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벤처인증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시대착오적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인증을 받은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인증심사도 진행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이미 취소됐거나 소명 절차를 거친 후 최종 취소 여부가 결정된다. 벤처기업 인증을 이미 받았지만, 가상자산사업자 자격을 부여받았다는 이유로 정부가 획일적으로 제외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관련 기업들은 정부가 벤처인증까지 내주고 뒤늦게 가상자산사업자라는 모호한 규정을 적용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중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 및 관리하는 서비스인 커스터디 사업의 규제가 가장 눈에 띈다. 기존에 금융사들이 제공했던 업무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직접 자산을 관리할 필요가 없고, 외부 도난 등의 사고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보안 사업의 일종이다.


최근엔 디지털자산 산업이 발달하면서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영역도 커지고 있다. 

해외에선 이미 관련 서비스들이 출시된 바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9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비트코인 커스터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선 국민은행이 최초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출시했다.

국민은행의 합작법인 한국디지털에셋(Korea Digital Asset·KODA, 이하 코다)은 지난 2021년 5월3일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코다서 제공하는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는 고객들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외부 해킹이나 보안키 분실 같은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고 가상자산 예치이자(스테이킹) 같은 탈중앙금융(디파이, De-Fi) 상품에 투자해 자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법인 고객들이 가격 변동성 위험을 최소화하며 안전하게 디지털자산을 매매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법인 계좌의 원화 입출금이 불가능한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달리 코다는 장외거래를 중개한다. 제도권서 커스터디 서비스를 출시한 만큼, 기능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중소 경쟁사의 진입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다만, 정부는 가상자산사업자를 ‘유흥업’과 견주어 벤처기업 인증의 자격을 박탈한 모양새다. 이는 지난달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시행한 것과 상충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18년 10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중개·매매업에 대해 도박장인 카지노, 유흥업종인 유흥주점 및 카바레와 함께 ‘벤처기업 지정 제외 업종’으로 하는 벤처기업육성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해 오고 있다.


“시중은행도 하는데···” 왜 빠졌나?
디지털 월렛, 커스터디 사업 물거품

정부가 지난달 19일부터 이용자 보호 및 불공정 거래 규제 중심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1단계 가상자산법)을 시행하면서 본격적인 가상자산 제도화 시대에 진입했다. 앞서 국무총리실이 지난 2017년 12월13일 ‘조속한 시일 내 입법조치를 거쳐 투자자 보호, 거래 투명성 확보 조치 등의 요건을 갖추지 않고서는 가상통화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한 지 무려 6년7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가 벤처 업종 및 중소기업 자금 지원서 제외되면서 시대착오적 제도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22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새 정부 출범 후 5개월이 지났음에도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제도적 홀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KDA는 국민권익위원회 및 중소벤처기업부에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벤처업종 제외 및 중소기업 자금 지원 제외 등 제도적 홀대를 개선해 주도록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관계 당국에선 국민신문고를 통해 “특정금융정보법은 자금세탁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라며 “투자자 보호 강제 규정 등이 미비하다”고 아직 해당 제도를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특히 ‘벤처기업 지정 업종에 포함’ 요청에 대해 관계 당국에서는 특정금융정보법은 자금세탁 방지를 골자로 한 법이며, 투자자 피해 구제 수단을 강제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중소기업 자금 지원 대상 포함 요청에 대해서는 “특정금융정보법 제2조 1항 하호에 의해 가상자산사업자가 '금융회사 등'에 포함돼있어서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기술 및 사업성이 우수한 중소기업의 성장촉진을 위해 운영되고 있으나, ▲사행산업 등 국민정서에 의해 지원이 부적절한 업종과 ▲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금융 및 보험업 등의 업종은 융자지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는 신용보증기금 및 지자체 신용보증재단의 신용보증에 의한 중소기업 운영 및 시설자금 지원 대상서도 제외돼있다.

강성후 KDA 회장은 “2018년 당시와 확연히 달라진 정책환경을 애써 무시하는 처사”라며 “국민의힘 및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특위와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규제혁신회의 및 디지털자산 민관합동 TF 등과의 협의를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제도적인 홀대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혼란만 가중시킬 것”
‘공정 경쟁’ 사라지나

2년이 지났지만 제도 개선보다 규제만 늘었다. 현재 벤처기업협회 확인심의팀은 현행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를 벤처 등록 대상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가상자산사업자는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에 해당한다. 지난 2018년 10월 개정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은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제2조의 4관련)에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명시했다.


당시 투자과열·유사수신·자금세탁·해킹 등 불법행위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벤처기업으로 지정해 혜택을 주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가상자산 사업 형태 및 규모와 제도권 진입 등이 이뤄진 현재에도 일률적인 규제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모든 가상자산사업자는 벤처인증을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벤처기업 인증을 받으려다 포기한 가상자산업 대표는 “사행 기업이라는 과거 기준으로 가상자산사업을 판단하는 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며 “벤처기업 인증을 받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이미 인증받은 기업까지 취소 통보하고 있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벤처 정책과 관계자는 “그간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으로 명확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 차원서 벤처 인증을 내주는 데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행령 개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정책연구팀장은 “사행성이라든지 문제가 되는 부분은 벤처인증 심의 과정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면서 “가상자산사업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은 현시점서 벤처 예외 업종으로 지정해 일률적으로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짚었다.


벤처기업 인증은 기술기업이 세제·금융·특허 및 정책자금·신용보증 등 혜택과 더불어 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로 꼽힌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벤처인증 불허의 가장 큰 문제는 가상자산업 투자 생태계 조성을 못 한다는 것”이라며 “산업 육성을 위해선 벤처기업 제외 항목에 대한 시행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제기구들은 ‘국제공동 가상자산법 권고안’을 발표하고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30여개 회원국에게 입법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도 일부나마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갈 길 멀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금융안정위원회(FSB)는 9월에, 국제증권관리감독기구(IOSCO)는 11월에 각각 ‘국제공동 가상자산법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022년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60조원 이상 피해를 유발한 테라·루나 토큰 사태와 같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현재 신현성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 등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이 밝힌 공소장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관련자들이 거래소서 자전거래 등을 통해 얻은 수익은 무려 6308억원에 달한다. 이는 검찰이 수사를 통해 입증한 금액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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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