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법사위 탄핵 청문회서 ‘살인자 발언’ 적절했나?

대통령실·국민의힘·이종배, 제명안 및 고발 조치
권익위 간부 사망사건 청문회 상임위는 정무위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김건희는 살인자”라는 발언으로 여야가 비생산적인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의원직 제명 카드까지 꺼냈다. 하지만, 제명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이른바 ‘보여주기 쇼’로 그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4일, 전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서 열린 검사(김영철)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조사를 담당했던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간부의 사망사건을 언급하는 과정서 시작됐다.

이날 전 의원은 “국민권익위(권익위)서 부패 방지 업무를 담당해 온 강직하고 원칙을 지키는 청렴한 공직자였던 그분이 법과 원칙과 다른 결정을 해야만 했던 상황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호하기 위해 청렴하고 강직한 공직자 한 명이, 한 가정의 배우자이자 아버지의 목숨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부부를 지키기 위해 권익위를 망가뜨리고 청탁금지법을 무력화시킨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과 정승윤 부패방지부위원장은 고인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청탁금지법 수호 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망각하고 대통령 부부에게 억지 면죄부를 발부한 권익위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해 반드시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전 의원의 발언을 들은 송석준 국민의힘이 “본인이 고생시킨 것을 생각하라. 그분의 죽음에 본인은 죄가 없느냐”고 항의하자 “김건희, 윤석열이 죽인 것이다. 살인자”라고 맞받으며 회의장은 이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도 “김건희씨 때문에 사람이 죽지 않았냐, 300만원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거들었다.


전 의원의 살인자 발언을 두고 대통령실, 정부여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시민단체들까지 합세해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대통령실은 “저열한 행태” “막말” “인권유린” 등의 워딩으로 강력 반발하면서 전 의원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차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서 “(권익위 고위 간부의)안타까운 죽음마저 또다시 정치 공세로 활용하는 야당의 저열한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오늘 민주당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서 국민이 뽑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가족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내뱉었다”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근거없는 일방적 주장에 근거해 거친 말을 쏟아낸 것은 한 인간을 향한 인권유린이자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공무원을 국회로 불러 윽박지르고 공무원연금까지 박탈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공직사회를 압박해 결과적으로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라며 “야당이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고인의 죽음을 정쟁화하는 것을 당장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의원이)권익위를 황폐화하게 만든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지 의문이다. 민생을 논의할 국회가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해방구가 된 점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할 것”이라고 쏴붙였다.

국민의힘도 소속 의원 108명 전원 명의로 ‘전현희 국회의원직 제명 촉구 결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전 의원의 발언이 대통령 부부에 대한 인격 살인은 물론, 명예훼손이라는 입장이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KBS라디오 <전격 시사> 인터뷰서 “대통령 내외에 대한 인격적 살인과 모독, 명예훼손은 문제”라며 “그렇다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수많은 죽음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만약 국회 공식 자리서 이 전 대표에게 살인자라고 이야기하면 민주당은 어떻게 나왔겠느냐”고 힐난하면서 “의원직 제명 추진은 반드시 최대한 관철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배 서울시의원도 지난 16일, 서울경찰청을 찾아 전 의원을 ‘허위 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의원은 이날, 고발장 접수에 앞서 서울 광화문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 직원 사망에 대해 ‘김건희가 죽였다’는 해괴망측한 발언을 했는데 이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자 끔찍한 인격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여사가 살인자라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궤변으로 권익위 간부 사망의 실체를 모르는 국민들이 들으면 김 여사를 의심하게 될 것”이라며 “그럼 또 국민들로부터 오해받고, 지탄받고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권익위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한 적 없다. 모든 것을 김 여사와 연결시켜 추악한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심각한 국격 훼손이자 끔찍한 마녀사냥”이라며 “사안이 중대하므로 피고발인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전날엔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이하 서민위)도 전 의원을 직권남용·모욕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했다.

서민위는 “국민권익위원장 출신인 국회의원으로 누구보다도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패륜적 망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철저한 수사로 인해 범죄 사실이 밝혀지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일벌백계의 엄벌에 처하는 것만이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민주당도 국민의힘 소속의 의원직 제명안으로 맞불을 놨다는 점이다. 제명안의 대상은 다름 아닌 법사위서 전 의원과 설전을 벌였던 송 의원이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권익위 국장의 죽음에 전 의원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이냐? 진짜 죄가 있는 사람은 고인에게 외압을 행사한 권익위의 수뇌부 및 그 수뇌부에게 외압을 지시한 사람”이라며 “막말 더티플레이를 한 송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다만 여당이 지금이라도 판단을 달리해서 (전 의원에 대한)제명 추진 입장을 바꿔준다면 (민주당도 송 의원 제명 추진을)재고할 생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 출신인 전 의원은 앞서 지난 9일에도 “윤석열정권이 살인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정권이 강직한 공직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참담하다”고도 했다.


이번 전 의원의 ‘살인자 발언’을 두고 민주당 내부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서 “국회서 너무 과한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그렇게 발언한 마음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국회서 여러 가지 지적할 때 너무 극한적인 표현을 쓰는 것은 국민들이 들으실 때 불편하신 분들이 계실 것이기 때문에 좀 상호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했다.

당 내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직접 본인이 판단할 문제고 제가 뭐라고 이야기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에둘러 답했다.

국회법상 의원 제명 안건은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서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고 본회의에선 재적 의원 2/3 이상이 찬성 시 통과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 의원 및 송 의원 모두 제명 처리될 수도 있는 셈이다.

국회 윤리위원회는 특별위원회로 상설이 아닌 비상설특위로, 상임위 소관과 관련되거나 특별하게 필요하다고 인정한 안건을 심사하며 국회의원들의 자격심사 및 징계에 관한 사항을 다루고 있다.

윤리특위는 징계요구서를 전달받으면 반드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한 후 국회의장에게 보고되며 의장은 본회의에 상정하게 된다. 다만, 자문위의 의견을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다.


현행 국회법 제163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공개회의서 ▲경고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 정지 ▲제명 중 하나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제명은 국회의원직을 박탈하는 최고 수위의 징계로 제명 처리된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으며, 권한 및 의무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또 본회의 결과에 대해 법원에 제소가 불가하다.

하지만, 두 의원에 대한 제명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윤리특위는 20대 국회 전반까지 상설특위로 운영돼오다가 후반기부터 비상설특위로 전환되면서 여야가 일정 및 특별위원 구성에 합의해야 가동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지난 21대 국회 의안과에는 한기호·정점식·주진우(국민의힘)·정청래·김병주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계류돼있었으나, 처리되지 않다가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무엇보다 지난 1991년 국회 윤리특위가 꾸려진 이후 최고 징계 수위인 제명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은 제명 처리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지난 2011년 저녁 자리서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과 40대 여성 성폭행 혐의를 받았던 심학봉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윤리특위는 제명을 결정했다. 하지만, 강 전 의원은 본회의서 부결 처리됐고, 심 전 의원은 본회의 직전에 자진 사퇴해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 8월30일에는 ‘회의 도중 코인 거래’ 논란에 휩싸였던 무소속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소위원회서 부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여야 동수 6인의 윤리특위 소위에선 김 의원에 대한 제명안 표결 결과 찬성 3표, 반대 3표로 과반을 넘기지 못하면서 부결됐던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가 윤리위 제소를 남발하는 것은 강대강 대치를 지속하고 있는 국회 상황과 무관치 않다”며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민생 법안 처리에 좀 더 힘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전 의원이 법사위의 검사 탄핵소추 청문회 자리서 굳이 권익위 간부의 사망사건을 언급했던 것은 적절하지 않은 처사가 아니었냐는 주장도 나온다. 권익위 사건은 법사위가 아닌 정무위서 진상규명이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권익위,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소관위원회는 정무위원회인데, 해당 사건에 대한 청문회가 굳이 법사위서 나올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탄핵 청문회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권익위 간부의 사망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반발했으나 전 의원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회 상임위원회 자료실에 공개된 탄핵 청문회 회의 결과문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검사(김영철)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 ▲현장 검증 실시의 건 ▲참고인 추가 출석 요구의 건의 3건이 가결됐다. 김 여사나 권익위와 관련된 내용은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 등 야당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 등을 김 검사가 수사 당시 ‘봐주기’로 일관해 직무를 유기했다고 보고 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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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