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IOC, 픽토그램 표준화해야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의 등에 적힌 큼지막한 알파벳 3자는 그 선수의 국가를 상징한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 부여한 국가 코드다. 이 코드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전 세계의 나라와 부속 영토의 명칭에 고유 부호를 부여하는 ISO 3166-1( alpha-3 세 자리 국가) 코드와 비슷하다.

IOC가 전 세계서 모인 수많은 선수가 자국의 명예를 걸고 뛸 때 진행요원이나 관중이 선수의 소속(국가)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등 뒤에 IOC와 ISO가 국제표준으로 정한 국가의 명칭을 사용하게 된 건 참으로 잘한 일이다.

그런데 축구, 농구, 양궁 등 모든 올림픽 종목을 상징하는 픽토그램(pictogram)은 아직 국제표준화되지 않았다. 픽토그램은 그림을 뜻하는 ‘픽처(picture)’와 문자 또는 도해를 의미하는 ‘그램(gram)’의 합성어다.

이는 어떤 대상이나 장소에 관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문자를 사용하지 않고도 동일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도록 조합한 그림을 가리키며 ‘그림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인종과 언어를 뛰어넘어 누구라도 픽토그램을 보면 그 대상의 의미를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픽토그램은 그림문자와 함께 색상으로 긴급·안전·주의 등의 안내를 표시한다.

검정색은 일반 사항 및 공공시설물 안내, 빨간색 원 안의 사선 모양은 금지, 파랑색은 지시, 노랑색은 주의 및 경고, 초록색은 안, 피난, 위생, 구호, 빨강색은 소방, 긴급, 고도 위험 등을 나타낸다.

그래서 올림픽 종목을 나타내는 픽토그램은 모두 검정색이다.

픽토그램은 1964년 도쿄올림픽에 등장하면서 세계 각 나라가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은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영어 대신 쉽게 알 수 있는 언어를 찾던 중 직관적인 정보 안내 수단으로 각 종목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픽토그램을 택했다고 한다.

그리고 픽토그램에 대한 반응이 좋자 IOC는 다음 대회부터 픽토그램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 후 올림픽 픽토그램은 대회마다 개최 국가 문화를 상징하는 의미가 담기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지금까진 대체로 1972년 뮌헨올림픽 픽토그램 틀을 유지하면서 변천했다. 그러나 금번 2024년 파리올림픽 픽토그램은 지난 60년 동안 고수해 온 선수 위주의 형태서 벗어나 경기 종목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올림픽은 픽토그램의 본 기능을 벗어났다고 혹평을 받기도 했다. 

필자도 이번 파리올림픽 경기의 픽토그램을 보면서 조정, 승마, 3X3농구 등 몇몇 종목은 아예 무슨 경기를 의미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걸 느꼈다.

픽토그램은 여러 분야서 국제표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보통 화장실, 관광안내소, 지하철, 교통표지판 등 공공장소나 공공시설에 많이 이용되는데, 대부분의 국가마다 이런 픽토그램 표지판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픽토그램 표준화작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1년 지하철, 화장실 등 30종, 2002년 버스, 소화기 등 70종 등을 국가표준(KS)으로 제정했다.

그리고 2011년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양성 평등, 장애인 배려, 다문화 사회를 고려한 공공안내 등에 관한 새로운 픽토그램 35종을 국가표준으로 제정해, 현재 400여종의 픽토그램이 국가표준으로 등록돼있다.

그러나 4년마다 열리는 전 세계 대잔치인 올림픽의 픽토그램은 아직도 국제표준화되지 않았다. 그래서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전 세계의 시청자는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바뀌고 진화하는 픽토그램을 해석하느라 신경써야 한다.

픽토그램도 국제표준이 있는데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는 공공 안내 그림 표지(ISO 7001)와 안전표지(ISO 7010)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왜 IOC는 아직까지 픽토그램을 국제표준화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사실 IOC는 올림픽 픽토그램 국제표준안을 제작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 올림픽조직위원회가 개최지의 문화적 장점이 잘 표출되면서 원활한 소통을 돕는 픽토그램을 각각 자체 개발해 사용해 왔다.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픽토그램이 다른 이유다. 이젠 IOC가 픽토그램 국제표준화를 위해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역대 올림픽 픽토그램이 올림픽 개최지의 문화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동시에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그림문자를 표방한 건 당연한 이치일 수 있다.

그러나 개최지의 정신과 문화를 담는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이라면 그건 마스코트에 담아도 충분하다. 


필자는 가장 객관적인 뮌헨올림픽 픽토그램을 국제표준으로 정하고 향후 모든 올림픽서 그 표준 픽토그램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픽토그램이 정보 제공의 기능을 넘어 개최지를 홍보하거나 예술 장르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 건 좋지 않다.

픽토그램의 순기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ISO도 픽토그램의 국제표준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마당에 IOC도 올림픽 픽토그램 국제표준화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전 세계인이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픽토그램 때문에 혼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대회 개최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개최 도시가 협력해 설립하는 대회 진행 기관이다.

IOC로부터 개최국의 NOC를 통해 대회 개최의 권한을 위임받은 올림픽조직위원회도 올림픽 픽토그램의 국제표준화에 앞장서야 한다.

올림픽은 국제적인 스포츠 문화 대잔치인 만큼 올림픽 픽토그램은 그 의미를 쉽고 빠르고 확실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인 누구에게도 시각적으로 거부감을 느껴선 안 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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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