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골프 성매매 큰손 ‘시아 실장’ 정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8.12 10:33:12
  • 호수 1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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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홀까지 돌아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얼굴만 예쁘면 정말 돈 많이 벌 수 있다. 여기서 일하는 여자 중에 일반 직장인이 많다.” 남성 골프 파트너를 연결해주고 성매매를 알선하는 시아 실장이 한 말이다.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진 않았지만, 처음 전화 통화하는 상대방에게 ‘직업여성’으로 일하라고 권할 정도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사람을 통해 성매매를 접할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최근 소폭 줄었다고 발표됐지만, 여전히 국내 골프 인구가 많다. 지난달 29일 야놀자리서치가 발표한 ‘국내 골프 산업의 현재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골프장 이용객 수는 4772만명으로 2022년 대비 5.7% 줄었다.

라운딩 돌고…

반면 전국 골프장 수는 전년 대비 8개 증가해 522개가 됐다. 리서치는 국내 골프 수요가 해외로 이동한 영향으로 분석했다. 이런 상황은 여행사 ‘해외 골프 여행’ 수요가 넘쳐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골프를 하려면 얼마나 돈을 써야 할까?

가까운 일본을 보면 최소 금액이 1인당 89만원, 중국은 30만원이면 골프 여행이 가능했다. 가장 인기 있는 해외 골프 여행지는 베트남이었고 최소 금액은 90만원 정도다. 국내 라운딩이라고 저렴하진 않다. 일반적으로 18홀 기준 10~20만원이고, 상대적으로 좋은 골프장이라면 30~40만원 정도다. 여기에 카트비와 캐디비까지 붙으면 한 번 라운딩을 돌 때 최소 50만원을 쓰는 꼴이다.

골프는 자연을 즐기면서 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운동인 셈인데, 이런 틈을 노린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일명 ‘골프 파트너’를 찾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곳은 네이버 밴드다. 밴드서 ‘골프 파트너’를 검색하면 다양한 소모임이 검색된다. 그렇다고 전부 다 성매매를 하는 곳은 아니며, 창업이나 항공권을 파는 곳도 있다.

이런 곳의 특징은 제목만 ‘골프 파트너’이면서 아무런 설명이 없거나, ‘골프 파트너 찾기’ ‘소개’ ‘조인’ ‘(남성 전용) 여자 소개해 드립니다’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는 점이다. 밴드서 검색되는 소모임만 105개에 달한다.

해당 밴드에 가입하려면 프로필을 작성해야 한다. 여성 프로필의 경우 ▲출생연도 ▲거주지 ▲연락처 ▲직업 ▲키/몸무게 ▲결혼 여부 ▲골프 구력/핸디 ▲이성과 함께하고 싶은 것 ▲주량/흡연 여부 ▲차량 소유(차종) ▲닮은 연예인 등의 질문이 있었다. 

일반적인 소모임 가입을 위한 프로필이 아니란 내용은 다음 질문에서 나왔다. 앞의 질문에 더해 ▲나의 스타일과 몸매는 ▲만나고 싶은 이성 스타일은 ▲애인을 원하는지 ▲무료 골프, 데이트 중 원하는 것은 등의 질문이 있었다.

프로필 질문만 봐도 단순히 골프를 같이 즐길 친구를 찾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첫 데이트(무료 골프) 시작 전 “스크린 골프, 식사, 가벼운 술자리 등의 데이트를 즐기실 수 있다. 차후 라운딩도 개별적으로 연락해 진행하면 된다”는 내용의 공지사항도 있었다. 

이어 “여성이 남성과 연락하는 과정서 거절할 수 있으며 남성이 여성의 카톡 사진 등을 보고 다른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환불은 안 된다. 우리는 결혼정보회사처럼 만남까지 주선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외모는 우리가 보고 1차로 거른다. 하지만 각자 취향이 있으니 어쩔 수 없고, 자연스러운 만남까지 이어가는 것은 본인의 능력이니 이 점 유의하기 바란다. 아르바이트생은 절대 없다”고 설명했다. 시아 실장은 직업여성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이 말은 남성 회원이 소개비 명목으로 밴드 관리자에게 돈을 내면 여성 회원을 소개해준다는 것이다. 그냥 소개만 받는 것은 아니다. 남성 회원이 여성 회원을 ‘무료 골프 라운딩’에 초대할 수도 있었다. 공지글에는 “프로필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서 매칭 성공률이 낮은 분은 무료 골프를 원하는 여성과 매칭될 확률이 높다. 라운딩하면서 교감하고 데이트도 즐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직업여성은 수수료 10% 내야
“하룻밤 보내야 팁 많이 받아”

요약하자면 ‘밴드 모임에는 절대 아르바이트생이 없으며 소개했지만 취소될 수도 있다. 돈을 내야 여성 회원을 소개해준다’는 정도다. 사실일까? <일요시사>가 골프 라운딩 파트너와 통화해 본 결과, ‘아르바이트생은 없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일요시사>는 골프 성매매를 매칭해준다는 시아 실장에게 ‘골프 파트너를 구한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자를 보내자 곧 전화가 왔다. 그는 취재진에 “우린 남자를 구해주진 않는다. 여자를 구해준다”고 답했다.

기자가 “지인도 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자 그는 “최소 2주 전에는 연락을 줘야 한다. 1박이나 2박은 최소한 한 달 전에 연락 달라. 그리고 기본적으로 남자가 여자한테 매너비를 지불해야 한다. 남자가 여자랑 방을 같이 쓰고 잠을 자기 때문에 돈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아 실장은 “남자가 여자의 모든 경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젊은 여자는 더 달라고 한다. 최소 금액이 당일 40만원, 1박 60만원, 2박 100만원, 3박 이상은 150만원”이라며 “아무래도 나이에 따라 다르다. 남자분이 50대면 선택의 폭이 넓으니 급하게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 주에 태국 치앙마이를 가는 남자의 골프 파트너를 구했다. 남자 나이가 53세라 시간이 되는 여성의 폭이 넓어 급하게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갑자기 일주일 뒤에 3박5일 일정으로 해외여행 가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 소개로 연락을 줬느냐”는 물음에 기자가 “지인이 알려줬다”고 하자 대뜸 이상한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인이 여기서 일하는 여자분인가 보다. 혹시 여기서 일할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무슨 일을 하는 것이냐”고 묻자 “직접 선수로 뛰는 것으로 연결은 내가 한다. 직장인처럼 하는 건 아니고 연락 오면 가는 그런 것”라고 설명했다. 시아 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각 실장은 남자 손님을 갖고 있는데, 그는 여자만 가입된 밴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남자 손님이 여자를 구한다는 연락을 받으면 여자들에게 프로필을 보내줘서 선택하라고 한다.

이때 매칭이 성사될 경우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데, 시아 실장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지 않아도 된다”며 “만약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 1박에 60만원이나 70만원을 받는다면 먼저 나한테 선입금을 10%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의 돈은 약속을 취소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했지만, 그는 “남자가 용돈도 많이 주고 마음에 들면 계속 만날 수도 있지 않느냐? 나한테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일종의 소개비를 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일을 한다”고 말했다.

시아 실장 밑에 있는 여성 중 나이가 가장 어린 막내는 96년생이었다. 그는 “이미 예약이 한 달 반이나 밀려 있다. 이 친구는 1박에 100만원 받는다”고 자랑하는 투로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꼭 1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데이트만 해도 하루에 40만원은 벌 수 있다”면서도 “1박을 해야 팁을 많이 받는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스타일 초이스

취재원은 <일요시사>에 “시아 실장이 성매매 알선을 한 경우만 수천건에 달하며, 벌어들인 돈 또한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와 성매매알선죄가 모두 해당된다. 특히 정황만 확실하면 합동 단속도 시행하고, 나아가 성매매 자체에 대해 조사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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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