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검찰발 통신 조회 후폭풍

“검찰에 당했다, 그대로 돌려준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통신 사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사건을 수사하며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 심지어 민간인의 통신정보까지 무더기로 조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일요시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요시사>에 ‘조용래의 머니톡스’를 기고하는 조용래 작가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뒤 통신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고객 돈으로 운영되는 통신사가 어째서 사용자의 정보를 고스란히 검찰에 넘겼는지 알아내야겠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일, 조 작가의 휴대전화로 한 통의 문자가 날아들었다. 발신자는 검찰 콜센터인 1301. 그 밑으로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 통지’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이용자의 정보를 받았으니, 법에 따라 이를 통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거미줄

이날 검찰은 유사한 내용의 문자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추미애 의원 등 정치권 전방위에 걸쳐 전송했다.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자유언론실천재단 등 언론인과 관련 단체들도 통지 문자를 받았다. 심지어 이들과 통화한 적 있는 일부 민간인까지 검찰의 감시망에 포함됐다.

문자 내용을 살펴보면 통신 조회 기관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자료를 제공받은 자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제1부였다. 따라서 이번 통신 조회는 검찰이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의혹’의 배후를 밝히던 중 발생한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해당 의혹은 20대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2022년 3월, <뉴스타파>가 ‘김만배-신학림 녹취’를 보도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검찰은 이 보도를 허위로 보고 있으며 당시 윤석열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을 들어 김만배·신학림과 <뉴스타파> 기자를 기소했다.


이후 검찰은 피고인뿐만이 아니라 이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참고인의 신원을 조회해 배후를 밝히는 데 주력해 왔다.

문자를 받은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은 대부분 1월 초쯤에 통신정보를 조회했는데 7개월이나 지난 최근에서야 해당 사실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검사는 통신이용자 정보를 제공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통지해야 한다.

고객 통신정보 검 손바닥 안에?
통신 3사 대상 집단소송 예고

문자를 받은 한 야권 인사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검찰은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을 경우 6개월까지(통보를) 유예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확한 혐의도 없는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 같다”며 “4·10 총선서 정부여당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까 봐 통보를 미룬 게 아니겠느냐. 검찰과 정부가 손을 잡고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중앙지검은 “피의자 등 수사 관련자들과 통화한 것으로 확인되는 해당 전화번호가 누구의 번호인지를 확인하는 ‘단순 통신가입자 조회’를 실시한 것”이라며 “통화기록을 살펴본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검찰에 정보를 제공한 통신사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일요시사>에 칼럼을 기고하는 조 작가는 통신 3사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에 관련된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와 몇 차례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검찰이 해당 기자의 번호를 조회하던 중 자신과 통화한 사실을 알게 됐으니 마찬가지로 조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요시사>가 조 작가로부터 받은 통신자료 제공내역에 따르면, 그가 사용 중인 통신사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그리고 올해 1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고객명 ▲주민등록번호 ▲이동전화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을 검찰에 제공했다.

제공 요청 사유로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른 법원/수사기관 등의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이라고 명시됐다.

조 작가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탈세를 하거나 수사, 재판의 대상도 아닌데 ‘국가안전보장 위해 방지’를 이유로 정보를 조회했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정보를 제공한 통신3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으로 소장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통신 조회가 검찰의 영장에 의한 것이 아닌 협조 공문만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협조 의무가 없는 통신사가 고객정보를 고스란히 국가기관에게 넘겼고, 이는 신의성실 원칙(민법 제2조)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조 작가에 따르면 통신사는 “현행법상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공한 사실을 고객에게 알릴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 이 부분 역시 위헌 요소가 상당하므로 법원서 따져봐야 할 부분으로 지목된다.

몇 명을 대상으로 통신 조회를 했는지, 그 숫자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만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민주당서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양일간 통신자료 조회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검찰은 ▲현직 국회의원 19명 ▲전직 국회의원 2명 ▲보좌진 68명 ▲당직자 43명 ▲전직 보좌진·당직자 7명 등 민주당 내에서만 139명의 통신 자료를 들여다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숫자는 어디까지나 여의도에 국한된 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언론계를 포함시키면 적게는 3000명부터 많게는 10만명까지 조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나도” 우후죽순 쏟아지는 제보
“10만명 거뜬?” 커지는 불안감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기자가 하루에 10명과 통화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이면 300명, 이 중에서 겹치는 이들을 제외하면 석 달에는 450명”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어디까지나 기자 한 명을 놓고 봤을 때 나오는 숫자”라며 “기자 10명을 각각 조회했다고 치면 4500명은 우습게 넘어간다. 검찰은 1년에 걸쳐 정보를 수집한 것 같은데 취재 목적을 제외하고 통화한 민간인까지 조회 대상이 됐으니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정보가 제공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 공익단체 등의 피해자를 모을 생각이다. 집단 고발이나 민사소송 같은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며 “지난 몇 개월 동안 검찰이 우리를 탈탈 털었다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등 언론 현업 단체는 이번 사건을 ‘언론과 시민에 대한 무차별 사찰’로 규정했다.

언론노조는 “검찰이 정보를 제공받은 시기는 김만배 녹취 기사를 빌미로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수사를 진행하던 때”라며 “윤 대통령 한 사람의 심기 경호를 위해 아무런 범죄 혐의도 없는 국민 수천명의 기본권을 유린한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의도는?

조 작가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검찰은 언론인 개인에 관련된 인적 네트워크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무분별한 통신 조회를 해왔다. 나와 한 번이라도 통화했던 사람의 정보도 알아낼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이는 인권을 침해하는 아주 무서운 이야기”라며 “그 자료를 열람해준 통신사에도 법적 책임을 따져볼 필요성이 드러났다. 검찰을 상대로 소송하는 건 정치권의 영역이니, 나는 나대로 총대를 메려고 한다. 함께할 이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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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