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호사카 유지 교수 사도광산을 말하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8.06 13:45:20
  • 호수 1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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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부터 눈감아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이 강제동원됐던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정말 막을 수 없었던 것일까?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두고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 정부가 국제법에 걸리지 않도록 박근혜정부 때 군함도서 ‘강제징용’을 뺀 것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지금부터 9년 전이다. 이때부터 일본 정부는 일본이 강제징용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해오고 있었다.

‘사도광산’이라고 불리는 사도 금광은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의 사도가섬에 위치한 금광이다. 1601년에 금광이 발견됐고 에도 시대(1603년부터 1868년까지) 동안 중요한 재원으로 개발됐다. 여기서 발견된 금은 1년에 약 400㎏, 은이 약 40t 이상이었다. 일본 최대의 금 광산으로 대량의 금·은을 생산했다. 사도광산서 생산·제련한 철심 및 금은은 막부에 상납됐고, 이를 긴자에 맡겨 화폐를 주조했다. 

언제부터
틀어졌나

특히 은은 청나라 등에 대량 수출됐으며, 사도 산출의 화취은은 ‘세다 은’으로도 불렸다. 현재는 고갈 및 금의 가치와 노동자 임금이 맞지 않아 채굴 자체가 중단됐고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안겨줬던 사도광산에는 숨은 비밀이 있다.

바로 이곳에서 금광을 채취했던 노동자들이 과거 조선서 강제동원된 인력이었다는 점이다. 노동자들 중 몇 명이 죽었으며, 어떻게 생활했는지도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7일, 사도광산은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데 대해 “등재까지 14년 넘게 걸렸다”며 기쁨을 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엑스(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전통 수공업 수준을 높여 구미의 기계화에 견줄 만한 일본 독자 기술의 정수였던 사도광산”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한 니가타현 지사와 사도 시장에게 전화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과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가마카와 요코 외무상도 담화문을 내고 “세계유산 등재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오랜 세월에 걸친 지역주민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도광산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모두의 합의를 통해 등재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들은 사도광산을 둘러싼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마저도 비판 보도를 냈다. 일본 현재 매체들은 지난달 30일 “일본 측이 처음부터 한반도 출신자의 고난의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네스코 등재에만 14년 노력?
일 언론 “조선인 노동 인정해야”

진보 성향 매체 <아사히신문>은 이날 ‘빛도 그림자도 전하는 유산으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조선인 노동이)강제노동인지 아닌지 일본과 한국 사이서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강제’ 표현을 피하면서(조선인이) 가혹한 노동환경에 있었음을 현지에 전시한 것은 양국 정부가 대화로 타협한 산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인 노동이)직시해야 할 사실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역사는 국가의 독점물도, 빛으로만 채색된 것도 아니다. 그늘진 부분도 포함해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유산의 가치를 높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안팎의 비판과는 무관하게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는 한결같다. 사실을 입증할 문서나 명단이 있다면 내으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자발적 참여’라고 왜곡하거나 동원된 인원을 축소하기 바쁘다. 

물론, 공식적으로 확인된 조선인 동원 인원수나 명단이 기록된 자료는 없다. 단 당시 사도광산서 작업장을 운영한 미쓰비시광업㈜이 출간하려 했던 책의 미완성 원고인 <사도광산사 고본>에는 ‘합계 1519명을 이입했다’는 문장이 남아 있다.

마쓰우라 고이치로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한국의 반발을 언급한 뒤 선례를 따라 사도광산의 역사 전체를 설명하는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출신의 사망자 수 등 데이터와 노동환경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 전문가들도 “광산의 역사, 당시의 일을 알리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본 문화청은 지난 6월6일 이코모스가 사도광산에 대해 4단계 평가 중 2번째인 정보 조회 권고를 내렸으며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코모스 권고는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판단할 때 큰 영향을 끼치는데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4단계로 나뉜다.

자발적
참여라고?

일본 문화청이 말하는 정보 조회 권고는 2번째 단계인 보류로 ‘신청국이 보완 조치를 취하도록 신청국에 다시 회부한다’는 의미다. 일본이 추천한 세계유산 후보가 보류 권고를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코모스의 2단계 보류 조치가 무색하게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이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31일, 세종대학교 호사카 유지 교수를 통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유지 교수는 “이 일은 2015년도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가 2015년부터 준비됐다면, 기시다 총리의 ‘사도광산 등재에 14년이 걸렸다’는 주장이 납득이 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2015년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박근혜정부 당시 일본 정부는 하시마섬(군함도)의 유네스코 등재 당시 “조선인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했으나 말을 바꿨다. 등재에 성공하자 기시다 당시 외무장관은 “‘Forced to Work(일을 강요당했다)’라는 표현은 강제노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지 교수는 “박근혜정부서 군함도에 관해 ‘강제동원(Forced Labour)’이라는 단어를 뺐다. 대신 ‘강제로 일을 하게 했다’는 말로 바꿨는데, 일본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국제법 때문”이라며 “국제법에는 강제동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무조건 ‘불법적’이라 비슷한 단어로 바꾼 것이고, 이를 박정부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단어의 뉘앙스가 바뀌면서 강제노동이 ‘불법’ 노동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는 “일본의 주장은 당시 조선 사람의 국적이 일본인이라는 것이다. 조선인뿐만 아니라 대만인도 여기에 포함된다. 모두 일본 국적자였기 때문에 징역을 시킨 것이 합법이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시 박정부가 계약했던 내용 자체가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다. 결국 이번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는 시작점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박정부 당시 일본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10억엔을 지불하면서 발표한 합의문에는 자기들의 만행을 다시는 떠올리지 않겠다는 심사로 ‘불가역적’이란 문구를 굳이 삽입했다.

이런 결과는 3년 후인 2018년에 다시 발생했다.

유지 교수는 “2018년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을 때도 일본은 ‘징용공’을 대신해서 ‘조선서 온 노동자’라는 말을 썼는데 이런 말을 아베정권이 만들어냈다”며 “이게 다 단일화된 것이 아니라 연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제 노동
전부 빼라

이어 “2012년에 강제동원, 강제징용 문제가 한국 대법원서 유죄 판결이 났다. 일본은 항소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엔 국무회의서 ‘강제노동’이 부적절하다고 결정한 이후 모든 교과서에서 ‘강제’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지난 1월엔 우익단체의 문제 제기로 법적 소송까지 가면서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가 20년 만에 철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철저한 기획 속에서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흐름이 쭉 이어진 것은 아니다. 2020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의 동의를 얻은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피해자의 동의 없이는 한‧일 정부가 아무리 합의해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위안부 합의 때 아주 절실하게 경험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을 감안해 방안을 마련한다면 양국 간 해법을 마련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며 일본에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또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일 변호사 및 단체들이 제안한 ‘한·일 공동협의체’에도 긍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유지 교수는 “문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일본과 대립했다. 법원 판결서 배상금을 내야 한다고 한 상황이었는데, 아베가 반대하기도 했다”며 “이런 맥락서 ‘제3자 변제 문제’가 나온 것인데 한국 책임으로 다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6일 윤석열정부는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고, 한국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대신 내주되 피고인 일본 기업에는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제3자 변제안’을 밀어붙였다.

“일본은 국익 위해선 뭐든지 한다”
“일본을 지적하지 못하는 이유는…”

윤정부가 집권하자마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무시한 채 내놓은 것이 제3자 변제안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정치권 및 시민단체는 물론 일본 시민단체도 윤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후 재정적 파탄으로 기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지 교수는 “일본은 일관적으로 움직였으며, 여태까지 계속 같은 결정을 하고 있다. 교과서,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오염수 방출도 이때 결정했다. 이 맥락에서 사도광산이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일본은 앞으로도 ‘강제동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박근혜정부에서 동의를 했으니까. 일본은 한국이랑 다르다. 생각이 여러갈래로 나뉘어져 있지 않고 한 개다. 굉장히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또 학자들도 이용된다. 이 사람들은 ‘국익이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논리를 만든다. 그런데 한국은 이러한 논리 구축이 상당히 약하다”고 전했다.

물론 학자들이 논문을 쓰는 등의 활동을 하지만 이것만으로 일본 정부의 논리를 이기기 어렵다. 이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드러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서 일본 정부 대표로 나선 카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발할 것이다.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우리 입장을 토대로 정부가 지난 수개월간 일본 정부와 가진 진지한 협상의 결과물이다. 해당 발언문은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에 각주로 포함되어 결정문에 각주로 포함되어 결정문의 일부로 간주된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강제동원’이라는 말이 없는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못 했나
안 했나

유지 교수는 “이번 세계유산위원회가 있을 때도 일본은 강제동원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한국대사가 일본의 이런 논리를 모를 리 없는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다. 외교부도 이 같은 일본의 논리를 모를 수 없는데, 결국 공무원이라 주장하기 어려운 점은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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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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