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호사카 유지 교수 사도광산을 말하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8.06 13:45:20
  • 호수 1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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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부터 눈감아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이 강제동원됐던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정말 막을 수 없었던 것일까?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두고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 정부가 국제법에 걸리지 않도록 박근혜정부 때 군함도서 ‘강제징용’을 뺀 것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지금부터 9년 전이다. 이때부터 일본 정부는 일본이 강제징용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해오고 있었다.

‘사도광산’이라고 불리는 사도 금광은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의 사도가섬에 위치한 금광이다. 1601년에 금광이 발견됐고 에도 시대(1603년부터 1868년까지) 동안 중요한 재원으로 개발됐다. 여기서 발견된 금은 1년에 약 400㎏, 은이 약 40t 이상이었다. 일본 최대의 금 광산으로 대량의 금·은을 생산했다. 사도광산서 생산·제련한 철심 및 금은은 막부에 상납됐고, 이를 긴자에 맡겨 화폐를 주조했다. 

언제부터
틀어졌나

특히 은은 청나라 등에 대량 수출됐으며, 사도 산출의 화취은은 ‘세다 은’으로도 불렸다. 현재는 고갈 및 금의 가치와 노동자 임금이 맞지 않아 채굴 자체가 중단됐고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안겨줬던 사도광산에는 숨은 비밀이 있다.

바로 이곳에서 금광을 채취했던 노동자들이 과거 조선서 강제동원된 인력이었다는 점이다. 노동자들 중 몇 명이 죽었으며, 어떻게 생활했는지도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7일, 사도광산은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데 대해 “등재까지 14년 넘게 걸렸다”며 기쁨을 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엑스(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전통 수공업 수준을 높여 구미의 기계화에 견줄 만한 일본 독자 기술의 정수였던 사도광산”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한 니가타현 지사와 사도 시장에게 전화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과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가마카와 요코 외무상도 담화문을 내고 “세계유산 등재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오랜 세월에 걸친 지역주민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도광산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모두의 합의를 통해 등재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들은 사도광산을 둘러싼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마저도 비판 보도를 냈다. 일본 현재 매체들은 지난달 30일 “일본 측이 처음부터 한반도 출신자의 고난의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네스코 등재에만 14년 노력?
일 언론 “조선인 노동 인정해야”

진보 성향 매체 <아사히신문>은 이날 ‘빛도 그림자도 전하는 유산으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조선인 노동이)강제노동인지 아닌지 일본과 한국 사이서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강제’ 표현을 피하면서(조선인이) 가혹한 노동환경에 있었음을 현지에 전시한 것은 양국 정부가 대화로 타협한 산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인 노동이)직시해야 할 사실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역사는 국가의 독점물도, 빛으로만 채색된 것도 아니다. 그늘진 부분도 포함해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유산의 가치를 높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안팎의 비판과는 무관하게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는 한결같다. 사실을 입증할 문서나 명단이 있다면 내으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자발적 참여’라고 왜곡하거나 동원된 인원을 축소하기 바쁘다. 


물론, 공식적으로 확인된 조선인 동원 인원수나 명단이 기록된 자료는 없다. 단 당시 사도광산서 작업장을 운영한 미쓰비시광업㈜이 출간하려 했던 책의 미완성 원고인 <사도광산사 고본>에는 ‘합계 1519명을 이입했다’는 문장이 남아 있다.

마쓰우라 고이치로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한국의 반발을 언급한 뒤 선례를 따라 사도광산의 역사 전체를 설명하는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출신의 사망자 수 등 데이터와 노동환경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 전문가들도 “광산의 역사, 당시의 일을 알리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본 문화청은 지난 6월6일 이코모스가 사도광산에 대해 4단계 평가 중 2번째인 정보 조회 권고를 내렸으며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코모스 권고는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판단할 때 큰 영향을 끼치는데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4단계로 나뉜다.

자발적
참여라고?

일본 문화청이 말하는 정보 조회 권고는 2번째 단계인 보류로 ‘신청국이 보완 조치를 취하도록 신청국에 다시 회부한다’는 의미다. 일본이 추천한 세계유산 후보가 보류 권고를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코모스의 2단계 보류 조치가 무색하게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이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31일, 세종대학교 호사카 유지 교수를 통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유지 교수는 “이 일은 2015년도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가 2015년부터 준비됐다면, 기시다 총리의 ‘사도광산 등재에 14년이 걸렸다’는 주장이 납득이 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2015년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박근혜정부 당시 일본 정부는 하시마섬(군함도)의 유네스코 등재 당시 “조선인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했으나 말을 바꿨다. 등재에 성공하자 기시다 당시 외무장관은 “‘Forced to Work(일을 강요당했다)’라는 표현은 강제노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지 교수는 “박근혜정부서 군함도에 관해 ‘강제동원(Forced Labour)’이라는 단어를 뺐다. 대신 ‘강제로 일을 하게 했다’는 말로 바꿨는데, 일본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국제법 때문”이라며 “국제법에는 강제동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무조건 ‘불법적’이라 비슷한 단어로 바꾼 것이고, 이를 박정부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단어의 뉘앙스가 바뀌면서 강제노동이 ‘불법’ 노동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는 “일본의 주장은 당시 조선 사람의 국적이 일본인이라는 것이다. 조선인뿐만 아니라 대만인도 여기에 포함된다. 모두 일본 국적자였기 때문에 징역을 시킨 것이 합법이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시 박정부가 계약했던 내용 자체가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다. 결국 이번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는 시작점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박정부 당시 일본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10억엔을 지불하면서 발표한 합의문에는 자기들의 만행을 다시는 떠올리지 않겠다는 심사로 ‘불가역적’이란 문구를 굳이 삽입했다.

이런 결과는 3년 후인 2018년에 다시 발생했다.

유지 교수는 “2018년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을 때도 일본은 ‘징용공’을 대신해서 ‘조선서 온 노동자’라는 말을 썼는데 이런 말을 아베정권이 만들어냈다”며 “이게 다 단일화된 것이 아니라 연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제 노동
전부 빼라

이어 “2012년에 강제동원, 강제징용 문제가 한국 대법원서 유죄 판결이 났다. 일본은 항소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엔 국무회의서 ‘강제노동’이 부적절하다고 결정한 이후 모든 교과서에서 ‘강제’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지난 1월엔 우익단체의 문제 제기로 법적 소송까지 가면서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가 20년 만에 철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철저한 기획 속에서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흐름이 쭉 이어진 것은 아니다. 2020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의 동의를 얻은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피해자의 동의 없이는 한‧일 정부가 아무리 합의해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위안부 합의 때 아주 절실하게 경험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을 감안해 방안을 마련한다면 양국 간 해법을 마련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며 일본에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또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일 변호사 및 단체들이 제안한 ‘한·일 공동협의체’에도 긍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유지 교수는 “문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일본과 대립했다. 법원 판결서 배상금을 내야 한다고 한 상황이었는데, 아베가 반대하기도 했다”며 “이런 맥락서 ‘제3자 변제 문제’가 나온 것인데 한국 책임으로 다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6일 윤석열정부는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고, 한국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대신 내주되 피고인 일본 기업에는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제3자 변제안’을 밀어붙였다.

“일본은 국익 위해선 뭐든지 한다”
“일본을 지적하지 못하는 이유는…”

윤정부가 집권하자마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무시한 채 내놓은 것이 제3자 변제안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정치권 및 시민단체는 물론 일본 시민단체도 윤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후 재정적 파탄으로 기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지 교수는 “일본은 일관적으로 움직였으며, 여태까지 계속 같은 결정을 하고 있다. 교과서,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오염수 방출도 이때 결정했다. 이 맥락에서 사도광산이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일본은 앞으로도 ‘강제동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박근혜정부에서 동의를 했으니까. 일본은 한국이랑 다르다. 생각이 여러갈래로 나뉘어져 있지 않고 한 개다. 굉장히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또 학자들도 이용된다. 이 사람들은 ‘국익이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논리를 만든다. 그런데 한국은 이러한 논리 구축이 상당히 약하다”고 전했다.

물론 학자들이 논문을 쓰는 등의 활동을 하지만 이것만으로 일본 정부의 논리를 이기기 어렵다. 이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드러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서 일본 정부 대표로 나선 카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발할 것이다.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우리 입장을 토대로 정부가 지난 수개월간 일본 정부와 가진 진지한 협상의 결과물이다. 해당 발언문은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에 각주로 포함되어 결정문에 각주로 포함되어 결정문의 일부로 간주된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강제동원’이라는 말이 없는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못 했나
안 했나

유지 교수는 “이번 세계유산위원회가 있을 때도 일본은 강제동원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한국대사가 일본의 이런 논리를 모를 리 없는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다. 외교부도 이 같은 일본의 논리를 모를 수 없는데, 결국 공무원이라 주장하기 어려운 점은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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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