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호사카 유지 교수 사도광산을 말하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8.06 13:45:20
  • 호수 1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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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부터 눈감아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이 강제동원됐던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정말 막을 수 없었던 것일까?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두고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 정부가 국제법에 걸리지 않도록 박근혜정부 때 군함도서 ‘강제징용’을 뺀 것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지금부터 9년 전이다. 이때부터 일본 정부는 일본이 강제징용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해오고 있었다.

‘사도광산’이라고 불리는 사도 금광은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의 사도가섬에 위치한 금광이다. 1601년에 금광이 발견됐고 에도 시대(1603년부터 1868년까지) 동안 중요한 재원으로 개발됐다. 여기서 발견된 금은 1년에 약 400㎏, 은이 약 40t 이상이었다. 일본 최대의 금 광산으로 대량의 금·은을 생산했다. 사도광산서 생산·제련한 철심 및 금은은 막부에 상납됐고, 이를 긴자에 맡겨 화폐를 주조했다. 

언제부터
틀어졌나

특히 은은 청나라 등에 대량 수출됐으며, 사도 산출의 화취은은 ‘세다 은’으로도 불렸다. 현재는 고갈 및 금의 가치와 노동자 임금이 맞지 않아 채굴 자체가 중단됐고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안겨줬던 사도광산에는 숨은 비밀이 있다.

바로 이곳에서 금광을 채취했던 노동자들이 과거 조선서 강제동원된 인력이었다는 점이다. 노동자들 중 몇 명이 죽었으며, 어떻게 생활했는지도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7일, 사도광산은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데 대해 “등재까지 14년 넘게 걸렸다”며 기쁨을 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엑스(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전통 수공업 수준을 높여 구미의 기계화에 견줄 만한 일본 독자 기술의 정수였던 사도광산”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한 니가타현 지사와 사도 시장에게 전화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과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가마카와 요코 외무상도 담화문을 내고 “세계유산 등재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오랜 세월에 걸친 지역주민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도광산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모두의 합의를 통해 등재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들은 사도광산을 둘러싼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마저도 비판 보도를 냈다. 일본 현재 매체들은 지난달 30일 “일본 측이 처음부터 한반도 출신자의 고난의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네스코 등재에만 14년 노력?
일 언론 “조선인 노동 인정해야”

진보 성향 매체 <아사히신문>은 이날 ‘빛도 그림자도 전하는 유산으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조선인 노동이)강제노동인지 아닌지 일본과 한국 사이서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강제’ 표현을 피하면서(조선인이) 가혹한 노동환경에 있었음을 현지에 전시한 것은 양국 정부가 대화로 타협한 산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인 노동이)직시해야 할 사실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역사는 국가의 독점물도, 빛으로만 채색된 것도 아니다. 그늘진 부분도 포함해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유산의 가치를 높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안팎의 비판과는 무관하게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는 한결같다. 사실을 입증할 문서나 명단이 있다면 내으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자발적 참여’라고 왜곡하거나 동원된 인원을 축소하기 바쁘다. 

물론, 공식적으로 확인된 조선인 동원 인원수나 명단이 기록된 자료는 없다. 단 당시 사도광산서 작업장을 운영한 미쓰비시광업㈜이 출간하려 했던 책의 미완성 원고인 <사도광산사 고본>에는 ‘합계 1519명을 이입했다’는 문장이 남아 있다.

마쓰우라 고이치로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한국의 반발을 언급한 뒤 선례를 따라 사도광산의 역사 전체를 설명하는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출신의 사망자 수 등 데이터와 노동환경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 전문가들도 “광산의 역사, 당시의 일을 알리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본 문화청은 지난 6월6일 이코모스가 사도광산에 대해 4단계 평가 중 2번째인 정보 조회 권고를 내렸으며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코모스 권고는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판단할 때 큰 영향을 끼치는데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4단계로 나뉜다.

자발적
참여라고?

일본 문화청이 말하는 정보 조회 권고는 2번째 단계인 보류로 ‘신청국이 보완 조치를 취하도록 신청국에 다시 회부한다’는 의미다. 일본이 추천한 세계유산 후보가 보류 권고를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코모스의 2단계 보류 조치가 무색하게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이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31일, 세종대학교 호사카 유지 교수를 통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유지 교수는 “이 일은 2015년도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가 2015년부터 준비됐다면, 기시다 총리의 ‘사도광산 등재에 14년이 걸렸다’는 주장이 납득이 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2015년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박근혜정부 당시 일본 정부는 하시마섬(군함도)의 유네스코 등재 당시 “조선인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했으나 말을 바꿨다. 등재에 성공하자 기시다 당시 외무장관은 “‘Forced to Work(일을 강요당했다)’라는 표현은 강제노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지 교수는 “박근혜정부서 군함도에 관해 ‘강제동원(Forced Labour)’이라는 단어를 뺐다. 대신 ‘강제로 일을 하게 했다’는 말로 바꿨는데, 일본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국제법 때문”이라며 “국제법에는 강제동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무조건 ‘불법적’이라 비슷한 단어로 바꾼 것이고, 이를 박정부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단어의 뉘앙스가 바뀌면서 강제노동이 ‘불법’ 노동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는 “일본의 주장은 당시 조선 사람의 국적이 일본인이라는 것이다. 조선인뿐만 아니라 대만인도 여기에 포함된다. 모두 일본 국적자였기 때문에 징역을 시킨 것이 합법이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시 박정부가 계약했던 내용 자체가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다. 결국 이번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는 시작점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박정부 당시 일본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10억엔을 지불하면서 발표한 합의문에는 자기들의 만행을 다시는 떠올리지 않겠다는 심사로 ‘불가역적’이란 문구를 굳이 삽입했다.

이런 결과는 3년 후인 2018년에 다시 발생했다.

유지 교수는 “2018년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을 때도 일본은 ‘징용공’을 대신해서 ‘조선서 온 노동자’라는 말을 썼는데 이런 말을 아베정권이 만들어냈다”며 “이게 다 단일화된 것이 아니라 연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제 노동
전부 빼라

이어 “2012년에 강제동원, 강제징용 문제가 한국 대법원서 유죄 판결이 났다. 일본은 항소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엔 국무회의서 ‘강제노동’이 부적절하다고 결정한 이후 모든 교과서에서 ‘강제’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지난 1월엔 우익단체의 문제 제기로 법적 소송까지 가면서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가 20년 만에 철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철저한 기획 속에서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흐름이 쭉 이어진 것은 아니다. 2020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의 동의를 얻은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피해자의 동의 없이는 한‧일 정부가 아무리 합의해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위안부 합의 때 아주 절실하게 경험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을 감안해 방안을 마련한다면 양국 간 해법을 마련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며 일본에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또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일 변호사 및 단체들이 제안한 ‘한·일 공동협의체’에도 긍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유지 교수는 “문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일본과 대립했다. 법원 판결서 배상금을 내야 한다고 한 상황이었는데, 아베가 반대하기도 했다”며 “이런 맥락서 ‘제3자 변제 문제’가 나온 것인데 한국 책임으로 다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6일 윤석열정부는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고, 한국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대신 내주되 피고인 일본 기업에는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제3자 변제안’을 밀어붙였다.

“일본은 국익 위해선 뭐든지 한다”
“일본을 지적하지 못하는 이유는…”

윤정부가 집권하자마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무시한 채 내놓은 것이 제3자 변제안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정치권 및 시민단체는 물론 일본 시민단체도 윤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후 재정적 파탄으로 기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지 교수는 “일본은 일관적으로 움직였으며, 여태까지 계속 같은 결정을 하고 있다. 교과서,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오염수 방출도 이때 결정했다. 이 맥락에서 사도광산이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일본은 앞으로도 ‘강제동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박근혜정부에서 동의를 했으니까. 일본은 한국이랑 다르다. 생각이 여러갈래로 나뉘어져 있지 않고 한 개다. 굉장히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또 학자들도 이용된다. 이 사람들은 ‘국익이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논리를 만든다. 그런데 한국은 이러한 논리 구축이 상당히 약하다”고 전했다.

물론 학자들이 논문을 쓰는 등의 활동을 하지만 이것만으로 일본 정부의 논리를 이기기 어렵다. 이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드러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서 일본 정부 대표로 나선 카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발할 것이다.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우리 입장을 토대로 정부가 지난 수개월간 일본 정부와 가진 진지한 협상의 결과물이다. 해당 발언문은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에 각주로 포함되어 결정문에 각주로 포함되어 결정문의 일부로 간주된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강제동원’이라는 말이 없는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못 했나
안 했나

유지 교수는 “이번 세계유산위원회가 있을 때도 일본은 강제동원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한국대사가 일본의 이런 논리를 모를 리 없는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다. 외교부도 이 같은 일본의 논리를 모를 수 없는데, 결국 공무원이라 주장하기 어려운 점은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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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