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당 대표 VS 원내대표

현재 국회의원의 임기는 3년9개월 남았다. 그래서 의원을 대표하는 원내대표가 1년11개월 후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당을 대표하는 당 대표보다 여유가 있고 힘이 셀 수밖에 없다.

대선이나 지선을 치를 땐 당 대표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법을 만들고 국정을 돕고 감시해야 하는 지금은 원내대표의 역할이 크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후반기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책임이 있어, 현시점에서 당 대표보다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2개월 동안 당 대표 선거가 과열된 양상을 띠면서 원내대표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전당대회를 4일 앞두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당 대표가 누가 되든 원내 의사결정은 원내대표가 판단하고 결정한다”며 “전당대회 관련해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며 실망하고 있다. 과정도 험난하지만 그 이후가 더 걱정된다. 의원님들이 똘똘 뭉쳐 달라”고 당부했다. 

필자는 당시 추 원내대표의 발언을 “국회 내 사안들의 의사결정은 의원들이 하지 당원들이 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로 당 대표보다 원내대표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당 대표 선거 과정서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추진하겠다고 밝힌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에 반대하겠다”는 뜻으로도 이해했다.

즉 ‘당 대표 대 원내대표’의 힘겨루기 서막이 시작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후 ‘친윤(친 윤석열) 대 친한(친 한동훈)’ 구조로 치러진 당 대표 선거서 한동훈 후보가 당 대표로 당선됐다.

그런데 한 대표의 최근 표정은 4·10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부터 완벽히 벗어나 있는 듯했고,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당대회 당일 굳어 있었고, 어퍼컷도 없었으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초청한 만찬 자리서도 “한 대표를 외롭게 하지 말라”고 당부만 했지 한 대표와 악수할 땐 눈길도 주지 않았다. 

필자는 최근 한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은 당 대표에 당선된 지 얼마 안 돼 대통령실 눈치를 보며 당정 간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겠지만, 향후엔 상황에 따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야당이 재발의한 법안을 적당히 수용하는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윤·한 갈등의 연장선상서 말이다.

지난 총선 때도 공천을 두고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과 충돌했고, 이종섭 대사 임명 및 출국, 황상무 발언 파문, 의대 증원 담화를 두고서도 윤 대통령과 충돌한 적이 있다. 


총선 이후에도 대통령의 오찬 요청을 거절하고 잠행하면서 화해나 봉합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 대표 선거 과정서도 나경원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 기소, 맞다고 보냐”고 물으니 “기소는 윤 대통령이 했다”며 윤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차기 대선 승리를 핑계삼아 자신을 법정에 세울 수도 있는 한 대표보다 여소야대 상황이지만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협조해줄 추 대표가 더 마음에 들 것이다.

그래서 임기 초 지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끈 이준석 당 대표를 끌어내린 것처럼 한 대표도 끌어내릴 수 있다.

겉으론 당 대표로서 예우해주겠지만, 실제는 추 원내대표를 밀어줄 수 있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당 대표 선거서 친윤을 내세운 다른 후보들이 추 원내대표 중심으로 뭉쳐 한 대표를 공격하면 3년 전, 이 대표가 물러났듯이 한 대표도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추 원내대표의 활약이 급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단독 상정한 방송4법과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탄핵 추진을 두고 “오로지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당리당략 때문에 국가 행정 업무를 마비시키려는 민주당의 발상이 경악스럽다”고 비판했고, 위메프·티몬 사태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모든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방송 4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진두지휘했다.

반면 한 대표는 필리버스터 대응 외엔 아직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지금은 새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친한과 친윤의 비율을 챙기는 게 가장 큰 이슈지만, 그래도 당 대표는 현안 문제에 즉각 대응해야 하기에 최근 한 대표의 움직임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지금은 국회의원의 시간이다. 국민의힘 의원이 108명으로 적은 수에 불과하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에선 강력한 힘을 가졌고 그래서 원내대표는 막강한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반면 한 대표는 1년11개월 후 치러질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데 몰두해야 하는 만큼 추 원내대표에 비해 아직은 큰 힘을 행사할 수 없는 입장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향후 한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한 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추 원내대표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친윤 대 친한’의 다툼이 심해지면 추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민주당이 내민 한동훈 특검법을 수용하라고 주문할지도 모른다. 즉 국민의힘에서 ‘당 대표 대 원내대표’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필자는 민주당이 각종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때, 한 대표 자신이 제안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 당내 반발이 커지고 대통령실 불만이 터져 나오면 “한 대표가 야당이나 대통령실과의 관계보다 여당 내 의원들과의 관계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 대표 대 원내대표’ 전면전은 아직 원내 세력이 약한 한 대표에게 최악이기 때문이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도 전당대회 다음날 모 방송에 나와 “의원이 표결하고 국회서 결정하는 것은 원내대표에게 전권이 있다”며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의사가 다를 땐 원내대표의 의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 대표 대 원내대표’ 전면전을 알리는 메시지임이 분명하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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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회원 2만명 ‘K’ 마약 채팅방 추적

[단독] 회원 2만명 ‘K’ 마약 채팅방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회원 수 2만여명을 보유한 텔레그램 마약 유통 채팅방이 활개치고 있다. 마약 구매, 운반책 모집 등에 이용된 이곳은 국내 마약 산업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지난 5월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한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의 제보자 A씨는 “필리핀 범죄자들이 한국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데 이용하는 곳”이라며 ‘K’ 마약 채팅방을 소개했다. K방은 마약 판매를 위한 광고 행위를 넘어 ‘마약 카르텔’의 조직력을 자랑했다. 지난 8월 익명의 K방 운영자는 한 20대 남성의 주민등록증 사진과 신상정보, 부모의 연락처를 공개했다. 마약 운반 중 도주하는 등의 불이익을 안긴 조직원을 찾아내 보복하기 위한 공개수배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엔 ‘K방을 사칭하면 이렇게 된다’는 글과 함께 안면이 심하게 다친 남성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독이 된 보안성 보안성을 강조하는 텔레그램은 각국 수사기관을 비롯한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지대다. 지난 2013년 8월 출시된 이후 검·경이 성착취물 유포, 마약·자금 세탁 등의 범죄 수사 과정서 여러 차례 협조를 요청하고, 국제공조를 활용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 2020년 ‘N번방 사건’ 수사 때도 경찰은 신원 확인 등을 위해 텔레그램에 지속적인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어떤 추적에도 뚫리지 않는 보안성과 암호화를 앞세운 텔레그램이 온라인 마약 산업의 확대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2년 12월 설립된 K방은 텔레그램 마약 유통 채팅방 중 구독자가 1~3만명으로 가장 많다. 하루에도 4000명 이상이 들여다보는 이곳은 필로폰, 대마초, 케타민, 엑스터시 등 사실상 모든 종류의 마약을 판매하고 있다. 상세한 가격 표기는 물론, 투약 후기까지 올라온다. 단순 판매 광고를 넘어 마약 운반책을 뜻하는 이른바 ‘지게꾼’도 모집하는데, “평생 가족처럼 일할 지게꾼 모집. 월 1000만원 이상 수익을 보장한다”고 유혹한다. 직업이 불분명한 청소년이라면 쉽게 관심 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지게꾼은 마약 판매자가 지정한 장소에 마약을 운반하고 구매자가 수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K방 운영진은 잠복 경찰이 지원할 가능성을 대비해 지게꾼 지원자에게 신분증 사진과 부모형제의 연락처 등 신상정보를 요구한다. 지게꾼이 마약을 운반하는 과정서 직접 투약하거나, 훔치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K방에서 지게꾼으로 일하다가 달아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남성 B씨가 공개 수배된 사례도 있다. 지난달 초 K방에는 B씨의 실명과 이름, 부모의 연락처와 함께 “인천에 사는 OOO, 천안으로 도주”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치외법권 텔레그램 악용 지능범죄 배신자 색출···지명수배 내리기도 취재진이 “마약 채팅방에 B씨의 신분증 사진과 연락처, 부모의 연락처까지 올라왔다. 불상사를 당할 수 있지 않겠냐”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영문도 모른 채 B씨에게 연락해 신변을 보호해줄 수는 없다”고 답했다. K방에서 지게꾼으로 일하다 경찰에 붙잡힌 사례도 있다. 필리핀 현지 구치소서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탈옥한 송씨의 필로폰 판매도 K방에서 이뤄졌다. 지난 2022년 1월25일 송씨가 K방을 통해 고용한 운반책 김모씨는 당시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하다가 붙잡혔다. 이날 오전 8시경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남성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한 남성이 모텔서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아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모텔서 필로폰이 포장된 비닐백 30개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 조치했다. 또 김씨를 상대로 진행한 마약 간이 검사서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투약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거래를 지시한 ‘orjinal8282’가 송씨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orjinal8282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자가 김씨에게 “수원으로 가서 모텔을 잡고 기다려라”며 “사탕(엑스터시) 50, 어름(필로폰) 50 좀 있다가 드랍해서 갖고 있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송씨와 비쿠탄 교도소서 함께 지냈던 제보자 A씨는 “orjinal8282는 송씨의 아이디”라며 “김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던 채팅방 구독자들은 송씨가 김씨의 고용주(상선)이었다고 적었다”며 텔레그램 채팅방 사진을 건넸다. 김씨가 체포됐다는 점, 송씨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는 사실, 김씨의 사진과 신원은 채팅방에 모두 공개됐다. 이를 통해 송씨가 김씨의 상선이었다는 사실은 마약 업계에 퍼졌다. A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어떤 연예인이 누구한테 마약을 구매했는지도 금방 소문이 난다”고 말했다. 범죄자 놀이터 결과적으로 K 채팅방은 마약의 모든 유통구조를 총괄하는 셈이다. 2년 가까이 수사망을 피해 건재함을 유지하기 때문인지 K방을 모방한 채팅방도 생겨나고 있다. 다수의 마약 유통 채팅방들은 서로 ‘진짜 K방’이라며 광고했다. 그러다 지난달 24일 K방엔 ‘K 사칭범 사기꾼 검거 완료. 이상한 헛소리하면 죽여버린다’는 글과 함께 안면에 심각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남성의 옆에는 신원 불상의 K방 관계자가 피해 남성의 얼굴을 손으로 받치고 있었다. 다음 날 게시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피해 남성을 폭행한 이유를 묻자 아무런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 지난달 19일 필리핀서 국내로 50억원 상당의 마약을 밀반입해 판매하다 붙잡힌 총책 등 54명도 K방을 포함한 텔레그램 채널을 악용했다. 대전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 범죄단체 조직,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받는 총책 C씨 등 조직 간부 9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 45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C씨는 지난 2020년부터 필리핀서 암호와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판매 채널을 만들고 8kg에 달하는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해 약 50억원 상당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필로폰은 무려 6㎏ 상당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로폰 1회 투약량이 0.03g인 점을 고려하면 C씨가 판매한 필로폰은 2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조직원들은 지난 2022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범행에 가담한 중간 판매책과 유통책 등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자금관리, 광고팀, 상담팀, 마약 던지기 운반책 등 체계적인 조직을 만들고 국내에 있는 판매 조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하선 기본 수칙’을 정해 놓기도 했다. 이 수칙 중에는 상선 유무 및 관계 등을 일절 언급하지 않도록 하거나 SNS 광고를 꾸준히 하지 않을 경우, 추방하고 일정 매출이 나올 수 있도록 기준치를 정해 독려하기도 했다. 학생도 손쉽게 경찰은 텔레그램을 이용한 마약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를 벌이던 중 지난 2022년 1월 마약 거래에 이용된 자금 흐름 분석 등을 통해 C씨를 특정했다. 필리핀서 은밀하게 숨어 있던 C씨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은 올해 초 경찰청서 마약공조수사계를 신설하고 필리핀 내 소재 단서를 종합, 필리핀 당국과 긴밀히 공조했다. 필리핀 당국에 집중 추적을 의뢰했으며 지난 6월 ‘인터폴 국외도피사범 검거 작전회의’ 참여를 계기로 한국과 필리핀 양국 사이 실무 회담을 진행했다. 검거 계획 수립 후 노력한 끝에 필리핀 법 집행기관과 코리안 데스크가 C씨를 검거했으며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을 통해 검거 2주 후인 지난달 2일 C씨를 송환했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약 20억원에 관한 기소 전 추징을 실시했고 공범 D씨를 추적 중이며 추가적인 범행에 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는 11월까지 4개월 동안 마약류 범죄를 집중 단속하고 있으며 인터넷 마약류 및 조직적 유통 사범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마약류 범죄는 투약자 개인 몸과 정신을 황폐하게 할 뿐 아니라 2차 범죄로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는 중대 범죄에 해당해 목격 시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최근 검·경은 마약과 성범죄 등의 온상인 텔레그램을 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달 28일 프랑스 정부는 텔레그램 창업자 겸 CEO인 파벨 두로프를 온라인 성범죄, 마약 유통 등 각종 범죄를 방조 및 공모한 혐의로 예비 기소한 바 있다. 보안성을 앞세워 수사에 비협조적인 텔레그램에 수사 기관들도 강력히 대응하기 시작한 것. 지난 2일 한국 경찰도 텔레그램 법인에 관해 딥페이크 성범죄 방조 혐의를 적용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일명 ‘마약 동아리 사건’을 수사한 검찰도 마약 범죄와 관련된 텔레그램 단체채팅방 회원들을 겨냥한 수사 확대에 나섰다. 유통·광고·모집 한 방에 필리핀 한인 범죄의 메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대검찰청과 공조해 카이스트 출신의 마약 동아리 회장 염모씨가 이용한 채팅방 운영자를 추적 중이다. 운영자뿐 아니라 다수의 회원도 수사망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내부 시스템을 통해 이런 채팅방을 다수 파악했다. 이 가운데 최대 규모이자 이번 마약 동아리 사건에 등장한 채팅방을 겨누고 있다. 수도권 13곳 대학 출신 14명이 적발된 것을 계기로 수사 확대를 통해 전국적으로 퍼진 마약사범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과정서 검찰은 마약 수사 대비 방법을 알려주는 텔레그램 채널에 대학생 등 약 9000명이 가입한 것을 확인했다.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에 대해 대검찰청 인터넷 마약 범죄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대검과 공조해 추적 수사 중이다. 피의자들은 텔레그램 채널에 가입해 ‘휴대전화 저장 자료 영구 삭제 등 포렌식 대비, 모발 탈·염색, 사설기관 모발검사, 피의자 신문조사 모의 답변’ 등 채널서 파악한 대비 방법을 범죄에 활용했다. 검찰은 피의자들의 범죄집단 조직 및 활동 혐의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마약 범죄를 적발하는 등 시스템의 효과도 봤다. 앞서 마약상들의 거래 수법이 고도로 지능화되고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을 맞아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올해 초 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AI를 탑재하며 시스템 강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텔레그램 채널을 파악했고, ‘마약 동아리 사건’ 속 피고인들의 가입 채널과 같은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동아리 마약 사건의 관계자 14명 외의 추가 기소 가능성도 제기됐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동아리를 만든 염씨 등을 포함한 6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긴 상황이다. 단순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대학생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과거 연락 수단에 그쳤던 텔레그램은 수년 전부터 마약 판매업자들의 광고 플랫폼이자 밀수부터 구매까지 거래의 모든 과정이 이뤄지는 마약 유통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당황하는 수사 당국 검찰 관계자는 “마약 수사의 목표는 유통망 차단인데, 마약 유통책이나 딜러들은 텔레그램 네트워크 뒤에 숨어 있어 공급 라인을 차단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수백개의 마약 채팅방서 마약 광고를 하거나 구인·구직도 이뤄지지만, 수사 과정서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