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택 기획부동산 박 사장 조직 정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05 10:40:43
  • 호수 1491호
  • 댓글 1개

부동산·폰지·코인 3종 사기 세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기도 평택시 소재에 200평대 부동산을 쪼개 팔아 약 7억원의 수익을 올린 기획부동산 조직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9년 박모씨는 “3년 안에 개발이 진행돼 2~3배까지 오를 땅”이라며 친인척까지 동원해 투자금을 모았다. 뒤늦게 알고 보니 10년 뒤에나 오를 땅이었다. 현재 박씨 일당은 비상장 코인을 발행해 전국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폰지 사기단’으로 변모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전설적인 사기꾼 찰스 폰지의 이름을 딴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을 ‘폰지 사기’(Ponzi scheme)라고 부른다. 이는 사실상 실익이 없는 사업에 투자금을 모아 배당(수익금)을 주는 수법이다. 다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는 지인들에게 “요즘 폰지 사업을 한다”고 자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단계 사업을 비하하는 폰지 사업을 한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다닌 것이다. 

평택항 호재
10년 뒤 얘기

사건을 수사한 경기 파주경찰서는 부동산 투자수익을 보장한 박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폰지 사기단의 확장을 부추긴 형국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의 사기 행각은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의 피해자 이모씨는 지인 홍모씨로부터 평택시 현덕면 덕목리 일대에 토지 매입을 추천받았다. 홍씨와 함께 일하는 박씨를 만난 것도 이때부터다. 박씨는 이씨를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평택도시기본계획서 등을 참고 자료로 보여주며 투자를 권유했다. 

당시 박씨는 “동평택에 위치한 해당 부동산은 평택 미군기지인 캠프험프리서 안중역으로 들어가는 도로 인근 ‘계획관리지역’이면서 ‘주거개발진흥지구’에 위치해 있다”며 “이곳은 안중역으로부터 약 2.7km, 캠프험프리로부터 약 5km, 평택호로부터 6km, 국제무역항인 평택항으로 10km, 평택역으로부터 약 10km 반경 안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부동산 전문가들도 안중역 개발, 평택호 개발 등 산업단지 개발과 이에 따른 택지 개발이 완료되면 이 부동산의 현저한 시가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한 끝에 박씨 일당은 이씨 등에게 3~5년 안에 고수익을 약속했다고 한다. 결국 이씨는 박씨의 추천으로 덕목리 일대 200평대 부동산을 여러 조각으로 쪼갠 지분 중 5평을 약 1700만원대(1평당 약 340만원)에 구매했다.

무차별 카톡으로 “3~4년 3배” 약속
“사촌 동생도 속였다” 쏟아지는 제보

올해로 약 6년이 지났음에도 2018년 기준 평당 340만원대에 판매한 박씨 일당은 최근에서야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며 말을 바꿨다.

특히, 해당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340만원이 아닌 평당 65만원 선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런 수법으로 박씨 일당은 200평 규모의 부동산 지분을 쪼개 20명에게 총 7억원에 판매했다. 애초에 감정평가액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고, 단기 수익성 부동산 투자라고 속인 것이 드러나면서 박씨와 투자자 간의 분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최근 박씨는 투자손실의 책임을 묻는 투자자들에게 “코로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땅값이 폭락한 것”이라며 “누가 사라고 종용했냐?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며 반박했다. 결국 이씨는 스스로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 3월경 이씨를 찾아온 홍씨는 “부동산 수익을 챙기지 못한 것을 만회할 수 있다.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며 한 사업 설명회에 초대했다. 설명회 연단에 선 인물은 박씨였고, 이미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의 내용은 단순했다. ‘100만원을 투자하면 매일 일정 금액을 입금해주고 투자금을 많이 입금할 경우, 그만큼 돌려주는 금액도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투자금을 넣으니 일부가 돌아온 것을 확인한 이씨는 대출까지 실행해 돈을 마련했고 박씨가 운영하는 Y사에 입금했다.

“누가 시켰냐?
다 본인 책임”

그러다 Y사는 돌연 사업을 중단했고, 투자금의 10분의 1도 받지 못한 상태서 이씨는 뒤늦게 ‘사기’였음을 깨닫게 됐다. 일부 투자자와 이씨가 오픈채팅방서 사기라고 주장하자, Y사 호남 사무실의 책임자이자 대표인 박씨는 이들을 퇴장시켰다. 

이후 박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경영상 문제로 현재 사무실을 닫고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말만 남긴 채 사라졌다. 박씨의 피해자들은 “평택 부동산을 쪼개 팔다가 법인을 이전하던 수법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입은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경 박씨가 필리핀서 발행한 코인의 상장을 약속하면서 약 1500만원가량을 팔았기 때문이다. ‘눈 뜨고 코 베인’ 이씨는 박씨에게 항의할 수조차 없었다. 

박씨가 이씨에게 소개한 코인은 현재 시세도 확인되지 않는 앱조차 없는 상태였다. 실질적 가치가 없는 ‘스캠 코인’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박씨가 투자자들에게 해당 코인의 판매금을 자신의 개인계좌로 입금하라고 지시한 부분도 사기 행위라는 의혹을 가중케 했다.

이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없는 해당 코인 앱을 박씨가 직접 설치해줬고, 입금한 금액에 맞는 시세를 적용한 코인 수량을 받은 것인지 의심이 된다”며 “왜 코인 발행처가 아닌 박씨의 계좌로 입금하라고 했는지 의문이었지만, 손실금을 보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끌려다녔다”고 토로했다.

눈 뜨고 
코 베여

박씨 일당은 금전적 피해를 입히고도,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했다. 이들의 수법은 기획부동산, 다단계, 코인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고소, 고발에도 형사적 책임을 피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이들은 새로운 사기 행위를 연구하고 활보하는 모양새다.

박씨의 사촌 동생 A씨도 ‘7000여만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며 제보에 나섰다. 제보자 A씨는 사촌형 박씨의 사기 행각에 혀를 내둘렀다.

A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조직적으로 몰려다니며 분야만 바꿔 사기를 치고 다니는 사람”이라며 “법망을 피해 처벌을 피한 전세 사기꾼들의 피해자들이 죽고 나서야 여론에 휩쓸려 법적 처벌이 이뤄진 것처럼 박씨의 피해자들도 배신감에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A씨는 혈육인 박씨를 혐오하며 피해자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가 박씨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 및 통장 입금 내역 등에 따르면, 제보자들의 주장과 일치했다. 박씨의 다단계 사업에 참여한 이들은 약 20회가량 투자금을 넣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는 “○○ 사업이 연기됐다. 계약이 합의되면 입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픈채팅방서 주고받던 대화의 답장은 점점 뜸해지더니, 투자금의 10분의 1도 회수가 되지 못한 상태에 이르자 박씨는 “본사가 돈을 집행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이라며 본사와의 대화 녹취 파일과 투자 입금 내역을 보여주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본전 찾겠다고···3번씩 피해
불송치 결정 “증거 불충분” 

그러나 A씨는 박씨가 피해자라는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폰지 사기 특성상 피라미드 구조인데, 제일 꼭대기서 리딩 및 총책은 이미 많은 수익을 올렸고 그 밑에 영업사원들은 따로 영업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에 박씨 등이 금전적 피해를 보는 일은 없다”며 “나도 사촌형(박씨) 때문에 5년째 고생하고 있지만, 이씨는 기획부동산, 폰지 사기, 스캠 코인까지 당한 것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박씨 일당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법적으로 처벌이 불가하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A씨는 “오픈채팅방서 박씨가 분위기 끌어올리고, 수익 보장하면서 투자금을 모았다가 도망갔는데 왜 법적으로 처벌이 불가한지 모르겠다”며 “소액의 피해를 입었을 뿐이라고 참는 피해자들이 이런 사기꾼을 양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2021년 10월26일 A씨는 경기 파주경찰서에 박씨를 신고했다. 2022년 4월14일 수사를 종결한 파주경찰서는 사기 혐의를 받은 박씨 일당에 대해 불송치를 결정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고소인(A씨)이 피의자 박씨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박씨는)인근에 개발계획이 확정됐기 때문에 앞으로 개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이지, 확정적으로 이야기한 사실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고 불송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다음과 같은 사정으로 인해 허위로 설명해 토지를 판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투자 유의
검증 필요

경찰은 “박씨와 A씨가 대화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박씨가 A씨에게 ‘회수는 3∼5년 정도로 보고 있지’ ‘내 생각엔 세금 털고 2.5에서 3배’라고 말한 사실은 확인된다”면서도 “다만 개발을 확정해서 말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부동산 투자 특성상 손실 위험은 고소인이 감수해야 함에 따라 설사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결과만으로 기망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발 가능성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설명해 부동산 매매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볼 수 없다.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 또한 없다”며 “따라서 피의자 측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고 덧붙였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케이삼흥 김현재 소환, 왜?

박씨 일당의 범죄 행각은 ‘기획부동산 창시자’인 케이삼흥 김현재 회장과 흡사하다.

경찰은 최근 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김 회장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고 수사망을 좁혀나가고 있다.

케이삼흥의 자금 추적에 나선 경찰은 케이삼흥의 계좌서 거액이 유명 부동산 전문가 신모씨의 계좌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

신씨는 부동산 경매를 앞세워 2000여명으로부터 6500억원을 가로챈 투자업체 DH 사건에도 연루돼있으며 DH 대표는 신씨에게 투자금 수천억원을 전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신씨는 영장심사를 하루 앞두고 숨지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삼흥 피해자들은 투자금 추적과 투자자들의 피해 회복이 어려워질까 우려했다. 케이삼흥 사태의 피해자는 최소 1000여명으로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른다.

케이삼흥은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 업체다.

전국 7곳의 지사를 설립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할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최소 한 달에 2%, 연 24% 수준의 배당수익을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지난 몇 년간 수익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다가 올해 3월부터 무더기 수익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했다.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을 받아 기존 투자자의 투자금을 돌려막는 등 다단계 금융사기(폰지사기)의 수법임이 밝혀졌다. 

케이삼흥의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현재 파악된 피해 원금은 1300억원 수준이다. 확인된 피해자만 최소 1000명이 넘고 피해액은 최대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김현재 회장은 비슷한 수법의 기획부동산 사기로 투자자들로부터 74억여원을 가로채고 계열사 돈 245억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횡령) 등으로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과 벌금 81억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그는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을 내고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일부 피해자들은 김 회장이 20년 전 비슷한 사기를 벌였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법조계는 “투자자들도 투자 전에 충분한 검증과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며,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며 “정부는 사기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