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택 기획부동산 박 사장 조직 정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05 10:40:43
  • 호수 1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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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폰지·코인 3종 사기 세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기도 평택시 소재에 200평대 부동산을 쪼개 팔아 약 7억원의 수익을 올린 기획부동산 조직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9년 박모씨는 “3년 안에 개발이 진행돼 2~3배까지 오를 땅”이라며 친인척까지 동원해 투자금을 모았다. 뒤늦게 알고 보니 10년 뒤에나 오를 땅이었다. 현재 박씨 일당은 비상장 코인을 발행해 전국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폰지 사기단’으로 변모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전설적인 사기꾼 찰스 폰지의 이름을 딴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을 ‘폰지 사기’(Ponzi scheme)라고 부른다. 이는 사실상 실익이 없는 사업에 투자금을 모아 배당(수익금)을 주는 수법이다. 다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는 지인들에게 “요즘 폰지 사업을 한다”고 자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단계 사업을 비하하는 폰지 사업을 한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다닌 것이다. 

평택항 호재
10년 뒤 얘기

사건을 수사한 경기 파주경찰서는 부동산 투자수익을 보장한 박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폰지 사기단의 확장을 부추긴 형국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의 사기 행각은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의 피해자 이모씨는 지인 홍모씨로부터 평택시 현덕면 덕목리 일대에 토지 매입을 추천받았다. 홍씨와 함께 일하는 박씨를 만난 것도 이때부터다. 박씨는 이씨를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평택도시기본계획서 등을 참고 자료로 보여주며 투자를 권유했다. 

당시 박씨는 “동평택에 위치한 해당 부동산은 평택 미군기지인 캠프험프리서 안중역으로 들어가는 도로 인근 ‘계획관리지역’이면서 ‘주거개발진흥지구’에 위치해 있다”며 “이곳은 안중역으로부터 약 2.7km, 캠프험프리로부터 약 5km, 평택호로부터 6km, 국제무역항인 평택항으로 10km, 평택역으로부터 약 10km 반경 안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부동산 전문가들도 안중역 개발, 평택호 개발 등 산업단지 개발과 이에 따른 택지 개발이 완료되면 이 부동산의 현저한 시가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한 끝에 박씨 일당은 이씨 등에게 3~5년 안에 고수익을 약속했다고 한다. 결국 이씨는 박씨의 추천으로 덕목리 일대 200평대 부동산을 여러 조각으로 쪼갠 지분 중 5평을 약 1700만원대(1평당 약 340만원)에 구매했다.

무차별 카톡으로 “3~4년 3배” 약속
“사촌 동생도 속였다” 쏟아지는 제보

올해로 약 6년이 지났음에도 2018년 기준 평당 340만원대에 판매한 박씨 일당은 최근에서야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며 말을 바꿨다.

특히, 해당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340만원이 아닌 평당 65만원 선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런 수법으로 박씨 일당은 200평 규모의 부동산 지분을 쪼개 20명에게 총 7억원에 판매했다. 애초에 감정평가액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고, 단기 수익성 부동산 투자라고 속인 것이 드러나면서 박씨와 투자자 간의 분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최근 박씨는 투자손실의 책임을 묻는 투자자들에게 “코로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땅값이 폭락한 것”이라며 “누가 사라고 종용했냐?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며 반박했다. 결국 이씨는 스스로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 3월경 이씨를 찾아온 홍씨는 “부동산 수익을 챙기지 못한 것을 만회할 수 있다.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며 한 사업 설명회에 초대했다. 설명회 연단에 선 인물은 박씨였고, 이미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의 내용은 단순했다. ‘100만원을 투자하면 매일 일정 금액을 입금해주고 투자금을 많이 입금할 경우, 그만큼 돌려주는 금액도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투자금을 넣으니 일부가 돌아온 것을 확인한 이씨는 대출까지 실행해 돈을 마련했고 박씨가 운영하는 Y사에 입금했다.

“누가 시켰냐?
다 본인 책임”

그러다 Y사는 돌연 사업을 중단했고, 투자금의 10분의 1도 받지 못한 상태서 이씨는 뒤늦게 ‘사기’였음을 깨닫게 됐다. 일부 투자자와 이씨가 오픈채팅방서 사기라고 주장하자, Y사 호남 사무실의 책임자이자 대표인 박씨는 이들을 퇴장시켰다. 

이후 박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경영상 문제로 현재 사무실을 닫고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말만 남긴 채 사라졌다. 박씨의 피해자들은 “평택 부동산을 쪼개 팔다가 법인을 이전하던 수법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입은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경 박씨가 필리핀서 발행한 코인의 상장을 약속하면서 약 1500만원가량을 팔았기 때문이다. ‘눈 뜨고 코 베인’ 이씨는 박씨에게 항의할 수조차 없었다. 

박씨가 이씨에게 소개한 코인은 현재 시세도 확인되지 않는 앱조차 없는 상태였다. 실질적 가치가 없는 ‘스캠 코인’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박씨가 투자자들에게 해당 코인의 판매금을 자신의 개인계좌로 입금하라고 지시한 부분도 사기 행위라는 의혹을 가중케 했다.

이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없는 해당 코인 앱을 박씨가 직접 설치해줬고, 입금한 금액에 맞는 시세를 적용한 코인 수량을 받은 것인지 의심이 된다”며 “왜 코인 발행처가 아닌 박씨의 계좌로 입금하라고 했는지 의문이었지만, 손실금을 보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끌려다녔다”고 토로했다.

눈 뜨고 
코 베여

박씨 일당은 금전적 피해를 입히고도,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했다. 이들의 수법은 기획부동산, 다단계, 코인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고소, 고발에도 형사적 책임을 피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이들은 새로운 사기 행위를 연구하고 활보하는 모양새다.

박씨의 사촌 동생 A씨도 ‘7000여만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며 제보에 나섰다. 제보자 A씨는 사촌형 박씨의 사기 행각에 혀를 내둘렀다.

A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조직적으로 몰려다니며 분야만 바꿔 사기를 치고 다니는 사람”이라며 “법망을 피해 처벌을 피한 전세 사기꾼들의 피해자들이 죽고 나서야 여론에 휩쓸려 법적 처벌이 이뤄진 것처럼 박씨의 피해자들도 배신감에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A씨는 혈육인 박씨를 혐오하며 피해자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가 박씨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 및 통장 입금 내역 등에 따르면, 제보자들의 주장과 일치했다. 박씨의 다단계 사업에 참여한 이들은 약 20회가량 투자금을 넣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는 “○○ 사업이 연기됐다. 계약이 합의되면 입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픈채팅방서 주고받던 대화의 답장은 점점 뜸해지더니, 투자금의 10분의 1도 회수가 되지 못한 상태에 이르자 박씨는 “본사가 돈을 집행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이라며 본사와의 대화 녹취 파일과 투자 입금 내역을 보여주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본전 찾겠다고···3번씩 피해
불송치 결정 “증거 불충분” 

그러나 A씨는 박씨가 피해자라는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폰지 사기 특성상 피라미드 구조인데, 제일 꼭대기서 리딩 및 총책은 이미 많은 수익을 올렸고 그 밑에 영업사원들은 따로 영업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에 박씨 등이 금전적 피해를 보는 일은 없다”며 “나도 사촌형(박씨) 때문에 5년째 고생하고 있지만, 이씨는 기획부동산, 폰지 사기, 스캠 코인까지 당한 것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박씨 일당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법적으로 처벌이 불가하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A씨는 “오픈채팅방서 박씨가 분위기 끌어올리고, 수익 보장하면서 투자금을 모았다가 도망갔는데 왜 법적으로 처벌이 불가한지 모르겠다”며 “소액의 피해를 입었을 뿐이라고 참는 피해자들이 이런 사기꾼을 양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2021년 10월26일 A씨는 경기 파주경찰서에 박씨를 신고했다. 2022년 4월14일 수사를 종결한 파주경찰서는 사기 혐의를 받은 박씨 일당에 대해 불송치를 결정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고소인(A씨)이 피의자 박씨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박씨는)인근에 개발계획이 확정됐기 때문에 앞으로 개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이지, 확정적으로 이야기한 사실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고 불송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다음과 같은 사정으로 인해 허위로 설명해 토지를 판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투자 유의
검증 필요

경찰은 “박씨와 A씨가 대화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박씨가 A씨에게 ‘회수는 3∼5년 정도로 보고 있지’ ‘내 생각엔 세금 털고 2.5에서 3배’라고 말한 사실은 확인된다”면서도 “다만 개발을 확정해서 말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부동산 투자 특성상 손실 위험은 고소인이 감수해야 함에 따라 설사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결과만으로 기망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발 가능성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설명해 부동산 매매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볼 수 없다.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 또한 없다”며 “따라서 피의자 측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고 덧붙였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케이삼흥 김현재 소환, 왜?

박씨 일당의 범죄 행각은 ‘기획부동산 창시자’인 케이삼흥 김현재 회장과 흡사하다.

경찰은 최근 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김 회장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고 수사망을 좁혀나가고 있다.

케이삼흥의 자금 추적에 나선 경찰은 케이삼흥의 계좌서 거액이 유명 부동산 전문가 신모씨의 계좌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

신씨는 부동산 경매를 앞세워 2000여명으로부터 6500억원을 가로챈 투자업체 DH 사건에도 연루돼있으며 DH 대표는 신씨에게 투자금 수천억원을 전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신씨는 영장심사를 하루 앞두고 숨지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삼흥 피해자들은 투자금 추적과 투자자들의 피해 회복이 어려워질까 우려했다. 케이삼흥 사태의 피해자는 최소 1000여명으로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른다.

케이삼흥은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 업체다.

전국 7곳의 지사를 설립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할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최소 한 달에 2%, 연 24% 수준의 배당수익을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지난 몇 년간 수익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다가 올해 3월부터 무더기 수익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했다.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을 받아 기존 투자자의 투자금을 돌려막는 등 다단계 금융사기(폰지사기)의 수법임이 밝혀졌다. 

케이삼흥의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현재 파악된 피해 원금은 1300억원 수준이다. 확인된 피해자만 최소 1000명이 넘고 피해액은 최대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김현재 회장은 비슷한 수법의 기획부동산 사기로 투자자들로부터 74억여원을 가로채고 계열사 돈 245억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횡령) 등으로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과 벌금 81억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그는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을 내고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일부 피해자들은 김 회장이 20년 전 비슷한 사기를 벌였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법조계는 “투자자들도 투자 전에 충분한 검증과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며,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며 “정부는 사기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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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