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택 기획부동산 박 사장 조직 정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05 10:40:43
  • 호수 1491호
  • 댓글 1개

부동산·폰지·코인 3종 사기 세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기도 평택시 소재에 200평대 부동산을 쪼개 팔아 약 7억원의 수익을 올린 기획부동산 조직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9년 박모씨는 “3년 안에 개발이 진행돼 2~3배까지 오를 땅”이라며 친인척까지 동원해 투자금을 모았다. 뒤늦게 알고 보니 10년 뒤에나 오를 땅이었다. 현재 박씨 일당은 비상장 코인을 발행해 전국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폰지 사기단’으로 변모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전설적인 사기꾼 찰스 폰지의 이름을 딴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을 ‘폰지 사기’(Ponzi scheme)라고 부른다. 이는 사실상 실익이 없는 사업에 투자금을 모아 배당(수익금)을 주는 수법이다. 다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는 지인들에게 “요즘 폰지 사업을 한다”고 자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단계 사업을 비하하는 폰지 사업을 한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다닌 것이다. 

평택항 호재
10년 뒤 얘기

사건을 수사한 경기 파주경찰서는 부동산 투자수익을 보장한 박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폰지 사기단의 확장을 부추긴 형국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의 사기 행각은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의 피해자 이모씨는 지인 홍모씨로부터 평택시 현덕면 덕목리 일대에 토지 매입을 추천받았다. 홍씨와 함께 일하는 박씨를 만난 것도 이때부터다. 박씨는 이씨를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평택도시기본계획서 등을 참고 자료로 보여주며 투자를 권유했다. 

당시 박씨는 “동평택에 위치한 해당 부동산은 평택 미군기지인 캠프험프리서 안중역으로 들어가는 도로 인근 ‘계획관리지역’이면서 ‘주거개발진흥지구’에 위치해 있다”며 “이곳은 안중역으로부터 약 2.7km, 캠프험프리로부터 약 5km, 평택호로부터 6km, 국제무역항인 평택항으로 10km, 평택역으로부터 약 10km 반경 안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부동산 전문가들도 안중역 개발, 평택호 개발 등 산업단지 개발과 이에 따른 택지 개발이 완료되면 이 부동산의 현저한 시가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한 끝에 박씨 일당은 이씨 등에게 3~5년 안에 고수익을 약속했다고 한다. 결국 이씨는 박씨의 추천으로 덕목리 일대 200평대 부동산을 여러 조각으로 쪼갠 지분 중 5평을 약 1700만원대(1평당 약 340만원)에 구매했다.

무차별 카톡으로 “3~4년 3배” 약속
“사촌 동생도 속였다” 쏟아지는 제보

올해로 약 6년이 지났음에도 2018년 기준 평당 340만원대에 판매한 박씨 일당은 최근에서야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며 말을 바꿨다.

특히, 해당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340만원이 아닌 평당 65만원 선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런 수법으로 박씨 일당은 200평 규모의 부동산 지분을 쪼개 20명에게 총 7억원에 판매했다. 애초에 감정평가액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고, 단기 수익성 부동산 투자라고 속인 것이 드러나면서 박씨와 투자자 간의 분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최근 박씨는 투자손실의 책임을 묻는 투자자들에게 “코로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땅값이 폭락한 것”이라며 “누가 사라고 종용했냐?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며 반박했다. 결국 이씨는 스스로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 3월경 이씨를 찾아온 홍씨는 “부동산 수익을 챙기지 못한 것을 만회할 수 있다.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며 한 사업 설명회에 초대했다. 설명회 연단에 선 인물은 박씨였고, 이미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의 내용은 단순했다. ‘100만원을 투자하면 매일 일정 금액을 입금해주고 투자금을 많이 입금할 경우, 그만큼 돌려주는 금액도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투자금을 넣으니 일부가 돌아온 것을 확인한 이씨는 대출까지 실행해 돈을 마련했고 박씨가 운영하는 Y사에 입금했다.

“누가 시켰냐?
다 본인 책임”

그러다 Y사는 돌연 사업을 중단했고, 투자금의 10분의 1도 받지 못한 상태서 이씨는 뒤늦게 ‘사기’였음을 깨닫게 됐다. 일부 투자자와 이씨가 오픈채팅방서 사기라고 주장하자, Y사 호남 사무실의 책임자이자 대표인 박씨는 이들을 퇴장시켰다. 

이후 박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경영상 문제로 현재 사무실을 닫고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말만 남긴 채 사라졌다. 박씨의 피해자들은 “평택 부동산을 쪼개 팔다가 법인을 이전하던 수법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입은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경 박씨가 필리핀서 발행한 코인의 상장을 약속하면서 약 1500만원가량을 팔았기 때문이다. ‘눈 뜨고 코 베인’ 이씨는 박씨에게 항의할 수조차 없었다. 

박씨가 이씨에게 소개한 코인은 현재 시세도 확인되지 않는 앱조차 없는 상태였다. 실질적 가치가 없는 ‘스캠 코인’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박씨가 투자자들에게 해당 코인의 판매금을 자신의 개인계좌로 입금하라고 지시한 부분도 사기 행위라는 의혹을 가중케 했다.

이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없는 해당 코인 앱을 박씨가 직접 설치해줬고, 입금한 금액에 맞는 시세를 적용한 코인 수량을 받은 것인지 의심이 된다”며 “왜 코인 발행처가 아닌 박씨의 계좌로 입금하라고 했는지 의문이었지만, 손실금을 보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끌려다녔다”고 토로했다.

눈 뜨고 
코 베여

박씨 일당은 금전적 피해를 입히고도,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했다. 이들의 수법은 기획부동산, 다단계, 코인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고소, 고발에도 형사적 책임을 피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이들은 새로운 사기 행위를 연구하고 활보하는 모양새다.

박씨의 사촌 동생 A씨도 ‘7000여만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며 제보에 나섰다. 제보자 A씨는 사촌형 박씨의 사기 행각에 혀를 내둘렀다.

A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조직적으로 몰려다니며 분야만 바꿔 사기를 치고 다니는 사람”이라며 “법망을 피해 처벌을 피한 전세 사기꾼들의 피해자들이 죽고 나서야 여론에 휩쓸려 법적 처벌이 이뤄진 것처럼 박씨의 피해자들도 배신감에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A씨는 혈육인 박씨를 혐오하며 피해자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가 박씨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 및 통장 입금 내역 등에 따르면, 제보자들의 주장과 일치했다. 박씨의 다단계 사업에 참여한 이들은 약 20회가량 투자금을 넣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는 “○○ 사업이 연기됐다. 계약이 합의되면 입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픈채팅방서 주고받던 대화의 답장은 점점 뜸해지더니, 투자금의 10분의 1도 회수가 되지 못한 상태에 이르자 박씨는 “본사가 돈을 집행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이라며 본사와의 대화 녹취 파일과 투자 입금 내역을 보여주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본전 찾겠다고···3번씩 피해
불송치 결정 “증거 불충분” 

그러나 A씨는 박씨가 피해자라는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폰지 사기 특성상 피라미드 구조인데, 제일 꼭대기서 리딩 및 총책은 이미 많은 수익을 올렸고 그 밑에 영업사원들은 따로 영업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에 박씨 등이 금전적 피해를 보는 일은 없다”며 “나도 사촌형(박씨) 때문에 5년째 고생하고 있지만, 이씨는 기획부동산, 폰지 사기, 스캠 코인까지 당한 것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박씨 일당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법적으로 처벌이 불가하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A씨는 “오픈채팅방서 박씨가 분위기 끌어올리고, 수익 보장하면서 투자금을 모았다가 도망갔는데 왜 법적으로 처벌이 불가한지 모르겠다”며 “소액의 피해를 입었을 뿐이라고 참는 피해자들이 이런 사기꾼을 양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2021년 10월26일 A씨는 경기 파주경찰서에 박씨를 신고했다. 2022년 4월14일 수사를 종결한 파주경찰서는 사기 혐의를 받은 박씨 일당에 대해 불송치를 결정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고소인(A씨)이 피의자 박씨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박씨는)인근에 개발계획이 확정됐기 때문에 앞으로 개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이지, 확정적으로 이야기한 사실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고 불송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다음과 같은 사정으로 인해 허위로 설명해 토지를 판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투자 유의
검증 필요

경찰은 “박씨와 A씨가 대화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박씨가 A씨에게 ‘회수는 3∼5년 정도로 보고 있지’ ‘내 생각엔 세금 털고 2.5에서 3배’라고 말한 사실은 확인된다”면서도 “다만 개발을 확정해서 말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부동산 투자 특성상 손실 위험은 고소인이 감수해야 함에 따라 설사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결과만으로 기망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발 가능성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설명해 부동산 매매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볼 수 없다.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 또한 없다”며 “따라서 피의자 측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고 덧붙였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케이삼흥 김현재 소환, 왜?

박씨 일당의 범죄 행각은 ‘기획부동산 창시자’인 케이삼흥 김현재 회장과 흡사하다.

경찰은 최근 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김 회장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고 수사망을 좁혀나가고 있다.

케이삼흥의 자금 추적에 나선 경찰은 케이삼흥의 계좌서 거액이 유명 부동산 전문가 신모씨의 계좌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

신씨는 부동산 경매를 앞세워 2000여명으로부터 6500억원을 가로챈 투자업체 DH 사건에도 연루돼있으며 DH 대표는 신씨에게 투자금 수천억원을 전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신씨는 영장심사를 하루 앞두고 숨지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삼흥 피해자들은 투자금 추적과 투자자들의 피해 회복이 어려워질까 우려했다. 케이삼흥 사태의 피해자는 최소 1000여명으로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른다.

케이삼흥은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 업체다.

전국 7곳의 지사를 설립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할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최소 한 달에 2%, 연 24% 수준의 배당수익을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지난 몇 년간 수익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다가 올해 3월부터 무더기 수익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했다.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을 받아 기존 투자자의 투자금을 돌려막는 등 다단계 금융사기(폰지사기)의 수법임이 밝혀졌다. 

케이삼흥의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현재 파악된 피해 원금은 1300억원 수준이다. 확인된 피해자만 최소 1000명이 넘고 피해액은 최대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김현재 회장은 비슷한 수법의 기획부동산 사기로 투자자들로부터 74억여원을 가로채고 계열사 돈 245억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횡령) 등으로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과 벌금 81억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그는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을 내고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일부 피해자들은 김 회장이 20년 전 비슷한 사기를 벌였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법조계는 “투자자들도 투자 전에 충분한 검증과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며,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며 “정부는 사기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여론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힘을 실어주면서다. 하지만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동시에 여론도 뒤집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도어 소속 가수는 아이돌 뉴진스가 유일했기에 분쟁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상처 입은 톱 아이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 이른바 ‘민-하 대전’이 2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민 전 대표가 전면에서 하이브와 이른바 ‘맞다이’를 벌였지만 이후 뉴진스가 직접 판에 뛰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동시에 빌리프랩 등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어도어의 전 직원,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등이 전선에 합류했다. 민-하 대전에서 여론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처음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은 민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 전 대표는 ‘선’, 하이브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뉴진스는 2024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민-하 대전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진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연말마다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이 높다. 그런 가수가 소속사와 정면 대결을 선택하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진스가 소송 대신 구두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소속사 간 다툼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갈등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넓어졌다. 하이브와 뉴진스, 민 전 대표 간의 갈등 양상을 비롯해 연예인의 노동자성까지 화두로 떠올랐다. 뉴진스 상대 전속계약 유지 인정 해인 혜린 하니 복귀 다니엘 해지 일각에서는 뉴진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국감 때로 보기도 한다. 연예계 갈등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와 뉴진스에 대해 여론은 나름 호의적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에서 여성 BJ와 만났다는 내용의 사생활 이슈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NS나 기자회견 등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이른바 여론전을 위해 올랐던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등이 연루된 소송은 10여개에 이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풋옵션 계약,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직원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표절 논쟁에서 시작된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손해배상 소송,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손해배상 소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론과 법원 판결의 괴리다. 특히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론까지 뒤집을 정도로 ‘원사이드’ 판결로 이어졌다. 뉴진스 측이 제시한 전속계약 해지 이유를 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 법원이 연이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뉴진스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뉴진스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어도어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뉴진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도 이 시기다. 독자 활동이 완벽하게 막혔고 활동을 위해서는 어도어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가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론도 뒤바뀌어 실제 뉴진스는 복귀했다. 멤버 5명 모두가 함께 어도어로 돌아가는 ‘완전체’ 복귀는 아니었기에 각종 설이 흘러나왔다. 연예계에서는 판결을 기점으로 멤버들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위약벌 등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했다. 어도어는 두 멤버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세 멤버(하니, 다니엘, 민지)와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하니 복귀, 다니엘 계약 해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민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어도어는 완전체를 깨더라도 다니엘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니엘 등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도어가 다니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431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다니엘에게 청구된 소송 액수는 331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위약벌, 31억원은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그외 100억원은 민 전 대표와 다니엘의 모친에게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지난 12일 어도어로부터의 피소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9분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다니엘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간 연쇄 반응 뉴진스와의 소송전에서 압승을 거둔 어도어는 이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뉴진스가 이미지 훼손, 금전적 손해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특히 다니엘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나면 여론 자체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전 대표도 코너에 몰렸다. 최근 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나섰던 돌고래유괴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돌고래유괴단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홍보 영상 ‘주차장에서 생긴 일’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그 대표인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 측을 상대로 낸 소송액 11억원 중 법인의 계약 위반 10억원이 인정됐고, 명예훼손으로 별도로 제기한 1억원은 기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곡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4년 8월 ETA 뮤직비디오를 ‘디렉터스컷(감독판)’으로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일이다. 어도어는 “당시 광고주로부터 해당 영상에 대한 컴플레인을 접수했다”며 “뉴진스 관련 영상 소유권은 어도어에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돌고래유괴단 10억원 배상 판결 주주 간 계약 해지&풋옵션 쟁점 그러자 돌고래유괴단은 ETA 감독판은 물론 자신들이 운영하던 비공식 뉴진스 팬덤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게시돼있던 뉴진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어는 ETA 감독판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 뉴진스 관련 모든 영상 삭제는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판 영상을 별도로 게시하는 것에 대한 구두 협의가 있었으며 어도어 측 주장에 “바보 같고 어이없다”고 말한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판결이 민 전 대표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 및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벌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 등도 판결이 나왔을 당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재판에 끼칠 영향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을 열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한 게 골자다. 이날 하이브는 데뷔도 하지 않은 뉴진스를 위해 어도어에 2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하이브에 타격을 주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고의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고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2월이면 결론 난다 법적 흐름은 민 전 대표에게 단연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소송이 민-하 대전에서 파생된 만큼 각각 재판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향후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