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아워홈이 지분매각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영을 이끌던 막냇동생을 대신해 대표이사에 오른 장녀는 지분매각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시한 상태다. 동생과 노조 측의 반발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이다.
아워홈은 지난달 18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구미현 사내이사를 선임했다. 구미현 회장은 고 구자학 아워홈 창업주의 장녀로, 회사 경영진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미현 회장의 남편이자 전 한양대 의대 교수인 이영열 사내이사도 이사회를 거쳐 부회장에 선임됐다.
핏줄 전쟁
아워홈은 이날 이사회에서 이영표씨를 경영총괄사장으로 선임했다. 1993년 아워홈에 입사한 이 사장은 구매물류, 재무, 회계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그간 회사 경영에 참여한 적 없는 구미현 회장과 이영열 부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미현 회장의 경우 이전까지 가정주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학 창업주의 1남3녀는 지난해 말 기준 아워홈 지분 98.1%를 보유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 38.56% ▲장녀 구미현 회장 19.28% ▲차녀 구명진씨 19.6%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 20.67% 등이다. 해당 지분 구조는 오랜 기간 변함없이 유지돼 왔다.
그간 회사 경영을 책임졌던 구지은 전 부회장은 구미현 회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되기 직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구미현 회장이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고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구지은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게 됐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지난달 16일 사내 게시판에 “선대 회장의 유지를 이어가고자 했지만 경영 복귀와 함께 회사 매각을 원하는 주주들과 진정성 있는 협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구지은 전 부회장은 2021년 6월 주주총회를 거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 주총은 아워홈 측과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이 개최 시기를 놓고 이견을 빚은 끝에 법원 판단에 의해 소집이 결정됐다.
총회가 열리자마자 구지은 부회장 측이 제안한 신규 이사 선임안, 보수총액 한도 제한안 등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신규 이사들을 앞세워 이사회를 장악했고, 구본성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공석이 된 아워홈 대표이사 자리는 곧바로 구지은 전 부회장이 넘겨받은 바 있다.
동생 보낸 오빠·언니
지분 정리 속도 내나
구미현 회장이 대표이사직에 오른 것을 계기로 아워홈 매각 작업에 탄력이 붙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아워홈은 지난달 21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워홈은 올해 안에 IPO 주관사를 선정해 2026년 상반기까지 상장을 한다는 계획이다.
구미현 회장이 취임 인사말에서 회사 매각 의사를 밝힌 지 사흘 만에 나온 것이다. 구미현 회장은 취임 직후 취임사를 통해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경영권 이양”이라며 매각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양호한 실적 흐름은 IPO 추진 과정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 1조9834억원, 영업이익 94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8%, 76% 증가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구미현 회장이 IPO를 통해 보유 지분을 공개적으로 정리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과 그간 아워홈 보유 지분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수차례에 걸쳐 드러낸 전례가 있다.
다만 보유 지분매각을 위해서는 걸림돌이 남아 있다. 일단 구지은 전 부회장의 반발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이다.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매각을 추진할 경우, 구지은·구명진 자매에게 우선 매수권이 주어진다. 구지은 전 부회장이 다른 세력과 연합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경영권을 위협받게 된다.
이권 다툼
노조의 반대를 이겨내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아워홈 노동조합(아워홈 노조)은 아워홈 매각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 상태다. 아워홈 노조 측은 “우려한 대로 신임 회장은 경영권을 매각하려는 의도로 사내 게시판에 의사를 밝혔다”며 “회사가 매각될 경우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매각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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