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몰랐던 견묘 이야기> ‘댕쪽이 상담소’ 김태우 훈련사

“아무리 좋고 예뻐도 개는 개답게 키워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어사전에 ‘반려’의 뜻을 찾아보면 ‘짝이 되는 동무’라고 나온다. 어느 덧 세상은 바뀌었다. 인간과 동물이 ‘반려’ 관계가 돼 살아가는 시대가 왔다. 반려동물의 수는 늘고 있고 시장 규모는 성장을 넘어 팽창 중이다. 그와 동시에 유기견, 펫티켓, 안락사 등 이면의 모습도 드러나고 있다. <일요시사>가 ‘1000만 반려동물의 시대’를 집중조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월 연구보고서 <농업 전망 2024: 불확실성의 시대의 농업·농촌, 도전과 미래>를 발간했다. 보고서 5장에서는 ‘반려동물 연관 산업 현황과 대응 과제’를 다뤘다. 반려동물 시장이 불과 몇 년 새 국내서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찬반 양론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규모는 2012년 364만가구서 2022년 602만가구로 10년 만에 238만가구가 늘었다. 개체 수는 2012년 556만마리서 2022년 799만마리로 234만마리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1년 2조9200억원에 달했고 2028년에는 4조12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야흐로 반려동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한 직업군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 ‘반려동물 훈련사’가 특히 이목을 끌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와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펫티켓(펫+에티켓)’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 훈련사는 이 과정서 인간과 반려동물의 공존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유튜브에는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펫튜브’가 인기몰이 중이다. 종이 다른 개체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의사나 훈련사 등 전문가의 시선으로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채널 역시 주목도가 높다. 그래서인지 펫튜브 영상서 ‘갑론을박’의 장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도기에 접어 들면서 개인의 경험과 행동 양식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서 김태우 훈련사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댕쪽이 상담소’는 이른바 핫 플레이스다.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김 훈련사의 훈련 방식을 두고 찬반양론이 맞부딪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의 한 스튜디오서 김 훈련사를 만났다. 김 훈련사는 인터뷰 내내 거침없는 입담을 뽐냈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나?’ 걱정될 정도로 강도 높은 지적도 서슴지 않았다. ‘말이 아니라 영상으로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패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듯했다. 

김 훈련사는 유튜브를 시작한 지 1년5개월 만인 지난달 구독자 수 10만명을 달성한 채널에 주는 ‘실버버튼’을 받았다. 그는 “10만 구독자 채널 중에서도 단 10%만이 실버버튼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3일 기준) ‘댕쪽이 상담소’의 구독자 수는 14만7000명에 이른다.

유년시절의 외로움은 김 훈련사의 인생을 크게 바꿔놨다. 그는 “보육원 출신이라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20대 초반부터 ‘빠마’라는 푸들을 키우면서 훈련사에 관심이 생겼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버려진 경험이 있어서인지 유기견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고 동질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사실 김 훈련사는 어린 시절에는 개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동네 슈퍼마켓, 오토바이 가게 사장님들이 하나같이 강아지를 키웠다. 그 당시에는 개를 목줄에 매서 키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학교를 오갈 때마다 개들이 나를 물려고 해서 도망다녔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랬던 김 훈련사는 방송프로그램 등을 통해 강형욱 훈련사를 보게 된 뒤 훈련사의 길로 걷게 됐다. 그는 “어떻게 하면 유기견을 줄일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에 강 훈련사를 보게 됐고, 현장서 보호자의 인식을 개선하면 지금의 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훈련사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 훈련사는 “한국애견협회와 한국애견연맹 두 단체가 지정한 훈련소서 숙식을 하면서 스승님 어깨 너머로 일을 배웠다. 목욕하고 밥 주고 용변을 치워주면서 산책시키고 훈련하는 모든 과정을 1~2년간 배우고 난 뒤에 훈련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로움 달래려 키운 푸들
강형욱 보고 훈련사 도전

이 과정을 거쳐 김 훈련사가 처음으로 만난 개는 셰퍼드였다. 그는 “그 친구가 경비견 출신이었는데 정말 사나웠다. 내 실수로 견사문을 열어두고 다른 견사를 살피러 갔었는데 그 친구가 배회하고 있더라. 정말 무섭게 생겼는데 어떻게해서든 그 친구를 데리고 가기 위해 줄을 잡는 순간 옆구리를 물렸다. 그때 물린 상처가 아직도 있다”고 회상했다.

김 훈련사는 훈련 도중에 개에게 물린 상처가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가 공격할 때 훈련사가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훈련사는 개에게 물리지 않게끔 움직임이 빨라야 한다. 예를 들어 경찰이 범인을 제압할 때 둔하면 안 되듯 훈련사도 몸놀림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훈련사의 교정 방식은 찬반 양론이 존재한다. ‘개를 개답게 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학대’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김 훈련사는 개를 교정하는 과정서 옆구리를 찌르거나 바디 블로킹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간식 등 유화책을 이용해 개를 교정시키는 방식과는 차별화된 지점이다.

김 훈련사는 “시대의 흐름이나 배경이 많이 바뀌었고 정서도 변했다. 그 정서에 따라 나타난 교육법이 ‘오냐 오냐’ 방식이다. 누가 봐도 잘못된 행동인데 바로 잡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 간식으로는 절대 교정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새로운 자극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금의 훈련법을 사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반려동물에게도 새로운 자극이기 때문에 효과는 즉각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호자의 행동에 따라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훈련사는 “사실 개 행동 교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보호자의 행동 교정인 셈이다. 아무리 개를 교정해도 보호자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개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훈련사는 한 마리의 개를 교정하는 데 2~4주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개의 문제 행동에 대한 의뢰가 들어오면 시간을 두고 보호자와 소통하면서 영상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직접 대면해서는 개의 문제 행동과 성향, 환경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행동, 지역 상권까지 살핀다.

그는 “지역 상권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어르신이 많이 사는 동네인지 도시인지에 따라 펫티켓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 입마개 문제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김 훈련사는 모든 견종에 입마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맹견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도시서 안락사가 가능해졌다”며 “길을 가다가 갑자기 손을 뻗는다거나 술에 취해 개를 부르는 식으로 사람이 개를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러다 피해가 발생하면 개는 안락사를 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모든 개가 (입마개를 해서)어떤 상황서도 사람을 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소신대로


김 훈련사는 “개는 개답게 키우는 게 맞다. 때리고 학대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은 사람답게 교육하듯이 개는 개답게 훈육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개를 개로 존중해야 하는데 개를 사람처럼 교육하다 보니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독자가 영상을 보고 흔들리지 않으셔서 나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며 “지금까지 해오던 그대로 소신껏 전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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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