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분가 이후…초라한 창업 성적표

만만찮은 홀로서기…잘 쳐줘야 ‘1무3패’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재벌 총수가 모든 특권을 뒤로한 채 창업의 길에 올랐다. 자신의 힘으로 꿈을 일구겠다는 일념으로 내디딘 첫 발이다. 아직까지는 성과랄 게 없다. 스타트업이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변변치 못한 성적표는 가려지지 않는다. 성장 가능성을 감안해 평가해봐야 ‘1무3패’에 불과하다. 

2018년 11월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성공 퍼즐 세션’은 생각지 못하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션 종료 직전 느닷없이 연단에 오른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앞으로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덕분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해당 발언은 단순 해프닝이 아니었다. 이 명예회장은 사임 표명 직후 사내 인트라넷에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는 취지로 글을 올려 경영 은퇴 결정을 재확인시켰다.

충만했던
의지

물론, 이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게 총수 자리에서 내려왔음을 뜻한 건 아니었다. 지주사인 ㈜코오롱 대표이사직을 이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 부회장과 전문경영인 안병덕 부회장이 맡고 있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까지도 이 명예회장을 ‘동일인’으로 등록한 상태다.

이 명예회장의 실질 지배력이 여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총수 꼬리표는 떼지 못했지만, 그룹과 선을 그은 채 창업의 길을 걷겠다는 이 명예회장의 의중은 확고했다. 그리고 이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자취를 감춘 지 1년여가 흐른 이후부터 그가 직접 출자한 스타트업이 순차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누리집에 등록된 최근 5년(2020년~2024년 5월) 코오롱그룹 소속 기업 변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명예회장 일가에서 지분 100%를 보유했던 비금융 국내 법인은 ▲더블유파트너스 ▲인유즈 ▲메모리오브러브 ▲어바웃피싱 ▲비아스텔레코리아 등 총 5곳으로 확인된다.

‘더블유파트너스(2010년 10월 설립)’를 제외한 4곳은 이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직접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코오롱그룹 계열사로 등록된 바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동일인과 동일인의 친인척(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이 30% 이상 지분을 보유했거나 지배력을 행사하는 법인은 계열 편입 대상이 된다.

다만 이 명예회장이 만든 대다수 스타트업은 사실상 궤도 안착에 실패한 모양새다. 원활한 운영은커녕, 생존을 위협받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 노출된 양상이다.

엇비슷한
내리막

‘인유즈’는 이 명예회장의 창업 프로젝트가 첫 결실을 맺은 사례였다. 이 회사는 이 명예회장이 전액 출자한 자본금 1억원을 밑천 삼아 2019년 12월 ‘아르텍스튜디오’라는 상호로 설립됐고, 항균 소재 마스크 및 가정용품 소매업에 주력했다.

이 명예회장의 창업 의지가 발현됐다는 상징성과 별개로, 기초체력이 허약했던 인유즈는 초창기에 내부거래로 연명했다. 2020년 거둔 매출 7억600만원 중 66.01%에 해당하는 4억6600만원을 그룹 계열사에서 끌어왔다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이듬해와 2022년에는 내부거래 비중을 각각 17.17%, 0%로 낮췄을 뿐, 수익성을 반등시키지 못했다. 2020년 1억100만원이었던 영업손실 규모는 이듬해 코로나19 수혜에 따른 매출 확대에 힘입어 4300만원으로 줄었다가, 1년 뒤 3억4500만원으로 급격히 커졌다. 

이 명예회장은 단기차입 형태로 2020년 4월 3억원을 빌려주고, 세 차례에 걸쳐 상환 연장을 수락하는 등 인유즈에 투자를 감행했다. 2021년 10월과 지난해 12월에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10억9000만원, 지난해 2억5000만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유즈는 결국 해체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12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법인 해산 결의와 청산 절차 진행이 결정됐고, 지난 4월자로 청산 및 법인 소멸 작업이 완료된 상황이다. 이 명예회장이 인유즈 해체 직전까지 투입한 자금은 설립 당시 자본금 1억원을 포함해 총 14억4000만원에 달한다.

벌인 사업 적자 수렁
곳곳에서 폐업 속출

2021년 5월 설립된 ‘메모리오브러브’ 역시 인유즈와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업싸이클링 의류 제품을 대표 품목으로 등록한 이 회사는 이 명예회장 일가에서 소유한 가족회사 개념이었다. 설립 당시 자본금 5억원 중 70%를 이 명예회장이 투자하고, 슬하의 3남매(이규호 부회장·이소민씨·이소윤씨)가 각각 10%씩 출자한 구조였다.

메모리오브러브는 매출이 전혀 없는 가운데 운영비용이 발생하면서 2021년 말 기준 영업손실 2억2900만원을 기록했다. 추가 자금의 필요성이 부각되자 이 명예회장은 ▲1억5000만원(2022년 9월) ▲5000만원(2022년 12월) ▲5000만원(지난해 1월) ▲5000만원(지난해 2월) ▲5000만원(지난해 3월) 등 총 5차례에 걸쳐 3억5000만원을 빌려줬다.

이 같은 노력에도 메모리오브러브는 폐업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 초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해산을 결의했고, 같은 달 말 청산 절차를 밟았다. 메모리오브러브가 영위했던 플랫폼 사업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양도받았는데, 당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친환경 패션 플랫폼 사업 활성화 및 사업 시너지 발휘를 위함이라고 양도 이유를 설명했다.

하나라도
살릴까?

‘어바웃피싱’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축이다. 2021년 5월 자본금은 5억원을 밑천 삼아 설립된 이 회사는 메모리오브러브와 마찬가지로 이 명예회장 일가에서 소유한 가족회사였다. 최근까지 발행주식 중 70%를 이 명예회장, 나머지 지분 30%를 슬하의 3남매가 10%씩 나눠 갖고 있었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어바웃피싱은 낚시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낚시 관련 커뮤니티 서비스에 주력했지만, 이후 낚시터 정보제공, 예약서비스, 용품 판매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는 분위기다.

이 명예회장 일가는 지금껏 4차례에 걸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어바웃피싱에 투자 의지를 내비쳐왔다. 설립 당시 5억원이었던 어바웃피싱 자본금은 35억원으로, 발행주식은 100만주에서 700만주로 증가한 상황이다. 

이 명예회장은 측면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이 명예회장이 어바웃피싱에 대여한 금액만 해도 ▲2022년 9월 3억원 ▲2022년 12월 1억원 ▲지난해 12월 3억원 ▲지난해 12월 9000만원 ▲지난 1월 7000만원 등 총 7억1000만원이다. 자금 사정이 넉넉해진 어바웃피싱은 ‘어바웃피싱 베트남법인’을 운영할만한 여력을 갖춘 상태다.


다만 수익을 내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한 분위기다. 어바웃피싱이 최근 3년간 거둔 매출은 ▲2021년 0원 ▲2022년 7200만원 ▲지난해 5억6000만원 등 연평균 2억110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021년 2억원 ▲2022년 10억880만원 ▲지난해 26억5800만원 등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수익성이 발목을 잡은 것도 모자라 지난해 말 기준 총자본(-4700만원)이 자본금(35억원)을 하회하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어바웃피싱 주주 구성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11일 이 명예회장은 보유주식 490만주 중 350만1주를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출신인 송동현 어바웃피싱 대표이사에게 넘겼다. 기존 70%였던 이 명예회장의 지분은 20%로 낮아진 반면 송 대표는 지분 50%+1주 확보와 함께 어바웃피싱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불편한
현실

‘비아스텔레코리아’는 이 명예회장이 창업한 스타트업 중 막내 격이다. 이 명예회장이 출자한 자본금 3500만원을 토대로 2022년 1월 출범했고,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 제조업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비아스텔레코리아는 설립한 지 2년 넘도록 종업원은 1명에 불과하고, 사업성과는 ‘0’에 수렴한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 없이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1400만원씩 기록했고,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사업목적을 늘리면서 기존 식품업은 물론이고 컨설팅, 서비스용역에 진출할 수 있게 됐지만, 출범 이래 지금껏 별다른 자본유입 흐름은 목격된 게 없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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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해외순방을 떠났다. 그에 맞는 성과를 낸다면 우주라도 갈 수 있다지만, 여태까지 성적표는 처참해,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1호 영업사원’의 의미가 대통령 부부와는 달랐던 걸까? 오히려 나갔다 하면 터지는 사고로 불안할 지경이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 공항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첫 순방지인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시작은 화려하게 서울 공항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나와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한 회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밝은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에코백을 들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공군 1호기에 올라 각각 손 인사와 목례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순방국인 투르크메니스탄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에게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의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대한민국 간 관계의 확대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본 구상을 구현하는 데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양국 간 공동성명에는 가스 및 화학, 조선, 섬유, 운송, 정보통신, 환경보호 등 분야서 협력 강화도 담겨있다. 해외순방이 잘 끝나면 좋지만, 이번 해외순방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여태까지의 실적보다는 리스크가 더 컸다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고 지칭한 윤 대통령의 위신은 무너진 지 오래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김 여사가 동행하는 데 대해 ‘검찰 수사 회피용 외유’라고 규정했다. 한 번 나갔다 하면 터지는 논란 총선 이후 숨었다가 해외서 등장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디올백 수수 영상이 공개된 뒤 4·10 총선 ‘도둑 투표’서 보듯이 국민과 언론의 눈을 피해 꼭꼭 숨어다니더니, 이제 대놓고 활보한다. 검찰을 향해 ‘어디서 감히? 소환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양주, 고급 화장품을 대가성 뇌물로 제공한 최재영 목사를 소환해 다수의 증거와 증언을 이미 확보했다. 따라서 김 여사는 대가성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는 피의자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어 “공범들은 이미 처벌받았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에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수익이 23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언제까지 김 여사 소환조사를 미룰 건가? 청탁성 선물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는 억지 주장을 듣고만 있을 것이냐”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검찰은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피해 가는 ‘특권계급’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언론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해도 믿는 국민은 없다. 아무리 달달한 말을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 앞에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무사히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한다. 귀국 즉시, 요새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심이 많은 기내 식비와 음료, 술값 내역을 꼭 공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여사는 검찰이 귀국 뒤에도 소환하지 않거든 서울중앙지검에 제 발로 찾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검찰 소환을 피하려고 외유를 택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여태까지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서 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던 것에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논란은 독일·덴마크 해외순방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2월18일 윤 대통령은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지난 2월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 일정인 독일과 덴마크 방문 계획이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연기됐다. 과거에도 순방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순방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간인은 왜 태워? 독일 주요 종합지와 방송사는 윤 대통령의 방문 연기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 온라인 언론이 <로이터 통신>의 단신을 번역해 소개했다. 덴마크서 발행되는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실과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실도 별다른 언급이나 공식적인 설명하지 않았다. 독일과 덴마크 국민은 한국의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분위기였다. 외신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순방 연기 소식을 전했던 <로이터 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 때문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은 4‧10 총선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대통령 내외가 성과도 없이 너무 잦은 해외순방을 하고 있다고 야당이 비판하고 있고, 특히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는 과정이 담긴 몰래카메라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다”며 디올백 사건이 연기 결정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전했다. 반면 현지 한인 교민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전례가 없는 일에 황당해했다. 현지 한국 공관들은 해외순방이 있기 한 달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동포 행사 보조요원을 모집했고, 교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비공식 공지까지 한 상황이었다. 독일 일정의 경우 수도인 베를린에 있는 독일대사관이 아닌 독일 중북부에 있는 함부르크 총영사관이 행사 요원을 모집한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곳에서 있을 만찬은 독일과 유럽의 귀빈들이 주로 참석하는 사교 파티 형식이어서 대통령 부부가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든 게 돌연 취소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 불거졌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취소한 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1일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최형찬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 대사를 불러 국빈 방문 경호와 의전을 둘러싼 한국의 다양한 요구에 ‘우려와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경호상의 필요를 이유로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까지 요구한 것 등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 불만을 표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기밀 시설 ‘클린룸’ 방문 일정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정해진 제한 인원 이상의 방문을 요구한 데 대한 우려도 컸다. 한 소식통은 “네덜란드가 상대국 정상의 방문을 앞두고 주재 대사를 불러 항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최 대사와 네덜란드 측 간 협의는 국빈 방문이 임박한 시점서 일정 및 의전 관련 세부적인 사항들을 신속하게 조율하기 위한 목적서 이뤄진 소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빈 방문이 ‘대통령의 외교’가 아닌 화려한 의전만 챙기는 ‘왕의 외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대통령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는데,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한 채 수도 빌뉴스의 명품 편집매장에 들린 것이 문제가 됐다. 리투아니아 매체 <15min>은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김 여사)는 50세의 스타일 아이콘 :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서 일정 중 유명한 상점에 방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두 브롤리아이(Du Broliai)’라는 매장(명품 브랜드 편집숍)에 방문한 사진이 담겼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총 16명을 대동한 채 매장에 왔고, 김 여사가 쇼핑하는 동안 6명의 경호원이 매장 앞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배치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브롤리아이 관계자는 김 여사 일행이 매장 방문 이후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서 추가로 물건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무엇을 샀고 얼마어치를 샀는지는 기밀”이라고 말했다. 해당 일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상점을 방문한 건 맞고 안내를 받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물 폭탄과 문자폭탄에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서민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기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로 인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처했는데 국내 사정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아랍에미리트 해외순방에선 윤 대통령의 말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UAE 군사훈련 협력단(아크부대)을 방문해 “UAE의 적이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명품, 노룩 악수, 경례… “김 여사 귀국 후 검찰로?” 이란이 윤 대통령의 주장에 반발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지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서 하신 말씀이다. 따라서 한-이란 관계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란 나자피 외무부 차관은 윤강형 주이란 한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2022년 11월 순방에서는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윤석열정부 정상회담 취재 제한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 여사가 팔짱을 낀 사진 논란 ▲해외순방 중 윤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채널A, CBS 기자 2명만 따로 부른 것 ▲김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비공개로 캄보디아 병원과 가정에 방문하면서 발생한 논란 등이 있었다. 2022년 9월에 있었던 영국-미국-캐나다 해외순방에서는 나라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는 당시 사망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러 영국으로 출국했지만,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교통 상황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미 교통 혼잡이 충분히 예상됐고, 영국 정부는 이미 방문하는 국가 원수들의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 미국에서는 ▲한일 약식회담 ▲48초 한미정상회담 ▲욕설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캐나다에서는 동포 간담회를 열었지만, 내용이 실속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오타와 전쟁 기념비 앞 참배 과정서 캐나다 국가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캐나다 국기에 경례하는 의전 실수를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순방이었던 나토 정상회의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에게 인사하려던 도중 윤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윤 대통령이 건넨 악수만 받은 채 루멘 라데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불가리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노룩 악수’ 논란이 일어났다. 국제적 망신도 이 밖에도 연출된 업무 사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에 대통령실 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씨가 동행한 것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일 양국의 주장이 엇갈렸으며,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출국 전 윤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alsw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