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옥죄는 ‘김계환 녹취록’ 실체

VIP 격노설 진상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공수처가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의 전말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녹취록을 확보하면서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이첩 당시 전화를 했다는 통화기록도 확보했다.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됐지만 공수처가 대통령실 사건 개입 정황의 목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사건의 윗선까지 갈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녹취록이다. 해당 녹취록서 대통령실, 혹은 윤석열 대통령의 개입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구체적 지시?

공수처는 김 사령관이 자신의 참모와 통화하던 중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내용을 언급한 녹취록을 확보했다. ‘VIP 격노설’은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의 핵심이다. 책임자 배제가 누구의 지시로 이뤄졌는지 구분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VIP 격노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장성급 간부들에게도 채 상병 사망 사고의 안전관리 책임이 있다며 이들을 포함한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결제한 이후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당시 안보실로부터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이 전 장관을 연결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서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고 격노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 전 장관은 김 사령관에게 출장서 복귀하기 전까지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박 전 단장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는 취지의 내용을 전달받았다.


박 전 수사단장은 “지난해 7월31일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다는 내용의 언론 발표를 준비했지만, 당일 김 사령관이 이를 취소시키며 ‘VIP(윤 대통령)가 격노하면서 (국방부)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고 계속해서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 전 장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대통령실 관계자 등은 모두 VIP 격노설을 부인하며 수사에 애를 먹고 있었다. 김 사령관도 군 검찰 조사와 군사법원 재판서 “박 대령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고 반박해 왔다.

또 김 사령관은 최근 공수처서 받은 두 차례 조사에서도 대통령 격노설을 본인이 얘기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서 공수처가 VIP 격노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한 것이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의 통화 녹취록 외에도 최근 해병대 고위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면서 “김 사령관과 박 전 수사단장 등에게서 여러 차례 대통령 격노설을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수사외압 사건 핵심
해병대 간부 진술도

게다가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과 이첩 당시 직접 전화를 했다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대통령의 사건 개입 정황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박정훈 대령 항명죄 혐의 재판을 진행 중인 군사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이 전 장관의 통화기록에는 국방부가 해병대수사단의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서에서 회수해 온 날인 지난해 8월2일에 윤 대통령이 검사 때부터 쓰던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포함됐다.


당시에 이 전 장관은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었으며 세 차례 모두 전화를 받았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첫 번째 통화는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서에 수사자료를 이첩한 시각(오전 10시30분~11시40분)으로부터 17분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4분5초간의 첫 통화를 끝낸 윤 대통령은 32분 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 통화는 13분43초간 이어졌다.

두 번째 통화와 세 번째 통화 사이엔 박 대령에게 보직해임이 통보됐다.

세 번째 통화 이후엔 이 전 장관의 지시로 국방부 검찰단의 박 대령 항명죄 입건 검토와 수사자료 회수(오후 7시20분)가 진행됐다.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통화 또한 세 차례 통화 후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엿새 뒤인 8월8일 오전 7시55분에도 같은 휴대전화로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33초간 통화했다. 이종섭 당시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국방부 조사본부에 재검토 맡기기로 결정하기 전날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7월31일부터 열흘간 대통령실서 국방 업무를 전담한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비서 역할을 한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도 총 25차례나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두 사람이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대리인으로 ‘핫라인’을 구축한 셈이다.

채 상병 특검법이 재표결 끝에 부결된 상황서 해당 사건의 의혹 규명은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한 공수처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공수처로서는 현재 피의자로 입건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을 넘어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대통령·장관 통화 기록
윗선 다다를 결정적 증거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소환해 윤 대통령과의 통화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수처는 채 상병 조사 기록의 이첩 보류 지시와 자료 회수, 국방부 재검토 과정 전반에 부당한 직권남용이 있었는지를 재확인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국군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실제로 격노했는지는 진실 규명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지만, 더 구체적 지시가 있었는지를 밝혀내느냐가 수사 범위와 책임소재를 가를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화를 내면서 ‘일선 사단장을 처벌할 수 있냐’는 의견을 표하는 정도는 지휘 라인에 있는 국군 통수권자로서 가능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사단장은 입건·처벌하지 않도록 하라’고 명령했다면 독립된 수사권을 건드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다른 변호사도 “명시적으로 ‘혐의자에 사단장까지 포함하는 게 옳지 않다’는 말이 없었고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음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이를 예상이라도 하듯이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의 전화로 제기되는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장관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재훈 변호사는 “일각에서는 격노한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사단장을 빼라’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나, 피고발인(이 전 장관)은 대통령을 포함한 그 누구로부터도 그런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면서 “나아가 피고발인은 그 누구에게도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 이것이 실체적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차분하게 그렇게 지시했으면 아무런 죄가 되지 않고 격한 목소리로 말하면 죄가 되는 것이냐”면서 “어떤 세력이 소위 VIP 격노설을 제기한 것인지, 나아가 그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사실무근”

김 변호사 측은 직권남용죄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국방부 장관에게는 사건 이첩 보류는 물론 민간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회수할 권한까지 부여돼있다”면서 “국방부 장관의 지위서 권한과 책임에 따라 이뤄진 정당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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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