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만족설

총선이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여야 정당끼리 싸우고만 있다. 정당은 총선이 끝나면 국회의 시간을 내려놓고 국가와 국민의 시간에 맞춰야 한다.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정당은 그 대상을 상대 당이 아닌 국가와 국민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총선공약은 국민과 합의한 공약이 아니다. 정당 스스로 만든 공약인데 총선서 승리했다고 밀어붙이고, 이를 반대만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에 국민의 시간은 없고 아직도 국회의 시간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초대교회부터 중세 이전 11세기까진 예수의 죽음을 ‘배상설’로 해석했다.

배상설에 따르면 아담과 하와가 사탄의 꾐에 빠져 죄를 짓고 타락하면서 인류는 사탄의 손에 넘어갔고, 그 이후에도 사탄의 권세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자, 하나님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사탄에게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이런 상황서 하나님은 죄 없는 예수를 이 땅에 보냈고, 사탄은 예수가 아무런 죄가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예수를 십자가의 죽음 앞에 세우고 말았다.


사실 죄가 없는 자를 죽인 것은 사탄의 권한남용이었기에, 사탄은 죄 없는 예수를 죽인 대가로 인류를 하나님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시 배상설은 마귀를 하나님과 거래할 수 있는 하나님과 동등한 존재로 인정했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인물이 바로 안셀무스다.

중세 스콜라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안셀무스(Anselmus,1033~1109)는 예수가 십자가서 죽은 것은, 인류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를 풀고 하나님의 공의와 영광을 지키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안셀무스는 예수가 인류의 죄를 위해 대신 죽음으로써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켰기에 이를 ‘만족설’이라고 명명했다.

죄를 지은 인간이 구원받기 위해선 사탄에게 대가성으로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 공의를 위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게 만족설의 핵심이다. 

죄인인 인간은 도무지 하나님께 공의를 위한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없어 예수가 우리 대신 죽음으로써 공의를 위한 죄의 대가를 하나님에게 지불함으로, 결국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게 만족설의 설명이다. 

인류는 지난 2000여년 동안 예수의 죽음에 대해, 전반 1000년은 마귀를 대상으로 하는 배상설로 해석했고, 후반 1000년은 안셀무스 덕에 대상이 하나님인 만족설로 해석해 왔다.


세계 정치사를 보면 주로 보수와 진보로 나뉜 양당제로 발전해왔다.

그리고 근대까진 상대 당에 가치와 지지층을 빼앗기면서 정권을 넘겨줬고, 다시 정권을 찾아올 땐 지도자가 희생하거나 큰 이슈를 만들어 상대 당으로 넘어간 가치나 지지층을 찾아오면서 정권을 잡았다.

특히 민주화운동을 했던 정당이 보상받으면서 정권을 잡기도 했다.

이는 정권을 잡았을 때 잘못된 정책과 각종 비리에 대해 정당이나 지도자가 책임지고 어떤 방법으로든 배상해야 국민이 인정해준다는 의미로, 신학에서 말하는 배상설과 같은 맥락을 갖고 있다.

그런데 현대 정치사는 -특히 한‧미‧일의 최근 정치사를 보면- 신학서 말하는 만족설과 같이 빼앗긴 정권을 찾기 위해 상대 당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그것도 정당이나 최고 지도자가 배상 차원이 아닌 실정에 대해 철저하게 법적 심판을 받고 공의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정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총선서 조국혁신당도 조국 대표의 가족 비리가 밝혀져 법적 심판을 받음으로써 국민의 눈에 공의를 실천하는 정당으로 비춰졌기 때문에 제3당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만약 조국 대표가 기존 정당과 각을 세우고 정당 대 정당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렀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대 정치는 정당 대 정당 프레임으론 성공할 수 없고, 국민을 상대로 얼마나 공의를 실천하며 국민에게 만족을 주느냐가 성패를 가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선거 때야 정당 대 정당 프레임이 먹힐 수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정당은 국민을 상대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상대 당이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정부만 국민을 상대로 민생과 소통의 정책을 펴선 안 된다. 여야가 같이 힘을 합쳐 국민을 상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고 국민을 만족시키는 정치를 해야 한다.

선거서 이기기 위해 그리고 정권을 잡기 위해 서로 배상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젠 국민을 만족시키는 정당이 인정받는 시대가 됐다.

윤석열정부는 아직 3년이라는 기간이 남아 있다. 그런데 22대 국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특검, 개헌 등 꽤 큰 정쟁을 들먹이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정치 기술자가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면 안 된다. 3년 동안 국회의 시간이 계속 가동되면 국민만 피해 본다.  

국민이 바라는 정당은 의석수가 많은 정당이 아니다.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상대하는 정당이지 상대 당과 싸워서 이기는 정당이 아니다.

국민에게 공의를 실천하고 국민을 만족시켜주는 정당이다.

의원들도 같은 생각인 것 같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당내 국회의장 경선서 원칙을 중시하겠다는 후보가 상대 당과 잘 싸우겠다는 후보를 이긴 게 좋은 예다.

22대 국회를 앞두고 여야가 ‘5·18 민주화운동 헌법 수록’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5·18 민주화운동이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 차원보다 공의 실현 차원서 평가받아야 그 가치가 더 빛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이태원 특별법과 채 상병 특검법도 정당 간의 다툼보다 공의 실천과 국민에게 만족을 주는 차원서 다뤄져야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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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