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휘감은 안보 불감 민낯

미사일도 해킹도 “관심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상대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은 허를 찌르는 것이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격하면 상대는 대부분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같은 패턴의 거듭된 공격은 시간이 갈수록 타격감이 떨어진다. 북한의 도발이 딱 그 상황이다. 

‘북한’ 관련 뉴스가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미사일을 쐈다는 발표에도, 군 장성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말에도 시큰둥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끊임없이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했던 문재인정부와 달리 윤정부의 대북정책은 ‘강경 일변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과는
달라졌다

지난 17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는 “오늘 오후 3시10분께 북한 원산 일대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비행체 수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약 300㎞ 비행 후 동해상에 낙하했다. 지난달 22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되는 600㎜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지 25일 만이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즉각 포착해 추적·감시했으며 미국 및 일본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고 (미사일 기종 등)세부 제원은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행위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서 대북 지지를 재확인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6일, 정상회담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도발 행동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한미 공군이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서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을 실시한 것에 따른 반발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16일 훈련에는 우리 공군의 F-35A ‘프리덤 나이트’ 2대와 미 공군의 F-22 ‘랩터’ 2대가 참가했다. 우리 공군 F-35A가 미 F-22와 기본 전투기동 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군사논평원 명의의 글에서 한미 공군의 기동훈련에 대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의 힘의 대결을 추구하며 지역국가의 안전권을 부단히 침해하는 미국의 적대적 면모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산 증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올해 들어서만 5번 도발
김정은은 핵 위협 수위↑

<조선중앙통신>서 보도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서도 “최근 우리가 공개한 방사포들과 미사일 등의 전술 무기들은 오직 한 가지 사명을 위해 빚어진 것”이라며 “서울이 허튼 궁리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쓰이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무력도발이라는 점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올해 들어 1월14일(중장거리 탄도미사일), 3월18일(600㎜ 초대형 방사포), 지난달 2일(‘화성포-16나’형)과 22일(600㎜ 초대형 방사포) 평양 일대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지난 17일을 포함해 총 5번의 도발을 감행했다. 


최근에는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국 고위급 인사 개인 이메일 해킹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차관급을 포함한 국방부 고위공무원과 군 장성들의 개인 이메일 해킹 피해를 파악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북한의 해킹 활동과 관련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건은 군이나 공직자의 관용 이메일 계정이 아니라 개인 이메일 계정이 해킹당한 것으로 군 서버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는 북한 해킹조직들이 국내 방산업체 10여곳을 상대로 전방위적 자료 해킹을 해온 것을 밝혀냈다.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과 공조해 방산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한 결과다. 경찰이 언급한 북한 해킹조직은 라자루스·안다리엘·김수키 등이다. 

한미 훈련
발끈했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 해킹조직들은 방산업체를 직접 해킹하거나 방산 협력업체를 먼저 해킹한 후 방산업체 자료를 탈취하는 식으로 공격했다”며 “사건을 종합할 때 이들이 방산기술 탈취란 공동 목표를 설정해 전방위적 공격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과거 북한이 해킹 공격을 시도했던 아이피 주소가 발견된 점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악용해 명령 및 제어 경유지를 구축하는 방식 ▲기존에 북한 해커가 사용한 악성코드가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북한 해킹조직의 소행으로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라자루스’는 2022년 11월부터 A 방산업체 외부망 서버를 해킹해 악성코드에 감염시킨 후 테스트 목적으로 열려 있는 망 연계 시스템의 포트를 통해 회사 내부망까지 장악했다. 

‘안다리엘’은 2022년 10월부터 B 협력업체를 원격으로 유지·보수하는 C 업체의 계정 정보를 탈취해 협력업체에 악성코드를 설치했다. C 업체 직원의 네이버·카카오 계정 정보를 통해 사내 전자 우편으로 접속해 메일로 주고받는 자료를 빼돌렸다.

김수키는 로그인 없이 외부서 보낸 대용량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사내 이메일 서버의 취약점을 이용했다. 지난해 4~7월 D 협력업체의 이메일을 통해 방산업체 기술 자료를 탈취했다. 

3대 해킹조직
방산업체 10곳

북한 해킹조직은 방산업체를 직접 공격하던 기존의 수법서 한층 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피해를 입은 업체들은 해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보안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경찰청은 “방산업체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내·외부망 분리, 전자우편 비밀번호의 주기적인 변경과 2단계 인증 등 계정 인증 설정, 인가되지 않은 아이피(IP) 및 불필요한 해외 아이피 접속 차단 등의 보안 조치를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제는 북한의 전방위적인 무력도발, 사이버 공격에도 국민적 관심 자체가 낮다는 점이다. 국민들 사이서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으로 여겨지면서 당장 눈앞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 북한 이슈는 관심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 실제 물가, 의료개혁 등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사회적 이슈가 산적해 있는 상태다.

현재 세계 정세 상황은 녹록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대만 양안, 한반도서도 전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북한 역시 하루가 다르게 핵을 언급하는 등 발언 수위를 높여가면서 위협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8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미사일총국이 동해상으로 새로운 유도기술인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 탄도미사일 시험 사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전술 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고 사거리를 늘릴 목적으로 위치정보시스템(GPS) 유도 장치부의 성능을 개선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이버 공격도 계속돼
업체는 알지도 못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험 사격 참관과 아울러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차량을 생산하는 국방공업기업소도 방문했다. 

이날 방문서 김 위원장은 ‘핵전쟁 억제력’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적들의 무모한 군사적 대결 책동으로 조성된 국가의 안전환경에 대처해 핵전쟁 억제력 제고의 필수성을 더욱 엄정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의 핵무력을 더 급속히 강화하기 위한 중요활동들과 생상활동을 멈춤없이, 주저 없이 계속 가속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국민뿐만 아니라 정부서도 북한을 아예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서 비롯된 안보불감증이 국민에게로 번진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복원 등 한‧미‧일 공조에 공들였다. 이 과정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뒷전이 됐고 북한과는 멀어졌다. 미국과 중국 사이서 줄타기를 하며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한 문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결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관은 지난달 24일 강호필 새 합동참모본부 차장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하는 자리서 잘 드러난다. 삼정검은 준장 진급자에게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수여하는 검으로 육군·해군·공군 3군이 일치해 호국·통일·번영의 3가지 정신을 달성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리서 “어느 때보다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북한이 감히 우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미‧일 3국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윤정부의 대북정책이 남은 임기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강경 일색
정책 변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해 한 달에 한 번꼴로 일어났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행보에 국민이 지나치게 익숙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외 전문가들 역시 무력도발에도 놀라지 않는 국민의 ‘안보불감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모든 사건이 ‘방심’으로부터 비롯되는 만큼 북한의 행보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