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불륜? 뒷거래?’ 장시호에 놀아난 민주당 자충수

끝나지 않은 국정 농단 사건 진실게임 끝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의 후폭풍이 또다시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당시 사건의 핵심으로 꼽혔던 인물이 던진 말 한마디에 공당이 반응했다. 진실과 거짓을 오가는 발언 언저리서 공당이 원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2016~2017년 한국 사회는 유례없는 혼란을 겪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지 않은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했고 대통령은 속절없이 휘둘렸다. 국정 농단의 증거가 나올 때마다 국민은 경악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 매일 일어나던 시기였다.

다시 후폭풍 
정치권 강타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낙마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팀장으로 박영수 특검팀에 참여한 이후 화려하게 부활해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수많은 사람이 재판에 넘겨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등은 무거운 형량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정부 임기 끝자락에 특별사면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됐고 최씨는 아직 복역 중이다.

국정 농단 사건은 지난 2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법적으로는 일단락됐다. 당시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항소심서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징역형은 확정됐다.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수석은 박근혜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의 이름과 지원 배제 사유를 정리한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서 배제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2월부터 진행된 재판은 무려 7년이 걸린 끝에 매듭지어졌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씨 등 관련자에 대한 법적 판단은 끝났지만 국정 농단 사건의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국정 농단 사건의 후폭풍이 망령처럼 떠돌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은 장시호씨다. 장씨는 최씨의 조카로 국정 농단 사건서 여러 차례 전면에 등장해 이른바 ‘키맨’ 역할을 한 바 있다.

부적절 관계? 녹취록으로 문제 제기
검사, 법적 대응·사과 문자로 반박

최씨의 각종 비리와 삼성그룹의 연루 의혹 등을 청문회와 재판서 증언했다. 

최근 일부 매체는 국정 농단 사건의 피의자였던 장씨가 사건을 맡은 검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적으로 만났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또 해당 검사가 검찰의 구형량을 알려주고 진술을 외우라고 했다는 취지의 녹취도 공개했다. 해당 매체는 장씨가 지인 A씨와 2020년 통화한 녹취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검사는 김영철 대검찰청 반부패1과장(부장검사)이다. 김 과장은 지난 8일, 개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김 과장은 “백주 대낮에 입에 담기도 어려운 허위 사실을 선정적으로 이용해 악의적인 음해가 이뤄지고 있다”며 “저의 21년 검사 인생을 모두 걸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장씨를 외부서 만난 사실이 전혀 없고 사건과 무관한 이유로 연락한 적도 전혀 없다”며 “(일부 매체의)보도 내용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사실무근의 허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또 당사자의 반론권도 보장하지 않는 등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일부 매체를 상대로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나타나

실제 김 과장은 지난 10일 서초경찰서에 장씨와의 뒷거래 의혹을 보도한 유튜브 채널 ‘뉴탐사’의 강진구 기자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 또 이들을 상대로 총 3억원의 손배해상 소송도 제기했다.

또 녹취록을 제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인 A씨가 어떤 경위로 자료를 제공했는지, 공모 관계가 있었는지 등을 파악해 추가 고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최초 보도 매체를 상대로 강력 대응을 진행하면서 장씨에게 받은 장문의 사과 문자도 공개했다.

지난 13일 김 과장은 “장시호가 본건 취재가 시작될 무렵인 지난해 11월7일 및 11월26일 ‘지인에게 과시하기 위해 김영철 과장과 관련된 거짓말을 했으니 진심으로 용서해 달라’는 취지로 보낸 문자메시지”라며 전문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7일 문자를 통해 장씨는 “제 뒤에서 날 돌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 제가 너무 큰 거짓과 너무 나쁜 말을 지어내 인정받고 싶어서, 검사님이 매일 저와 통화하고 만나는 것처럼 말했습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고개 숙여 죄송합니다. (중략)부장님께 너무나 큰 잘못을 했습니다. 들으시면 뒤로 넘어가실 만큼 어이없고 황당하신 이야기들이 있습니다”라고도 했다. 

정치권 가세
전선 넓어져

같은 달 26일 보낸 문자에서는 “제가 이모에게 배운 게 누구 알고 누구 알고 그러니 내가 잘났다하는 나쁜 것만 배워서 어쩌다가 부장님을 제가 말도 안되는 일에 (중략)마치 연인인 것처럼 제가 지어낸 이야기 (중략)진심으로 반성하고 오해를 풀어드리고 싶으나 연락조차 전화조차 겁나서 이렇게 사실적인 모든 상황을 거짓 하나 없이 고해드립니다”라고 했다.

장씨가 김 과장에게 문자를 보낸 시간은 뒷거래 의혹과 관련해 언론의 취재가 시작될 무렵으로 알려졌다. 

언론사의 의혹 제기와 당사자의 부인, 녹취록과 문자메시지 등 근거 제시로 해당 사건은 진실 공방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과장을 직권남용과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수사 2부에 배당하고 검토에 나섰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해당 의혹에 말을 얹으면서 전선이 확대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8일 뒷거래 의혹을 정면으로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과장이 지난해 11월 두 차례에 걸쳐 받았다는 받았다는 장씨의 사과 문자가 공개되기 전이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이른바 ‘장시호 녹취록’을 재생했다. 영상을 재생한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 매체가 확보한)녹취록에 따르면 (검사가)장씨에게 증언을 대비해 ‘적어준 내용을 외우라’고 하는 내용이 있다. 이외에도 ‘김스타’라고 불리는 검사와의 불륜 관계 등 추잡한 일들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 “검사인지 깡패인지”
사법리스크 방탄 노림수?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해당 의혹에 강한 비판 의견을 냈다. 이 대표는 “검사들의 행패가 아주 만연해 있다”며 “검사인지 깡패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가 검사의 나라도 아닌데 검사 얘기가 참 많이 나온다”며 “대한민국 검찰이 맞나. 얼마나 간이 부었으면 대낮에 뻔뻔스럽게 이런 짓들을 저지를 수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검사가 장씨에게 증언하라고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형사처벌을 해야 할 중범죄라고 지적했다. 검찰 자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검사는 죄를 지어도 다 괜찮다는 생각, 없는 죄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해괴한 자만심이 (검찰에)가득한 것 아닌가”라며 “이런 일들이 보도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검찰 국가가 무서워서 다 침묵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이 대표의 반응에 검찰을 ‘악마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장시호씨가 지난해 11월 해당 검사에게 사과 문자를 보낸 것이 언론에 공개됐는데 이제는 또 뭘로 은근슬쩍 갈아타고 검찰을 악마화할까”라며 “민주당은 검찰 흔들기 정치공작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필사적으로 ‘이재명 방탄’에 올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서 뒷거래 의혹에 대해 공세를 펼치는 것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행보라는 주장이다. 오 전 의원은 “결국 이재명 대표(에 대한) 판결이 나면 ‘현타’ 올 것”이라고도 했다. 현타는 ‘헛된 꿈이나 망상 따위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시간’을 뜻하는 말이다. 

결과 따라
한쪽 죽는다?

수사기관과 정치권이 해당 의혹에 가세하면서 장씨를 둘러싼 논란은 진실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녹취록과 문자메시지 등 언론 매체와 김 과장이 제시한 근거에 대한 사실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 농단 사태가 정치권을 비롯해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이 큰 만큼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맞붙은 검찰 VS 민주당

사사건건 ‘으르렁’

지난 14일 검찰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뇌물공여 및 대북송금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 전 회장의 구형량에 대해 ‘편파 구형’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김 전 회장에게 내려진 구형량이 이 전 부지사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며 뒷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검찰은 억대의 뇌물을 수수하고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한 바 있다.

대책위는 “대한민국 주적인 북한에 천문학적인 금전을 제공한 김성태 회장에게는 솜방망이 구형을 하고 검찰의 진술 조작 범죄 의혹을 폭로한 이 전 부지사에게는 그보다 4배 많은 형량을 구형했다”며 “검찰권을 남용한 검사들의 위법행위를 반드시 단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주장에 수원지검도 입장문을 내고 맞섰다.

수원지검은 지난 15일 취재진에 “김성태의 경우 6월7일 선고 예정인 이화영 사건과 쟁점이 같은 혐의에 대해서는 분리해 선고할 필요가 있어 전날 뇌물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부분만 먼저 따로 떼어 분리 구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이어서 추후 심리가 종결되면 추가 구형을 할 예정”이라며 “마치 검찰이 김성태에 대해 가벼운 구형을 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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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