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1대 전반기 원구성 독식 이어 22대서 또다시 강행?

우원식 국회의장 선출과 민주당식 원구성의 상관관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홍익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국회 원구성을 앞둔 상황서 ‘온건파’로 분류되는 우원식 의원(5선)이 추미애 당선인(6선)을 제치고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면서다.

통상 국회의장은 여야 후보 중 제1당에서 맡는 게 관례였으며, 원구성의 경우 국회 의석수에 비례해 여야 협의로 나눠 배분해 왔다. 실제로 ‘상임위의 꽃’으로 불리는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운영위원장은 여당의 원내대표가 맡아왔다.

하지만, 이 같은 국회 관행을 깨겠다고 선전포고한 것이다.

앞서 지난 6일엔 박찬대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가 같은 프로에 출연해 “22대 국회 원구성 교섭이 지체돼 국회 기능을 지연시킨다면 민주당이(모든 상임위원장을) 가져오게 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책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야당 원내대표단과 계속 대화하고 협의해나가겠다. 국회가 여야 간 협치가 사라지면 대립, 갈등만 증폭되고 그런 모습은 결코 국민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당선인에 대해선 “우 의원과 상임위서 함께 활동했고 경제부총리 재임 시절, 예결위원장으로서 함께 국정을 고민한 인연이 있는 등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 의원”이라며 “국회서 여야 간 갈등‧투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가 이뤄지도록 가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원구성 독식 예고에 대해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소수당이나 여당이 맡았던 상임위들을 맡겠다고 하면 그것은 마치 소수당이 의장을 맡아야 된다는 주장만큼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라고들 한다”고 지적했다.

배 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새롭게 시작되는 22대 국회는 상생과 협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간사 배분을 두고 기존의 ‘연장자 우선’ 관행도 따르지 않기로 했다. 이는 일부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가 연장자 및 선수 관례를 감안해 후보 단일화했던 사례와 대비된다.

이날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선수·나이 등과 같은 관례에 묶이지 않겠다는 것이지 선수를 파괴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3선이 여럿일 경우 속도·전문성 등을 더욱 감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상임위 배분과 관련해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 대한 강한 의지만 밝힌 상태고,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며 “야당만으로 할 수 없고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부연했다.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홍 의원은 지난달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국회 상임위 원구성과 관련해 “현재와 같은 상임위원회 구조라면 법사위원장은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맡는 게 맞고, 그게 이번 총선의 민심이다. 운영위 역시 다수당이 책임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같은 경우 상‧하원 상임위원장을 모두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 다 가져간다”며 “원칙적으로 미국식 방식을 도입하자는 분들도 계신다.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국회 운영의 틀을 한번 바꾸는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서 특히 하반기 국회가 전혀 작동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법사위 문제가 있었다. 해도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든다. 법적 절차, 입법 과정의 절차를 지연시키거나 이런 정도가 아니라 안 되는 수준으로 만들어 놨다”고 비판했다.

홍 전 원내대표의 ‘현재와 같은 상임위 구조’라는 표현은 국민의힘이 맡고 있는 법사위와 운영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종료를 보름가량 앞두고 있는 21대 국회 상임위는 민주당 8개(정무‧교육‧행안‧농축수산‧산자‧보건복지‧환노‧여가위), 국민의힘 7개(운영‧법사‧기재‧과방‧외통‧국방‧정보위), 무소속 1개(문체위)로 구성돼있다. 이처럼 21대 원구성 은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민주당 내에서 상임위 독식이나 법사위, 운영위원장을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비교적 온건파인 우원식 의원이 전반기 국회를 이끌게 되면서 민주당이 밀고 있는 노란봉투법, 간호사법, 양곡관리법 등 법안 처리에 먹구름이 끼지 않겠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른바 국회의장의 고유권한 중 하나인 ‘본회의 법안 직권상정’을 적재적소에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법안의 최종 관문으로 통하는 법사위원회서 발목이 잡혀 각종 개혁 법안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 의원은 당선 수락연설서 “앞선 국회와는 완전히 다른 국회가 될 것이다. 여야 간 협의를 중시하지만 민심에 어긋나는 퇴보나 지체가 생긴다면 여야가 동의해서 만든 국회법에 따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던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은 여야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존처럼 원리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것으로 민주당 입장에선 반발 심리가 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당내서 강성 이미지가 강한 추 당선인이나 박주민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상임위원장에는 3선의 중진, 간사는 재선 의원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지난 2020년 6월29일, 21대 전반기 국회 원구성 당시 12개 중 11개 상임위를 모두 독식했던 바 있다. 그나마 정보위원장은 상임위원장과 국회부의장 등의 협의가 있어야 하는 관계로 선출이 불가했다.

한편 국회는 오는 20일부터 22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 원구성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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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