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 맞설’ 국힘 새 원내대표 과제 다섯

출발부터 앞이 깜깜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쉬운 길은 없다지만,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 내달리는 게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이다. 당도 어수선한 데다, 거대 야당에도 맞서야 한다. 추경호 신임 원내대표가 매머드급 야당을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너무나도 과제가 많다. 

국민의힘이 기나긴 구인난 끝에 신임 원내대표가 탄생했다. 그런데 또 영남권 출신이다. 당 조직적 측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거야에 둘러싸인 상황서 새 원내대표가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당내서 거는 기대가 크다. 앞서 윤재옥 전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독주를 막아내기가 버거웠다. 임기 말로 갈수록 방어에만 급급하다가 아쉬움 속에 임기를 끝마쳤다. 정치권에선 여당의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인난 끝에…
결국 추경호

애초 원내대표에 나설 인물을 구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원내대표 선거는 지난 2일 치러질 계획이었으나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대표적 친윤(친 윤석열)계인 이철규 의원만이 나홀로 나섰다. 

이 의원은 일찍부터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위해 시동을 걸었다. ‘친윤 중 친윤’으로 불리는 이른바 ‘찐윤’ 중 한 명인 그는 당내서 주요 요직을 맡으며 압도적 존재감을 보여왔다. 실제로 인재영입위원장,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당초 원내대표 단독 출마설까지 거론됐던 것과는 다르게 결국 원내대표 후보로 나서지 않았다. 이 의원과 관련한 추대설, 나이 연대(나경원-이철규 연대) 등 다양한 설이 난무했다. 그러나 결국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원내대표를 맡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출마설이 유력하게 떠오르자, 당정관계 등을 우려한 다양한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재빠른 총선 패배 수습을 위한 새 원내 지도부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가 없던 일로 되자, 선거 대진표는 수도권·충청권·대구·경북(TK) 의원 3자 구도로 펼쳐졌다. 수도권에서는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송 의원은 이번 총선을 포함, 경기도 이천서만 내리 3선 고지에 오른 인물이다. 강점으로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 중 몇 안 되는 수도권 의원이라는 점이다.

원내대표 후보 정견발표서도 송 의원은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서 특히 수도권서 참패했는데,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처절하고 간절한 성찰, 반성이 필요하다”며 수도권 패배를 지적했던 바 있다.

중도 확장론을 꺼내든 충청권의 이종배 의원도 참전했다. 이 의원은 충북 청주서 내리 4선 고지에 올랐으며, 후보군 중 가장 높은 선수라는 강점을 갖고 있었다. 또 중도층 흡수가 유리하고 기존의 당정 관계에 관한 해법에도 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찐윤 세력 빈 공간 메울지 관건
특검법 등 이탈 표심 관리해야

앞서 그는 출마 입장문을 통해 “경험을 바탕으로 현명한 협상을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석열정부 관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추경호 의원(초선)도 원내대표 선거에 뛰어들었다. 추 의원의 강점으로는 보수 결집을 한층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받았다. 


정견발표 당시 추 의원은 “민생 현안에 대해 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 긴밀한 당정 소통으로 유능하게 해법을 찾겠다”고 건강한 당정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추 신임 원내대표도 친윤으로 누가 되든 현재의 수직적인 당정 관계를 탈피할 수 있느냐는 부분에 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과 관계 설정은 이번 국면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과감히 ‘아니다 싶을 때엔 NO’를 외칠 수 있어야 민심을 끌어올 수 있다. 

소통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원외 인물들과도 폭넓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 민심을 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들은 비교적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인물로 평가하지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원내대표 선거는 지난 9일 치러졌다. 당선자 총회를 개최했고, 후보 토론을 통해 국민의힘이 처한 위기를 돌파할 전략을 내세웠다. 이날 국민의힘은 원내대표 선출 규정인 22조에 의거해 재적 의원 과반수 투표와 투표 의원 과반수의 득표를 획득한 추 후보를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차기 원내대표에게는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당장 일선서 물러난 찐윤 세력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윤석열정부 초기만 해도 핵심 그룹은 당의 전면에 나서 주류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제는 전면에 나서는 것 자체를 리스크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 

또다시
영남권

이 때문에 차기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봐야 하는데, 수직적 당정 관계의 우려는 여전히 산재하고 있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미 찐윤인 정진석 의원을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 앉혔다. 정 비서실장이 당 사정을 잘 알고 있고, 대통령실의 의중을 강화하려는 인사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따라서 차기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실과의 소통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주목된다. 

현재 국민의힘의 입지는 잔뜩 쪼그라든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서도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패싱당했다. 수직적 당정 관계의 여파인 셈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당 운영을 대통령실 의중에 맞춰왔다. 

당장 국민의힘은 여소야대에 형국에 처한 원구성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도 관건이다. 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가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맡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언급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은 21대 국회서 국민의힘에게 양보했던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차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신임 원내대표는 사실상 원구성부터 불리한 형국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하는 셈이다. 그는 운영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원장은 통상 국회의장 출신 정당의 상대 정당이 맡는 관행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 때 총선서 압승하면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이 같은 행태는 22대서도 그대로 이어질 방침이다. 추 신임 원내대표가 상임위 등 원구성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산적한 
숙제들

영남권 출신인 그는 결국 영남이라는 한정된 구도 속에서 여러 난제들을 매듭지어야만 한다. 그는 당선 소감으로 “108명이 똘똘 뭉치자”고 언급했다.

당내에서는 추 원내대표가 비록 영남 출신이지만 21대 국회서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고, 앞선 민주당과 협상 과정서 성과를 냈던 점을 인정받았다. 일례로 2021년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 체제를 끝낸 점이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당장 채 상병·검건희 여사 특검 이탈표를 단속해야 하는 임무가 놓여있다. 윤 대통령은 사실상 거부권을 시사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 전날인 오는 28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특검법을 재차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적 의원 중 절반 출석을 통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법안을 재의결하게 된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현재 21대 국회 재적 인원은 총 296명으로 출석 의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찬성표가 중요하다. 이 중 구속 수감 중인 윤관석 의원을 제외하고 295명 중 197명만 찬성표를 던질 경우, 특검법은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113명)이 모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지면 부결 처리된다. 

관건은 국민의힘 내의 이탈표다. 공개적으로 몇몇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검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던바 있는데, 이들 중 15명 이탈 시 특검법은 가결 처리된다. 이들은 이번 총선서 불출마했거나 낙선한 의원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과 관계 설정 변화 필요
비대위원장과 호흡도 상당히 중요

이런 탓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전운마저 감지된다. 당내서 총선 책임론의 타깃을 윤 대통령으로 조준할 경우, 즉시 타격할 수 있는 셈이다. 앞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체포동의안이 헌정사상 최초로 본회의를 통과했던 바 있다. 추 원내대표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당내 입단속(?)에도 성공해야 한다.

이 밖에 22대 국회는 국민의힘에게 있어 ‘범야권 192석’으로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에선 이번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다시 본회의에 올리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 특검법, 양평 고속도로 특검법 등 윤 대통령을 옥죌 사안들이 다수 대기 중이다. 추 원내대표가 이 같은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단기적인 방어에 치중할 게 아닌, 장기적 전략을 짜야 한다. 여소야대라는 유리한 야당 정국에 맞서 촘촘한 구상을 통해 오히려 정국을 주도할 수 있을 만한 플랜이 반드시 필요하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성도 중요하다. 비록 두 달간의 짧은 동행이지만 이 과정서 분란만 생긴다면 당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내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황 비대위원장은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오는 6월 말이나 7월 초가 아닌 8월경에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헌·당규상 필요한 절차가 40일이 소요되는 만큼 시기상으로 7월 이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원내대표의 6월 말에서 7월 초에 조속히 열어야 한다는 입장과 대치된다. 당내 반발이 거칠어지자 일단 한발 후퇴하는 액션을 취했다가 다시 입장을 선회했다.

추 원내대표는 차기 원내대표로서 전당대회 시기를 황 비대위원장과 조율해야 한다. 

시작부터
불리하다

한때 뜨겁게 달궜던 전당대회 룰 부분도 황 비대위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현행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상 당원투표 100%로 전당대회를 치르도록 돼있는데, 정진석 비서실장이 비대위원장 시절에 바꿨던 규정이다. 친윤 인사들은 현재대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전대 룰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신임 원내대표는 시작 전부터 불리하게 임기를 맞는다. 거야에 둘러싸여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21대 국회는 민주당만 상대했다면, 22대 국회는 여러 당과 맞서야 하는 정국이다. 초반 행보가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재옥 전 원내대표 마지막 메시지는?

국민의힘 윤재옥 전 원내대표가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정치보다는 상대를 선의의 경쟁자로 보는 문명의 정치로 바꿔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을 1년 1개월 동안 이끌어오며 어려운 형국에 처해왔음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그러면서 어려운 한 해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정쟁의 시간이 협치의 시간을 압도했다”며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여야가 협치하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원내대표가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협상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9일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당선자 총회에서는 “신임 지도부에 많은 숙제를 넘겨드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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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