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 윤석열-기시다 평행이론 내막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5.13 15:30:16
  • 호수 1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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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선 두 정상…그 끝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우리의 공통점은 맛있는 식사와 술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17일(현지시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나눈 말이다. 이날 두 정상은 원만한 한일 관계를 약속했지만, 서로의 입지가 원만하지 않다. 식사와 술을 좋아하는 것 외에도 두 정상이 겪고 있는 정치적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 흐름은 비슷하다. 정확히는 선거 이후에 일어난 일이 같은 틀에서 찍어낸 붕어빵 같다. 둘의 행보가 겹치기 시작한 것은 선거를 기점으로 시작된다. 시작은 지난달 10일, 22대 총선을 치렀던 윤 대통령부터다. 4·10 총선 투표율은 67.0%를 기록하며 32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똑같은 
발걸음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각각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지지층을 결집시켰기 때문이다. 심판론은 야당에게 힘을 실어줬고, 결국 여당은 참패했다. 지역구서 90석가량 건지는 데 그쳤고,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도 4년 전과 비슷한 규모였다.

특히 민주당은 수도권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중성동갑·을, 영등포갑·을, 광진갑·을, 강동갑·을, 마포을, 동작갑 등 이른바 한강벨트 격전지에 깃발을 꼽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텃밭인 호남(광주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과 제주 3석을 모두 차지했고, 중원인 충청권서도 28석 중 21석을 확보했다.

영남·강원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구서 보인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민주당은 지역구 의석으로만 단독 과반인 161석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 21대 총선 지역구 163석과 비슷한 규모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 수도권 의석은 19석에 그쳤다. 서울의 경우, 전통적 강세 지역인 강남 3구를 수성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동작을을 탈환하고 마포갑과 도봉갑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11석이라는 성적표에 빛이 바랬다. 인천(2석)은 지난 총선과 같았고, 경기(6석)는 오히려 1석 줄었다.

충청권서도 대전과 세종은 지난 총선에 이어 단 한 석도 가져오지 못했고, 충북도 3석으로 지난 총선과 같았다. 충남은 지난 총선보다 2석 줄어든 3석에 그쳤다. 대구, 경북의 25석을 모두 차지하고, 다른 격전지인 부산·울산·경남서 40석 중 34석을 확보하는 등 그나마 영남권을 지켜낸 것은 위안거리였다. 

국민의힘 지역구는 90석으로, 지난 총선(84석)보다 다소 늘었지만, 민주당에 견주기 어렵다. 이번 총선 결과는 일본 중의원 보궐선거 결과와 흡사하다. 공통점은 둘 다 ‘정권심판’의 성질을 띤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일본 3개 지역서 실시된 중의원 보궐선거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모두 이겼다.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이 재보궐선거서 1석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내각을 이끌던 2021년 4월 이후 3년 만이다.

일, 비자금 스캔들 ‘보수 전멸’
한, 채 상병 사망사건이 ‘시작’

이로써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위기에 몰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 15구, 혼슈 서부 시마네 1구, 규슈 나가사키 3구 중의원 의원을 뽑는 이날 보궐선거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후보가 모두 승리했다. 자유민주당은 선거구 3곳 중 2곳에는 아예 후보를 내지 못했고 소선구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자유민주당이 무패를 자랑해 ‘보수 왕국’으로 불린 시마네 1구에만 유일하게 후보를 냈으나 패배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야 1대1 구도로 치러진 시마네 1구가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자유민주당은 시마네 1구에 재무 관료 출신인 니시코리 노리마사를 공천했고 입헌민주당은 가메이 아키코 전 의원을 내세웠다. 양당은 이곳서 치열한 유세전을 벌였고 특히 다른 선거구에 후보를 내지 않은 자유민주당은 시마네 1구에 사활을 걸었다.


기시다 총리도 선거 고시 이후 두 차례 시마네현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자유민주당 후보를 누른 가메이 당선인은 “보수 왕국이라고 하는 시마네현서 이번 (선거)결과는 큰 메시지가 돼 기시다 정권에 닿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입헌민주당 후보는 불륜 파문을 겪은 베스트셀러 <오체불만족> 저자 오토타케 히로타다를 비롯해 후보 9명이 경쟁한 도쿄 15구, 야당 후보끼리 양자 대결을 펼친 나가사키 3구서도 각각 승리했다.

자유민주당이 ‘보궐선거 전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주요 언론들의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4·10 총선과 일본 중의원 보궐선거 이후 두 정상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내려갔다. 윤 대통령은 총선이 끝난 직후 지지율이 2주 전 대비(4·10 총선) 11%p 내린 27%로 나타났다. 취임 후 전국지표조사(NBS) 조사 기준 역대 최저치다.

기시다 총리도 마찬가지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25%로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고, <아사히> 26%, <마이니치 신문> 조사도 22%를 기록했다.

선거 후도
같은 행보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시다 측근 기하라 세이지 간사장 대리는 “지금 정권교체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이날 기하라 간사장 발언에 대해 <교도통신>은 “당세가 침체하는 현상에 위기감을 표명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는 6개월 넘게 이어진 ‘비자금 스캔들’ 사건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분석된다. 자유민주당 내에는 ‘파벌’로 불리는 여러 개의 정책 집단들이 존재한다. 기시다 총리만 해도 탈퇴는 했지만 본인 이름을 딴 ‘기시다파(고치정책연구회)’ 소속으로 총리가 됐다.

파벌을 운영하려면 정치자금이 필요하고 모금을 위한 행사, 소위 파티를 연다.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사야 한다. 파티권(입장권) 가격은 1장당 2만엔이었다. 개인이나 기업이 행사에 참석하면 이들 입장권 수익은 모두 파벌의 정치자금 수입이 되는 것이다.

파벌은 파티를 통해 수입이 생길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이를 회계장부에 적어야 한다. 문제가 된 것은 이 수입 일부를 회계장부에 적지 않고 자금을 모금한 일부 의원에게 돌려줬다는 것.

예를 들어 A 의원이 판매를 할당받은 파티권이 100장이라고 하면, 이보다 많은 150장을 판매했을 때 50장만큼의 금액을 회계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해당 의원에게 돌려준 식이다. 회계장부에 누락된 금액은 사용에 따른 영수증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의원들이 비자금 형태로 마음대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가장 심했던 파벌이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속했던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고, 총리가 소속됐던 기사다파도 포함했다. 도쿄지방검찰청 특수부가 즉각 수사에 나서 자유민주당 6개 파벌 중 최소 3곳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자유민주당 부패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비자금 문제는 일본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자유민주당은 부랴부랴 기시다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쇄신본부를 만들고 파벌 해체를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우선 2018~2022년 5년간 정치 자금 6억7503만엔(약 61억원)을 비자금으로 만든 아베파가 결성 45년 만에 파벌 해산을 선언했다.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1979년 만든 아베파는 소속 의원 98명을 보유한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이다. 기시다파(46명)와 ‘니카이파(시스이카이·38명)’ 또한 파벌 해체를 밝혔다.

결국 자유민주당이 비자금 조성 문제에 관련된 소속 의원 39명에게 탈당 권고, 공천 배제 등의 징계를 내렸다.

패배한
보수 왕국


자유민주당은 지난달 4일 당 규율위원회를 열어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사건에 연루됐던 아베파‧니카이파 소속 의원 39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2018년서 2022년까지 5년간 파벌 파티 수익금을 돌려받은 후 정치자금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금액이 500만엔(약 4450만원) 이상인 의원들이 징계 대상이다.

39명은 아베파·니카이파 소속 의원 전체 83명의 약 절반 정도에 달하는 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26~27일 아베파 간부 4명에게 비자금 사건에 대한 해명을 들은 뒤 “반성이 부족하다. 신뢰 회복을 위해 당의 절차를 거쳐 엄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처벌 수위는 당내 역할이나 금액에 따라 결정됐다. 아베파의 핵심 간부로 비자금 사건에 책임이 큰 시오노야 류, 시모무라 하쿠분, 니시무라 야스토시, 세코 히로시게 의원은 ‘제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탈당 권고’ 징계를 받았다.

나머지 의원들은 미기재 금액 규모에 따라 ‘당원 자격정지’ ‘선거 공천 제외’ ‘당 직무 정지’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의 여파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정권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에 머물고 있다. 결국 처벌 강화로 여론을 잠재우려 시도했지만 실패한 셈이다.

반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떨어진 배경은 일본의 상황보다 훨씬 복잡하다. 기시다 총리는 한 가지 사건으로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윤 대통령은 여러 가지 사건이 중첩돼있는 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여당의 실책과 실언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해 7월19일에 있었던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부터다. 여름 폭우 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 지역에 복구 및 지원 목적으로 제1사단 신속기동부대가 투입됐고, 작전에 투입됐던 채 상병이 “살려주세요”를 외치며 급류에 떠내려가 사망했다.

이후 수사마저 문제였다. 해병대 수사단은 수사 결과를 최종 결재권자인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 및 결재 후, 경상북도 경찰청으로 이첩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은 결재 이후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지만,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은 “관련자의 혐의 사실을 삭제하라”는 등의 해병대 수사단에게 지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기, 정상외교 후 지지율 ↑
윤, 첫 공식회담 후 지지율 ↓

이어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 서류를 경찰로부터 법적 근거 없이 회수하는 등의 행위를 했고,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에 대해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보직해임하고 입건하는 등 수사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쟁점은 ▲박정훈 대령에게 내린 것이 수사외압인지 ▲수사외압이라면 그 주체는 누구며 형사 처벌할 대상인 것인지’ 등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사고서 수사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피의자로 입건돼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다는 점도 뇌관으로 작용했다.

또 윤 대통령은 마트서 대파 가격이 875원인 것을 보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해당 마트가 윤 대통령 방문 시점에 맞춰 할인한 것이냐는 의혹과 함께 민생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밖에도 2000명 의대 학생 증원 문제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지지율이 폭락하기도 했다.

이런 시점서 한국과 일본은 모두 ‘정권 심판’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먼저 기시다 총리는 퇴진 움직임까지 나왔지만, 현재 표면적인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자위대 역할을 키우기 위한 헌법 개정을 시도 중이지만, 낮은 지지율로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곧 반등이 있었다.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과 일본 황금연휴 기간 프랑스, 브라질, 파라과이 순방 등, 활발한 정상외교 활동을 바탕으로 기시다 총리 지지율이 7%p 올라 29.8%를 나타냈다. 이번 달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담 성과로 지지율 반전에 힘을 쓸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경우, 채 상병 사망사건에 윤 대통령의 관여가 확인될 경우, 바로 탄핵 사유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CBS 라디오>서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할 것이라고 본다. 윤 대통령의 심복이라고 하는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의 사건 관여가 나왔지 않느냐? 이 말은 뭐냐면 (사건이)대통령 자신의 일로 직결된다는 걸 대통령 자신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갈림길

조 대표는 “이런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관여가 확인되면 이건 바로 탄핵 사유가 된다. 윤 대통령은 이걸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채 상병 특검법을 막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악재 속에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1.6%p 감소한 26.7%을 기록했다(지난 8일 기준). 낮은 지지율을 의식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첫 공식 회담을 진행했지만, 이렇다 할 긍정적인 지지율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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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