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 윤석열-기시다 평행이론 내막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5.13 15:30:16
  • 호수 1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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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선 두 정상…그 끝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우리의 공통점은 맛있는 식사와 술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17일(현지시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나눈 말이다. 이날 두 정상은 원만한 한일 관계를 약속했지만, 서로의 입지가 원만하지 않다. 식사와 술을 좋아하는 것 외에도 두 정상이 겪고 있는 정치적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 흐름은 비슷하다. 정확히는 선거 이후에 일어난 일이 같은 틀에서 찍어낸 붕어빵 같다. 둘의 행보가 겹치기 시작한 것은 선거를 기점으로 시작된다. 시작은 지난달 10일, 22대 총선을 치렀던 윤 대통령부터다. 4·10 총선 투표율은 67.0%를 기록하며 32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똑같은 
발걸음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각각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지지층을 결집시켰기 때문이다. 심판론은 야당에게 힘을 실어줬고, 결국 여당은 참패했다. 지역구서 90석가량 건지는 데 그쳤고,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도 4년 전과 비슷한 규모였다.

특히 민주당은 수도권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중성동갑·을, 영등포갑·을, 광진갑·을, 강동갑·을, 마포을, 동작갑 등 이른바 한강벨트 격전지에 깃발을 꼽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텃밭인 호남(광주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과 제주 3석을 모두 차지했고, 중원인 충청권서도 28석 중 21석을 확보했다.

영남·강원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구서 보인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민주당은 지역구 의석으로만 단독 과반인 161석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 21대 총선 지역구 163석과 비슷한 규모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 수도권 의석은 19석에 그쳤다. 서울의 경우, 전통적 강세 지역인 강남 3구를 수성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동작을을 탈환하고 마포갑과 도봉갑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11석이라는 성적표에 빛이 바랬다. 인천(2석)은 지난 총선과 같았고, 경기(6석)는 오히려 1석 줄었다.

충청권서도 대전과 세종은 지난 총선에 이어 단 한 석도 가져오지 못했고, 충북도 3석으로 지난 총선과 같았다. 충남은 지난 총선보다 2석 줄어든 3석에 그쳤다. 대구, 경북의 25석을 모두 차지하고, 다른 격전지인 부산·울산·경남서 40석 중 34석을 확보하는 등 그나마 영남권을 지켜낸 것은 위안거리였다. 

국민의힘 지역구는 90석으로, 지난 총선(84석)보다 다소 늘었지만, 민주당에 견주기 어렵다. 이번 총선 결과는 일본 중의원 보궐선거 결과와 흡사하다. 공통점은 둘 다 ‘정권심판’의 성질을 띤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일본 3개 지역서 실시된 중의원 보궐선거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모두 이겼다.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이 재보궐선거서 1석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내각을 이끌던 2021년 4월 이후 3년 만이다.

일, 비자금 스캔들 ‘보수 전멸’
한, 채 상병 사망사건이 ‘시작’

이로써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위기에 몰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 15구, 혼슈 서부 시마네 1구, 규슈 나가사키 3구 중의원 의원을 뽑는 이날 보궐선거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후보가 모두 승리했다. 자유민주당은 선거구 3곳 중 2곳에는 아예 후보를 내지 못했고 소선구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자유민주당이 무패를 자랑해 ‘보수 왕국’으로 불린 시마네 1구에만 유일하게 후보를 냈으나 패배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야 1대1 구도로 치러진 시마네 1구가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자유민주당은 시마네 1구에 재무 관료 출신인 니시코리 노리마사를 공천했고 입헌민주당은 가메이 아키코 전 의원을 내세웠다. 양당은 이곳서 치열한 유세전을 벌였고 특히 다른 선거구에 후보를 내지 않은 자유민주당은 시마네 1구에 사활을 걸었다.


기시다 총리도 선거 고시 이후 두 차례 시마네현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자유민주당 후보를 누른 가메이 당선인은 “보수 왕국이라고 하는 시마네현서 이번 (선거)결과는 큰 메시지가 돼 기시다 정권에 닿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입헌민주당 후보는 불륜 파문을 겪은 베스트셀러 <오체불만족> 저자 오토타케 히로타다를 비롯해 후보 9명이 경쟁한 도쿄 15구, 야당 후보끼리 양자 대결을 펼친 나가사키 3구서도 각각 승리했다.

자유민주당이 ‘보궐선거 전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주요 언론들의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4·10 총선과 일본 중의원 보궐선거 이후 두 정상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내려갔다. 윤 대통령은 총선이 끝난 직후 지지율이 2주 전 대비(4·10 총선) 11%p 내린 27%로 나타났다. 취임 후 전국지표조사(NBS) 조사 기준 역대 최저치다.

기시다 총리도 마찬가지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25%로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고, <아사히> 26%, <마이니치 신문> 조사도 22%를 기록했다.

선거 후도
같은 행보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시다 측근 기하라 세이지 간사장 대리는 “지금 정권교체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이날 기하라 간사장 발언에 대해 <교도통신>은 “당세가 침체하는 현상에 위기감을 표명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는 6개월 넘게 이어진 ‘비자금 스캔들’ 사건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분석된다. 자유민주당 내에는 ‘파벌’로 불리는 여러 개의 정책 집단들이 존재한다. 기시다 총리만 해도 탈퇴는 했지만 본인 이름을 딴 ‘기시다파(고치정책연구회)’ 소속으로 총리가 됐다.

파벌을 운영하려면 정치자금이 필요하고 모금을 위한 행사, 소위 파티를 연다.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사야 한다. 파티권(입장권) 가격은 1장당 2만엔이었다. 개인이나 기업이 행사에 참석하면 이들 입장권 수익은 모두 파벌의 정치자금 수입이 되는 것이다.

파벌은 파티를 통해 수입이 생길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이를 회계장부에 적어야 한다. 문제가 된 것은 이 수입 일부를 회계장부에 적지 않고 자금을 모금한 일부 의원에게 돌려줬다는 것.

예를 들어 A 의원이 판매를 할당받은 파티권이 100장이라고 하면, 이보다 많은 150장을 판매했을 때 50장만큼의 금액을 회계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해당 의원에게 돌려준 식이다. 회계장부에 누락된 금액은 사용에 따른 영수증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의원들이 비자금 형태로 마음대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가장 심했던 파벌이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속했던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고, 총리가 소속됐던 기사다파도 포함했다. 도쿄지방검찰청 특수부가 즉각 수사에 나서 자유민주당 6개 파벌 중 최소 3곳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자유민주당 부패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비자금 문제는 일본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자유민주당은 부랴부랴 기시다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쇄신본부를 만들고 파벌 해체를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우선 2018~2022년 5년간 정치 자금 6억7503만엔(약 61억원)을 비자금으로 만든 아베파가 결성 45년 만에 파벌 해산을 선언했다.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1979년 만든 아베파는 소속 의원 98명을 보유한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이다. 기시다파(46명)와 ‘니카이파(시스이카이·38명)’ 또한 파벌 해체를 밝혔다.

결국 자유민주당이 비자금 조성 문제에 관련된 소속 의원 39명에게 탈당 권고, 공천 배제 등의 징계를 내렸다.

패배한
보수 왕국


자유민주당은 지난달 4일 당 규율위원회를 열어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사건에 연루됐던 아베파‧니카이파 소속 의원 39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2018년서 2022년까지 5년간 파벌 파티 수익금을 돌려받은 후 정치자금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금액이 500만엔(약 4450만원) 이상인 의원들이 징계 대상이다.

39명은 아베파·니카이파 소속 의원 전체 83명의 약 절반 정도에 달하는 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26~27일 아베파 간부 4명에게 비자금 사건에 대한 해명을 들은 뒤 “반성이 부족하다. 신뢰 회복을 위해 당의 절차를 거쳐 엄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처벌 수위는 당내 역할이나 금액에 따라 결정됐다. 아베파의 핵심 간부로 비자금 사건에 책임이 큰 시오노야 류, 시모무라 하쿠분, 니시무라 야스토시, 세코 히로시게 의원은 ‘제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탈당 권고’ 징계를 받았다.

나머지 의원들은 미기재 금액 규모에 따라 ‘당원 자격정지’ ‘선거 공천 제외’ ‘당 직무 정지’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의 여파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정권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에 머물고 있다. 결국 처벌 강화로 여론을 잠재우려 시도했지만 실패한 셈이다.

반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떨어진 배경은 일본의 상황보다 훨씬 복잡하다. 기시다 총리는 한 가지 사건으로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윤 대통령은 여러 가지 사건이 중첩돼있는 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여당의 실책과 실언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해 7월19일에 있었던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부터다. 여름 폭우 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 지역에 복구 및 지원 목적으로 제1사단 신속기동부대가 투입됐고, 작전에 투입됐던 채 상병이 “살려주세요”를 외치며 급류에 떠내려가 사망했다.

이후 수사마저 문제였다. 해병대 수사단은 수사 결과를 최종 결재권자인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 및 결재 후, 경상북도 경찰청으로 이첩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은 결재 이후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지만,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은 “관련자의 혐의 사실을 삭제하라”는 등의 해병대 수사단에게 지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기, 정상외교 후 지지율 ↑
윤, 첫 공식회담 후 지지율 ↓

이어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 서류를 경찰로부터 법적 근거 없이 회수하는 등의 행위를 했고,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에 대해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보직해임하고 입건하는 등 수사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쟁점은 ▲박정훈 대령에게 내린 것이 수사외압인지 ▲수사외압이라면 그 주체는 누구며 형사 처벌할 대상인 것인지’ 등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사고서 수사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피의자로 입건돼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다는 점도 뇌관으로 작용했다.

또 윤 대통령은 마트서 대파 가격이 875원인 것을 보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해당 마트가 윤 대통령 방문 시점에 맞춰 할인한 것이냐는 의혹과 함께 민생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밖에도 2000명 의대 학생 증원 문제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지지율이 폭락하기도 했다.

이런 시점서 한국과 일본은 모두 ‘정권 심판’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먼저 기시다 총리는 퇴진 움직임까지 나왔지만, 현재 표면적인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자위대 역할을 키우기 위한 헌법 개정을 시도 중이지만, 낮은 지지율로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곧 반등이 있었다.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과 일본 황금연휴 기간 프랑스, 브라질, 파라과이 순방 등, 활발한 정상외교 활동을 바탕으로 기시다 총리 지지율이 7%p 올라 29.8%를 나타냈다. 이번 달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담 성과로 지지율 반전에 힘을 쓸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경우, 채 상병 사망사건에 윤 대통령의 관여가 확인될 경우, 바로 탄핵 사유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CBS 라디오>서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할 것이라고 본다. 윤 대통령의 심복이라고 하는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의 사건 관여가 나왔지 않느냐? 이 말은 뭐냐면 (사건이)대통령 자신의 일로 직결된다는 걸 대통령 자신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갈림길

조 대표는 “이런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관여가 확인되면 이건 바로 탄핵 사유가 된다. 윤 대통령은 이걸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채 상병 특검법을 막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악재 속에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1.6%p 감소한 26.7%을 기록했다(지난 8일 기준). 낮은 지지율을 의식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첫 공식 회담을 진행했지만, 이렇다 할 긍정적인 지지율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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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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