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서열 2위’ 국회의장 쟁탈전

물 만난 잠룡들 ‘명심 전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대한민국 의전 서열 1위는 대통령이다. 그다음은 통상 국회의장으로 분류된다. 의전 서열 2위를 차지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거물급 잠룡들의 몸풀기가 시작됐다. ‘친명(친 이재명계 일색’ 민주당에 국회의장까지 ‘찐명’ 몫으로 돌아갈 상황이다.

차기 국회의장(이하 의장)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4파전으로 예고됐던 선거가 지난 주말 사이 우원식·추미애 당선인의 양자구도로 정리되는 등 물밑 경쟁도 치열한 양상이다.

그동안 의장직은 다수당의 5선 이상인 중진급 의원이 맡는 게 관례였다. 원내 정당의 의견을 교섭하고 조율하는 역할인 만큼 계파색이 옅은 인사가 적임자로 여겨졌다. 이는 국회의장에게 주어지는 ‘직권상정’이라는 특권 때문이다. 의장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시킬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

가운데서…
외로운 싸움

현재 국회를 이끄는 수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이다. 김 의장의 임기는 오는 29일 종료되며 차기 의장은 오는 16일 선출된다.

김 의장은 국민의정부서 중용돼 부총리를 비롯한 장·차관 등을 역임했다. 2002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에는 수원서 내리 5선에 성공하면서 당내 우직한 인사로 평가받아왔다.


선수가 높았던 탓에 21대 전반기 국회의 의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당시 6선이었던 박병석 의원과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불출마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 의장은 이로부터 2년 뒤인 2022년 21대 후반기에 의사봉을 쥔 후로 지금까지 국회를 이끌고 있다.

당선 당시 김 의장은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며 “당적을 졸업할 때까지 선당후사의 자세로 민주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의장이 당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우려와 달리 김 의장이 무조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일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오히려 임기 막바지엔 친정인 민주당으로부터 쓴소리를 듣기까지 했다. 법안 상정 시 여야 합의를 지나치게 중요시한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본회의에 (법안을)올릴 때 무조건 우리 편을 들어달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민심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봐야 할 것 아닌가”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21대 후반기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험난함의 연속이었다.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온갖 특검법이 쏟아지면서 강대강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평소 온화하기로 소문난 김 의장조차 본회의 진행 중 의원들의 고성이 이어지자 처음으로 “국민이 보고 있습니다!”라며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4·10 총선 이후 본격적인 수난 시대가 열렸다. 이번 총선을 통해 ‘윤석열정부 심판론’이 힘을 받자 정부·여당을 향한 민주당의 압박 수위가 단숨에 높아진 탓이다.

지난 2일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과정서 김 의장의 고초가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김 의장은 멕시코·인도네시아·대한민국·튀르키예·호주 의회로 구성된 협의체인 ‘믹타(MIKTA)’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야당 내에서 “해당 법안을 상정하지 않을 경우 출장길을 막겠다”며 의장을 압박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어르고 달래도 소용없는 여야
21대 국회 끝도 진흙탕 싸움

본회의 직전까지도 야당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의장실서 나온 김 의장 옆으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끈질기게 쫓아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강 의원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붙자 김 의장은 “알아들었다” “본회의장서 한다니까”라며 결국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채 상병 특검은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돼 통과하면서 김 의장을 향한 공세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전세 사기 특별법 등 예민한 현안이 산적한 만큼 21대 국회 폐원 전까지 김 의장의 책임은 여전히 막중하다.

국회의원 300명이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도출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김 의장은 언제나 여야 협치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21대 국회가 이견 조율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불만이 나오자 차기 의장을 노리는 후보들은 저마다 ‘탈중립’을 강조하면서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쏴 올린 인사는 경기 하남갑에 당선돼 6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추 당선인은 지난달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과 관련해 “국민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혁신 의장에 대한 기대라면 얼마든지 자신감 있게 그 과제를 떠안을 수 있다”고 말해 출마를 암시했다.

추 당선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의장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립도 아니다”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후 강성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그를 차기 의장으로 밀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다른 후보 역시 앞다퉈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5선인 민주당 우원식 당선인은 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 의장이 되겠다”며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우 당선인은 자신을 이 대표의 ‘사회개혁 가치의 동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윤정부에 맞서기를 주저한 적이 없다. 국회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말로만이 아닌 온몸을 던져 싸워왔다. 윤정부의 민주주의 후퇴, 삼권분립 훼손에 단호히 맞서 제대로 싸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6선 민주당 조정식 당선인도 같은 날 출마를 선언했다. 조 당선인은 입장문을 통해 “국회 국토교통위원장과 예결위 간사, 당 정책위의장 및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실력을 검증 받았다”며 “특히 지난 1년 8개월 간 당 사무총장으로서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지키고 총선 승리를 이끄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확 바뀐
패러다임

조 당선인은 이번 총선의 민의를 ‘민생회복과 윤정부에 대한 심판과 견제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22대 국회는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실현해야 한다”며 “당원과 국민의 뜻을 받들고 개혁국회의 성과를 낼 국회의장이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당선인은 후보 마감일인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민의를 따르는 ‘개혁국회’를 만들어 민생을 되살리고 평화를 수호하며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며 “첫 번째 민생 입법으로 이 대표가 제안한 신용사면 등 처분적 법률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5선의 민주당 정성호 당선인도 같은 날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빛나게 하는 ‘뒷바라지 국회의장’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정 당선인은 “이번 총선의 민의는 소극적 국회를 넘어서는 적극적이고 강한 국회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를 받들어 국회의 권위를 회복하고 민생과 민주주의의 효능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던 5선 민주당 박지원 당선인은 “지금은 제가 나설 때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22대 국회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우리 당의 좋은 국회의장 후보가 선출되기를 기대한다”며 “이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나라를 살리고 민주당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렇듯 4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던 의장 선거는 주말 사이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지난 12일, 조 당선인과 정 당선인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추 당선인과 우 당선인으로 후보군이 압축됐다.

조 의원은 이날 추 당선인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민주당이 대동단결해서 총선 민심을 실현하는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해 제가 마중물이 되고자 의장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추 후보가 연장자라는 점을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정 당선인도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당선인과 달리 추 당선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진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친명계 핵심부가 의장 선거를 앞두고 추 당선인으로 교통정리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추 당선인은 후보 중 가장 선수가 높고 연장자인 만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관례에 따랐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추 당선인의 선명성을 높이 샀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선명성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데에는 김 의장의 과도한 중립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풀어지는
중립 기어

추 당선인은 “옳은 방향으로 갈 듯 폼은 다 재다가 갑자기 기어를 중립으로 넣어버리고 멈춰버려 죽도 밥도 아닌,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우를 범한 전례가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선명성 경쟁에 대해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김진표 학습 효과’라고 해석했다.

최 평론가는 “김 의장은 ‘일단 여야가 합의를 해오지 않으면 상정하지 않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데 대다수의 민주당 당원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22대 국회의장 선거에서는 기계적 중립이 필요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의장 선거를 약 일주일 앞두고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기류가 점차 굳어지는 분위기다. “의장이 아닌 정부·여당과 맞서 싸우기 위한 당 대표를 뽑는 것 같다”는 여권의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3일 친명계 박찬대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임된 가운데 의장까지 친명 체제로 꾸려진다면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22대 국회처럼 여소야대 국면서 야당이 강경 입법 드라이브를 예고한 상황이라면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9개의 법안을 21대 국회서 마무리하겠단 방침이다. 폐원 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그동안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간호법 ▲노란봉투법(노조법) ▲방송 3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이다. 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발의할 수 있다”면서도 “필요 시에는 이들 법안을 묶어 ‘패키지’ 형태로 재발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등 중요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여당은 협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면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킬 수 있게 된다. 대통령 재의요구권인 거부권 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는 만큼 여당의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한쪽으로 기운 의장은 꼭두각시”
우려에도 ‘찐명’ 내세운 이유?

그동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밀어붙일 때마다 ‘입법 폭주’라며 “타협과 절충으로 이뤄낸 협치의 싹이 또다시 거대 야당의 폭주로 꺾였다”고 비판해 왔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의원 개인의 목소리를 억제하고 이 대표의 엄명을 따르라 강요하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의전 서열 2위이자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민주당 후보들조차 이 대표의 눈에 들어보겠다며 위헌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 대표 연임 추대론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은 전체주의 집단으로 전락한 것인가”라고 견제에 나섰다.

민주당 단일 체제에 우려를 표하는 건 여권뿐만이 아니다. 김 의장도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된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MBN과의 인터뷰서 중립의무를 비판한 후보를 겨냥한 듯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한 사람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장 선거를 앞두고 의장의 중립적인 태도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가적 현안을 여야 간에 협의하라고 국민이 위임한 기관 아니냐”며 “끝까지 협의해야 제대로 된 선진 민주정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력이나 국민의 의식은 다 높은 수준에 가 있는데 정치인들만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의 정치를 한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싹쓸이
한다면…

정치권에서는 의장 후보들이 선명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 의장의 국회 운영 방식에 갈증을 느꼈다는 평이 대부분이지만 거대 야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실행력 있는 의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점차 무게가 쏠린다.

민주당 내에서는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과 ‘민심’은 다르다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여당과 협치보다는 총선서 승리를 이끈 이 대표와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 의장직에 어울리지 않겠냐”는 설이 나오면서 민주당이 22대 국회 고삐를 꽉 죄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민주당은 민심을 빠르게 좇지 못한 김 의장이 비판받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며 “(민주당이)국회를 쥐더라도 민심을 잘 파악한다면 지금과 같은 비판은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부의장도 친명전

차기 국회부의장(이하 부의장)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도 막을 올렸다.

야당 몫의 부의장 후보로 4선의 남인순·민홍철·이학영 의원이 물망에 오르면서 해당 선거 역시 최소 3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후보들은 이번 총선 승리의 의미를 강조하며 국회의장(이하 의장)과 합을 맞춰 22대 국회를 ‘개혁 국회’로 이끄는 데 방점을 찍었다.

부의장은 의장과 달리 당적 보유가 가능하다.

이들 중 대다수가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만큼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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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