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 제기를 두고 특검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 내에서 이른바 ‘3김 여사 특검’을 제안하는 주장이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여기서 3김 여사는 김건희·김혜경·김정숙 여사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당선인이 민주당 등 야당에 3김 여사 특검을 제안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연히 민주당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서 미리 선수쳤다는 주장이다.
사실 민주당 입장에선 김 당선인의 제안을 받아들일 하등의 이유도 없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김혜경 여사(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배우자)의 법인카드 불법 유용 문제와 이미 지나가 버린 김정숙 여사(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의 고가의 의상 논란에 대한 특검을 굳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자칫 3김 여사 특검을 수용했다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결과가 나오게 될 경우, 국민의힘에게 정국의 주도권을 내주게 되는 것은 물론 그 불똥이 이 대표에게로까지 튈 수도 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정계 인사는 “김 당선인도 민주당 입장서 ‘무리한 제안’이라는 것을 빤히 알고서 운을 띄웠다는 게 정설”이라며 “민주당도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해병대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검건희 여사 명품 수수 의혹 등으로 인해 윤석열정부 국정 지지도가 상당히 부정적인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선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아와야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김 당선인의 ‘3김 여사 특검’ 역제안에 대해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8일,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고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 파이팅 배승희입니다> 인터뷰서 “아무리 정치를 처음 하더라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22대 국회가 막말이 난무하겠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논리대로라면 이명박·박근혜 때도 같이 묶어서 특검하자고 해야 했었다”며 “전혀 다른 사안을 갖고 단순히 여사라는 이유로 다 묶어버리겠다는데 세상에 이런 게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날 박은정 조국혁신당 당선인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총선을 통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부분을 심판했는데, 마치 공평한 것처럼 물타기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 당선인은 “‘김건희 특검’에 대해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과반이 넘는 국민들이 찬성한다고 주장하고 계신데, 수사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당선인은 지난 7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적어도 3억원 이상으로 보는 김혜경 여사의 국고손실죄 의혹에 대한 특검, 김정숙 여사의 관봉권을 동원한 옷과 장신구 사 모으기 의혹, 그 옷과 장신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3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국민의힘이)역제안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관봉권이란 조폐공사가 한국은행으로 신권을 보낼 때 액수와 화폐 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보증하는 의미로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서 보내는 지폐를 말하며, 흔히 돈다발로도 불린다.
김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어 “군내 (해병대 채 상병)사망사건을 경찰이 조사하도록 법이 바뀐 후 첫 케이스라서 보인 매끄럽지 못한 처리가 특검 대상이라면 울산시장 부정선거에 대한 특검, 서해 공무원 이씨 죽음에 대한 특검도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해선 “국민의 목숨과 건강이 걸려있는 문제이므로, 1년 유예 후 재논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서해 공무원 사건을 수사했던 해경 및 국방부는 북한과의 군 교신 감청 내용을 근거로 이씨가 개인채무 등을 이유로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이후인 지난 2022년 6월16일, 2년 전 문정부의 수사 결과를 번복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연수구 옥련동 인천해양경찰 대회의실서 “2020년 9월,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서 실종된 뒤 북한 해역서 총격으로 사망한 해수부 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인 이모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서장은 “국방부 발표 등을 근거로 피격 공무원의 월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현장조사 등을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숙 여사의 고가 의상 논란은 2018년 10월, 프랑스 순방 당시 유명 해외 브랜드 중 하나인 샤넬 자켓을 입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특수활동비 논란이 불거졌다. 그해 3월엔 인도 유학생 행사에 참석하면서 상의에 고양이과 동물의 브로치를 착용했는데 해외 명품 브랜드인 까르띠에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입길에 올랐다.
당시 청와대는 “의상 착용 후 바로 반납했다”고 입장을 밝혔고, 탁현민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구태여 밝혀지거나 끄집어내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있는데, 김 여사의 의상 논란은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김 당선인은 경희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윤석열정부 들어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정치지역분과위원장을 맡았던 인물로 지난 4·10 총선서 비례대표로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par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