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제주도 현무암 알리야

1970년대만 해도 제주도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학생들 가방 안엔 귤 한 박스와 용두암 해변서 주운 주먹만한 현무암이 들어 있었다. 귤은 당시 육지서 귀한 과일로 부모님 선물이었고, 현무암은 제주도를 다녀왔다는 기념물로 소장하기 위해서였다.

귤은 먹어 없어져 시간이 지나면 제주도 추억으로부터 점점 멀어졌지만, 현무암은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해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온 한참 후에도 제주도를 추억하게 하는 소재가 됐다.

지난여름 필자의 제주도 여행 당시,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용두암서 주웠던 현무암이 생각나 우도 해변서 자그마한 현무암 하나를 주웠다.

그런데 펜션 직원이 주워온 현무암을 보더니, “현무암을 가지고 나가다가 공항 검색대에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귀띔해줬다. 아쉽지만 펜션 뜰에 놓고 올 수밖에 없었다.

팬션 직원의 말에 의하면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제주도서 현무암을 갖고 나가다가 공항 검색에 걸려 회수된 양이 매주 컨테이너 2~3개 정도나 됐다.

제주도가 2012년부터 제주도의 돌을 보존하기 위해 타 지역으로의 반출을 엄격하게 제한했는데도 그만큼 제주도 현무암이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갖고 나가는 현무암이 점점 늘어나면서 화산섬인 제주도서 제주도를 상징하는 현무암을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제주도가 현무암 반출을 제한한 건 잘한 일이다.

그러나 수많은 관광객들이 반출 단속 전에 육지로 가져간 엄청난 양의 현무암이 육지 사람에게 제주도를 기억하게 했고, 제주도를 사랑하게 했고, 또 육지에 나와 있는 제주도 사람들의 향수를 달래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금까지 제주도서 육지로 나와 책상이나 수족관, 화단 등에서 외롭게 자리를 지키며 제주도의 정신을 잊지 않고, 육지에 제주도를 알려왔던 현무암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의미다. 

필자는 2000여년 동안 세계 각지에 흩어져 디아스포라 생활을 했던 유대인이 1948년 시오니즘에 의해 이스라엘을 재건했듯이, 오랫동안 육지로 나가 흩어져 있던 제주도의 현무암도 이제 다시 제주도에 모여, 돌이 많은 제주도의 위상을 다시 재건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현재 제주도서 제주도를 상징하는 현무암을 쉽게 볼 수 없다는 건 제주도나 관광객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제주도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현무암을 돌려보내야 한다. 관광객이 육지에 흩어져 있는 제주도의 현무암을 하나씩 갖다주거나 택배로 보내는 캠페인을 벌인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지금 제주도는 자신의 밭에서 나온 돌조차 마음대로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단속이 심하다고 한다. 현무암 반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제 제주도가 현재 상황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디아스포라 현무암’을 ‘시오니즘 현무암’으로 바꾸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제주도가 현무암 반출 단속이라는 소극적인 대책만 강구하지 말고, 현무암 반입 홍보라는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 돌이 많은 제주도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육지에 있는 제주도의 현무암을 일반인이 택배로 보내주거나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다시 제주도에 돌려주면서 자신도 돌이 많은 제주도를 재건하는 데 동참했다는 자부심도 가지게 돼, 차원 높은 제주도 사랑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육지에 나와 있는 제주도의 현무암은 제주도의 얼이고, 제주도의 땅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흩어져 있는 제주도의 얼과 땅이 다시 모여 제주도를 가장 제주도답게 만들어 2000여년 동안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 강대국이 된 이스라엘처럼 세계 최강의 자연유산도시 제주도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머지 않아 ‘현무암 알리야’라는 노래가 제주도 상공에 울려 퍼지면서 제주도가 화산섬이라는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알리야는 히브리어로 유대인 디아스포라들이 유대인의 땅인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17개 시도서 광역시를 제외한 9개도 중 7개도는 모두 한반도처럼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충청북도는 4면이 육지로, 제주도는 4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면적도 충청북도와 제주도가 제일 꼴찌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충청북도는 4면이 육지라 마음만 먹으면 확장성을 가질 수 있지만, 제주도는 4면이 바다라서 그렇지도 못하다. 제주도가 스스로 제주도답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90%가 현무암 지대인 제주도서 현무암을 쉽게 볼 수 없다고 땅속에 묻힌 현무암을 캐 내놓을 수도 없고, 외국서 수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청 관계자에게 제주도를 화산섬인 제주도답게 만들기 위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현무암을 모아 ‘현무암 알리야탑’ 건립을 제안하고 싶다.

만약 제주도에 ‘현무암 알리야탑’이 세워진다면, 매년 제주도를 찾는 1400만명 관광객(외국인 120만명)이 현무암의 디아스포라와 시오니즘 정신이 담긴 ‘현무암 알리야탑’을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기’를 잘하는 우리 국민의 저력도 같이 느낄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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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