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①군사정권이 청소한 동심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5.06 11:28:25
  • 호수 1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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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세상의 억울한 사람들이여, 죽음을 꿈꾸되 자살은 잠시 후에 하라. 그대 마음속 깊이 천국이 있나니… <어느 생명의 메아리>. 볕이 따스한 마당 앞의 콘크리트 축담 위에 앉아 자칭 ‘청춘노인’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간혹 불어오는 꽃샘바람이 허연 머리카락을 흩날린다.

무서운 외섬 

“흠, 대통령이 도둑맞았다고 온 나라가 난리법석인데… 도둑질? 대체 누가 무엇을 도둑맞은 걸까? 이를테면…… 한쪽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자리를…… 협잡질과 사이버 댓글 부정선거로 강탈당했다는 비분강개이고…… 다른 한쪽은 이미 당선된 여대통령의 권위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채…… 종북 빨갱이 세력에 의해 훼손당하고 침탈당할 수도 있다는 울분이 아니야? 흐음, 내가 잘못 봤다면 미안…”

그는 숨이 가쁜지 가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동안 헐떡거렸다.

“그녀의 아버지 시절에도 그랬었지. 시대는 변했다는데 어찌 그리 똑같은지… 내가 그 무서운 섬에서 고생할 때 그녀는 아마 예쁜 소녀였겠지. 흠, 이건 늙은이의 한갓 로맨티시즘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일단 당선이 된 상태니 기회는 한번 줘 봐야지 않을까? 설령 선거공약이 헛약속이 되더라도, 나 같은 사람은 노인연금 따윈 애초부터 받을 염이 없었다구. 내가 뭘 한 게 있어야지. 어린 거렁뱅이 시절부터 나 혼자 살아오기도 벅찼는걸.”


노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칭 ‘청춘노인’을 만난 건 지난 초겨울이었다. 지역 봉사단체가 진행한 독거노인 돕기 활동에 취재작가로 참여하게 된 인연이었다. 잃어버린 청춘이 아까워서, 몸은 늙었으되 마음만큼은 늙을 수가 없다고 중얼거렸다.

그는 처음엔 나를 무슨 스파이쯤으로 생각했는지 사적인 얘기를 가능하면 감추었다. 그리고 진갈색 안경을 쓴 눈으로 나를 살피며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그 후 가끔 술병을 사 들고 방문하여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사이에 차츰 그의 마음이 열려 오래 묵은 깊은 아픔을 전해 듣게 되었다.

“암튼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그래, 그렇구말구. 세상엔 식물 같은 맘으로 동물의 상처를 앓고 지내는 국민들도 있으니… 그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좀 해주었으면 좋겠어. 헛되이 빼앗겨 버린 청춘이 아깝잖게…”

그는 빈약한 머리에서 백발 한 올을 뽑아 지그시 바라보다가 쓴웃음을 흘렸다. 

바다는 푸르스름한 하늘 아래 잔잔히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해면은 끊임없이 파도를 일으키며 꿈틀거렸다. 마치 잠시라도 움직임을 멈추면 안 되는 천형(天刑)이라도 받은 거대한 생물처럼.


수평선을 향해 펼쳐진 드넓은 바다는 봄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다. 물이랑 사이로 무수한 금빛 뱀들이 저마다 재주를 부리며 뛰노는 것만 같았다. 간혹 배고픈 갈매기가 수면을 향해 쏜살같이 내리꽂혔다가 헛물을 켜곤 힘겹게 날갯짓하며 날아올랐다.

“사회 독초·잡초 뽑는다”
전국 부랑아들 일제 단속

저 멀리 바다와 하늘이 맞닿으려다 멀어져 가는 곳, 그 한 어름에서는 신기루인 양 짙푸른 바다의 화원이 아른거렸고, 거기서는 육지에서 필 수 없는 갖가지 기이한 꽃들이 아슴푸레 피어나는 듯싶기도 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면 그건 환상일 뿐이었다. 

마산포(瑪山浦)라는 조그마한 포구의 선착장에는 50톤급 배 한 척이 시동을 건 채 정박해 있었다. 옆구리에 ‘행운호’라고 붉은 페인트로 적혀 있는 낡은 운반선이었다.

갑판 쪽의 목재가 군데군데 썩어 들어가고, 뱃머리와 옆구리에 칠한 페인트도 벗겨져 누르칙칙한 녹이 잔뜩 슬어 있었다. 마치 폐선처럼 보여서 과연 망망대해를 제대로 항해할 수가 있을지 의심쩍을 정도였다.

잠시 후에 트럭 한 대가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도착했다. 카키색 장막이 쳐진 트럭 옆구리엔 ‘전국 부랑아 일제단속’이란 붉은 고딕체 글자가 찍힌 현수막이 붙어 바닷바람에 펄럭거렸다. 장막이 걷히자 꾀죄죄한 몰골의 인간 군상이 몸을 일으켜 튀어나왔다. 

겨울에 껴입었던 두꺼운 누더기 옷을 아직도 그대로 입고 있는 놈, 어디서 뺏겨 버렸는지 구멍이 숭숭 난 더러운 런닝구 하나만 달랑 걸친 놈 등 각양각색이었다.

“빨리빨리 움직여!”

표지가 검은 장부를 든 도청 직원이 소리쳤다. 그 양옆에는 카빈총을 든 경찰 두 명이 서서 추저분한 무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줄지어 선 부랑아들은 검은 장부를 든 사내의 지시에 의해 한 사람씩 차례차례 운반선으로 올라탔다. 조금만 굼뜨게 움직이면 경찰은 총구로 쿡쿡 찌르면서 쌍욕을 내질렀다. 

“개똥보다 못한 쓰레기 자식아! 시간이 아깝단 말야!”

쓰레기로 지목된 인간은 말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총알 세례는 아니라고 해도 개머리판이나 구둣발로 얻어맞기 십상이었다.


그곳 바다에까지 오기 전에 들렀던 경찰서나 도청에서도 그들은 실제로 인간 이하의 쓰레기로 취급받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인간 세계로부터 청소된 오물 같은 존재였다.

검은 장부

그들은 대부분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거리에서 일제단속에 걸려 끌려온 ‘부랑아’라는 이름의 청소년들이었다. 집도 부모도 없이 부평초처럼 떠돌며 살아가던 존재였다.

1961년 5·16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정부는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 아래 부랑자와 노숙자들을 마구 잡아들였다.

그 당시는 일부 부유층은 물론 호의호식을 하며 살았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맨 채 매일 허덕거렸다.

하층민들은 사회의 온갖 힘겨운 일과 더러운 일을 하면서 겨우 살아갔고 그들의 자식들은 집을 나와 떠돌기가 일쑤였다. 보릿고개 무렵엔 눈물을 머금은 채 자식을 팔기도 하고 내다 버리기도 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김영권 작가는?]

경남 진주서 태어나 인하대학교 사범대학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한국문학예술학교서 소설을 공부했다.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소>가 당선되고 <작가와 비평> 원고모집에 장편소설 <성공광인의 몽상: 캔맨>이 채택 출간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인간 낙엽> 3부작(선감도, 어린 북파공작원, 몽키하우스)과 <회색 구슬 속의 산 18번지 왕국: 형제복지원> <보리울의 달> <동상의 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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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