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뉴진스 엄마’ 민희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4.29 11:19:03
  • 호수 1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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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볼모로 밥그릇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와의 대립각 속에서 “뉴진스를 이용하지 말라”는 부정 여론에 휩싸였다. 뉴진스 멤버들이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 쏘스뮤직 출신으로 드러나면서다. 앞서 하이브는 뉴진스 프로듀서 민희진에 대해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을 제기했다. 민희진은 갈등의 본질이 하이브 신생 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라고 받아쳤다.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ADOR)와 모 회사인 하이브(HYBE) 간의 분열 사태는 봉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어도어는 하이브와의 경영권 갈등 관련 감사 질의서 시한인 지난 24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어도어 측은 “하이브가 제기한 경영권 탈취 모의 등 사실관계를 묻는 감사 질의서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빼앗기?
베끼기?

이를 두고 일각에선 각 조직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의 부작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2022년 그룹 뉴진스를 탄생시킨 민희진은 직접 멤버 5명의 캐스팅부터 트레이닝·음악·퍼포먼스·매니지먼트 시스템까지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진스 엄마’ 민희진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소녀시대를 최고의 걸그룹으로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2002년 SM에 공채로 입사한 민희진은 그룹 소녀시대, 샤이니, 레드벨벳, 엑소 등의 콘셉트 제작을 담당해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7년 SM 등기이사가 됐다.


2000년대 초 SM에 신입사원이었던 그는 소녀시대의 그룹명이 정해지자 당시 SM 총괄 프로듀서였던 이수만에게 콘셉트에 대해 직접 프레젠테이션했다는 후문이다.

소녀시대 ‘Gee’의 스키니진, 레드벨벳 ‘빨간맛’ 등은 모두 민희진의 손에서 탄생했다. 잘나가던 민희진은 등기이사 승진 약 2년 만인 2018년 말 SM서 퇴사했다. 번아웃 증후군 때문이라고 밝힌 그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20~30대를 일에 바쳤다고 생각한다”며 “자학과 자기 검열이 너무 심했다”고 털어놨다.

2019년 하이브의 CBO(최고브랜드관리자, Chief Brand Officer)로 돌아온 민희진은 하이브 신사옥 공간 디자인까지 맡을 정도로 감각을 인정받았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CEO)의 연봉 5억900만원보다 많은 5억2600만원 연봉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4대 기획사 중 연봉 5억원 이상을 받은 유일한 여성이었다.

이후 민희진은 하이브 자본으로 2021년 11월 레이블 어도어를 설립한 뒤, 2022년 그룹 뉴진스를 탄생시켰다. K팝 업계서 수십년간 내공을 쌓은 민희진에 대한 기대감은 있었지만, 뉴진스의 데뷔 후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뉴진스는 명품 브랜드 구찌, 디올 등의 홍보모델로 발탁될 정도였다. 이외에 스마트폰, 금융 등 전 분야의 광고까지 휩쓸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뉴진스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행복은 길지 않았다. 뉴진스 흥행 2년 만에 민희진은 ‘경영권 탈취 의혹’에 휘말리며 반역자로 몰린 상황이다.

뉴진스 멤버 전원 쏘스뮤직 출신
“네꺼? 내꺼!” 박 터지는 집안싸움


앞서 민희진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제가 가진 18%의 지분으로 어떻게 경영권 탈취가 되겠느냐”며 “80% 지분권자인 하이브 동의 없이 어도어가 하이브로 독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일을 도모했다는 하이브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갈등의 본질은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BELIFT LAB)이 지난 달 데뷔시킨 걸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라는 주장을 내놨다.

지난 22일 어도어 측은 “뉴진스가 이룬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아일릿을 뉴진스의 아류라고 표현했다. 이어 “어도어는 하이브나 빌리프랩 등 어느 누구에게도 뉴진스 성과를 카피하는 걸 허락하거나 양해한 적이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다”며 “하이브가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성공한 문화 콘텐츠를 아무 거리낌 없이 카피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최근까지 민희진이 밝힌 입장은 경영권 욕심보다 스스로 지켜온 ‘독립성’ ‘독창성’을 하이브가 해치고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민희진은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은 각 레이블이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도록 한 체제이지, 계열 레이블이라는 이유로 한 레이블이 이룩한 문화적 성과를 다른 레이블들이 따라가는 데 면죄부를 주기 위한 체제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이익을 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고 토로했다.

멀티 레이블
구조적 결함

일각에선 민희진이 온전한 ‘뉴진스 엄마’가 아니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뉴진스 멤버 전원은 쏘스뮤직 소성진 대표가 발굴했다는 것이다. 

먼저 뉴진스 멤버 민지가 쏘스뮤직에 입사한 건 2017년이고, 하니는 2019년에 들어왔다. 빅히트와 쏘스뮤직이 주최한 글로벌 오디션에 합격한 것이다. 해린과 다니엘은 2020년 연습생 계약을 맺었다. 마지막 주자는 온라인서 발굴한 혜인이 오디션을 통과해 쏘스뮤직과 도장을 찍었다.

이들 모두 2021년 하반기까지 쏘스뮤직서 연습생으로 지냈다는 결론이다. 

민희진이 하이브로 이적한 시기는 2019년이다. 그의 롤은 브랜드 총괄 CBO. 하이브 관계사 전반에 대한 브랜드를 지휘하는 역할이었다. 민희진은 쏘스뮤직 데뷔조를 준비해야 했지만 독자적인 레이블의 수장을 원했고, 어도어 탄생의 배경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훗날 민희진은 쏘스뮤직서 연습생을 선발했고, 현재 뉴진스 멤버를 구축했다. 대신 쏘스뮤직에는 그동안의 트레이닝 비용을 전달했다. 민희진이 뉴진스를 만든 건 맞지만, 뉴진스 멤버는 쏘스뮤직서 발굴한 인재로 골랐다는 것이다. 

민희진의 보상도 재조명됐다. 하이브 이사회는 2023년 1분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대신, 어도어의 주식(구주)을 저가에 살 수 있게 했다. 민희진은 어도어 지분 18%(57만 3,160주)를 보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민희진이 주식을 받았을 당시 어도어는 적자 기업에 비상장사였다. 2022년 매출은 186억원, 영업적자 40억원이었다. 민희진이 스톡옵션을 받았다면, 취득 시점에 45%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 적자기업 주식을 받음으로써 세금도 아꼈다. 이를 통해 민희진이 하이브 시스템의 수혜자라는 해석도 나왔다.

하이브는 지난 22일, 민희진과 측근 A씨가 투자자를 유치하고자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 하이브의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이유로 감사에 착수했다. 또 A씨가 어도어 독립에 필요한 비공개 문서와 영업비밀 등을 어도어 측에 넘겨줬다고 의심했다.

조금만 
잘나가면···

하이브는 확보한 전산 자산 등을 토대로 필요하다면 법적 조처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날 하이브는 본사에서 어도어 측이 쓴 것으로 보이는 ‘빠져 나간다’는 의향과 해외 펀드에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 등이 적힌 문건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해당 문건이 하이브가 감사의 명분으로 제기한 ‘경영권 탈취’의 물증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을 끌었다.

하이브는 문건 확보를 계기로 경영진 교체를 위한 주주총회 소집 절차에 속도를 냈다. 지난 23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전날 어도어 전산 자산을 확보하면서 찾아낸 문건은 최소 3개다. 이 문건은 민희진의 측근 A씨가 지난 3월23일과 29일 각각 작성한 업무 일지다. 23일자 문건에는 ‘아젠다’(Agenda)라는 제목 아래 ‘1. 경영 기획’ 등 소제목, 그 아래 ‘계약서 변경 합의’ 같은 세부 시나리오가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문건에는 ‘외부 투자자 유치 1안·2안 정리’라는 항목으로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 하는 대목과 내부 담당자 이름도 적시돼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G는 싱가포르 투자청(GIC), P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로 보고 있다.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 투자청이나 사우디 국부펀드에 매각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 문건에는 또 ‘하이브는 어떻게 하면 팔 것인가’ 하는 문장과 또 다른 담당자 이름이 쓰여 있었다. 하이브를 모종의 방법으로 압박해 현재 80%인 하이브의 어도어 지분을 팔도록 하겠다는 고민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민희진이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 했다”는 비판 역시 ‘압박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하이브는 해석했다. 민희진은 최근 하이브 내부 면담 자리서 “아일릿도 뉴진스를 베끼고, 투어스도 뉴진스를 베꼈고, 라이즈도 뉴진스를 베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29일자 문건에는 ‘목표’라는 항목 아래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 ‘우리를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문제를 제기해 하이브를 압박하고 궁극적으로 빠져나가는 방안이 정리된 문건”이라고 귀띔했다.

“경영권 탐낸 거 아니냐”
어쩌다···방시혁과 대립

결국 민희진 측은 지난 24일까지 기한이었던 하이브의 감사 질의서에 답변하지 않으면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감사권 발동 관련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라고 규정하며 “모방 의혹에 대한 문제를 제기를 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경영권 탈취와 관련한 사실을 부인해 왔다. 

민희진은 하이브의 회사 정보자산 반납 요구에도 공식적으로 응하지 않았다. 당초 반납 시한은 지난 23일 오후 6시까지였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 측이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오는 30일 이사회 소집을 요구했으며 대표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도 발송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가요계에서는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멀티 레이블 체제’의 부작용이 드러났다는 해석도 내놨다.

지난 2005년 2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설립된 하이브는 소속 그룹 방탄소년단로 금자탑을 세웠다. 이 과정서 쏘스뮤직(2019년), 플레디스(2020년), 이타카 홀딩스(2021년), 빌리프랩 지분 51.5%(2023년), QC 미디어 홀딩스·엑자일 뮤직(2023년) 등을 잇따라 인수해 멀티 레이블 체제의 기틀을 잡았다.

이는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방식 운영보다 더 많은 가수와 음악을 동시다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이브가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이 잠시 멈춘 2022년 이래 르세라핌, 뉴진스, 아일릿 등 신인 그룹을 짧은 기간에 대거 데뷔시킬 수 있던 것도 멀티 레이블 체제의 덕이 컸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일부 레이블 대표가 독자 행보를 도모할 수 있다는 약점도 드러났다. 하이브가 80%라는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한 레이블 어도어서 잡음이 빚어졌다는 사실은 단순 ‘지분 문제’ 이상의 구조적 결함을 지녔다는 것이다. 

하이브와 어도어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각각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 

결국
법정으로?

문화계에서는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이 결국 양측의 법적 대응을 통해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어도어 측이 하이브가 요구한 이사회 소집을 거부할 경우 하이브는 곧바로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가처분 신청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판단은 통상 2개월여 소요된다. 이어 현재 양측이 맞부딪히고 있는 쟁점들에 대한 소송전이 열리고 상급심까지 가게 되면 분쟁이 끝나는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고발당한 민희진, 왜?

어도어 경영진을 상대로 감사를 펼친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지난 25일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 어도어에 대해 감사를 진행한 결과 문건과 경영권 탈취 계획 등이 담긴 메시지앱 대화록 등의 정보자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하이브는 정보자산에 담긴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민희진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민희진은 어도어 부대표 등 경영진에게 “하이브가 보유 중인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실제 하이브가 이날 공개한 민희진과 부대표가 나눈 메시지앱 대화록에는 ▲2025년 1월2일 풋옵션 행사 엑시트(Exit) ▲어도어는 빈 껍데기 됨(권리침해소송 진행) ▲재무적 투자자를 구함(민 대표님+하이브서 어도어 사오는 계획) ▲하이브에 어도어 팔라고 권유 ▲ 적당한 가격에 매각 ▲민 대표님은 어도어 대표이사+캐시 아웃(Cash Out)한 돈으로 어도어 지분 취득 등 경영권 탈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하이브는 지난 22일부터 감사를 실시해 ‘하이브의 죄악’ ‘프로젝트 1945’ 등 경영권 탈취 계획 내용이 담긴 여러 문건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하이브는 감사를 통해 얻은 물증을 근거로 민희진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키로 한 것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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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