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 대선후보 연쇄대담>‘국민선생님’ 강지원 무소속 후보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09 12:16:22
  • 댓글 0개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손잡을 수 있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빅3'로 굳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박빙의 지지율 전쟁으로 누가 대권의 주인공이 될지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여기에 강지원 무소속 대선후보가 5%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4위권에 진입해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7년간 정책 중심의 선거운동을 주장해온 강 후보. 그가 이번에는 '국민선생님'이란 별명으로 정치권 전면에 등장했다.


'매니페스토 전도사'로 알려진 강지원 후보는 빅3와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지지율로만 보면 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유력 후보들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어 강 후보가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감히 대권 출사표를 던지고 본격 행보에 나서 이번 대선의 또 다른 변수로 주목받고 있는 강 후보의 속내를 <일요시사>가 들어봤다.
다음은 강 후보와의 일문일답.

- 대선 출마가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드는데 언제부터 출마를 결심했나?

▲ 지난 6월 책을 출판하고 나서 우리사회 원로 한 분을 만나 진흙탕 정치와 제 적성에 대해 얘기하고, 이틀간 이불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고민하고 결심했다.

- 대선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가장 큰 난관은?

▲ '정치권에서 많은 유혹이 있었는데도 다 거절하더니 왜 하필 지금 가망도 없어 보이는 무소속으로 대통령 출마를 하느냐'라는 식으로 다들 말렸다. 그래서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 대선 출마 후 가족은 많이 도와주는가?


▲ (아내인 김영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사표 수리를 안 해준다. 아직도 (아내가) 출근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웃음) 그만 두겠다는데 왜 못 그만두게 하는지.

- 사표수리가 지체되는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 그야 모르지. 나중에 쳐들어가려고.(웃음) 그래서 내조는 못 받고 있다. 장관급 위원장이 날 도와주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까 그래서 그만두겠다는데 왜 사표수리를 안 해주는지 원.

- 대선후보 아내로서 해야 할 역할은 하나도 못한다는 얘긴데?

▲ 선거 때 후보자들의 아내나 가족들이 얼마나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내는 아내 역할을 하고 나는 내 역할을 하는 거다.

- 민주통합당 경선후보 아내들은 경선과정에서 인터뷰를 하며 여러 매체에도 출연했다. 남편과 함께 시장에 가서 사진도 찍으며 보폭을 맞춘 대선후보 아내도 있다.

▲ 그러니까 왜 시장엘 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 나는 날마다 욕하고 다닌다. 후보들에 대해서 개인적인 비난은 일절 안 하기로 선언했다.


그런데 매니페스토정책 선거에 어긋나는 사례, 이것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가르치지 않으면 그분들은 못 배운다. 왜 자꾸 시장에 다니는지 모르겠다.

- 그런 대선후보들의 행보가 어떤 이유로 비판받아야 하나?

▲ 시장에 가서 정황을 알고 한다면 일찍 다녀서 다 파악을 하고 이제는 정책을 내놓을 때지, 이제 민심 파악하고 다니면 어쩌자는 거냐.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준비 하나도 없이 그러면 안 된다는 얘기다.

- 대선후보들의 민심행보가 너무 늦었다는 말인가?

▲ 이렇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을 두고 '이미지선거'라고 한다. '생쇼' '쇼비지니스' '이벤트선거'라고 매니페스토 운동가들이 그동안 비판해 온 것이다.

그거 하지 말라고 날마다 야단치는 거다. 내가 그러니 변화가 있다. 시장에 가서도 정책이야기를 하는 시늉은 한다. 내가 요새 많이 가르쳤다. 안보와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많이 가르치고 있다.

- 대선에 출마한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봐도 되나?

▲ 그렇다. 지금 내가 선생님이다.

- 대선후보 중 누가 제일 많이 배워야 하는지?

▲ 다 배워야 한다. 다 똑같다. 다 가르쳐야 한다.

- 위기돌파용으로 카메라를 잘 이용하는 후보가 있다면.

▲ 잘 모르겠다.


"이틀간 이불 안고 눈물 흘리며 출마 결심"
"지지율, 순수성으로 접근하면 더 오를 것"

- 예를 들어 대선후보가 이외수 작가를 방문한 것이나 6·25 참전 병사 유골 발굴 현장에 찾아간 것을 평가한다면.

▲ 이외수를 찾아가서 만난 것을 보고 박근혜 후보의 어떤 정책을 알 수 있나. 그것이 이미지를 위한 것이다. 유해를 발굴하는데 미국은 온 투자를 다 한다. 북한에서도 (미국은 자국 병사의 유해를) 다 찾아갔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죽은 사람 내팽개치고 모른 척하는 나라는 없다. 국민이 몇 십만 명이 죽었다. 죽은 사람만 억울한 거다.

유해발굴단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만일에 이런 것을 방치하면 어떤 젊은이가 전쟁터에 나가서 목숨을 걸고 싸울 수가 있겠는가.

- 매니페스토 선거 정신에 입각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전사한 사람을 영웅으로 생각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겠다는 그런 이야기를 해야지. 예산을 몇 백억을 투자하겠다든지 말을 그렇게 확실하게 해야지.

그래야 젊은이들이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전쟁터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거기 가서 쇼만 하면 되느냐 말이다.

선거방식에 대한 비판이므로 이런 비판은 막 한다. 개인적으로 상대방 후보의 정책이니 뭐니 이런 것은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하고 구체적인 자기 정책을 내놔야지.

- 매니페스토 정신을 기준으로 대선후보 한 명씩 진단한다면.

▲ 나는 국민에게도 호소하고 싶다. 7년 동안 매니페스 토운동을 했는데 정치인으로서는 변하지 않고 유권자들도 변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아직도 전라도·경상도는 말뚝만 박으면 몰표를 준다. 나도 호남 출신이지만 뭐라고 말하나. ‘호남출신들 저한테 몰표 주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나의 이런 마음가짐을 두고 진정성이 전달되면 우리 국민이 누굴 찍겠는가. 우리 국민들도 자신들의 선택을 자신하게 된다. 전달해보겠다 이거다. 하지만 아직은 강지원이란 사람이 출마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 국민이 왜 강 후보의 출마 사실을 모른다고 보는가?

▲ 나는 아직도 택시를 타고 다닌다. 경호상의 문제도 있다고 주변에서 말이 많지만 나는 들은 척도 안 한다.

나는 지하철, 기차 타고 다닌다. 택시를 타면 "강지원 변호사님 아니세요"하고 대부분 알아본다. 그런데 확인된 다음에는 한마디 물어봐 줘야 하는데. "이번에 대통령 선거 출마하셨어요"라고. 그 말이 없는 거야. 그걸 모르는 거다.

-  언론은 삼파전에 쏠려 있어 강 후보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데.

▲ 그래서 국민이 다른 대선후보들을 잘 모르고 있다. 나중에 선거벽보가 붙으면 희한한 사람이 나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 모르는 중에도 지지율이 5%가 나오기도 했다. 그 부분에 대해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는데. 

▲ 더 알려지는 데까지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순수성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것이 국민에게 전달되면 국민이 선택하지 않겠나.

진정성 있는 정책에 공감하면 강남스타일의 싸이처럼 하루아침에 부각될지 누가 알겠나. 우리의 슬로건은 이거다. '하늘이 내린 선거, 위대한 기적'(웃음). 이런 선거 슬로건은 처음 봤을 것이다.

- 슬로건이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 그래서 나보고 꿈을 찾는 소년 같다고들 말한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소년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상상해 보셨습니까" 무지개 꿈을 꾸었던 한 소년이 나중에 나폴레옹이 된다.

예를 들면 요셉이 17세 팔려 나갈 때 꿈을 갖고 나라를 구한다. 소년의 꿈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 인지도가 높고 확장력은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다. 강 후보는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아니면 중도인가. 어느 쪽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는가.

▲ 그래서 무소속으로 나가는 것이다. 여냐 야냐, 보수냐 진보냐 우리나라 사람은 모두 이런 획일적인 잣대를 가지고 사람을 재단하려고 한다.

나는 안보국방문제에는 철저하게 보수주의자다. 국방문제는 어떤 나라든지 튼튼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방을 약화시키면 나라는 망한다.

-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나.

▲ 여성·아동문제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진보주의자다. 왜냐? 여성들의 지위가 약하다. 아직도 고위층에서 여성이 일할 기회가 없다.

여성들의 권한을 더 신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진보적인 여성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사람을 두고 '보수냐 진보냐'라고 획일적으로 진단하지 말라고 내가 그동안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호남 출신 알려지면 민주당 타격받아"
"야합 아닌 정책연대로 손잡을 수 있어"

- 주장하는 정책은 표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후보의 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일부는 중도 표심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해 강 후보의 '캐스팅 보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 제가 호남 출신인데 호남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호남에서 다니다 왔다. 많이 알려지면 민주당이 타격받을지도 모른다.

일부라도 나에게 쏠리면 문재인 후보도 타격받을 수 있다. 지금 새누리당 표를 잠식했다는데 모르겠다. 나로선 알 수가 없다.

- 그렇게 되면 양측 지지자에게 사퇴압박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 나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다. 누구의 입장에 맞춰서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않는다.

- 독자체제로 완주를 약속할 수 있나?

▲ 완주가 가능한 체제로 캠프를 구성했다. 극소수 비정치인 중심으로 끝까지 돈 안 드는 선거, 쇼 안 하는 선거가 가능하도록 독자체제를 구성했으니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사퇴압박이 심해져 언론에서도 이를 주요 이슈로 거론할 것으로 보이는데.

▲ 나도 모른다. 압박은 무슨 압박. 내가 압박에 굴복할 사람이 아니다. 단일화 하자는 제안이 오면 모를까.

- 단일화 가능성은 있나?

▲ 과거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는 야합이다. 하나는 재벌타도, 하나는 재벌주의다. 우리 매니페스토 정책에 입각해서 보면 정책의 공통성과 유사성에 주목해 단일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책의 공통성이 단일화의 조건인가?

▲ 정책의 관점에서는 단일화든 연대든 어떤 것이든 좋다. 그런데 정책이 다른 사람들끼리 정치공학적인 숫자계산을 가지고 손을 잡는 것. 그것은 야합이다.

과거에 DJP도 그랬다. 그것은 정치를 혼탁하게 만든다. 눈앞에 꿀단지를 두고 손을 잡는 것 그건 안 된다. 그걸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어디든 정책연대로 단일화가 가능하단 말인가?

▲ 그렇다. 그러니까 초당적 화합정부가 필요하다. 대통령 당선되면 탈당해야 한다. 탈당을 못 하겠으면 탈당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고 초당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선언해라.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해야 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복잡하니까 무소속인 내가 제일 낫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겠다고 하면 어려가지 정책을 살펴보고 단일화 하겠다.

- 만약 안철수 후보가 손을 내민다면?

▲ 내게 말인가? 고맙긴 하겠는데, 그건 아마 정책적 연대 즉 내 공약들과 지향점이 같은지에 달려 있다. 아직은 잘 모르는 상태이다.

- 대통령 당선에 실패한다면 차기 대권에도 출마할 계획이 있는가?

▲ 나이도 있고, 이번 선거에서 좋은 사례들과 살아있는 매니페스토 선거 자료들을 만들어내겠다.

선거가 끝나면 선관위에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고쳐야 할 점들은 입법 청원하는 등 새로운 선거로 바꾸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차기 대권에 대한 생각은 현재는 없다. 이번 선거에 올인할 계획이다.

- 그렇다면 이후 정당에 입당할 계획은?

▲ 없다.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 대선 이후에도 정치활동을 계속 할 계획인가?

▲ 앞으로 일은 가봐야 알겠지만 정치개혁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 지지율로 보자면 이후 국회의원에 출마해도 당선이 가능해 보이는데.

▲ 국회의원은 30년 전에 나섰어도 충분히 했을 것이다. 권력적인 야망이 있다면 이미 다했다. 하지만 안 했다. 앞으로도 안 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강지원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달라.

▲ 2012년 한국 정치판에 신(新)개벽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우선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은 권력을 상징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봉사를 상징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대통령은 권력적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이번 선거 시작부터 깨끗하고 모범적으로 끝내 '하늘이 내린 선거에서 위대한 기적'을 만들겠다.

국민에게 기대해주시고 지켜봐 달라고 말하고 싶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한국 최초의 매니페스토 대통령이 되겠다.

 

<강지원 후보 프로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제12회 행정고시 합격
▲제18회 사법고시 수석 합격
▲서울 고등검찰청 검사
▲서울 보호관찰소 소장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