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고인물 VS 뉴페이스 ‘동작구’

여전사 VS 투사 승자는?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서울 동작구는 오랜 기간 여의도에 몸 담근 이른바 ‘고인물’과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신인’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떠오르는 격전지이자 한강벨트 중 한 곳인 동작구 갑·을에 누가 승리할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서울 동작구는 다양한 연령대가 섞인 만큼 막판까지 표심을 확인하기 어려운 지역구다. 동작갑은 노량진 고시촌 일대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와 토박이가 함께 하는 곳이다. 동작을 역시 중앙대학교, 숭실대학교 등 대학가를 비롯해 수원 등으로 환승할 수 있는 사당역 일대를 품고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게 특징이다.

승부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서청원 전 의원은 11대 선거부터 동작갑서만 내리 5선을 지냈다. 17대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지역구를 탈환한 뒤 3선을 기록했다. 이처럼 동작갑은 진보와 보수의 굵직한 기마전이 치러진 곳이다.

역세권으로 몰려든 젊은이와 지역 토박이가 한데 어우러져 표심이 예측불허인 탓이다.

지난 20대 총선서 민주당은 동작갑 현역이던 전 의원을 컷오프했다. 대신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을 공천했다. 김 후보는 당 대표 특보단장을 비롯해 국회 정보위 간사와 수석사무부총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상휘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국민의당은 장환진 전 서울시의원을 공천하면서 3파전이 벌어졌다. 세 후보 모두 신인이었던 만큼 지역 주민들은 “공약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여론을 형성했다.

투표 결과 김 후보가 새누리당 이 후보를 1.82%p 차이로 꺾고 당선됐다. 표가 세 갈래로 흩어지는 상황이었던 만큼 초박빙 승부가 이뤄진 셈이다.

김 후보는 21대 총선을 통해 재선 도전에 나섰다. 세 차례의 경선 끝에 공천을 따 냈으며 미래통합당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 비서실장 출신인 장진영 변호사를 맞수로 내세웠다.

개표 결과 김 의원은 무난히 재선에 성공하면서 여의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장 후보는 20대 총선서 동작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던 만큼 동작갑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진보·보수 엎치락뒤치락 ‘동작갑’
‘새로운미래’ 변수에 3파전 예고

한차례 고배를 마신 장 후보는 22대 총선서 설욕전을 치르겠다며 일찌감치 동작갑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장 후보는 “‘국철 지하화’는 지난 총선 저의 1호 공약으로 비록 낙선했지만 그 공약을 대통령 공약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국회에 들어가 노량진-대방동 구간이 1차 사업 구간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힘을 쓰는 일이 제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어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20년이 다 되도록 8개 재개발 구역 중 단 한 군데도 착공조차 못하고 있던 사업지가 바로 이곳 노량진과 대방동”이라며 “상도동과 신대방동 주민들의 재개발 요구는 오랜 기간 묵살됐다. 20년간 동작이 멈췄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동작갑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운 셈이다. 정치 신인인 장 후보는 동작서 오래 거주한 점을 강조하며 부동층 표심에 호소했다.

지난달 1일, 민주당은 김 의원을 현 지역구에 단수공천했다. 3선 도전인 김 의원은 오랜 기간 지역구서 실제 일해온 경험을 내세워 민심 공략에 나섰다.

두 사람의 리턴매치가 이뤄질 전망이었던 동작갑에 변수가 생겼다. 지난 20대 총선서 컷오프당해 민주당을 탈당한 전 의원이 새로운미래에 입당하면서 동작갑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새로운미래가 전 의원을 동작갑에 공천하면서 또다시 3인 구도가 형성됐다. 후보 각자의 정치력을 겨루는 것과 더불어 계파 간의 경쟁으로도 번지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는 지역구로 자리매김했다.

동작을은 갑 지역구만큼 주목도가 높은 곳이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의 맞수로 민주당이 영입 인재 류삼영 후보를 내보내면서 예상치 못한 대진표가 완성됐다.

이곳은 지난 6번의 선거서 여야가 세 번씩 승패를 주고받았던 지역구다. 서남쪽은 진보 세력이 두터운 관악·금천·구로구가 자리했지만 동쪽은 보수 텃밭인 강남 3구를 끼고 있어 옆 동네인 동작갑보다 격전지 성향이 짙다는 평이 나온다.

나 후보는 2014년 상반기 동작을 재보궐선거를 시작으로 20대 국회까지 방어전에 성공했다. 각종 미디어로 꾸준히 인지도를 올려온 나 후보를 꺾기는 어려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21대 총선서 민주당 이수진 후보에게 승기를 뺏기면서 판세가 진보 진영으로 기울었다.

나경원 맞수로 투입된 류삼영
“패기로…” 용산발 악재 관건

당시 이 의원은 52.16%, 나 후보는 45.04%를 득표했다. 민주당 지지층 결집과 더불어 나 후보 자녀의 입시 비리 논란이 불거지면서 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의 모든 현안을 집어삼킨 ‘민주당 공천 파동’은 동작을에도 영향을 미쳤다. 재선에 나선 이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지만 컷오프되면서 전략선거구로 지정된 것이다.

이 의원은 크게 반발해 탈당했고 영입 인재인 류삼영 전 총경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나 후보를 단수공천했다.

나 의원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가 지역에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임을 강조했다. 부동표가 많은 점을 파악해 정당보다는 공약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다선 의원과 정치 초보의 맞대결인 만큼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아무리 이번 총선이 심판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더라도 신인에게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류 후보는 정치 경험이 없을뿐더러 대중 인지도도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류 후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온다. 류 후보는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좌천되거나 정직 징계를 받았다. 그가 내세운 ‘정권에 맞선 투사’ 이미지가 심판론과 제대로 맞물렸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지난 3주 동안 동작을만 다섯번 방문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류 후보가 출전하는 동작을 지역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겨야 한다”며 “여기서 이기지 않으면 다른 데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새옹지마

어느 때보다도 표의 흐름을 읽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작구는 한강벨트의 중심지인 만큼 이곳의 판세가 다른 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해석이다.

시대 흐름에 따라 동작구의 지역 현안도 수시로 바뀌는 추세다. 따라서 동작구 주민은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기보다는 인물이나 현안에 따라 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민심의 풍향계인 동작구에 누가 승기를 꽂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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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