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보러 무단이탈?’ 간호장교 300일 투쟁기

한 번 찍힌 낙인 지워지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을 보러 부대를 무단이탈했다는 간호장교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군당국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간호장교는 “보고 후 근무지를 이탈했으며 직무와 관련된 일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징계위와 수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미 정해둔 징계 수위가 수사 방향이 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진을 보러 부대 무단이탈 의혹을 받은 간호장교 김모씨(중위)에 대해 군 검찰단서 혐의가 없다고 봤지만 군대 내에서는 2차 징계위원회를 소집하고 기소하는 등 졸속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진 보러…
의혹은?

지난해 5월, 28사단 간부 김 중위가 BTS 진을 만나기 위해 그가 있는 5사단 신병교육대를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김 중위는 지난 1월 중순 경기도에 위치한 한 부대서 본인의 자동차를 타고 약 30분을 달려 5사단으로 향해, 진에게 유행성 출혈열 2차 예방접종을 시행했다.

당시 김 중위는 해당 부대의 간호장교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이로 사전에 모의했다.

해당 의혹이 보도되자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 드립니다’에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해당 글에서 “간호장교가 업무시간에 BTS 진을 보기 위해 타사단 간호장교와 방탄 진 예방접종 날짜를 확인해서 자차로 근무지를 무단이탈해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부대 복귀 후 병사들 및 간부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는데도 모의를 하지 않았다”며 “단순 업무를 도와주러 간 것이지 BTS 진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발뺌하고 있으며, 해당 부대에서는 은폐하고 지휘관이 보고받았다고 해주겠다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어 과연 정당하게 징계를 진행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뉴스에 나왔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숨기려하고 보고하지도 않고 나간 것을 보고 받은 것처럼 꾸미고 이게 무슨 군대냐”며 “부사관이 저렇게 했다면 벌써 징계했을 텐데 장교라서 간호사관생도라서 봐주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BTS 진의 예방접종날에 가기 위해 부대서 무단으로 약품을 빼돌려 가져다 준 것이 들통났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 중위는 진이 소속된 신병교육대 간호장교 협조 요청을 받고 방문해 예방접종을 실시한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미리 정해둔 징계·수사?
보도 직후 징계위 소집

김 중위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진이 소속된 신병교육대 간호장교 A씨에게 협조 요청을 받고 방문해 예방접종만 실시했다”며 “당시 사단 내부 사정으로 예방접종 지원 요청이 어려워서 인접 부대에 근무하는 김 중위에게 협조를 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훈련병 1명당 주사 3대를 빠르게 놔야 하는 상황이었고 마스크도 착용하고 있어 김 중위 입장에서는 진이 누구인지 구별할 수도 없었다”며 “김 중위가 사전에 구두로 보고했고 의무반장(군의관)이 승인한 상황이라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진은 3개 주사를 맞고 큰소리로 ‘아프다’고 했고, 진이 소속된 의무반 간호장교가 접종 후에 ‘아까 큰소리 친 사람이 방탄 진이야’라는 대화를 했을 뿐”이라며 “김 중위가 다음 날 소속 부대로 출근해 주변에 그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제보자에 의해 왜곡·과장·확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약품 유출과 관련해서도 당시 코로나19 팬데믹로 약품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경우 인접부대에 긴급하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반박했다.

논란 발생 후 일주일 만에 28사단 측은 김 중위에 대한 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를 소집했다. 김 중위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세 가지로 ▲근무지이탈금지의무위반 ▲법령준수의무 위반(직무수행 관련 의무 위반) ▲품위유지의무 위반(언어폭력, 무단이탈 의혹과 상관없음)이다. 

의약품 유출
진실은 무엇?

징계위는 김 중위가 근무시간 중 지휘관의 허가 없이 2022년 12월7일 5사단 신병교육대 의무반의 구조와 편제를 확인하기 위해 1시간가량 근무지를 이탈했으며 지난해 1월16일 5사단 신병교육대 예방접종 지원을 위해 약 2시간30분가량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봤다.

또 김 중위가 물품관리관이 아님에도 참모총장 승인 없이 군수품인 의약품 2통을 5사단 신병교육대 의무반에 관리전환하며 법령준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군용물관리법 제10조1항에 따르면, 관리하는 군수품을 다른 물품관리관의 소관으로 관리전환하려면 상호 합의한 후 관리전환하려는 물품관리관이 그 합의한 내용에 대해 참모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징계위서 김 중위의 지휘관인 의무반장에게 사실 확인한 결과는 달랐다. 의무반장의 사실확인서에는 김 중위가 2022년 12월7일 5사단 신교대 방문 전에 사무실 구조 확인을 위해 방문하겠다고 말했으며 방문 당일 요청받았던 약품 2통을 선지급하고 전산체계에 등록했다고 적시돼있다.

또 그는 “김 중위가 5사단 의무반 A씨에게 예방접종 협조 요청을 일주일 전쯤 받았으며 이에 지난해 1월16일에도 사전에 보고하고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진술했다. 지휘관에게 사전 보고하고 허가를 받은 후 근무지를 이탈해 징계 사유가 없는 셈이다.

“사전 보고 후 나갔다” 
반박에도 수사 의뢰

김 변호사는 징계위 당시 법령준수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도 당시 코로나 등으로 약품 공급에 차질 등이 있어 제때 도착이 어려울 경우 인접 28사단 의무대에 급하게 남는 약품을 요청하는 경우는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며, 이때 5사단 의무반서 요청하고 28사단 의무반서 동의해 빌려주고 전산체계에 입력하면 족한 것으로 이 같은 상황에까지 참모총장 승인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법리오해라고 주장했다.

군수품관리법 제10조1항 본문을 살펴보면, 물품관리관은 군수품의 효율적인 사용과 처분을 위해 필요한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속 국방관서의 장 또는 각군 참모총장의 승인을 받아 그 관리하는 군수품을 다른 물품관리관의 소관으로 관리의 전환(이하 “관리전환”이라 한다)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또 대통령령인 군수품관리법시행령 제9조3호에 따르면, 같은 물품관리관에 소속된 분임물품관리관 상호 간 또는 물품관리관과 그에 소속된 분임물품관리관 간에 관리전환하는 군수품의 경우는 관리전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김 중위 측이 강하게 주장하자 징계위는 징계 심사를 미루고 군 검찰단에 수사 의뢰했다. 군 검찰단은 징계위의 수사 의뢰 내용대로 ▲무단이탈죄 ▲업무상 횡령죄로 김 중위를 입건했다. 

김 중위 측은 군 검찰단서 2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았지만, 수사관이 소명을 듣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력한 주장
듣지도 않아

김 변호사에 따르면 군 검찰수사관이 1차 피의자 조사 당시 2가지 혐의 중 무단이탈죄서 지휘관의 승인은 바로 2차 지휘관인 대대장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수사 방향을 제시하면서 자백을 유도했다. 당시 김 중위 측은 1차 지휘관인 의무반장에 보고한 상황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사를 마치고 김 중위 측은 수사관의 태도와 관련해 혐의 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염려해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하지만 군 검찰단은 심의위 신청 다음 날 급하게 2차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2차 조사에서는 김 중위 측이 어떤 말을 하든 “네, 네”라고 형식적인 답변만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군 검찰단은 심의위의 심의가 있기 전 김 중위에 대해 군용물(의약품) 횡령 혐의와 무단이탈 혐의에 대해 각각 혐의없음(증거불충분)과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군검찰은 김 중위가 상급자인 의무반장에게만 보고하고 대대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혐의가 인정되지만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사건 이후 사소한 외출에 대해서도 대대장에게 보고하며 보고체계를 성실하고 지키고 있으며 코로나로 인해 폭증한 군 내 의료소 요에 대응하며 성실하게 복무한 점 등을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무단이탈 기소유예
징계는 ‘감봉’ 결정

이에 김 중위 측은 헌법재판소에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러자 28사단은 김 중위에 관해 1차 징계위와 같은 혐의로 2차 징계위를 열고 무단이탈과 군검찰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을 받은 무단 반출에 관해 감봉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과거 판례를 뒤집은 징계 수위나 수사 방향이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군사법 전문 변호사는 “군형법 제79조의 무단이탈죄과 관련된 판례는 허가 없는 근무지 이탈과 이탈로 인해 맡은 직무를 하지 못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하지만 김 중위는 소속 부대의 직속 상관에 보고했으며 게다가 맡은 직무를 위해 근무지를 이탈한 상황인데도 징계를 받아 의아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군형법 제79조에 규정된 허가라 함은 군행정상의 권한자 혹은 군작전상의 명령권자 등의 정당한 허가권자의 허가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근무장소, 지정 장소, 지정 시간 등도 구체적인 상황의 고려 하에 법령, 규칙, 군사회의 통념에 따라 그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일시이탈이란 군형법 제35조와의 체계적 해석상 군무기피의 목적 없이 일시적으로 이탈함을 말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도 1967년 “무단이탈죄의 일시이탈이라 함은 이탈거리의 원근에 관계없이 이탈로 인해 그에 부과된 임무수행에 지장이 예상될 정도의 이탈을 말한다”고 판시했다.

과도한 
무리한

군 보고체계와 달리 2차 지휘관인 대대장에 보고 여부를 판단한 점에 대해서도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군대 내에서 보고는 보통 1차 지휘자에 보고 후 상향식으로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며 “김 중위가 의무반장에 보고를 했음에도 징계위를 소집하고 수사 의뢰를 할 사항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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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