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보러 무단이탈?’ 간호장교 300일 투쟁기

한 번 찍힌 낙인 지워지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을 보러 부대를 무단이탈했다는 간호장교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군당국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간호장교는 “보고 후 근무지를 이탈했으며 직무와 관련된 일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징계위와 수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미 정해둔 징계 수위가 수사 방향이 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진을 보러 부대 무단이탈 의혹을 받은 간호장교 김모씨(중위)에 대해 군 검찰단서 혐의가 없다고 봤지만 군대 내에서는 2차 징계위원회를 소집하고 기소하는 등 졸속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진 보러…
의혹은?

지난해 5월, 28사단 간부 김 중위가 BTS 진을 만나기 위해 그가 있는 5사단 신병교육대를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김 중위는 지난 1월 중순 경기도에 위치한 한 부대서 본인의 자동차를 타고 약 30분을 달려 5사단으로 향해, 진에게 유행성 출혈열 2차 예방접종을 시행했다.

당시 김 중위는 해당 부대의 간호장교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이로 사전에 모의했다.

해당 의혹이 보도되자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 드립니다’에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해당 글에서 “간호장교가 업무시간에 BTS 진을 보기 위해 타사단 간호장교와 방탄 진 예방접종 날짜를 확인해서 자차로 근무지를 무단이탈해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부대 복귀 후 병사들 및 간부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는데도 모의를 하지 않았다”며 “단순 업무를 도와주러 간 것이지 BTS 진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발뺌하고 있으며, 해당 부대에서는 은폐하고 지휘관이 보고받았다고 해주겠다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어 과연 정당하게 징계를 진행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뉴스에 나왔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숨기려하고 보고하지도 않고 나간 것을 보고 받은 것처럼 꾸미고 이게 무슨 군대냐”며 “부사관이 저렇게 했다면 벌써 징계했을 텐데 장교라서 간호사관생도라서 봐주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BTS 진의 예방접종날에 가기 위해 부대서 무단으로 약품을 빼돌려 가져다 준 것이 들통났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 중위는 진이 소속된 신병교육대 간호장교 협조 요청을 받고 방문해 예방접종을 실시한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미리 정해둔 징계·수사?
보도 직후 징계위 소집

김 중위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진이 소속된 신병교육대 간호장교 A씨에게 협조 요청을 받고 방문해 예방접종만 실시했다”며 “당시 사단 내부 사정으로 예방접종 지원 요청이 어려워서 인접 부대에 근무하는 김 중위에게 협조를 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훈련병 1명당 주사 3대를 빠르게 놔야 하는 상황이었고 마스크도 착용하고 있어 김 중위 입장에서는 진이 누구인지 구별할 수도 없었다”며 “김 중위가 사전에 구두로 보고했고 의무반장(군의관)이 승인한 상황이라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진은 3개 주사를 맞고 큰소리로 ‘아프다’고 했고, 진이 소속된 의무반 간호장교가 접종 후에 ‘아까 큰소리 친 사람이 방탄 진이야’라는 대화를 했을 뿐”이라며 “김 중위가 다음 날 소속 부대로 출근해 주변에 그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제보자에 의해 왜곡·과장·확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약품 유출과 관련해서도 당시 코로나19 팬데믹로 약품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경우 인접부대에 긴급하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반박했다.

논란 발생 후 일주일 만에 28사단 측은 김 중위에 대한 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를 소집했다. 김 중위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세 가지로 ▲근무지이탈금지의무위반 ▲법령준수의무 위반(직무수행 관련 의무 위반) ▲품위유지의무 위반(언어폭력, 무단이탈 의혹과 상관없음)이다. 

의약품 유출
진실은 무엇?

징계위는 김 중위가 근무시간 중 지휘관의 허가 없이 2022년 12월7일 5사단 신병교육대 의무반의 구조와 편제를 확인하기 위해 1시간가량 근무지를 이탈했으며 지난해 1월16일 5사단 신병교육대 예방접종 지원을 위해 약 2시간30분가량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봤다.

또 김 중위가 물품관리관이 아님에도 참모총장 승인 없이 군수품인 의약품 2통을 5사단 신병교육대 의무반에 관리전환하며 법령준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군용물관리법 제10조1항에 따르면, 관리하는 군수품을 다른 물품관리관의 소관으로 관리전환하려면 상호 합의한 후 관리전환하려는 물품관리관이 그 합의한 내용에 대해 참모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징계위서 김 중위의 지휘관인 의무반장에게 사실 확인한 결과는 달랐다. 의무반장의 사실확인서에는 김 중위가 2022년 12월7일 5사단 신교대 방문 전에 사무실 구조 확인을 위해 방문하겠다고 말했으며 방문 당일 요청받았던 약품 2통을 선지급하고 전산체계에 등록했다고 적시돼있다.

또 그는 “김 중위가 5사단 의무반 A씨에게 예방접종 협조 요청을 일주일 전쯤 받았으며 이에 지난해 1월16일에도 사전에 보고하고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진술했다. 지휘관에게 사전 보고하고 허가를 받은 후 근무지를 이탈해 징계 사유가 없는 셈이다.

“사전 보고 후 나갔다” 
반박에도 수사 의뢰

김 변호사는 징계위 당시 법령준수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도 당시 코로나 등으로 약품 공급에 차질 등이 있어 제때 도착이 어려울 경우 인접 28사단 의무대에 급하게 남는 약품을 요청하는 경우는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며, 이때 5사단 의무반서 요청하고 28사단 의무반서 동의해 빌려주고 전산체계에 입력하면 족한 것으로 이 같은 상황에까지 참모총장 승인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법리오해라고 주장했다.

군수품관리법 제10조1항 본문을 살펴보면, 물품관리관은 군수품의 효율적인 사용과 처분을 위해 필요한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속 국방관서의 장 또는 각군 참모총장의 승인을 받아 그 관리하는 군수품을 다른 물품관리관의 소관으로 관리의 전환(이하 “관리전환”이라 한다)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또 대통령령인 군수품관리법시행령 제9조3호에 따르면, 같은 물품관리관에 소속된 분임물품관리관 상호 간 또는 물품관리관과 그에 소속된 분임물품관리관 간에 관리전환하는 군수품의 경우는 관리전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김 중위 측이 강하게 주장하자 징계위는 징계 심사를 미루고 군 검찰단에 수사 의뢰했다. 군 검찰단은 징계위의 수사 의뢰 내용대로 ▲무단이탈죄 ▲업무상 횡령죄로 김 중위를 입건했다. 

김 중위 측은 군 검찰단서 2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았지만, 수사관이 소명을 듣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력한 주장
듣지도 않아

김 변호사에 따르면 군 검찰수사관이 1차 피의자 조사 당시 2가지 혐의 중 무단이탈죄서 지휘관의 승인은 바로 2차 지휘관인 대대장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수사 방향을 제시하면서 자백을 유도했다. 당시 김 중위 측은 1차 지휘관인 의무반장에 보고한 상황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사를 마치고 김 중위 측은 수사관의 태도와 관련해 혐의 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염려해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하지만 군 검찰단은 심의위 신청 다음 날 급하게 2차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2차 조사에서는 김 중위 측이 어떤 말을 하든 “네, 네”라고 형식적인 답변만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군 검찰단은 심의위의 심의가 있기 전 김 중위에 대해 군용물(의약품) 횡령 혐의와 무단이탈 혐의에 대해 각각 혐의없음(증거불충분)과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군검찰은 김 중위가 상급자인 의무반장에게만 보고하고 대대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혐의가 인정되지만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사건 이후 사소한 외출에 대해서도 대대장에게 보고하며 보고체계를 성실하고 지키고 있으며 코로나로 인해 폭증한 군 내 의료소 요에 대응하며 성실하게 복무한 점 등을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무단이탈 기소유예
징계는 ‘감봉’ 결정

이에 김 중위 측은 헌법재판소에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러자 28사단은 김 중위에 관해 1차 징계위와 같은 혐의로 2차 징계위를 열고 무단이탈과 군검찰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을 받은 무단 반출에 관해 감봉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과거 판례를 뒤집은 징계 수위나 수사 방향이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군사법 전문 변호사는 “군형법 제79조의 무단이탈죄과 관련된 판례는 허가 없는 근무지 이탈과 이탈로 인해 맡은 직무를 하지 못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하지만 김 중위는 소속 부대의 직속 상관에 보고했으며 게다가 맡은 직무를 위해 근무지를 이탈한 상황인데도 징계를 받아 의아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군형법 제79조에 규정된 허가라 함은 군행정상의 권한자 혹은 군작전상의 명령권자 등의 정당한 허가권자의 허가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근무장소, 지정 장소, 지정 시간 등도 구체적인 상황의 고려 하에 법령, 규칙, 군사회의 통념에 따라 그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일시이탈이란 군형법 제35조와의 체계적 해석상 군무기피의 목적 없이 일시적으로 이탈함을 말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도 1967년 “무단이탈죄의 일시이탈이라 함은 이탈거리의 원근에 관계없이 이탈로 인해 그에 부과된 임무수행에 지장이 예상될 정도의 이탈을 말한다”고 판시했다.

과도한 
무리한

군 보고체계와 달리 2차 지휘관인 대대장에 보고 여부를 판단한 점에 대해서도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군대 내에서 보고는 보통 1차 지휘자에 보고 후 상향식으로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며 “김 중위가 의무반장에 보고를 했음에도 징계위를 소집하고 수사 의뢰를 할 사항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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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