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보러 무단이탈?’ 간호장교 300일 투쟁기

한 번 찍힌 낙인 지워지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을 보러 부대를 무단이탈했다는 간호장교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군당국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간호장교는 “보고 후 근무지를 이탈했으며 직무와 관련된 일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징계위와 수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미 정해둔 징계 수위가 수사 방향이 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진을 보러 부대 무단이탈 의혹을 받은 간호장교 김모씨(중위)에 대해 군 검찰단서 혐의가 없다고 봤지만 군대 내에서는 2차 징계위원회를 소집하고 기소하는 등 졸속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진 보러…
의혹은?

지난해 5월, 28사단 간부 김 중위가 BTS 진을 만나기 위해 그가 있는 5사단 신병교육대를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김 중위는 지난 1월 중순 경기도에 위치한 한 부대서 본인의 자동차를 타고 약 30분을 달려 5사단으로 향해, 진에게 유행성 출혈열 2차 예방접종을 시행했다.

당시 김 중위는 해당 부대의 간호장교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이로 사전에 모의했다.

해당 의혹이 보도되자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 드립니다’에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해당 글에서 “간호장교가 업무시간에 BTS 진을 보기 위해 타사단 간호장교와 방탄 진 예방접종 날짜를 확인해서 자차로 근무지를 무단이탈해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부대 복귀 후 병사들 및 간부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는데도 모의를 하지 않았다”며 “단순 업무를 도와주러 간 것이지 BTS 진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발뺌하고 있으며, 해당 부대에서는 은폐하고 지휘관이 보고받았다고 해주겠다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어 과연 정당하게 징계를 진행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뉴스에 나왔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숨기려하고 보고하지도 않고 나간 것을 보고 받은 것처럼 꾸미고 이게 무슨 군대냐”며 “부사관이 저렇게 했다면 벌써 징계했을 텐데 장교라서 간호사관생도라서 봐주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BTS 진의 예방접종날에 가기 위해 부대서 무단으로 약품을 빼돌려 가져다 준 것이 들통났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 중위는 진이 소속된 신병교육대 간호장교 협조 요청을 받고 방문해 예방접종을 실시한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미리 정해둔 징계·수사?
보도 직후 징계위 소집

김 중위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진이 소속된 신병교육대 간호장교 A씨에게 협조 요청을 받고 방문해 예방접종만 실시했다”며 “당시 사단 내부 사정으로 예방접종 지원 요청이 어려워서 인접 부대에 근무하는 김 중위에게 협조를 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훈련병 1명당 주사 3대를 빠르게 놔야 하는 상황이었고 마스크도 착용하고 있어 김 중위 입장에서는 진이 누구인지 구별할 수도 없었다”며 “김 중위가 사전에 구두로 보고했고 의무반장(군의관)이 승인한 상황이라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진은 3개 주사를 맞고 큰소리로 ‘아프다’고 했고, 진이 소속된 의무반 간호장교가 접종 후에 ‘아까 큰소리 친 사람이 방탄 진이야’라는 대화를 했을 뿐”이라며 “김 중위가 다음 날 소속 부대로 출근해 주변에 그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제보자에 의해 왜곡·과장·확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약품 유출과 관련해서도 당시 코로나19 팬데믹로 약품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경우 인접부대에 긴급하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반박했다.

논란 발생 후 일주일 만에 28사단 측은 김 중위에 대한 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를 소집했다. 김 중위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세 가지로 ▲근무지이탈금지의무위반 ▲법령준수의무 위반(직무수행 관련 의무 위반) ▲품위유지의무 위반(언어폭력, 무단이탈 의혹과 상관없음)이다. 

의약품 유출
진실은 무엇?

징계위는 김 중위가 근무시간 중 지휘관의 허가 없이 2022년 12월7일 5사단 신병교육대 의무반의 구조와 편제를 확인하기 위해 1시간가량 근무지를 이탈했으며 지난해 1월16일 5사단 신병교육대 예방접종 지원을 위해 약 2시간30분가량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봤다.

또 김 중위가 물품관리관이 아님에도 참모총장 승인 없이 군수품인 의약품 2통을 5사단 신병교육대 의무반에 관리전환하며 법령준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군용물관리법 제10조1항에 따르면, 관리하는 군수품을 다른 물품관리관의 소관으로 관리전환하려면 상호 합의한 후 관리전환하려는 물품관리관이 그 합의한 내용에 대해 참모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징계위서 김 중위의 지휘관인 의무반장에게 사실 확인한 결과는 달랐다. 의무반장의 사실확인서에는 김 중위가 2022년 12월7일 5사단 신교대 방문 전에 사무실 구조 확인을 위해 방문하겠다고 말했으며 방문 당일 요청받았던 약품 2통을 선지급하고 전산체계에 등록했다고 적시돼있다.

또 그는 “김 중위가 5사단 의무반 A씨에게 예방접종 협조 요청을 일주일 전쯤 받았으며 이에 지난해 1월16일에도 사전에 보고하고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진술했다. 지휘관에게 사전 보고하고 허가를 받은 후 근무지를 이탈해 징계 사유가 없는 셈이다.

“사전 보고 후 나갔다” 
반박에도 수사 의뢰

김 변호사는 징계위 당시 법령준수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도 당시 코로나 등으로 약품 공급에 차질 등이 있어 제때 도착이 어려울 경우 인접 28사단 의무대에 급하게 남는 약품을 요청하는 경우는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며, 이때 5사단 의무반서 요청하고 28사단 의무반서 동의해 빌려주고 전산체계에 입력하면 족한 것으로 이 같은 상황에까지 참모총장 승인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법리오해라고 주장했다.

군수품관리법 제10조1항 본문을 살펴보면, 물품관리관은 군수품의 효율적인 사용과 처분을 위해 필요한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속 국방관서의 장 또는 각군 참모총장의 승인을 받아 그 관리하는 군수품을 다른 물품관리관의 소관으로 관리의 전환(이하 “관리전환”이라 한다)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또 대통령령인 군수품관리법시행령 제9조3호에 따르면, 같은 물품관리관에 소속된 분임물품관리관 상호 간 또는 물품관리관과 그에 소속된 분임물품관리관 간에 관리전환하는 군수품의 경우는 관리전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김 중위 측이 강하게 주장하자 징계위는 징계 심사를 미루고 군 검찰단에 수사 의뢰했다. 군 검찰단은 징계위의 수사 의뢰 내용대로 ▲무단이탈죄 ▲업무상 횡령죄로 김 중위를 입건했다. 

김 중위 측은 군 검찰단서 2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았지만, 수사관이 소명을 듣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력한 주장
듣지도 않아

김 변호사에 따르면 군 검찰수사관이 1차 피의자 조사 당시 2가지 혐의 중 무단이탈죄서 지휘관의 승인은 바로 2차 지휘관인 대대장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수사 방향을 제시하면서 자백을 유도했다. 당시 김 중위 측은 1차 지휘관인 의무반장에 보고한 상황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사를 마치고 김 중위 측은 수사관의 태도와 관련해 혐의 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염려해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하지만 군 검찰단은 심의위 신청 다음 날 급하게 2차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2차 조사에서는 김 중위 측이 어떤 말을 하든 “네, 네”라고 형식적인 답변만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군 검찰단은 심의위의 심의가 있기 전 김 중위에 대해 군용물(의약품) 횡령 혐의와 무단이탈 혐의에 대해 각각 혐의없음(증거불충분)과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군검찰은 김 중위가 상급자인 의무반장에게만 보고하고 대대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혐의가 인정되지만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사건 이후 사소한 외출에 대해서도 대대장에게 보고하며 보고체계를 성실하고 지키고 있으며 코로나로 인해 폭증한 군 내 의료소 요에 대응하며 성실하게 복무한 점 등을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무단이탈 기소유예
징계는 ‘감봉’ 결정

이에 김 중위 측은 헌법재판소에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러자 28사단은 김 중위에 관해 1차 징계위와 같은 혐의로 2차 징계위를 열고 무단이탈과 군검찰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을 받은 무단 반출에 관해 감봉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과거 판례를 뒤집은 징계 수위나 수사 방향이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군사법 전문 변호사는 “군형법 제79조의 무단이탈죄과 관련된 판례는 허가 없는 근무지 이탈과 이탈로 인해 맡은 직무를 하지 못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하지만 김 중위는 소속 부대의 직속 상관에 보고했으며 게다가 맡은 직무를 위해 근무지를 이탈한 상황인데도 징계를 받아 의아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군형법 제79조에 규정된 허가라 함은 군행정상의 권한자 혹은 군작전상의 명령권자 등의 정당한 허가권자의 허가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근무장소, 지정 장소, 지정 시간 등도 구체적인 상황의 고려 하에 법령, 규칙, 군사회의 통념에 따라 그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일시이탈이란 군형법 제35조와의 체계적 해석상 군무기피의 목적 없이 일시적으로 이탈함을 말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도 1967년 “무단이탈죄의 일시이탈이라 함은 이탈거리의 원근에 관계없이 이탈로 인해 그에 부과된 임무수행에 지장이 예상될 정도의 이탈을 말한다”고 판시했다.

과도한 
무리한

군 보고체계와 달리 2차 지휘관인 대대장에 보고 여부를 판단한 점에 대해서도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군대 내에서 보고는 보통 1차 지휘자에 보고 후 상향식으로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며 “김 중위가 의무반장에 보고를 했음에도 징계위를 소집하고 수사 의뢰를 할 사항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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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