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보러 무단이탈?’ 간호장교 300일 투쟁기

한 번 찍힌 낙인 지워지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을 보러 부대를 무단이탈했다는 간호장교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군당국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간호장교는 “보고 후 근무지를 이탈했으며 직무와 관련된 일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징계위와 수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미 정해둔 징계 수위가 수사 방향이 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진을 보러 부대 무단이탈 의혹을 받은 간호장교 김모씨(중위)에 대해 군 검찰단서 혐의가 없다고 봤지만 군대 내에서는 2차 징계위원회를 소집하고 기소하는 등 졸속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진 보러…
의혹은?

지난해 5월, 28사단 간부 김 중위가 BTS 진을 만나기 위해 그가 있는 5사단 신병교육대를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김 중위는 지난 1월 중순 경기도에 위치한 한 부대서 본인의 자동차를 타고 약 30분을 달려 5사단으로 향해, 진에게 유행성 출혈열 2차 예방접종을 시행했다.

당시 김 중위는 해당 부대의 간호장교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이로 사전에 모의했다.

해당 의혹이 보도되자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 드립니다’에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해당 글에서 “간호장교가 업무시간에 BTS 진을 보기 위해 타사단 간호장교와 방탄 진 예방접종 날짜를 확인해서 자차로 근무지를 무단이탈해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부대 복귀 후 병사들 및 간부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는데도 모의를 하지 않았다”며 “단순 업무를 도와주러 간 것이지 BTS 진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발뺌하고 있으며, 해당 부대에서는 은폐하고 지휘관이 보고받았다고 해주겠다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어 과연 정당하게 징계를 진행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뉴스에 나왔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숨기려하고 보고하지도 않고 나간 것을 보고 받은 것처럼 꾸미고 이게 무슨 군대냐”며 “부사관이 저렇게 했다면 벌써 징계했을 텐데 장교라서 간호사관생도라서 봐주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BTS 진의 예방접종날에 가기 위해 부대서 무단으로 약품을 빼돌려 가져다 준 것이 들통났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 중위는 진이 소속된 신병교육대 간호장교 협조 요청을 받고 방문해 예방접종을 실시한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미리 정해둔 징계·수사?
보도 직후 징계위 소집

김 중위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진이 소속된 신병교육대 간호장교 A씨에게 협조 요청을 받고 방문해 예방접종만 실시했다”며 “당시 사단 내부 사정으로 예방접종 지원 요청이 어려워서 인접 부대에 근무하는 김 중위에게 협조를 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훈련병 1명당 주사 3대를 빠르게 놔야 하는 상황이었고 마스크도 착용하고 있어 김 중위 입장에서는 진이 누구인지 구별할 수도 없었다”며 “김 중위가 사전에 구두로 보고했고 의무반장(군의관)이 승인한 상황이라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진은 3개 주사를 맞고 큰소리로 ‘아프다’고 했고, 진이 소속된 의무반 간호장교가 접종 후에 ‘아까 큰소리 친 사람이 방탄 진이야’라는 대화를 했을 뿐”이라며 “김 중위가 다음 날 소속 부대로 출근해 주변에 그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제보자에 의해 왜곡·과장·확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약품 유출과 관련해서도 당시 코로나19 팬데믹로 약품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경우 인접부대에 긴급하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반박했다.

논란 발생 후 일주일 만에 28사단 측은 김 중위에 대한 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를 소집했다. 김 중위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세 가지로 ▲근무지이탈금지의무위반 ▲법령준수의무 위반(직무수행 관련 의무 위반) ▲품위유지의무 위반(언어폭력, 무단이탈 의혹과 상관없음)이다. 

의약품 유출
진실은 무엇?

징계위는 김 중위가 근무시간 중 지휘관의 허가 없이 2022년 12월7일 5사단 신병교육대 의무반의 구조와 편제를 확인하기 위해 1시간가량 근무지를 이탈했으며 지난해 1월16일 5사단 신병교육대 예방접종 지원을 위해 약 2시간30분가량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봤다.

또 김 중위가 물품관리관이 아님에도 참모총장 승인 없이 군수품인 의약품 2통을 5사단 신병교육대 의무반에 관리전환하며 법령준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군용물관리법 제10조1항에 따르면, 관리하는 군수품을 다른 물품관리관의 소관으로 관리전환하려면 상호 합의한 후 관리전환하려는 물품관리관이 그 합의한 내용에 대해 참모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징계위서 김 중위의 지휘관인 의무반장에게 사실 확인한 결과는 달랐다. 의무반장의 사실확인서에는 김 중위가 2022년 12월7일 5사단 신교대 방문 전에 사무실 구조 확인을 위해 방문하겠다고 말했으며 방문 당일 요청받았던 약품 2통을 선지급하고 전산체계에 등록했다고 적시돼있다.

또 그는 “김 중위가 5사단 의무반 A씨에게 예방접종 협조 요청을 일주일 전쯤 받았으며 이에 지난해 1월16일에도 사전에 보고하고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진술했다. 지휘관에게 사전 보고하고 허가를 받은 후 근무지를 이탈해 징계 사유가 없는 셈이다.

“사전 보고 후 나갔다” 
반박에도 수사 의뢰

김 변호사는 징계위 당시 법령준수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도 당시 코로나 등으로 약품 공급에 차질 등이 있어 제때 도착이 어려울 경우 인접 28사단 의무대에 급하게 남는 약품을 요청하는 경우는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며, 이때 5사단 의무반서 요청하고 28사단 의무반서 동의해 빌려주고 전산체계에 입력하면 족한 것으로 이 같은 상황에까지 참모총장 승인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법리오해라고 주장했다.

군수품관리법 제10조1항 본문을 살펴보면, 물품관리관은 군수품의 효율적인 사용과 처분을 위해 필요한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속 국방관서의 장 또는 각군 참모총장의 승인을 받아 그 관리하는 군수품을 다른 물품관리관의 소관으로 관리의 전환(이하 “관리전환”이라 한다)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또 대통령령인 군수품관리법시행령 제9조3호에 따르면, 같은 물품관리관에 소속된 분임물품관리관 상호 간 또는 물품관리관과 그에 소속된 분임물품관리관 간에 관리전환하는 군수품의 경우는 관리전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김 중위 측이 강하게 주장하자 징계위는 징계 심사를 미루고 군 검찰단에 수사 의뢰했다. 군 검찰단은 징계위의 수사 의뢰 내용대로 ▲무단이탈죄 ▲업무상 횡령죄로 김 중위를 입건했다. 

김 중위 측은 군 검찰단서 2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았지만, 수사관이 소명을 듣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력한 주장
듣지도 않아

김 변호사에 따르면 군 검찰수사관이 1차 피의자 조사 당시 2가지 혐의 중 무단이탈죄서 지휘관의 승인은 바로 2차 지휘관인 대대장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수사 방향을 제시하면서 자백을 유도했다. 당시 김 중위 측은 1차 지휘관인 의무반장에 보고한 상황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사를 마치고 김 중위 측은 수사관의 태도와 관련해 혐의 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염려해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하지만 군 검찰단은 심의위 신청 다음 날 급하게 2차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2차 조사에서는 김 중위 측이 어떤 말을 하든 “네, 네”라고 형식적인 답변만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군 검찰단은 심의위의 심의가 있기 전 김 중위에 대해 군용물(의약품) 횡령 혐의와 무단이탈 혐의에 대해 각각 혐의없음(증거불충분)과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군검찰은 김 중위가 상급자인 의무반장에게만 보고하고 대대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혐의가 인정되지만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사건 이후 사소한 외출에 대해서도 대대장에게 보고하며 보고체계를 성실하고 지키고 있으며 코로나로 인해 폭증한 군 내 의료소 요에 대응하며 성실하게 복무한 점 등을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무단이탈 기소유예
징계는 ‘감봉’ 결정

이에 김 중위 측은 헌법재판소에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러자 28사단은 김 중위에 관해 1차 징계위와 같은 혐의로 2차 징계위를 열고 무단이탈과 군검찰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을 받은 무단 반출에 관해 감봉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과거 판례를 뒤집은 징계 수위나 수사 방향이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군사법 전문 변호사는 “군형법 제79조의 무단이탈죄과 관련된 판례는 허가 없는 근무지 이탈과 이탈로 인해 맡은 직무를 하지 못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하지만 김 중위는 소속 부대의 직속 상관에 보고했으며 게다가 맡은 직무를 위해 근무지를 이탈한 상황인데도 징계를 받아 의아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군형법 제79조에 규정된 허가라 함은 군행정상의 권한자 혹은 군작전상의 명령권자 등의 정당한 허가권자의 허가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근무장소, 지정 장소, 지정 시간 등도 구체적인 상황의 고려 하에 법령, 규칙, 군사회의 통념에 따라 그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일시이탈이란 군형법 제35조와의 체계적 해석상 군무기피의 목적 없이 일시적으로 이탈함을 말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도 1967년 “무단이탈죄의 일시이탈이라 함은 이탈거리의 원근에 관계없이 이탈로 인해 그에 부과된 임무수행에 지장이 예상될 정도의 이탈을 말한다”고 판시했다.

과도한 
무리한

군 보고체계와 달리 2차 지휘관인 대대장에 보고 여부를 판단한 점에 대해서도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군대 내에서 보고는 보통 1차 지휘자에 보고 후 상향식으로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며 “김 중위가 의무반장에 보고를 했음에도 징계위를 소집하고 수사 의뢰를 할 사항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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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