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뻔뻔한’ 박진성 시인의 두 얼굴

허위라더니…결국 철창신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미국서 처음 일어난 불씨가 한국서도 크게 타올랐다. SNS에 해시태그(#)를 단 단어가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SNS를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 피해자가 알린 추악한 진실만이 남았다. 

미투 운동은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음지에 숨어 있던 성폭력 피해자들을 수면 위로 이끌었다. 피해자의 자발적인 고백은 미국 문화계를 뒤흔들었다. 오랜 시간 권력을 쥐고 군림하며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가해자는 여론과 법의 철퇴를 맞았다. 트위터에 달린 해시태그(#) ‘Me Too’가 해낸 일이었다. 

미투보다
빨랐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년 ‘올해의 인물’에 미투 운동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선정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침묵을 깬 사람들’로 명명했다. 당시 <타임> 편집장 에드워드 펠센털은 “공공연한 비밀을 밖으로 표현하고, 속삭이는 네트워크를 사회적 네트워크로 이동시켰다. 우리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것을 멈추도록 독려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2017년 10월 미국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2018년 1월 서지현 전 검사의 글을 시작으로 한국에 상륙했다. 서 전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과거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서 전 검사의 폭로는 이후 문화계를 비롯해 전 방위로 확산돼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눈여겨볼 부분은 서 전 검사가 검찰 내 성추문 의혹을 폭로하기 전 트위터를 중심으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문단 내 성폭력’ 폭로 사건이다. 미투 운동이 한국서 촉발되기 전 불거진 일로 이후 문화계 전반서 일어난 성폭력 고발 사건의 단초가 됐다. 


2016년 10월 트위터에는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당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문인이 성폭력 가해자로 줄줄이 거론되면서 문단 내 권력구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피해자는 작가 지망생 등 문단 내에서 상대적으로 약자로 분류되는 이들이었다.

명예훼손 혐의로 실형 확정
민사 소송에서도 배상 나와

박진성 시인에 대한 폭로가 나온 것도 이 시기다. 박 시인은 자신에 대한 성폭력 의혹 제기를 두고 ‘허위 미투’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 과정서 피해자의 주민등록증을 SNS에 공개하고 실명을 언급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 박 시인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2016년 트위터를 통해 처음 사건이 공론화된 지 8년여 만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박 시인에게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박 시인은 2015년 9월 말 인터넷으로 시 강습을 하다 알게 된 여고생 A씨(당시 17세)에게 이듬해 10월까지 ‘애인 안 받아주면 자살할꺼’ ‘내가 성폭행해도 안 버린다고 약속해’ 등의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내고 ‘애인하자’고 요구하는 등 여러 차례 성적 수치심을 주는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문단 내 성폭력 피해 폭로가 이어지던 2016년 10월 트위터에 공개했다. 박 시인은 2019년 3월29일부터 같은 해 11월26일까지 자신의 SNS에 ‘무고는 중대 범죄’ ‘허위로 누군가를 성폭력범으로 만드는 일이 없길 바란다’ 등의 표현으로 11차례에 걸쳐 허위 내용을 게시하는 등 A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보다
무거웠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실명을 포함한 인적 사항을 공개하는 등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일으켰지만 피고인이 관련 민사사건의 항소를 취하한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박 시인 모두 항소해 진행된 2심에서는 원심보다 무거운 형량이 나왔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다 공소가 제기된 후에야 트위터를 폐쇄하고 선플 달기 운동을 하는 등 반성했다고 주장하나 피해자에 대한 터무니없는 인신공격을 막으려는 행동을 한 적도 없고 공감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법정 구속된 박 시인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A씨의 폭로 이후 박 시인이 대법원서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8년여 동안은 소송전의 연속이었다. 박 시인은 A씨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고 언론사와 법정 공방을 벌였다. 박 시인은 언론사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서 줄줄이 이겼다. 일부 언론사는 합의금을 지급하고 정정보도문을 게시했다. 

이후 A씨에게는 ‘허위 미투’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성폭력 피해 폭로를 무고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박 시인에게 동조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피해자는 상대적으로 웅크려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A씨가 직접 등장한 때부터다. 앞서 박 시인과 언론사의 소송전에는 A씨가 존재하지 않았다.

언론사와
다른 판결

박 시인은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A씨 역시 박씨를 상대로 성희롱 등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소송서 법원이 A씨의 성희롱 폭로가 거짓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박 시인이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과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다. 

당시 법원은 언론사 기사를 허위라고 판결했다. 박 시인의 성희롱 여부에 대해서도 ▲성희롱으로 해석될만한 표현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게시글을 올린 후 돈을 요구한 점 등을 이유로 들어 허위 사실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성희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노승욱 당시 청주지법 영동지원 판사는 박 시인이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했다. 박 시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트위터에 올린 내용을 허위 사실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제기한 소송에서는 박 시인이 11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016년 첫 폭로 이후 8년 만
피해자 나선 소송에선 완패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내용은 대부분 카카오톡 메시지에 기초한 것으로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할 뿐 아니라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박 시인이)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행위는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호의적 언동을 넘어 피고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피고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박 시인은 재판부의 판단이 언론사를 상대로 한 판결을 뒤집었다고 지적하면서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손해배상액을 3배 올려 3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성희롱으로 인한 위자료 1000만원, 명예훼손에 대한 위자료 2000만원, 협박에 대한 위자료 300만원 등이다.

특히 재판부는 박 시인이 A씨에게 소송 전 “준비 단단히 하고 기다려라. 끝까지 갈 테니까” 등의 메시지를 보낸 부분을 협박으로 판단했다. 


2019년 박 시인이 A씨를 상대로 낸 3000만원짜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시작으로 A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5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2016년 문제 제기 시점으로 따지면 8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이 기간 동안 박 시인은 수 차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고 잠적했다가 나타나는 등 기행을 벌였다.

결국 드러난
추악한 진실

성범죄 무고를 주장하며 스무살가량 어린 여성을 상대로 SNS를 이용한 여론전, 소송 제기 등의 싸움을 건 박 시인의 최후는 철창 신세였다. 허위 미투에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는 되치기를 당했다. 트위터에 올린 한 줄의 글로 시작된 사건의 끝에 남은 건 박 시인의 민낯뿐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단_내_성폭력’ 그 후…

2016년 10월 트위터를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는 미투 운동의 시작으로 보는 2018년 서지현 전 검사의 폭로보다 2년이나 빨랐다.

첫 시작은 미미했지만 여론을 타고 번지기 시작한 불길은 한국 사회를 활활 태웠다.


문단은 시작에 불과했고 연극계, 영화계 등 문화계가 초토화 상태에 빠졌다. 

가해자는 고개를 숙이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기방어에 나섰고 피해자는 폭로를 멈추거나 맞대응했다.

이 과정서 일부 피해자는 이른바 ‘꽃뱀’으로 몰렸고 일부 가해자는 누명을 썼다.

슬그머니 활동을 재개한 인사들도 있다.

특히 한국 문단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몇몇 문인은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월에는 고은 시인이 시집을 내고 복귀해 논란이 일었다.

고은 시인은 성추행 의혹으로 논란이 되고도 해명도 사과도 없이 5년 만에 신작 시집 <무의 노래> 등을 펴냈다.

고은 시인은 2018년 최영미 시인이 문단 기득권층의 성폭력 행태를 고발하자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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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