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야 산다’ 조국 서바이벌 시나리오

서초서 여의도로…핸들을 틀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독재 종식’의 불쏘시개 되겠다”며 신당을 창당했다. 문제는 불씨를 살릴 마른 장작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조 전 장관의 선택을 두고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평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의 불편한 동거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8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항소심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6일 뒤인 지난 13일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한발 앞서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조국신당(가칭) 창당을 선언했다. 무능한 검찰 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고군분투
생존기

이날 조 전 장관은 부산 중구 민주공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은 지금 외교·안보·경제 등 모든 분야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느냐 이대로 주저앉느냐 하는 기로”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정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정부 스스로 우리 평화를 위협하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저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무능한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을 통제하고, 정적 제거와 정치혐오만 부추기는 검찰 독재정치에 몰두해 민생을 외면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지역갈등·세대 갈등·남녀갈등을 조장하고 이용하는 정치, 국가적 위기는 외면한 채 오직 선거 유불리만 생각하는 정치는 이제 끝장내야 한다”며 “갈등을 이용하는 정치가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조 전 장관의 출마를 ‘정치적 면죄부’라고 지적했다. ‘검찰 독재 종식’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지만 알맹이는 ‘정치생명 연장’이라는 것이다. 1심과 2심서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이번 총선을 정치적 부활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조 전 장관은 업무방해·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1·2심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600만원 추징금도 함께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1심처럼 조 전 장관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비록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지만 조 전 장관의 정치 입문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동안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언급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조 전 장관이 3년6개월여 만에 문 전 대통령과 만남을 가지면서 ‘조국 출마론’에 연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문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출마할 결심을 굳힌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뚜벅뚜벅 따박따박 걸어가겠다”
대법원 판결 앞두고 결국 출마

그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11월, 조 전 장관의 출마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는 한 라디오서 ‘총선에 출마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데 최대한 법률적으로 해명하고 소명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며 “이것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저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냐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보다 강경해진 어투에 정치권에서는 그가 정치권에 입성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해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2일에는 문 전 대통령을 찾아 “이번 총선서 무도한 윤석열 검찰 독재를 심판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며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더 나아가 “다른 방법이 없다면 신당 창당을 통해서라도 윤석열정권 심판과 총선 승리에 헌신하겠다”며 신당 창당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당 안에서 함께 정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당을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을 비롯해 더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당의 부족한 부분도 채워내며 야권 전체가 더 크게 승리하고 더 많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이 신당을 창당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 셈이다.

하루 뒤 조 전 장관은 공식적으로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었다. 한차례 ‘조국의 강’을 건넜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게 있어서는 부담되는 상황이다. 조 전 장관은 ‘검찰 수사 피해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이미 자녀 입시 비리와 배우자 문제로 공정성 논란을 짊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서 조 전 장관 리스크로 크게 데였던 만큼 제2의 조국 사태가 재연된다면 이번 총선은 물론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조 전 장관이 총선 대열에 합류하자 민주당에서는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연동형 비례제도를 유지하고 ‘통합형 비례정당’을 만들겠다면서도 조국 신당을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윤정부 심판론’으로 몰고 가는 상황서 조국 신당으로 표가 분산되는 등 선거구도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정서
국회로

민주당 박홍근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이하 민주연합) 추진단장은 조 전 장관과 연대하지 않겠다고 일찍이 선을 그었다. 그의 결정이 민주 진영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독자적 창당을 만류하기도 했다.

박 추진단장은 조 전 장관을 향해 “과도한 수사로 억울함이 있겠고 우리 민주당이 부족함이 있더라도, 부디 민주당과 진보개혁세력의 단결과 승리를 위해 자중해 줄 것을 간절하면서도 강력하게 요청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 승리를 위해 중도층을 포함해 많은 국민들의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을 설명하며 “절체절명의 역사적 선거서 조 전 장관의 정치참여나 독자적 창당은 결코 국민의 승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또한 “단합과 연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역시 국민 눈높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은 거의 역사적 분기점에 해당할 만큼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힘을 다 합쳐야 한다”면서도 “누구나 정치활동의 자유가 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경우 그 상황을 최대한 정책적 전략 목표에 맞게 잘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당 창당 선언 이후 문 전 대통령과 그의 세력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조 전 장관의 ‘홀로서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만나 “신당을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불가피성’이라는 단어를 재조명했다. 사실상 문 전 대통령이 조국 신당을 최후의 수단으로 권유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두 사람이 만남을 가진 당일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SNS를 통해 공지영 작가의 신간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를 추천해 무수히 많은 해석을 낳기도 했다. 공 작가는 조국 사태 당시 그를 옹호했던 일을 반성한다는 취지의 글을 작성했던 인물이다.

조 전 장관의 등장을 놓고 어색한 기류가 흐르던 가운데 지난 15일 결국 조 전 장관은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전부터 조 전 장관을 지지해 온 은우근 광주대 교수, 김호범 부산대 교수, 강미숙 소셜칼럼니스트 등이 조국 신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인선됐다.

이날 조 전 장관은 서울 동작구 한 카페서 출범식을 열고 “제대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눈치 보지 않는 당당한 원내 제3당이 되자”고 선언했다.

문전박대
조국신당

조 전 장관은 빅텐트를 꾸린 제3지대를 견제하는 듯 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해 정체성이 불분명한 당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어느 정당이 원내 3당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연휴를 하루 앞두고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세력들이 ‘개혁신당’ 이름으로 합당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혁신당은 ‘반 이재명’ ‘반 윤석열’ 성격으로 양당을 모두 심판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이에 반해 조국 신당은 야당에 가까운 성격으로 윤정부의 검찰 독재를 심판하는 ‘여야 일대일 구도’에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출마 방식과 관련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조 전 장관은 “총선서 국민 여러분께서 지역구 외에 비례대표 선거도 민주당과 연합하라 하시면 그리 노력하겠다”며 “반대로 지역구에서는 정확한 일대일 정권 심판 구도를 만들고 비례에서는 경쟁하라 하시면 그리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서 조 전 장관은 민주당과의 입장을 정리했다. 출마 방식과 관련해 국민의 의견을 따르겠다면서도 민주당이 거듭 선을 그어왔던 만큼 합류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그는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민주당의 발목을 잡거나, 지지해 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당이 되지 않겠다”며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한발 더 빨리 행동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제3지대에 합류한 만큼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관건은 얼마나 많은 세력이 조국 신당에 합류하느냐다.

연대 가능한 인사로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옥중 창당을 선언한 송영길 전 대표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거나 조 전 장관과 살아온 배경이 비슷하다는 교집합이 있다. 반 이재명 성격으로 이 대표에 맞서기보다는 검찰 독재를 무너뜨리겠다는 공통의 목적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세력은 그의 팬덤을 비롯한 원외 인사다. 아무리 친문이라지만 당 안팎으로 껄끄러운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당장은 조국 신당에 합류하기는 눈치가 보일 거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손절각’ 재는 민주당…문 속내는?
“공천·컷오프, 신당 합류의 분수령”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조 전 장관의 선택을 두고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아직 당에서도 정확하게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며 “워낙 예민한 사안인 만큼 (조국 신당과)관련해 개개인이 왈가왈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는 2월 말을 기점으로 새로운 인사가 합류할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국민의힘에서는 팬덤이 아니라면 조국 신당을 지지할 국민은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을 두고 “대한민국 사법부와 입법부를 조롱하는 행위”라며 “검찰 독재 종식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지만 자신의 범법 사실과 검찰의 정당한 수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현실 부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의 연동형 비례제와 통합비례정당을 비판하며 “언어도단인 조국 신당까지도 발 디딜 수 있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조 전 장관과 민주당의 도덕성을 한 번에 저격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조 전 장관은 민주당으로도 못 나온다. 이재명 대표 때문에 도덕성이 극단적으로 낮아진 민주당서조차 출마해서 뱃지를 달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준연동형 제도라면 민주당의 지원으로 4월에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도덕적 검증이 미흡한 후보가 ‘뒷문’으로 우회해서 국회에 입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총선서 2심 실형을 받은 조 전 장관과 사법 리스크에 얽힌 이 대표를 한 세트로 엮어 발목을 잡겠다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과 이 대표는 각자 다른 노선을 걷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범죄자 집단’ 꼬리표를 달기 위해 꼬투리를 잡을 것이란 해석이다.

요란한
잔칫집

이어지는 공격에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한 위원장의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기로 정했는데, 이게 마치 조 전 장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선택인 것처럼 몰아간다”며 한 비대위원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설연휴 전후로 민주당은 ‘디올백 수수 논란’ 등 김건희 여사의 리스크에 집중포격을 가했지만 여전히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조국 신당이 민주당 지지율에 폭탄을 안겨줄지, 필승카드가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 전 장관의 날갯짓이 민주당에 어떤 바람을 몰고 올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국 아들도?

조국 전 장관이 신당 창당에 나섰지만, 첫날부터 입시 비리 혐의에 발목을 잡혔다.

조 전 장관 부부는 미국 조지워싱턴대에 다니는 아들의 시험을 대신 봐줬다는 혐의를 뒤집기 위해 담당 교수가 작성한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교수가 “그룹으로 시험 준비를 하더라도 시험은 스스로 볼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하면서 유죄 심증을 굳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 전 장관과 검찰이 2심 선고에 불복해 상고함에 따라 최종 결론은 대법원서 가려질 예정이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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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